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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오늘 먹은 국수들

| 조회수 : 13,084 | 추천수 : 72
작성일 : 2007-08-25 22:17:43


며칠전(지난 23일), 시어머니를 모시고 kimys와 영종도의 을왕리 해수욕장엘 다녀왔습니다.
뭐, 해수욕하러 간 건 아니고..시어머니께 여름이 다 가기전에 바닷바람이나 쐬어드리려고 갔었어요.
을왕리에서 발목까지만 바닷물 맛 보여주고, 회도 사먹고 그랬습니다.
간김에 배에 차를 싣고 무의도까지 갔다왔구요.
저희 시어머니, 참 좋아하시대요. 그런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즐겁기도 하고..또 슬프기도 했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세상을 뜨시기 얼마전, 설날 다음날이었습니다.
명절 다음날 인사가면 늘 나가서 밥을 먹습니다.
늙으신 장모님이 차려내는 밥, 앉아서 받아먹기 면구스런 사위의 배려죠.
이날도 이른 저녁을 먹을까 하고 오후에 친정엘 갔는데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지금 서해바다 가는거야?"하시는 거에요.
서해바다 하면, 전 강화도나 아니면 안면도나 뭐 이런 곳을 생각하고는,
"서해바다? 아버지, 지금 못나가요. 잘못나갔다가는 서울로 돌아오는 차들과 맞닥뜨려서 집에 못와요. 담에 가..."
이러고는 서해바다 못 모시고 갔습니다.
그렇게 금방 제 곁을 떠나실 줄 알았더라면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서 밤새도록 서있는 한이 있어도 가는 건데....




아버지 떠나신 후,
한동안은 서해바다 못보여드리고 가시게 한 것 때문에 늘 뭔가가 얹혀있는 것 같고, 때로는 미칠 듯 괴로웠더랬습니다.
혼자 있기만 하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살던 시절의 어느 날,
친정어머니께서 영종도 신공항 옆에만 가도 제법 그럴싸한 바다가 있다고 하시는 거에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을왕리를 가보니,
불과 저희 집에서 30~40분 거리에 그렇게 제대로 분위기가 나는 해수욕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었어요.
엄마는 잠시 바닷가 해송 숲에 앉아 계시라고 하고,
저는 사람 별로 없는 모래사장으로 나가서 미친 여자처럼,
"아버지 미안해, 여기에 이런 바닷가가 있는 줄 몰랐어.이런데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모시고 왔었을 거에요, 그날..."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버지 미안해..아버지 미안해....

아버지가 받을 수도 없다는 걸 알면서 아버지 핸드폰으로,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세요?'하는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엄마랑 찍은 사진 포토메일로도 보내고 했습니다.
그 무렵에...
정신을 놓고 운전하고 다녀서 맨날 접촉사고 내고, 심지어 가벼운 교통사고도 내고...
식구들이 걱정 많이 했었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을왕리를 다녀온 후,
우리 시어머니도 한번 모시고 갔으면 하는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그게 마음뿐 시간이 잘 나지 않던 차에
지난 목요일에 시간을 쪼개서 길을 나섰었습니다.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뵈니까, 정말 잘했다 싶었어요.

8월들어서 벌써 상가에 문상을 다녀온 것이 세번째입니다.
후배의 시아버님께서는 심장마비로 주무시다 가셨다고 하는데...참, 그 애통함이 뭐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연세가 올해 여든아홉, 바다구경을 몇번이나 더 하시려는지...
여름이면 맛있게 드시는 콩국수를 몇해 여름이나 더 드실 수 있으려는지...

맘 같아서는 KTX 못타보신 어머니를 위해서, KTX로 부산에 가서 회 한접시 사먹고, 자갈치시장 구경도 하고 싶고,
청계천 관광용 이층버스도 태워드리고 싶고,
오늘 아침  TV에서 본 단양팔경도 구경시켜드리고 싶지만..
마음만 앞설뿐, 몸이며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서....그래도 시간을 내봐야하는건데...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mileann
    '07.8.25 10:29 PM

    글을 읽으면서 저도 저희 부모님 생각을 했습니다.
    잘 해드려야 하는데...

    국수를 너무 좋아하는데...이 밤에 짜장면에 눈길이 가네요.

    1등~^^

  • 2. 영영
    '07.8.25 11:11 PM

    가슴이 찡하네요
    중국을 평생소원으로 간직하고 계시는 친정아버지 꼭 모시고
    낼 이라도 떠나고 싶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걸리는게 많을까요
    애들 학교 신랑 밥 해 먹이는것 이런거 다 미루고 당장에 떠나야 되는데
    아버지 떠나고 나면 저도 가슴을 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나 않을까요

  • 3. 유리
    '07.8.25 11:37 PM

    이제는 운전 잘 하시리라 믿어요. 그 대목에서 마음이 짠해졌어요. 선생님께 사고라도 나면 친정어머님과 가족들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어요. 예전 일을 지금에서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도 깜짝 놀랐답니다. 선생님 힘 내세요. 82쿡 가족이 있잖아요^*^

  • 4. 뿌니
    '07.8.25 11:37 PM

    저도 찡... 하네요....
    요리뿐 아니라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까지...
    흑... 전 선생님 발뒷꿈치도 못따라가네요...

