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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날씨와는 좀 어울리지 않았던 [문어 무침]

| 조회수 : 11,062 | 추천수 : 69
작성일 : 2007-03-29 20:25:50


오늘은 날씨가 진짜 이상하죠?
아침에는 아주 화창하더니만...조금씩 흐려지더니, 지금은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고...
아참..어제 우박 내리는 거 보셨어요??
저는 그때 광화문 교보빌딩 1층에서 점심 먹고 있었었요.
창가 자리라서..그 쏟아지는 우박을 너무나 생생하게 목격했답니다.
사진도 찍었는데...유리창을 통해서 찍은 탓인지 묘사되지는 않았어요.
암튼...그렇게 쏟아지는 우박을 그렇게 생생하게 본 것이 그 얼마만인지....

오늘은 날씨가 꾸릿꾸릿해서..맘 같아서는 메밀반죽을 널찍하게 부친 다음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친 김치를 올려놓고,
돌돌 말아준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먹는...메밀전을 먹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메밀부침가루가 없는 거에요, 분명히 있는 줄 알았는데...아무리 뒤져도 없어서...포기했는데...
끝내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서 , 생선매운탕 끓이고, 문어 다리 하나만 뜯어서 무쳤어요.
오이 양파 당근 깻잎 대파 등등 손에 잡히는 대로 채소를 꺼내서 썰고, 문어도 얄팍얄팍 썰어주고,
그리고 매실액과 매콤무침장, 식초를 넣어서 무쳤어요.

날씨가 화창한 날 어울릴 만한 반찬이었지만....뭐..그냥저냥 먹을만 했어요...^^



p.s.

kimys가...어둡다고..아버지 이야기 더 이상 쓰지말래요...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그래도..소식만큼은 전해야할 것 같아서요.

아버지, 지난 월요일날 퇴원하셨어요. 내시경도 안하셨어요.
CT상으로 담관의 결석이 안보여서 내시경 하려했는데..안해도 괜찮다고 해서 모시고 왔어요.
며칠동안 금식으로 너무 지치셨고, 얼마 남지도 않은 시간, 병원에서 보내시게 할 수는 없잖아요.

의사선생님께서 "환자의 상태가 더 좋은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이 제일 좋은 상태입니다. 해드리고 싶은 거 있으면 오늘 해드리세요",
이러시는데....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날씨가 화창해서, 모시고 바깥 바람이라도 쐬어드려야겠다 싶어서 갈현동에 갔는데,
날씨가 흐려지고 이슬비도 살짝 오는 거에요.
날씨가 맑지않아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맘 먹은 김에 모시고 나와서 드라이브했어요.
아버지, 너무너무 좋아하시네요.
집에서 차까지 몇발자국 안되는 거리도, 다리에 힘이 없고 숨도 가빠서  걷기 너무 힘들어 하시지만 일단 차에 타시니까...너무 좋으시대요.
그래서, 차타고 움직이실 수 있을 때까지 모시고 다닐거에요.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바다도 보고...그럴 거에요.

저...괜찮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아직도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있고, 제가 아버지께 해드릴 일이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ulan
    '07.3.29 8:32 PM

    앗...1등

  • 2. mulan
    '07.3.29 8:33 PM

    네에~ 힘내십시오.!~ 화이팅을 외쳐드려도 될런지....^^ ;;

  • 3. 노엘&왕언니백도사
    '07.3.29 8:36 PM

    네...저도 기운내시라 응원합니다.

  • 4. 제비
    '07.3.29 8:49 PM

    쌤~~힘내세요..이말밖에는 드릴수가 없네요..
    힘내세요~~

  • 5. 내일은 ...
    '07.3.29 9:31 PM

    선생님의 절절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제게로 전해져 옵니다.
    날씨도 그렇고...잔인한 봄날입니다...

  • 6. jennifer
    '07.3.29 9:43 PM

    그래도 부모님 안계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아직 감사할 수있고 기회가 있으시네요.
    힘 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머나먼 타국에 있으니 편찮으신 저의 부모님 생각하면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 7. 재키 송
    '07.3.29 10:22 PM

    힘내세요 선생님 ...

  • 8. 임정현
    '07.3.29 10:34 PM

    마지막 말이 더 맘이 아프네요.
    "저...괜찮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아직도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있고, 제가 아버지께 해드릴 일이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내세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시게..

  • 9. 시울
    '07.3.29 10:43 PM

    어제 오늘 글이 없기에....
    혹시나.. 했는데...
    힘내시구요... 저도 많이 배워갑니다...

  • 10. ebony
    '07.3.30 12:02 AM

    생의 이별이야 어떻게 찾아와도, 비록 조금 늦출 수 있다 해도 역시 슬픈 일일 수밖에 없겠지만,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서 마지막 시간들을 어떻게든 아름답게 장식한다면 눈물 흘리면서도 미소 지으며 아버님을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부디 못 다 해드린 일들로 한 맺힌 눈물 흘리시지 않도록 끝까지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11. 제제의 비밀수첩
    '07.3.30 12:21 AM

    늦은밤 혼자서 컴앞에 앉아있는데 선생님 글 보고 울컥 눈물이 나네요. 다 같이 부모 계신 자식의 입장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맨날 저만 나이 먹는 줄 알다가 문득 부모님 가끔씩 생각하면 부모님 연세 드시고 한곳 한곳 몸 고장나시고....... 여간 마음 아픈게 아닙니다. 선생님 마음아프시면서도 글 올려 주셔서 저도 다시한번 더 멀리계신 친정부모님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아버님도 힘내세요.

  • 12. 등대
    '07.3.30 12:58 AM

    도시락 글을 일고 가슴이 먹먹해서 한줄도 못쓰고 그냥 접었었는데...
    힘내세요..
    그리고 가족간의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항상 잊지마시구요.

