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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우시장에서도 충동구매! [돼지족발 구이]

| 조회수 : 13,278 | 추천수 : 87
작성일 : 2007-02-09 19:00:27


너무 바빠서, 아버지께는 전화만 드리고, 며칠동안 가질 못했더니,
어머니 말씀이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시고, 기운 없다고 하시고, 입맛도 없다며 잘 드시지도 않는다는 거에요.
이러시면...아니되옵니다...

입원을 40일이나 하시고, 또 퇴원 후 1주일이 되도록 바깥바람을 못 쏘여서 그러시는가 싶어서,
어제는 시간을 쪼개서, 친정엘 갔습니다. 산책은 못하셔도 드라이브는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디 가시고 싶으냐고 하니까 뜻밖에도 "청계천!!" 하시는 거에요.
어젠 날씨도 흐리고, 살짝 비도 오고, 별로 포근한 날씨도 아니고 하니까,
어머니는 "웬 청계천? 차 안에서는 아무 것도 안보일텐데..." 이러시는 걸, 그냥 청계천쪽으로 갔어요.
어머니께는, "어지간한 일 아니면 아버지 뜻 거스르지 말자"고 하구요.

동아일보사앞에서부터 청계천을 따라 쭉 운전해서 갔어요.
물론 청계천이 보일 턱 없지만, 그래도 청계천변의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시다며 어머니, 아버지 모두 기뻐하셨어요.
청계천이 한강이랑 맞닿는다고 하니까..가는데까지 가보자며 쭉 가고있는데...마장동 우시장 푯말이 보이는 거에요.

얼마전, 인터넷으로 보양음식을 검색하다가 '우설편육'을 발견했어요.
설렁탕집에 가서 수육시키면, 어쩌다 한두점 주는 우설, 그거 참 맛있는데..요즘에는 안주는 집도 많잖아요.
보양식이라니까, 한번 해봐야겠다 맘먹고는 우설을 구하고 싶었는데, 단골 정육점이 없다보니 어디서 구해야하나 좀 난감했어요.
며칠동안 궁리만 하던 차에 만난 마장동 우시장 간판!!

아직 아버지가 함께 걸어서 우시장 구경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못되어서, 차에 계시게 하고 저랑 엄마랑만 차에 내렸어요.
엄마는 몇십년 만에 오셨다고 하고, 저는 난생 처음 가봤어요.
한번쯤 가볼 수도 있었는데...주차할 곳이나 있나..주차가 무서워서...엄두를 못냈던 거죠.
그렇다고 차없이 가면 고기를 산다고 한들, 그 무거운 고기덩이 들고 올 수도 없고...

엄마랑 둘이서만 왔다면 느긋하게 실컷 구경했을 텐데, 차에 계시는 아버지 걱정에 구경을 많이는 못했어요.
대신...그 우설을..구했습니다.
우설 1근에 5천원, 우설 하나를 달아보니 3.8㎏쯤 되는 거에요..3만2천원 내라고 해서...얼른 샀어요.
정확하게 따지자면 3만1천원이나 3만1천5백원이 맞는건데...그냥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우설은 주말에 편육해서 아버지 드시게 할 거에요.
우설은 사니까, 엄마는 "갑자기 어떻게 우설 살 생각을 했어?"하시는 거에요.
갑자기가 아니고, 며칠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우설을 사가지고 오는데 돼지족이 자꾸 시선을 붙드는 거있죠?
'이 돼지족..콜라겐 덩어리라 먹으면 피부에 짱인데...', 그래서..족발..충동구매해줬습니당...ㅋㅋ...
족발집에서 요리해서 파는 장족도 있지만 짧은 족 4개씩 묶어서 파는 걸로 질러줬어요. 어찌 요리해먹겠다는 작정도 없이...^^
왜냐면...추억이 서려있어서요...

