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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때 아닌...제비꽃....눈물의 제비꽃...

| 조회수 : 7,834 | 추천수 : 73
작성일 : 2007-10-24 21:07:27
추석 명절 쇠고도, 아버지를 뵙지 못해서, 지난 주 화요일 쯤 대전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지난 주가 꼭 아버지 가신 지 6개월이 되는 때였습니다.
칠재를 지내고 나서, 한동안은 아버지 생각 안하려고 애쓰며 살았는데,
추석 무렵, 제가 그만 무너져버리고 말았더랬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남모르게...꽤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대전에 다녀오려고 했던 건데...
친정어머니께서, "나 24일에...혼자라도 갈거야" 하시는 거에요.
"아니 왜 매주 한번씩 가려고? 힘드는데..." 24일이 무슨 날이란 걸 까맣게 잊고 제가 이렇게 말해버렸습니다.
"10월 들어서니까..아주 마음이 이상하다..."
"10월 들어서 왜?...아~~"
10월24일은...아버지 어머니 결혼기념일입니다. 예전에는 엄연한 공휴일로 학교에도 안가고 놀았던 유엔데이.
지난 1954년 10월24일, 어머니 아버지가 결혼하셨고, 저희 들 어렸을 때는 가족사진을 찍곤했었습니다.
그 결혼기념일...
올해 처음으로 엄마 혼자 맞게되었는데...도저히 그냥 맞을 자신이 없으셨었나 봅니다.
혼자라도..대전에 가시겠다고 해서...16일 가려던 것을 오늘로 미뤘었습니다.




몇달만에 아버지께 가는 길,
아마도 설레였는지..베개에 귀만 닿으면 자는 사람이 어제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침 9시에 출발, 도착해보니..12시...
아버지의 비석을 보자마자...엉엉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저를 아주 많이 기다리셨던 가봐요...
상석 옆에 때아닌, 제비꽃을 한송이 저보라고 피워놓으시고, 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아버지....우리 아버지...
언제쯤이면 눈물없이 우리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을 지....너무나 보고 싶은 아버지....
비석을 쓰다듬으며, 엄마랑 저랑 한동안 울었습니다.




대전에서..곧장 서울로 오지않고, 김장용 젓갈 준비하려고 강경에 갔습니다.

엄마랑 아버지랑 근처에 관광가셨다가 들려오시곤 했다는 젓갈가게에 가서,
김장용 새우젓이며, 갈치액젓을 샀고,
제가 곧잘 담그는, 그러나 최근들어 도통 담그지 않았던 돌산갓김치 담그려고 갈치속젓도 샀습니다.




그리고..밥반찬으로 먹으려고,
명란젓이며 오징어젓도 샀는데..
젓갈에 표시해놓은 원산지와 글루타민산나트륨의 함량을 보고는 도저히 더는 살 수 없었습니다.
어떤 젓갈은 글루타민산나트륨의 함량을 25%로 써놓아...저를 놀라게 했다는..

명란이야 어차피 재료가 러시아산이고, 조미료 함량이 낮아서 샀고,
오징어젓도 값싼 중국산과 조금 비싼 국산이 있어서 국산으로 조금 샀습니다.

그런데...결정적으로 강경의 인상이 좋지않았던 건...식당...




젓갈산 가게 사장님의 소개로 찾아간 식당에서 우어회라는 것과 생물복어맑은탕을 시켰는데..

우어라는 것은 원래 생선맛이 그런 것인지,
다소 비리고,생선살이 좀 퍽퍽했습니다.
그래도 우어회는 그러려니하고..참을만했는데..결정적으로 복어맑은탕 때문에...^^;;




냉동은 1인분에 1만2천원, 생물은 1인분에 2만원이라고 해서, 생물을 시켰는데...
제가 집에서 끓인 것만도 훨씬 못했습니다.
게다가 복어껍질의 돌기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아서, 같이 먹었던 우리 오빠는 혀를 찔려 선혈이 낭자했고,
저도 자칫, 오빠처럼 찔릴 뻔했습니다.
맛있는 걸 장모님과 처남에게 대접해야하지 했던 kimys의 실망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강경..안되겠다...음식 때문에..."
음식만 맛있었더라면..매년 엄마 아버지 결혼기념일에 대전 들러서 강경으로 젓갈사러 갈 수 있는 거 였는데...
쩝....아쉽습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lovesting
    '07.10.24 9:14 PM

    제비꽃 보라색이 참 곱습니다..

