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고정관념 깨보기 [멍게 미역국]
서울에서 낳고 자란 탓인지...미역국 하면..그저 쇠고기를 넣은 미역국 밖에는 없는 줄 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양지머리를 푹고아 끓여주시거나,
시간이 바쁘면 쇠고기 썰어서 미역과 함께 볶다가 물붓고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미역국.
쇠고기 미역국이 전부인줄 알던 제가 결정적으로 다른 미역국을 먹지 않게 된게 딸아이를 낳은 직후였습니다.
진통이 와서 필동 백병원에 간 것이 밤 10시,
아이를 낳은 건 새벽 3시,
2박3일이면 퇴원시켜버리던 때라, 시간으로 따지자면 아이 낳은 지 48시간도 안되었는데 퇴원할 수 밖에 없던 시절~,
퇴원 직전에 나온 미역국이 홍합미역국이었습니다.
홍합의 물이 좋지 않았던 지,아니면 제가 너무 예민했는지, 이상한 냄새 때문에 한수저 뜨고는 더이상 넘길 수가 없었어요.
이 홍합미역국 때문에 입맛이 확 가버려서, 그후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면서 내내 미역국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갓 낳은 산모가 밥도 잘 안먹고, 미역국은 더더욱 안먹으려고 해서, 친정어머니 속 꽤나 썩여드렸던 생각도 나네요.
암튼, 미역국에는 오로지 쇠고기만 넣을 수 있다고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살다가,
차츰 홍합 넣은 미역국 맛도 알아가고, 조갯살 넣은 미역국도 맛있게 먹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 한술 더떠서, 오늘은 멍게를 넣은 미역국까지....
미역국에는 쇠고기만 넣어야한다는 고정관념만큼이나 단단하게 제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이,
멍게는 반드시 날로 먹어야한다 였습니다. 멍게는 절대로 익히면 안되는 건 줄 알았어요.
오늘,
맘먹고 냉동고 정리를 했습니다.
몇달에 한번씩은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서, 같은 종류끼리 한 서랍에 넣어주고 메모를 해둬야 알뜰하게 먹을 수 있거든요.
오늘 정리하다보니까, 홍합 비스무레한 것이 있길래, 미역국이나 끓여야겠다 싶어서,해동을 하고 보니,
그건 멍게였습니다.
제가 냉동한 거라면 뭔지 알았을텐데..냉동된 상태로 받은거라..잘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국 끓여야하는데 어떡하나...하다가...그냥 한번 멍게로 미역국을 끓여봤습니다.
망치면...음...싸다가 친정집의 파숫꾼 민석이 갖다줘야지..하면서요...
어머..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오히려 홍합을 넣은 것보다 비린맛도 덜하고, 시원했습니다.
첨에는 멍게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마늘을 조금 넣으니까..가셨구요...
이렇게 끓였습니다..멍게 미역국...
1. 멍게는 아주 자잘하게 썰었어요. 혹시 익으면서 질겨질지도 몰라서..그런데 그렇게 질겨지지 않네요.
2. 쇠고기 미역국 끓일 때보다 국간장과 참기름의 양을 팍 줄였습니다.
⅓ 정도만 넣구요, 모자라는 간은 소금으로 더했습니다.
3. 쇠고기는 미역과 함께 볶다가 물 부어 끓이지만, 오늘은 미역을 달달 볶다가 맹물 대신 멸치국물을 붓고,
불을 줄여서 은근하게 한참 끓인 다음에 멍게를 넣었어요.
4. 멍게 넣은 후 소금으로 추가간하고, 마늘도 조금 넣고...
혹시...멍게 회 먹다가 아주 조금 남았다 할 때..한번 속는 셈치고 미역국 한번 끓여보세요.
뭐, 입에 착착 달라붙을 만큼 아주 맛있는 국은 아니지만, 은근히 땡기는...개운한 국이 됩니다.
아..그런데...멍게미역국 다들 알고 계신 건가요??
저만 모르고 있다가, 한번 해보고는 이렇게 좋아라 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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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
'07.11.5 9:34 PM멍게 넣고 끓인 미역국 심히 땡깁니다.
속이 답답한 날 먹으면 딱 일 것 같아요.2. 파도랑
'07.11.5 9:34 PM멍게 회 너무 먹고 싶네요. 먹고싶어 완전 절망입니다. 미역국이라... ^^
3. 호윤맘
'07.11.5 9:50 PM전복도 넣으셨나봐요?
4. 김혜경
'07.11.5 9:53 PM와우..호윤맘님..정말 눈썰미가 대단하세요..
아주 애기전복..전복이라기보다 오분자기에 가까운 것이 하나 끼어있길래 같이 넣었는데..
그걸 알아보시네요...ㅋㅋ...5. 강혜경
'07.11.5 9:59 PM제주에선.....잔칫집에 가면 멍게미역국 자주 먹거든요
그 시원함이.....어찌나 좋던지.
