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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윷놀이 저능 [설날 저녁 반찬]

| 조회수 : 14,817 | 추천수 : 113
작성일 : 2007-02-19 21:07:40
설 명절 잘 보내셨어요??
연휴가 너무 짧아서, 시골 집에 귀향하셨던 분은 오고가고, 많이 피곤하실 것 같네요.
이제..푹 좀 쉬세요.

제가 명절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밥상은 명절 저녁입니다.
명절 저녁 시누이들 가족들이 모두 오거든요.
백년손님인 사위들이 셋이나 오는데, 살림을 하지않는 우리 시어머니를 대신해서 한가지라도 정성스럽게 더 준비하곤 하죠.
차례 음식인 산적이나 전, 나물로 밥상을 차려주는 시동생네 식구들과..다소 차별을 합니다..하하..
그래서, 시동생네 가족들도 못가게 잡죠, 저녁엔 더 맛있는거 해준다고...^^
시동생네 식구들, 다른 약속들이 있으면 그냥 가는데..이번에도 네째 시동생네 가족들이 남아줘서,
세 시누이의 가족과 네째네, 그리고 우리...좋은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이번 설 저녁의 메뉴는, 전 나물 생선 등 차례상에서 내려온, 누구네라도 먹는 음식에다가,
차례상에 항상 올리는 꼬막과 식구들이 좋아하는 매생이국, 그리고 언제나 준비하는 갈비찜과 샐러드 외에,
중국식 해물잡탕과 해파리 냉채를 준비했습니다.




해물잡탕은 집에서 불린 해삼에, 작은 갑오징어, 새우, 초고버섯, 표고버섯, 죽순을 넣고 볶았어요.
접시 가장자리는 데친 청경채를 두르고.

해삼은 집에서 불려서 썼고,
작은 갑오징어는 마포농수산물 시장에서 손질해서 냉동상태로 파는 걸 사다 썼어요.
사실 이 작은 갑오징어를 가지고, 새로운 요리를 해보려고 했던 건데..그냥 설날 썼어요.
오징어나 쭈구미나 낙지 등 다른 연체동물들은 너무 오래 조리하면 질겨지고 맛이 없어지잖아요?
그런데 이 작은 갑오징어는 더 부드러워 지는 것이, 볶음 요리에 넣으면 좋아요.

새우는 손질해서 냉동해서 파는 걸 해동해서 썼고, 표고버섯은 마른 걸 불려서 썼어요.
죽순은 항상 비축하고 있는 통조림을 썼고, 그리고..제대로 기분내려고 초고버섯도 썼어요.

'초고버섯이 뭐지??' 하고 궁금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사진에서 가운데 잘 보이는 둥그스름한 것이 초고에요.
중국요리에 많이 들어가잖아요.
통조림 상태로 파는 걸 사다 썼어요. 이 초고버섯 하나만 더 넣어도, 더욱 중국요리 스러워진다는..^^;;  
초고버섯 통조림 잘못사면, 너무 알이 작은 버섯이 들어있어서 좀 속상한데..이번에 산 통조림은 딱 맘에 드는 사이즈였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 32㎝ 초대형 웍에 했는데...하나도 남지않아...저는 간이 맞았는 지 안 맞았는지...한조각 먹어보지도 못했다는..
그래도...너무들 잘 먹어줘서...안먹어도 한 접시를 모두 먹은 듯 아주 기뻤다는...^^




해파리냉채는 송화단과 해파리 오이만으로 했어요. 소스는 마늘소스를 했구요.
해파리는 중국재료상에서 파는 걸 사서 썼는데..품질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제 낮에 해파리 손질하면서 느꼈던 거...
따뜻한 물에 넣고 자꾸 씻으니까 소금기도 잘 빠지고 따로 데쳐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송화단은 며칠전 중국재료상에서 10알에 2천5백원주고 구입해서 냉장고 안에 보관해뒀었어요.
이 송화단을 6등분해서 곁들이니까...중국음식 분위기 제대로 나던걸요.
오이는 오랜만에 회전채칼 꺼내서 썰었구요.