  • 2. 그린
    '07.10.24 9:43 PM

    대전 아버님 뵙고 오셨군요.
    유엔데이~~ 저도 기억해요.
    저 어릴 때도 국경일이라 태극기 달고 학교도 안 갔으며
    실은 결정적으로 저 귀빠진 날이거든요....

    오늘 하루종일 시간시간 울려대는 핸드폰 문자 축하송을 들으며
    그 날 힘들게 첫 산고를 겪으며 저를 이 세상에 낳아주신 엄마가 안 계신 것이
    무지무지 맘 아프고 속상한 하루였네요.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도 먹고싶고,
    또 그걸 핑계로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은데.....

    이렇게 2007년의 제 생일이 또 저물어갑니다.ㅜ.ㅜ

  • 3. 현석마미
    '07.10.24 10:05 PM

    대전 다녀오셨나봐요..,얼마전에 친한 선배언니 아버지도 대전 현충원에 모셨다고 들었어요..
    육사 5기였다 하시던데...
    선생님 아버지랑 아마 하늘나라에서 반갑게 동창회라도 하시고 계시겠지요??

  • 4. 현석마미
    '07.10.24 10:06 PM

    참...오늘은 저희 엄마 환갑이시랍니다...
    위에 그린님 생일 축하합니다...~~

  • 5. 코코샤넬
    '07.10.24 10:11 PM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께서 고명따님 오셨다고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 강경 복어지리집 안되겠네요.. 세상에....

  • 6. 레몬사탕
    '07.10.25 12:51 AM

    글을 읽으니 또 가슴이 무너지네요..
    찬바람불어도 많이 울지 마시라고 부탁드렸는데.....

  • 7. candy
    '07.10.25 9:57 AM

    강경이미지가 ~헉~
    저희 친정엄마도 자주가시는 시장인데....
    윗분들...반가운 이름들이 많아..좋아요~^^*

  • 8. 소금별
    '07.10.25 10:17 AM

    아침부터... 가슴이 찡해져옵니다...
    늦둥이인 제겐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직 너무도 건강하시죠... 아무도 나이를 믿지않으실만크요..
    주말에 잇몸이 부어 이가 불편하시다고 치과를 다녀오시더니 이를 하시겠다고 하셨던 모양입니다... 이 말씀 들으신 울엄마가 "그 나이에 이백이나 들여서 이빨하는 사람이 어딨소~~~~!!! 잔소리~~` 잔소리~~~"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제게 전하시는 아빠께... "아빠~~~~ 이백~ 아니 이천이 들더라도 아빠하시고 싶은거 다~~~ 하세요!!!! "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
    맘이 짜안~~` 해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다섯살난 아들넘이 "엄마 ! 할아버지한테 혼났어??? " 하네요..

    아.... 갑자기 저두 아빠가 보고싶네요...
    팔순이 넘은나이에 아직도 아빠소리를 듣는사람은 자기뿐이라고 은근 좋아라하시고... 늦둥이로 저를 보신걸 인생의 큰 행운이라 고백하시는 우리아빠....

    아흐,...댓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 9. 김혜경
    '07.10.25 11:09 AM

    그린님..늦었지만..생일 축하해요...

  • 10. 늘푸른
    '07.10.25 11:42 AM

    그 애뜻한 마음....

    저 또한 딸(4형제중 셋째) ...늘 서운한 맘( ㅎㅎ 아들만 귀히여기는 친정 부모님)

    그치만

    혜경쌤님 글 읽으며

    부모님 돌아가시기전에 후회없이 할려고....

    감사한 기억만 떠올리며 잘하려 노력하네요.

    부끄런 맘 깨우치게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늘 고명딸 애끼시는 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 11. 테디베어
    '07.10.25 11:55 AM

    선생님 넘 많이 울지마세요.

