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어제
"엄마 세수하셨수?? 제가 지금 가니까 준비하세요"
밑도 끝도 없이 얼른 옷입으라고 하고는...아직 자고 있는 kimys에게는 온다간다 말도 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갈현동에서 어머니를 태우고,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어디 가니?, 어디..가는 거야?"
"대전!"
"..."
"왜?"
"그런 줄 알았어, 얼른 준비하라고 해서..."
"김서방한테는 말도 안하고 나왔어. 대전 간다고 하면 고속버스 타랄까봐..."
엄마랑 둘이 가는 대전길은 고속버스편이 훨씬 경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사람이 살면서..꼭 경제성만 따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젠...엄마랑만 단 둘이서..한 공간에 있고 싶었습니다.
제가 힘들고, 비용이 더 든다 해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간을 함께 나누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은...난, 니가 저번에, 26일날 시간 내줄 줄 알았어. 그런데 니가 바쁘다고 해서...
그날, 조금만 일찍 연락이 됐으면 혼자라도 대전에 다녀왔을텐데..좀 늦어서 못 나섰다.
오늘도 니가 바쁘다 하면, 31일쯤 혼자라도 다녀오려고 했어.."
"엄마도 작년 이맘때 생각나서 못견디겠지?? 맘을 잡을 수가 없어요. 며칠전부터 얼마나 대전 가고 싶었는지 몰라"
이러는데..울리는 핸드폰.
"어디야?"
"어..여기..왜?..."
"어딘데?? 갈현동 아냐??"
"어...나왔어...길이야.."
"길?? 장모님이랑 같이?"
"어..."
"알았어..."
"5시까지는 돌아올게요."
대전 간다는 말은 안해도....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그런게 부부니까요...
대전 현충원에 가보니,뜻밖에도 참배객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해가 가기전에 한번더 뵙고 싶어서, 날씨 추운데 어떤가 하고 궁금해서,
저희처럼 그냥 견뎌내기 너무 힘들어서...그래서 찾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버지의 묘역, 봄 여름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에요.
사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 울 아버지 어쩌나 싶어서 영 마음이 편칠 않았는데,
가보니 뜻밖에도 바람도 없고, 아주 온화했습니다.
꽃 바꿔드리고, 좋아하시지는 않았지만 술도 한잔 올리고,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호도과자, 콜라, 초콜렛, 커피 등을 드렸습니다.
"아버지, 해 바뀌면 ○○이가 아버지 보러 올거에요. 잘 계셔요..."
아버지가 좋은 곳에 편안하게 잘 계셔서...아버지를 뵙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가볍습니다.
저녁에 kimys 후배들과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서, 바로 올라와야했어요.
점심은 올라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국밥 한그릇씩 빨리 먹고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어찌나 길이 밀리는 지...
그래도 늦지 않게 돌아와, 시어머니 저녁 챙겨놓고, 저녁 모임엘 갔었더랬습니다.
식당에 별도의 건물에 노래방도 있어..노래도 두곡 불렀어요.^^
노래를 하도 안불렀더니, 목에 뭐가 껴있는 것 같고..영 못부르겠대요..^^;;
아무래도 가끔씩 노래를 불러줘야할 듯...
앞으로..4월16일까지...작년 이맘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날마다..견디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제 대전에 다녀와서, 아주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가신 직후에는..아버지 하면, 병상에서 앙상하게 말라가던, 아픈 아버지만 떠올랐지만,
지금은 포근하게 웃으시던, 평소의 아버지 얼굴만 떠오릅니다.
아버지..사랑하는 아버지...아버지 걱정마세요, 엄마는 저희들이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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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들이
'07.12.29 8:06 PM읽으면서 숙연해집니다
그리고 저도 아버지께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2. 프린세스맘
'07.12.29 8:22 PM눈물이 납니다. 항상 올곧게 의연하게 길을 가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렇듯 홀륭하신 따님을 두신 분이므로, 좋은 곳에서 편히 계시리라 믿습니다.
- 3년 전 '간'관련 책 보내드렸던 회원 드림.3. 냉장고를헐렁하게
'07.12.29 9:27 PM마음이 많이 좋아 지셨네요.
다행 입니다^^4. 고은한결맘
'07.12.29 9:43 PM저도 돌아가신 아빠 보구싶네요...요즘처럼 힘든때면 더더욱....
5. 그린
'07.12.30 1:10 AM저도 해 바뀌기전에 엄마산소 다녀오고싶은데...