저 국민학교 다닐 때..그때 후암동 살 때인데요...
겨울엔 밤이 기니까, 엄마가 아버지 밤참으로 이것 저것 준비했는데..그때 집에서 족발도 잘 삶으셨어요.
면도칼로 족발의 털을 벗겨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손질한 다음 그 족발을 삶으셨어요.
밤에 출출해질 때 아버지가 족발을 드실라치면, 잠들지 않고 있던 우리 삼남매 모두 아버지 옆에 들러붙었고,
아버지는 당신 입에 먼저 넣으시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쪼갠 족발을 아이들에게 모두 하나씩 쥐어주셨어요.
다섯 식구가 고개를 맞대고 족발을 쪽쪽 빨았었는데...그게 벌써 40년도 더 전의 일이에요....

그때 생각이 나길래 살이 많아 먹을 것도 많은 장족 놔두고, 한벌(족 4개를 묶은 것)에 겨우 3천5백원밖에 안하는 작은 족을 샀어요.
파는 곳에서 반으로 잘라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어요.

우시장 구경 마치고, 한양대학 뒷편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는데..
아버지가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효도관광이다!!"라고 하시며..
이게 무슨 효도관광이냐고 하니까, 가고 싶다고 하는 곳 군말없이 데리고 와주는 게 효도관광이라고 하시네요..^^


집에 들어와서...이 족으로 뭘할까 하다가..언젠가 TV에서 본 매운족발구이를 하기로 맘 먹었어요.
들어오자마자, 물에 담가서 핏물을 빼고..그리고 한밤중에 삶아서 매운 양념에 재워놓고..
새벽 3시에 잤더니...급기야는 입술이 부르텄네요...요즘 스케줄이 좀 빡빡하기는 했으나..이 정도에 입술이 부르트다니...
인간 김혜경..이제 슬슬 고물기계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족발, 오늘 점심에 구워먹었는데...
장족이 아닌 만큼...살이 없어 먹을 것은 별로 없지만...콜라겐 섭취는 제대로 한 것 같아요.ㅋㅋ
게다가 주재료 값이 겨우 3천5백원이니...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싶구요..

족발구이 레시피 나갑니다.
사진이 다소..혐오스러울 수 있으니까..비위가 약하신 분들...보지 마세용....


◇ 재료



주재료: 족발 1벌(4개, 일반적으로 족발집에서 파는 살 많은 돼지허벅지가 아니라 살없는 돼지 종아리)
향신재료: 된장 1큰술, 계피 감초 황기 가시오가피 등 적당량
양념재료: 고춧가루 2큰술, 토마토케첩 1큰술, 청주 3큰술, 간장 2큰술, 국간장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다진마늘 2큰술,
              굵게 다진  대파 1대 분량, 생강즙 1큰술, 후춧가루 조금

◇ 만들기



1. 족발은 깨끗이 손질해서 찬물에 3~4시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빼요.
  (손질은 발가락 사이의 냄새나는 부분도 잘라내고 발톱도 잘라야 하고 잔털도 벗겨야하는데 요즘은 다 손질해서 팔아요.)




2. 족발이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붓고 센불에서 한번 끓여내요.
   (끓여보면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불순물이 나와요. 이걸 제거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 족발요리가 됩니다.)




3. 한번 끓인 족발은 건져서 물로 다시 한번 깨끗이 닦아요.
  (냄비도 깨끗하게 닦아줘요.)




4. 냄비에 물 2리터 정도를 붓고 펄펄 끓인 다음 향신재료들을 넣어요.




5. 된장을 풀어 씻어 건져둔 족발을 넣어요.




6. 처음에는 센불에서 그다음 중불, 약불로 줄여가면서 2시간 정도 푹 삶아요.
7. 젓가락이 쑥쑥 들어가도록,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충분히 삶아지면 건져서 뜨거운 김을 날린 후 2~4등분 해줘요.