지금도 한사발 들이키고 푼데...
저희집 냉동실도 털어야할듯 하네요^=^6. 김혜경
'07.11.5 10:01 PM아~~ 제주도에는 원래 있는 음식이군요...
전 제 창작물인줄 알고...ㅋㅋ....7. 김명진
'07.11.5 10:11 PM멍게 볶음도 맛있드라구요. 언젠가...어느 집 반찬으로 먹었드랬는데...
멍게 미역국 저도 함 해봐야겟어여8. 강혜경
'07.11.6 12:00 AM아구구구구메니나~~
샘님....주황색만 보고 성게인줄 알았습니다
다시보니....성게가 아닌....멍게였네요...알싸한 맛이 난다는 그 멍게요....ㅋㅋㅋ
멍게미역국은 단연.....혜경샘님 창작물인듯도 하나,
멍게는 친정엄마가 즐겨 드셔서....남은걸 미역국으로 먹어도 봤습니다^=^
여하튼둥....제주에서는 멍게가 아닌 성게로 미역국을 끓여먹는답니다...
시원한 성게미역국...에 글도 제대로 안봤다는...ㅋㅋㅋ9. 예쁜솔
'07.11.6 12:27 AM - 삭제된댓글혜경샘 희망수첩에 리플 달긴 처음인데...
멍게 남은 것 있는데, 아이디어 감사해요.
근데 멍게젓도 맛있던걸요.
어느 마트에선 산...10. 비니맘
'07.11.6 5:59 AM여긴 섬나라인데도 생선가게 가면 멍게를 팔지 않아요.
멍게 없는 바다도 있는가 싶기도 하고..
성게는 파는데 멍게가 없답니다. 쌉쌀한 멍게의 맛.. 그 향..
멍게젓도 참 좋았는데... 다른 거 다 구해도.. 멍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심히 먹고픕니다..^^11. 소금별
'07.11.6 9:42 AM미역국.
어릴적 먹지 않던 음식중 하나입니다.
경상도 어느동네에서는 갈치를 얇게 썰어 넣어서 미역국을 끓인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것 같아요.
어릴적 저희동네(전라도 해남)에서는 계란을 풀어서 미역국에 넣었드랬습니다.
지금은 그리 끓이는집이 없는것 같아요.
서울 친구들이 계란풀어넣은 미역국 이야기하면 느끼하다고 난리난리 치던 기억도 있습니다.12. 동네 맥가이버
'07.11.6 11:26 AM저는 멍게를 너무 좋아하는데 우리식구들은 처다도 안봐요
멍게향을 생각하니 지금도 입안에 침이고이네요 저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13. Xena
'07.11.6 12:09 PM오마낫~ 넘 맛나보입니다^^
저 멍게 미역국 첨 봐여~ 진짜 한대접 먹고 싶네염 ㅎㅎㅎ14. 샘이네
'07.11.6 4:41 PM전 낮에 먹은 굴국 생각이 간절해서 굴미역국 끓여볼예정입니다.맛이 어떨지...?!
15. 오금동 그녀
'07.11.6 8:51 PM부산에 놀러갔을때 친구 어머님이 싱싱한 가자미로 미역국을 끓여 주셨었어요.
가자미를 갈비 살 뜯듯이 발라 먹으며 미역이랑 국이랑 몇번이나 더 먹었었는지.....
선생님의 멍게 미역국도 시원함이 눈에 보이네요.16. 손영숙
'07.11.7 2:25 AM멍게로 된장찌게도 끓여보세요... 맛있답니다...
저희 시어머니께 배웠는데 정말 질겨지지도 안고 맛있어요.
근데 멍게 자체가 짜서 그런지 간은 좀 약하게 해야해요..17. 소금꽃
'07.11.7 3:30 AM저는....멍게 먹고 남은 것 얼려뒀다가
된장찌게 끓일 때 잘게 썰어서 넣어요.....
봄에 냉이나 달래 넣으면 봄향 느껴지는 것처럼,
멍게 넣고 끓여도 시원하고 행긋한 맛이 나서요...^^
다음번엔 멍게 미역국도 끓여봐야겠네요...향긋할 것 같아요~~18. 유니진
'07.11.7 8:24 PM고향 부산에선 홍합 미역국은 물론이고 광어 미역국을 많이 먹죠. 가끔 도미나 넙치도 넣습니다.
코스코 냉동 새우로도 미역국 끓이면 시원하고 맛있어요.
담엔 멍게로도 한 번 끓여봐야겠습니다. 심하게 맛있을 것 같네요.19. 들녘의바람
'07.11.8 3:29 AM제주도 잔치집의 멍게미역국 아니구요...
성게 미역국이니다.
요즈음 거의 성게 미역국을 하는데...
저와 울딸이 좋아히는 미역국입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멍게 미역국은 먹어보질 못했네요....20. mimi
'07.11.12 10:09 PM멍게삶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