  • 5. 적휘
    '07.8.26 1:18 AM

    저두 울먹거렸어요...
    평생 잊혀지지 않을 그럴 일이 되겠죠..
    저도 잘해드려야 될텐데..

    가뜩이나 요즘엔 멀리 떨어져 사셔서 항상 걱정되고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싶고,
    가족여행도 어렸을 때 이후로 못가봐서 제주도 여행 가자고 해도,
    어머니가 하시는 일이 있어 며칠 시간내기도 힘들어요..
    시간 날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다시 시도해봐야겠어요

  • 6. Pinkberry
    '07.8.26 6:44 AM

    그릇에 담긴 콩국수가 참 고소해 보입니다!!
    혜경샘의 그 마음
    좋은곳에 계신 아버지께서 들으시고
    이해해주셨을거예요.....
    좋은 딸이세요....^^

  • 7. 나팔꽃
    '07.8.26 8:13 AM

    제가 희망수첩을 좋아하는 이유...
    요리정보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든든한 그 무언가가 있기때문입니다....

  • 8. 플로라
    '07.8.26 8:21 AM

    맨날 부모님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살아온 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 9. 크레센도
    '07.8.26 2:14 PM

    그릇도 예술이고
    샘님의 마음도 예술입니다...

    저는 금욜밤 아니 토욜 새벽에 입원했다가
    어제 밤에 나왔어요...
    먹기 싫은것 억지로 꾸역꾸역 대충 먹었더니 그것이 잘못되었는지...

    에공 좀 더 부지런해야 겠어요...
    그놈에 귀쟈니즘땜시...

    샘님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참 감동입니다....
    사실... 좀 닮아 가고 싶어서 희망수첩에 꼭 들릅니다...

    일때문에 컴 켰다가 방앗간에 드렀다 갑니다.
    힘(?)좀 주세요...샘!

  • 10. chatenay
    '07.8.26 2:29 PM

    샘...............
    그냥 애잔한 맘이 들어 이렇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 11. 그린
    '07.8.26 4:48 PM

    선생님 글 보면서 저 또한 가슴이 멍~ 해집니다.
    전 엄마가 너무나 일찍 가시는 바람에
    엄마랑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 해봤거든요.....ㅜ.ㅜ

    이렇게 더운 날 시원하게 사우나하면서
    엄마 등도 밀어들이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싶건만.....

    정말 엄마께 제 손으로 따뜻한 밥 한 그릇 못 해 드려본 저인지라
    그저 선생님 글 보면서 가슴으로 펑펑 울어봅니다.
    이젠 엄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네요....

  • 12. 토끼토끼
    '07.8.26 5:22 PM

    전 혜경님 딸뻘되는 나이인데 어렸을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사실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자고 일어나니 새벽에 누굴 도우러 가셨다가 주검이 되어 돌아오셨어요. 가끔 정말 미친듯이 그리운데 그리워야 할 얼굴, 행동 이런건 생각이 안납니다. 단지 그립다는 생각만 들지요... 혜경님, 아버지께 결혼해서 잘키운 손주도 보여드리고 좋은 모습 많이 같이 하셔서 아버지도 행복한 마음으로 가셨을거에요. 못해드린 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같이한 행복한 추억 생각하시고 못해드린건 그만큼 어머니께 더 잘해드리세요 ^^

  • 13. 샐리
    '07.8.26 7:45 PM - 삭제된댓글

    울컥합니다.
    십수년전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이 복날이었는데 남친 만난다고 나가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연락도 안됐구요.
    두고두고 얼마나 미안한지 지금도 8월 제삿날 근처만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미안해요 아버지 미안해요하고 웁니다. 연애질에 눈멀어 아버지 돌아가시는 줄도 모르고 헤헤거렸을 제가 너무 한심하고 미워서요.
    남편이 된 그 남자 저랑 다퉜다고 지난 제사에 안왔습니다. 도저히 용서가 안돼서 말안하고 삽니다. 그게 그렇게 아내한테 가슴아픈 일인줄도 모르는 남자를 고른 제가 더 용서가 안되네요.
    이래저래 우울한데 혜경샘 글 보니까 더 눈물이 나네요.

  • 14. 바하
    '07.8.26 8:46 PM

    저희아버지 가신지 13년되지만
    어제일 같으네요..
    울아버지,푸른 동해바다가자고하시는데,
    중3딸 시험걱정에 못갔씁니다."아버지 담에가요"하고는요
    호주에서 그 딸들뒤바라지한다고 가서는
    너무 흔한 바다보이면 아버지도 보였지요..