  • 13. 루비
    '07.3.30 4:22 AM

    오늘 봤더니 개나리도 군데군데 피었더군요..바쁘다고 있고있었는데도 봄은 생각보다 우리옆에 성큼 다가와있었나봐요.. 이제 곧 개나리,진달래, 벚꽃,목련,철쭉,라일락들의 찬란한 향연이 시작될테니 아버님과 함께 좋은 추억 많이 많이 만드세요..
    선생님같은 착한 따님을 두셔서 아버님도 참 행복하실거에요..

  • 14. 루비
    '07.3.30 4:26 AM

    참 쌩뚱맞죠? 분위기가 아닌데 오타가 났어요..ㅜ.ㅜ 수정도 안돼고 ..
    요즘 정신이 없어 쌍자음도 잘 안눌러지더니 결국엔 맞춤법도 모르는 무식한 아짐처럼 '잊고' 가 아닌 '있고' 가 돼버렸네요..
    한번 웃고 가자는 건가 부죠? ^^;; <-식은 땀..

  • 15. 조선희
    '07.3.30 7:35 AM

    힘내세요!! 의사의 말이 명언이네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은 없다는....
    좋은 시간 많이 함께하시고 사랑한다는 말씀 아끼지 마세요.

  • 16. 또하나의풍경
    '07.3.30 8:41 AM

    그러게요..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명언이세요...
    씩씩해지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 모습에 저는 코끝이 자꾸 시큰해져요 ㅠㅠ
    선생님 말씀대로 아직 아버지께 해드릴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것에 감사드려야죠..^^
    언제나 멋지신 선생님...존경해요..

  • 17. 청솔
    '07.3.30 9:05 AM

    나이를 떠나 가족 중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지요.
    제 친정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이 되셨어요.
    지금까지 아버님 곁에 계실 수 있다는 걸 복으로 여기셔도 될 거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부터는 하루 세끼 밥으로 식사를 못하시고 카스테라 입에 녹여 드셨어요.
    그 당시엔 어떤 음식도 아버지에겐 도움이 되질 못했었죠.
    돌아가신 후부터 카스테라는 저에겐 기피 음식이 되었어요.
    보기만 하면 목이 메어서요.

  • 18. lorie
    '07.3.30 9:05 AM

    몇일전 남쪽 동네에 갔더니, 정말 기온차가 확~ 나더라구요..
    꽃이 만발하게 피었더라구요...꽃들을 보면서, 어찌보면 좀 서러운생각도 들고,,,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화이팅~

  • 19. 레안
    '07.3.30 9:56 AM

    눈물날려고 해요ㅠ.ㅠ 글구 반성도 많이 되네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는 가깝게 지내지 못해서 지금껏 별로 살갑지 못하거든요. 잘해드려야 하는데 맘 먹었다가도... 그러네요. 힘내세요. 아자!

  • 20. 미영
    '07.3.30 1:04 PM

    십몇년전에 저도 드라이브 그렇게 다닌 기억이 납니다. 운전도 초보수준이였구요.
    날씨가 당분간 화창해야 할텐데요.
    그래서 즐거운 나들이가 되시길 바랄께요..

  • 21. 비타민
    '07.3.30 2:24 PM

    정말..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일들이 있는것 같아요...
    그냥 운명처럼 받아 들일수 밖에 없는.. 그런 일이요...

    서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과정이 참 씁쓸하고 슬프지만... 그래도 힘 내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니까요...

  • 22. 아이사랑
    '07.3.30 2:39 PM

    함께하고 있는 이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아픈마음보다는 아낌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랄께요..
    이렇게 많은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위로해드리고 기도해드리고 있어요..
    이 거대한 조직의 믿음으로 앞으로 더 건강하시고 좋은일이 많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 23. 최정하
    '07.3.30 4:38 PM

    일부러라도 씩씩한 모습 보이려는 선생님이 자랑스럽습니다. 힘내세요.

  • 24. cookie
    '07.3.30 4:49 PM

    지금도 정말정말 잘해드리고 계시지만, 그래도 혹여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잘해드리세요..
    힘내시구요..^^

  • 25. Irene
    '07.3.30 5:52 PM

    선생님.. 잘하셨어요.
    저.. 아버님 떠나보내드리고 젤 후회한게 뭔지 아세요? 자동차 운전을 잘 배워놓지 않은거요.
    면허는 96년에 땄는데.. 장롱면허거든요. 지금까지 총 운전시간이 한 30시간쯤...

    아버님이 해운대에 가보고싶어 하셨어요.
    차라도 운전했음 쉬엄쉬엄 모시고 갔을텐데.. 혹여.. 많이 힘들어 하심
    그냥 소래포구나 인천쪽이라도 모시고 갔을텐데..
    "좀 좋아지면 가세요 아버님.." 그러구는 결국 그냥 떠나시게 했지 뭐에요.
    결혼 하자마자 외국에 나가 지내고.. 겨우 6개월 같이 살았는데도...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지 뭐에요.

    선생님 힘 내시구요...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 26. 아진
    '07.3.30 8:42 PM

    그래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저는 아버지 가실 때 가시기 며칠 전에도 그렇게 가실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같이 살지도 않아서 나중에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어떻게 보내드려도 아쉬움이 남겠지만요... 요즘 아버지 생각 참 많이 나네요..감사합니다.

  • 27. 은파각시
    '07.3.31 9:23 PM

    항상 눈팅만 하고 갔지요..
    오늘선생님이 아버님을 생각하시는 모습에서
    지난 날에 제가 생각나 많이 울었습니다.
    윗분 말씀대로 아직 시간이 있으시니 잘 해드리세요..
    전,,두고두고 후회하면 살고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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