양산은 당일치기하기엔 좀 멀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그렇게 훌쩍 다녀오시고나니 훨씬 맘이 좋아지셨죠?
아버님도 많이 기쁘셨을 것 같아요.
이심전심....6. Pinkberry
'07.12.30 3:23 AM해가 바뀌는 이맘때면
늘 먼저 간 분들이 더 생각나나봅니다.
대장암으로 9살이나 어린 남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어젠 그 동생의 생일이라 Rose Hill에
노란장미 한다발 바치고 왔네요....
제가 3학년을 마치던 겨울방학때 태어났던
유난히 피부가 뽀얗고 귀티 줄줄 흐르던 하나뿐인 남동생이었는데...7. 초원이
'07.12.30 12:17 PM제아버지는 제가 백일좀지나서 돌아가셔서 지금 동작동에 계시지만
오십년이 지나오면서도 아버지기억이랑 추억거리가 없어서인지
혜경님같은 시간을 가져보지 못해 차라리 님이 부럽습니다
님이 우울하신날부터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휭하네요
많은 분들이 님의 심경을 나누어 가졌으니 이젠 씩씩해지셨죠?
건강하세요^^8. emile
'07.12.30 3:42 PM교통사고로 한달 넘게 꼼짝 못하고 누워계시는 친정아버지 멀다는 핑계로 자주 뵙지도 못하고
엄마와의 통화에서 누워계시니 이제 뼈만 남으신것 같다는 말에 가슴에 멍이들어서
저도 요즘 손에 아무것도 잡히질 않네요.
울고 갑니다.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9. Terry
'07.12.30 5:16 PM정말 맘으로 아버지를 깊이 사랑하셨나봐요.. 병원에 입원하신 날까지도 이렇게 가슴 아프게 기억하시는 걸 보면요.. 어머니는 물론이시구요...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미리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나네요...
전.. 친정부모님 잘못 되시면 영..못 살 것 같은데.. 또 살아지는 게 인생인 것 같기도 하구요...
미리부터 웁니다. 그날을 생각하면...10. 쌍둥이 동생
'07.12.30 9:10 PM정말 훌륭하세요. 전 몹쓸 게으름으로 가까이 계시는 친정 부모님께 소홀한데.....어제 친정에 전화했다가 엄마가 입맛도 없고 이상하다 하시는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음과는 달리 내 입에서 나간 말은 "아프면 병원가야지 집에 있으면 어떻게" 나쁜 딸입니다. 언제나 내 옆에 있어야 하는 엄마라서 그동안 엄마한테 무심했던 나 자신에게 화를 내거겠죠...여러분 곁에 있을때 잘해드려요. .....
11. 오늘
'07.12.31 2:09 PM올 해 저도 친정아버님을 잃었어요..
4월 말쯤에..
샘 아버님의 부고를 접할 쯤에 의식이 없는 상태셨지요...
어제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홀로 울고 계시더군요...
아버지가 꽃을 잘 키우셨는데,그 꽃들이 베란다에 활짝피면,
여보 이것 좀 보라고, 빨리 와서 보라고 하셨데요..
주방에서 일하시다가 설겆이 마치고 볼께요 하면,기어이 화분을 들고와선
엄마에게 보여주셨데요...
아버지는 가셨는데,
하릴없이 꽃들은 만개해서.....
엄마가 여보,여보하시면서 목놓아 우신거지요....
올해는 어쩐 일인지 주위에 계시던 어른들이 샘아버님을 비롯해서
많이 세상을 떠났셨어요...
어떤 이들은 나이든 분들이 가신거라 괜찮다고 하시던데,
막상 이별을 맞이한 가족들에게는 그렇지만은 않지요....
한 해를 마감하며 돌아보면,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해결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게 되니, 그 어느 때보다 맘이 무거운 마지막날입니다.,..
그러나 새해에는
오로지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또 건강하셔서,
새해를 기운차게 꾸려가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82를 운영하시느라 애많이 쓰시는 모든 분들과82식구...
모두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12. 차노기
'08.1.2 4:18 PMㅠㅠㅠㅠ
나는 작년 봄 즈음에 하늘 나라간 오라버니가 생각납니다.
연말즈음에 엄니랑 동생이랑 오라버니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엄니 연세가 많으셔서 날이 풀려야 산소에 갈수가 있을거 같아요.
모두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보다 소중한게 없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