  • 15. imshalalala
    '07.8.26 9:43 PM

    올해 대장암으로 2년 투병중이시다 3월 30일날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시집을 제주도로 와서 돌아가신 다음,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올 여름에야 친정집에 들렀습니다.

    공항에서 차를 타는순간 차안에서 나는 아빠의 향수냄새.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수건을 닦는데 수건에서 나는 아빠 살내음.

    정말이지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돌아가실때 힘껏 제 손을 잡으시며 '아 내딸 봐서 너무 좋다'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계속 떠오릅니다.

    선생님의 맘이 제맘 같아 글읽고 또 눈물이 나네요,

  • 16. 샤이
    '07.8.26 10:09 PM

    참~ 이렇게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한다는 말과 글을 읽으면서도
    내 부모는 건강히 오래 사시리라 믿는것이 세상의 어리석은 자식들인가 봅니다.

    내일해드리면되지, 다음에 시간나면 해드려야지 하다가 못하게 되고
    후회하는 어리석은 자식~ 여기 또 있습니다.

    어제 아침 아빠 쓰러지셨다는 언니전화를 받고 가는 길이 왜 그리 먼지...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목숨 건 곡예운전으로 갔습니다.
    응급실의 상황을 핸드폰으로 실황중계로 듣는 기분이 딱 죽고싶은 심정이더군요
    몇번의 실신과 부정맥, 계속되는 구토로 심폐소생술과 전기 충격기 ....
    심근경색의 징후였고 빨리 병원에 안 왔으면 정말 위험한 병이였습니다

    응급처지가 잘되어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점심에 죽드시고 저녁에 밥 드셨다는 말에
    세상을 얻은것 같아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잘 해내리라 믿고~
    내 부모 영원히 내곁에 건강히 계시지 않는다는 것... 명심하자구요

  • 17. lake louise
    '07.8.26 10:09 PM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참 좋은신 분이십니다.
    저도 부모님께 더 효도해야겠습니다.

  • 18. 프로방스
    '07.8.27 9:26 AM

    부모님 살아 생전에 효도해야하는데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 많은지
    항상 뒷전이 되고 말지요. 마음이 찡하네요.

  • 19. 잠오나공주
    '07.8.27 10:13 AM

    글을 읽는데 눈물이...
    부모님께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20. 후레쉬민트
    '07.8.27 10:15 AM

    방울 방울 눈물만 ...

  • 21. ilovehahaha
    '07.8.27 10:56 AM

    네..저도모르게 핑.. 도네요..ㅜ.ㅡ
    단양 참 좋습니다. 한번가보곤, 해마다 가는 곳이지요..
    꼭 한번 모시고 가보세요..

  • 22. 모야
    '07.8.27 3:49 PM

    ~아버지 미안해 여기에 이런 바닷가가 있는 줄 몰랐어
    이런데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모시고 왔었을거예요 그날~아버지 미안해 아버지 미안해~~

    아~~~여기 너무 울리네요
    지금 뉴욕에서 이걸 읽고 울고있습니다

    다시 도리킬 수 없는 지난날~
    샘님은 효녀시니 넘 마음아파 마셔요

    항상 샘님께 배우고삽니다 !!!

  • 23. 엘레나
    '07.8.27 4:02 PM - 삭제된댓글

    결국 눈물 한방울 떨구고 가네요...

  • 24. mulan
    '07.8.27 4:07 PM

    늘 한다한다 해도 부족하기만 한것이 자식의 부모사랑인가봐요. 늘 넘치고 넘치는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사랑이고 말입니다. 헤궁.... 맘 아파요.

  • 25. 하이디
    '07.8.27 5:46 PM

    국수를 많이 좋아하셨던 내 아버지... 너무나도 그리운 나의 아버지.... 보고싶어요...

  • 26. 콩두
    '07.8.28 10:39 AM

    을왕리보다는 그 바로 옆 왕산해수욕장이 참 좋답니다. 차로 1분거리죠

  • 27. 김명진
    '07.8.28 12:08 PM

    결혼전 아빠가 지금 신랑을 한두번 보시고는 낚시를 같이 가고 싶다 하셧는데 그걸 못간게..저는 아주 한으로 남습니다. 이글을 보니 저마다 가슴에 작든 크든...아픔이 있네요

  • 28. 수다맘
    '07.8.28 3:41 PM

    올 3월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나서
    펑펑 울고갑니다

  • 29. 코끼리
    '07.8.28 4:58 PM

    저도 울고 갑니다...

  • 30. Irene
    '07.9.3 3:58 PM

    두고두고 가슴에 남죠.
    저희 시아버님은 부산 기차여행을 그렇게 가고싶어 하셨는데...
    조금이라도 기운 있으실 때... 기차여행은 못해도.. 하다못해 공원에라도 다녀올 걸 그랬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남아계신 분에게 더 잘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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