8. 족발에 양념 재료들을 넣어 양념해요. 이 상태로 먹어도 맛이 좋아요.
9. 하룻밤 정도 재워둔 후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구워요.

점심에 먹을 때는 몰랐는데...점심이 좀 늦기도 했지만...족발을 세쪽이나 먹은 탓인지 아직도 배가 꺼지질 않아서...
저녁은 안먹으려고 해요..^^

양념해놓은 족발, 서너쪽 남았는데..그건 굽지말고 쪄볼까봐요..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봉
    '07.2.9 7:02 PM

    어머?1등

  • 2. 시골아낙
    '07.2.9 7:09 PM

    그래서 딸.딸 하는가봅니다.
    저도 남의집 며느리이지만 시부모님께 살갑지는 못합니다.
    여우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곰 같은 며느리이죠..
    친정어르신들께 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친정 엄마에게 살갑게하지도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는 못난 딸이라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그냥 눈으로만 맛 보고 나갑니다.

  • 3. 소봉
    '07.2.9 7:10 PM

    어머나 놀래라~~ 살다보니 저도 이런날이 다 있네요.샘글 다시 찬찬히 읽어 봤어요.저도 어지간하면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먹는편인데 족발은 엄두가 나지 않아 다 만든 것을 사먹어만 봤어요. 일러주신대로 도전해서 한번 만들어먹어봐야겠어요.너무 맛있어보이네요.에구 배고파라~~

  • 4. 예명
    '07.2.9 7:12 PM

    족발도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거군여.
    오늘 첨 알았어여.
    우와 매운 양념 맛있겠어여..
    정말 효녀세여..
    도로 연수 하다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생각들었는데..
    다시 해봐야겠어여.
    언젠가는 울 부모님 태워드리게여..^^

  • 5. 플로라
    '07.2.9 7:14 PM

    정말 효녀이십니다. 저는 언제쯤 부모님께 음식을 해드릴수 있을런지...

  • 6. 샤이
    '07.2.9 7:57 PM

    감동이예요~ 요리에 감동이 있고 테마가 있어요
    부모님을 위한 요리...ㅎㅎㅎ
    그저 신랑 입에 맛난거 넣어주려고 아둥바둥 하는데
    친정가면 시댁에서도 안하는 설거지 시킨다고 투덜거리는 저를 되돌아봅니다
    더 늙으시기전에, 걸으실수 있을때, 딱딱한거 드실수 있을때---- 효도해야죠 반성반성;;;

  • 7. 쌍둥엄마
    '07.2.9 8:24 PM

    선배님~~~!!
    왜 갑자기 선배님이냐구요???
    후암동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요...저두 삼광초등학교 나왔거든요....^^
    전에 쓰신글에 삼광 나오셨다하여 너무 반갑고, 아는 척 무지 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쳐서리....
    학교 안 가보신지 오래 되셨죠??? 수영장은 주민들 운동하라고 체육공원으로 바뀌고, 건물도 두어개
    더 지어지고...암튼 많이 바뀌었답니다....^^
    암튼,
    저두 족발 무지 좋아해서 언젠간 함 해먹어야지 했었는데...
    꼭 해먹어야겠어요....!!

  • 8. 정환맘
    '07.2.9 9:14 PM

    족발하시는거 어렵지 않나요? 울 시어머니가 시댁 내려갈때마다 해주시는데 저두 배워서 나중엔 해드려야 할거 같아서요 선생님 하신거보면 그다지 어려운거 같아보이진 않는데^^;; 아무 정육점 가두 족발은 살수 있는 거지요?

  • 9. 나인
    '07.2.9 10:05 PM

    이밤에 먹구싶은건 어찌...ㅠㅠ 참아야하느니라....

  • 10. 코스모스
    '07.2.9 10:19 PM

    진짜 맛있어 보이네요.ㅎㅎㅎ

  • 11. capixaba
    '07.2.9 11:02 PM

    부모님 위하는 마음이 참 예쁘세요.
    저도 시어머님 감기 끝에 입맛 없으셔서 통 드시질 않는데
    내일은 좀 맛난 거 해서 가져다 드려야겠어요.