제가 가족들에게 중국요리를 해주는 건 주로 kimys의 생일날인데..이렇게 설날 저녁, 이런 반찬들을 하니까,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뭐 부족한 것이 없나 살펴보다가 kimys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 사람 얼굴에 만족스런 빛이 마구마구 흐르고 있는거에요.
기분... 좋겠죠...자기 형제들과 형제의 가족들에게 뭔가 맛있는 걸 먹이는데...왜 기분이 안좋겠어요?
그 사람이 기분 좋은 걸 보니까..저도 좋구요..




갈비찜이나 고기 구이에 저는 꿀과 설탕을 섞어씁니다.
그런데 토종꿀은 특유의 향이 있어서, 자칫 음식 맛을 해치기 쉬워서 토종꿀은 그냥 타서 마실 때나 먹고,
따로 아카시아꿀 등 양봉꿀을 음식용으로 따로 사다 써요.
그런데..그러다보니, 집에 토종꿀이 꽤 여러병 있는 거에요. 토종꿀 다 쓰고 양봉꿀 사지 싶어서, 토종꿀은 갈비 양념에 넣었는데..
아뿔싸...토종꿀의 향이 너무 강한 거에요.

비싼 갈비 망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습니다. 그것도 갈비가 좀 많아서 큰 냄비에 넘치도록 담아서 했거든요.
다행히 꿀 냄새 안나고..너무 맛있었다고.
갈비를 재울 때 황률을 같이 재웠고, 끓이면서 대추를 좀 넣어줬는데..그래서 그랬는지...




저희 집 차례상에 빠지지않고 오르는 꼬막, 시누이들이 꼬막을 모두 좋아해서 넉넉하게 준비했다가 저녁에까지 상에 올립니다.

지난 제사에 이어 우체국 홈쇼핑에서 샀는데, 벌교 꼬막이래요..진짜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는 설 1주일전에 택배로 받아서, 받은 그 상태 고대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했어요.
그랬다가 설 전날 깨끗하게 씼어서 다시 김치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설날 아침에 삶았어요.
꼬막, 너무 잘 삶아지고, 너무 맛있다고..

꼬막 요리의 비결은 꼬막의 껍질을 깨끗하게 잘 씻는 것이 첫째, 잘 삶는 것이 둘째입니다.
참꼬막은 꼬막껍질에 잡힌 주름사이사이 어찌나 뻘흙이 많이 붙어있는지..열번 넘게 씻어야 좀 개운할 정도죠.
손힘 좋은 다섯째 동서가 아주 잘 씻어줬어요.
삶는 건..저희 어머니께 배운 대로 끓는 물에 꼬막을 넣은 후 계속 저어줬어요.
맨위의 꼬막이 입을 벌릴까 말까 할 때까지 저어준 다음 불에서 내려 체에 쏟아붓고, 찬물로 샤워 시켰어요.
양이 너무 많아 두번에 나눠서 삶았는데... 두번 다 비슷한 정도로, 꼬막 속살이 탱탱하게 살아있을 정도로  잘 삶아졌지요.


어제 낮에는 우리 시어머니와 다섯째 시동생이 한편, 네째 동서와 조카딸이 한편, 그리고 kimys와 제가 한편이 되어 윷놀이를 했습니다.
윷놀이가..고스톱보다 재미있던데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는 한번도 1등을 못해봤다는 거..
저 아무래도...윷놀이 저능인가봐요...ㅠㅠ...

저녁에 모인 식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번만 일등해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더니,
막내 시누이가 제 소원풀이 해준다며 다시 판을 벌렸어요.