    그래야 어버님도 하늘에서 울지 않으실거예요 ㅠ.ㅠ

    쓸쓸하고 구름낀 가을날..... 더 우울해지려합니다.

    힘내시구요 점심 맛있는 거 잡수세요...

    저도 이제부터라고 양가 어른들에게 잘해야겠습니다.
    이젠 결혼11년차 한번씩 어머님 못마땅한 소리 하시면... 한번씩 짜증도 내고 했거든요 ㅠ.ㅠ(간 큰 며눌)...

    한번 뿐인 인생.....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겠습니다.....

    이상 샘글읽고 횡설수설이었습니다^^

  • 12. 선물상자
    '07.10.25 12:01 PM

    제비꽃이 참.. 맘을 쓸쓸하게 하네요..
    아마 선생님이랑 어머님 보시고 맘아파 하지말고 울지 마시라고
    그리 이쁘게 피워놓으신거 같은데..
    이제 울지마시고 씩씩하세요~~~~!!!
    어머님께 드리는 아버님의 결혼기념일 선물이 아니었을까도 싶네요...

  • 13. 예바다
    '07.10.25 4:34 PM

    제비꽃모습속에서 딸을 생각하시는 아버지의모습이 떠오르네요.
    샘님!이 아버지이야기를 올리시면 저또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의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그립네요. 아무리 보고싶고 그리워도 세상에선 살아서 도전히 갈수 없는곳인것 같아요.
    그곳은~

  • 14. 그린
    '07.10.25 11:02 PM

    현석마미님...
    저도 어머님 환갑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늘 현석마미님의 간편장아찌 잘 해먹는데 이렇게나마
    인사드리네요.^^

    그리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 15.
    '07.10.26 3:06 AM

    저도 아버지 돌아가신지 3년 좀 더 되었는데..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요.
    산소라도 함 가봤으면..부여잡고 혼맥이라도 계실텐데..실컷 울었으면..
    선생님 부럽기도 하고..
    그리고 안쓰럽기도 하고..
    동생더러 저 대신 산소가서 많이 많이 쓰다듬고 오라고 이멜했답니다.

  • 16. 똥그리
    '07.10.26 4:57 AM

    부모가 자식을 그리워하는 것이나
    자식이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이나
    언제나 그 그리운 마음을 함께 느낄 때면 마음이 무너져내립니다.
    비석을 쓰다듬으며 한동안 눈물 흘리셨을 두분 생각하며 저도 같이 울고요...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자주 하는데 자주하면서도 요즘은 예전과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아요.
    목소리에 힘도 떨어지시는 것 같고 나이를 드시는 것을 실감하네요.
    올말은 힘들 것 같고 내년 초라도 한국에 다녀올까 하는데
    이번에 가면 정말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세월이 흐른다는 게 이렇게 싫을 수가 없습니다...

  • 17. 소박한 밥상
    '07.10.29 12:29 PM

    부모님에게도 남편에게도 잘하는 김여사는
    복 많이 받을 것임 !!!!!!!!!! (배여사 올림)

    며칠 전 초등 남자동기가 길에서 배여사 !!라고 불러서 깜짝 놀랐었음 ^ ^*

  • 18. 토끼엄마
    '07.10.29 4:06 PM

    우리아빠, 제가 선생님 나이 만큼 되었을 때 까지 건강하게 계셨음 좋겠습니다. 지금처럼요.
    별로 다정하지도 않고, 따뜻한 밥상도 거의 못차려 드리는 무심한 제 모습이 저도 참 싫답니다.
    선생님의 아버님 글을 보면... 참 마음이 아립니다.
    엄마아빠께 잘할꺼에요. (쓰윽~ 눈물한번 닦아봅니다)

  • 19. zz;;
    '07.11.2 12:33 AM

    눈물 펑펑~~
    결혼후 처음엔 하루에 한번 엄마 얼굴 안보면 안될것 같아..무지 쪼르르 다녔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번 얼굴보여드리는것도 힘드네요..
    정말 깊이 반성합니다..
    매일 매일 막내딸 기다리신다는데~~내일은 꼭 엄마한테 가봐야겠습니다..

  • 20. mimi
    '07.11.12 10:30 PM

    목어국??혀찔려요??조심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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