  • 12. 핑크홀릭
    '07.2.9 11:16 PM

    우리 아버지도 나이가 드셔서 예전같지 않으신게 넘 맘이 아픈데 그 마음이 느껴지네요~ 제가 한참 어린데도 말이에요~ 암튼 돼지족발 참 땡기네요^^

  • 13. miru
    '07.2.9 11:56 PM

    요즘 희망수첩에 글이 좀 뜸하셔서 많이 바쁘신가 보다 했어요..
    역시, 많이 바쁘셨군요..
    착한 딸도 좋지만 선생님 몸도 좀 돌보셔요...^^

    전 돼지 족발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빨갛게 양념된 족발을 보니, 심히 땡깁니다~

  • 14. mulan
    '07.2.10 1:50 AM

    저도 좀 무언가 해드리는 딸이 되어야겠어요.~ ^^ 저도 너무 침넘어갑니당~ 꿀꺼억.

  • 15. 리디아
    '07.2.10 1:51 AM

    양가 부모님에 관한 글이 올라올때마다 드는 생각이...'아..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다시 하고 반성도 하고 ^^
    늘 반성뿐이지만요 ^^

    오늘 친정 엄마를 만나는데 메뉴를 족발로 할까봐요 ^^

  • 16. heartist
    '07.2.10 2:08 AM

    청계천 2층버스도 있답니다. 애들이랑 밤에 태워줬더니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인터넷으로 예약하시면 안내방송도 잘 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맛도 좋아요
    단... 주말엔 차량통제라 청계천은 얼마 못봐요

  • 17. 산군
    '07.2.10 4:05 AM

    몇일 희망수첩이 공허하길래 쥔장어른이 아프신가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샘님 건강하셔야 해요. 저도 낼 어르신 입원하시게 되서 병원에 가야해요.
    샘님처럼 할 자신이 없네요. 그래도 희망수첩에 올리신 글을 보며 저도 힘낼께요. 요리도 따라하구요.^^;;

  • 18. 코코샤넬
    '07.2.10 4:10 AM

    저만 우설도 맛있고 돼지족도 맛있는줄 알았는데 선생님도 좋아하셨네요 ^^
    아버님께서 음식을 잘 드신다니 넘 다행스럽습니다..

  • 19. 백조
    '07.2.10 4:15 PM

    원래 미니족이 쫀득한게 더 얕은맛이 나는거같아여
    항상 셈 볼때마다 존경스러워요 어쩜 효성이 그케 지극하신지....
    그래도 아버님이 잘드시나봐여 금방 회복하실거같네욤

  • 20. 그린
    '07.2.10 4:17 PM

    안그래도 희첩소식이 없길래 샘 병나셨나보다 했어요.
    아버님 병간호 하시랴 빡빡한 스케줄 소화하시랴
    얼마나 바쁘셨겠어요.
    정말 효도란 게 부모님 원하시는 걸 해 드리는 걸텐데
    쉬우면서도 제대로 못하는 제게는 참 어렵기도 합니다.ㅡ.ㅡ

    그리고 쫀득쫀득한 족발 저도 참 좋아하는데,
    족발은 꼭 사먹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배우고 가네요.
    조만간 마장동으로 한 번 떠야겠군요.^^

  • 21. 제제의 비밀수첩
    '07.2.11 9:14 PM

    아아아...... 지금 배부른데도 족발 넘 땡깁니다.

  • 22. 하얀
    '07.2.12 3:39 PM

    족발 먹고 싶네여...
    돼지족발도 푹 끓여 먹어도 괜찮던데...

  • 23. 라라
    '07.4.1 6:31 PM

    와~ 족발 먹고싶네여 정말...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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