이번에는 저랑 큰 시누이의 작은딸이 한편, 네째 동서와 조카딸, 둘째 시누이와 그 집 큰 아들, 세째 시누이와 그 집 막내,
이렇게 네팀이 했는데..또 한번도 못이겼어요.
이기기는 커녕 번번히 꼴찌..그러다가 막판에 2등 했는데..그게 제일 좋은 성적입니다.
수십년만에 하는 윷놀이라 그런지...아니면 말을 쓰는 전략이 잘못된 건지..아니면 윷을 잘 못던지는 건지..아님 머리가 나쁜건지...
ㅠㅠ...지기는 했지만..그래서 천원짜리 내기에서 '돈 내는 기계'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돌아가는 식구들을 배웅하면서..돌아오는 추석에,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윷놀이 2차전을 갖자고 했어요.
그동안 윷던지는 연습을 좀 해야할 것 같다니까요..^^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나돌리
    '07.2.19 9:14 PM

    정말 대단하십니다.
    기초적인 명절음식 마련하고도
    몸살이 날 지경인 데~
    이제..좀 푹 쉬셔야겠네요^^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82쿡의 무궁한 발전이 있길 바랍니다.^_^*

  • 2. 푸른사과
    '07.2.19 9:18 PM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었어요.
    역시 며느리로서의 명절은 힘이 들더라구요.
    전 올해 처음으로 고스톱을 배웠어요~~ 넘넘 재미있어 어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추석때에 전 고스톱에 다시 도전해보겠어요.

  • 3. 아채
    '07.2.19 9:23 PM

    저. 모두피곤하신기봐요.근 3년 만에 처음 2등이네요.

    윷놀이 정말 좋은풍습이에요. 많은사림이 모두 재밌게 있게 참가 참여할수 있잖아요,
    울 시집은 모두 모이면 30명도 넘어요,
    내년에는 꼭 퀼트로 윷판 만들어가야겠어요. 제 정성이 느껴지도록 ......

    2007년 82쿡의 발전을 기대하며

  • 4. lali
    '07.2.19 9:46 PM

    결혼 13년만에 처음으로 부모님이 저희집으로 오셔서 명절을 보내셨어요 시누이 가족도 함께요

    차례를 지내지않아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먹었는데 바베큐립이 가장 인기있었답니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고만 있어도 배불렀어요

    82cook 덕 톡톡히 봤습니다 감사해요^^

    사이트에 방문하시는 모든분 복 많이 받으시구요

    82cook 도 계속 발전하셔요

  • 5. 잠오나공주
    '07.2.19 10:09 P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송화단.. 쓰읍....

  • 6. vixenhera
    '07.2.19 10:57 PM

    명절 지내신다고 힘드셨을텐데 가족들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시는 선생님을 닮고싶어요~
    열심히 따라 해볼게요. ^.^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_()_

  • 7. 코스모스
    '07.2.19 11:20 PM

    명절 잘 지내셨나요...굉장히 보기 좋은 가족이네요. 저도 어제 벌교꼬막 먹엇는데 진짜 맛있데요.
    새해도 82쿡 발전 빕니다.

  • 8. plumtea
    '07.2.19 11:29 P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구요. 82의 무한한 성장을 빕니다.^^

  • 9. 소금별
    '07.2.20 9:30 AM

    대단하세요... 가족을 위한 새심한배려...

  • 10. 후레쉬민트
    '07.2.20 10:18 AM

    정말 샘님 시댁 분들 무슨 복이 그리 많으셔서 샘님같은 아내 며느리 올케를 보신 걸까요??
    별로 하는일도 없으면서 명절만 지내고 나면 남편한테 엄청 툴툴거리는데 ㅡ.ㅡ;;;
    진실로 닮고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1. Terry
    '07.2.20 10:28 AM

    명절 날 시누들도 다 친정오고 동서들도 다 가는데 막상 본인 친정도 못 가시고 하루종일 동동거리시면 짜증도 안 나시나요? 정말 신기신기..^^
    보통은 그 세월 10년 정도만 해도 한이 맺히는데...
    혜경샘은 정말 하늘이 내린 맏며느리감 이신가 봅니다. ^^

  • 12. 난 복덩이^^
    '07.2.20 10:41 AM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두 내년부턴 맘을 편하게 열어야 할까봐요
    반성 합니다.
    ㅠㅠ.....

  • 13. julie
    '07.2.20 1:09 PM

    저도 설날 이나 추석 저녁은 중국식 요리 한가지 해서 시누님 가족께 대접하는데...
    재료만 준비되어 있으면 빨리할 수 있고 폼도 나고 생색도 낼 수 있지요.
    요번에는 깐소새우했었는데 맛있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지요

  • 14. 연주
    '07.2.20 1:15 PM

    선생님처럼 맘을 넓게 써야 하는데...ㅠ.ㅜ
    설날 오후에 친정 가려고 준비하는데 시누가족들 출발했다는 전화에 다시 점심 차리는데 입 쭈욱 내밀고 남편한테 눈으로 레이져 발사했다죠
    고작 그 설겆이 한번 더하고 왔는데 너무 속상했거든요 ㅋㅋ
    항상 그렇지만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5. 겨울아이
    '07.2.20 2:10 PM

    정말 대단하세요.
    남편분을 얼마나 사랑하시면 그런 경지에 이를지...

  • 16. 파워맘
    '07.2.20 2:17 PM

    와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형님과 저 둘이서 차례상도 아니고 식구들 먹는 음식만 했을 뿐이고 따로 손님도 없었는데도 힘들어 죽을 뻔 했어요
    선생님댁 시누이들이 부러워집니다. 저도 그런 올케 하나 있었으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7. sunny
    '07.2.20 4:14 PM

    어찌하면 그리 하실 수 있는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맘이 있어도 실행하기는 참 어려운 데 말입니다.
    천사가 따로 없으시네요. 선생님이 천사십니다.

  • 18. 산군
    '07.2.21 12:37 AM

    송화단은 냉장고에다 보관하는 건가요?
    제 경험으로는 안에 노른자부위가 오히려 빨리 녹아버리던데요.
    그래서 전 그냥 찬장에 뒀다가 까서 잘라요. 요리를 잘 못해서 손맛이 특히 나오는걸 비켜가다보니 송화단이 저의 주된 안주메뉴에요.
    언제 간단메뉴안주에 올릴께요.

  • 19. 김혜경
    '07.2.21 12:53 AM

    앗..산군님..그래서 노른자가 녹았나보네요...담엔 실온에서 보관해야겠네요..감사합니다...

  • 20. 제제의 비밀수첩
    '07.2.21 12:54 PM

    아이고..... 저도 선생님댁 식구하고 싶어요. 맛있는거 많이 먹고 얼마나 좋을까잉.

  • 21. 캥거루
    '07.2.21 5:14 PM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늘 건강하시고요.
    좋은 음식 많이 만들시고 가족들이랑 단란하게 너무너무 예쁘게 사시는것 같아요.

    아직 새내기 주부이지만..열심히 쫓아가 보려구요.
    갈비찜...아웅..아직 한번도 안해봤는데..조만간 꼭~~~

  • 22. 나미
    '07.2.22 2:47 PM

    안녕하세요....꼬막사진 보고 반가운 맘에 리플 달아요..
    남편이 아주 좋아하거든요...아파트 알뜰장에서 사다가 두어번 해봤는데 반응이 별로네요...
    삶아서 위에 끼얹는 양념장 어찌 만드셧어요? 비법좀 알려주세요...^^;;

  • 23. 김혜경
    '07.2.22 7:45 PM

    나미님..전 그냥 되는대로 넣은대요..^^;;
    진간장에 맛술 조금, 참기름 통깨 파 마늘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등이요...
    다음에 할 때는 양념장도 한번 계량해볼게요.
    그리구요..양념장도 중요하지만 참꼬막으로 하셔야해요. 새꼬막은 맛이 확 떨어져서..
    참꼬막은 잘 삶으면 양념장 없이도 맛있잖아요.

  • 24. 산군
    '07.2.24 3:23 PM

    오~메 샘님이 답글해주시니 가문의 영광? ^^
    가입후 4년만에 일어난 일이어요. ㅎㅎㅎ 담에 뵐기회가 있을때
    " 샘님, 송화단?..."
    하믄 기억해 주실라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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