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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外食 대신~~ [오늘 점심상]

| 조회수 : 17,355 | 추천수 : 393
작성일 : 2007-02-04 21:40:02


kimys가 이미 아버지 퇴원 기념으로, 오늘 점심, 외식이나 하자고 친정으로 연락해 아버지와 약속해놓았는데,엄마가 반대하시는 거에요.
아무래도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서 먹는 건 무리인 것 같다고, 외식하러 나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그렇다고 해놓은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그렇고, 뭘 사가지고 가서 먹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제가 몇가지 해가지고 갈테니까, 밥만 좀 해놓으시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게 비단 요리뿐아니라, 청소든 빨래든 설거지든 바느질이든...

제 손으로 만든 것으로 인해 즐거워질 가족들의 얼굴을 상상하면,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아니...나중에...뭐...가족들이 제 수고를 몰라준다고 해도... 또 제가 한 음식이 맛없다고 해도..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죠.
이미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충분히 기쁘고 행복했으니까...
가족을 위해 뭘 한다는 건, 어찌 생각해보면 제 자신의 자기만족일수도 있는 거구요.




아버지께서 양상추에 과일드레싱 얹은 샐러드를 좋아하셔요.
냉장고 속 재료가 마땅치않아서 그냥 양상추와 오이, 토마토, 그리고 생 모짜렐라를 준비하고,
드레싱은 오렌지와 양파, 포도씨오일을 넣어 만들었어요.
단 것 좋아하시는 아버지, 더욱 부드럽게 드시라고 드레싱에 설탕 대신 연유를 넣었어요.
오이와 양상추는 한 그릇에, 토마토에서는 물이 나오니까 따로, 드레싱 따로..이렇게 준비해 갔습니다.




밑반찬도 좀 있어야 하니까, 오이피클과 짜사이무침을 조금씩 가지고 가져갔어요.
엄마네 종지 꺼내서 담고..

별 반찬도 아닌데...엄마네 대리석 식탁에서..훨씬 맵시가 살아나네요..^^;;




아~~ 오늘의 실패작~~
오룡해삼, 또 실팹니다..ㅠㅠ...이번에는 새우반죽이 흘러내렸어요...ㅠㅠ...

해삼을 불릴 때부터 오룡해삼 하기 좋으라고 내장을 쫙 갈라 빼지않았어요.
해삼의 물기를 빼고, 속살에 녹말가루를 바를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새우소를 넣고 쪄보니, 소가 마구마구 흘러내리는 거에요.
저명한 선생님의 레시피를 보니까 새우를 커터에 곱게 갈라고 되어있어서 그렇게 했더니,
굵게 다졌던 지난 번 오룡해삼보다 식감이 떨어지는 거 있죠??

집에서 새우소로 채운 해삼을 쪄서 아주 뜨거울 때 밀폐용기에 담고,
소스는 물녹말만 넣지 않은 상태로 완성해서 다른 그릇에 담아 갔어요.

엄마네 가서는 소스를 데워서 준비해간 물녹말만 부어줬어요. 다행하게도 그동안 해삼은 식지않았구요.

너무 창피해하면서 내놓았는데, 아버지 어머니도 맛이 좋다고 하시네요...
엄마 말씀이 새우 소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고, 담엔 조금만 넣어보라고 하시네요.
이제 다시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요리책에서 본 것처럼 해삼을 찌지 말고, 중국집에서 먹어본 것 해삼을 튀기면 더 쉬울 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담엔 누룽지탕 해드린다고 큰 소리 뻥뻥 쳤어요.
찹쌀누룽지 사놨으니까, 또 집에서 한번 해보고, 그리고 친정가서 해야죠...^^
도전과제가 또 생겼다는 건...생활의 활력소가 아닐 수 없습니당!




아...그리구 이건....오늘 평이 좋았던 건데..재료를 구하실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어떤 분이 저희 집 복어 좋아하다고 특별히 만들어주신 건데...아마, 시장에서 사실 수 있는 물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소개해볼게요...

꼬리는 붙여둔 채 몸통을 반으로 갈라서 내장을 빼낸 다음 꾸덕꾸덕 말린 복어입니다.
어제 저녁 집에서 한번 해먹어보니, 아주 맛있어서..오늘 친정에 가서도 했어요.
복어라는 생선이 원래 비린내가 없고, 고기가 아주 담백하잖아요.

국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설탕, 청주, 후추 등을 넣은 양념장에 복어 말린 것을 하룻 밤 재워뒀어요.
김이 오른 찜통에 완성접시에 담은 복어를 넣어서 20분 이상 푹 쪘어요.
찜판에 바로 생선을 올려서 찌면 맛있는 국물이 모두 아래로 빠져나가잖아요?
그래서 접시에 담아서 찌는, 전통적인 찜방법을 써봤는데...아주 좋았어요.
특히 껍질이 쫀득쫀득 맛있고. 찌면서 생긴 국물도 맛있고...

대구포도 불려서 이렇게 찌면 맛있어요.  



별건 아니지만 이렇게 준비해가서 점심상을 차려드리니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기뻐하시네요.
아니..솔직히 아버지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것보다 제 기쁨은 백배쯤 더 컸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그것이 주는 기쁨이..훨씬 크잖아요.

사실, 아버지 퇴원 후 제가 좀 아팠습니다.
아버지 퇴원하시기 며칠 전, 집 앞에서 넘어졌는데(얼음판도 아닌 맨 땅에서 넘어져, 너무 분해요..^^;;),
손목이랑 팔뚝을 좀 다쳐서 며칠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었어요.

시아버님 제사로 좀 피곤한데다가 몸까지 좀 안좋은 상태에서 연속으로 아버지 병원 따라 다니고, 아버지 퇴원시켜드리고...
그러다보니까, 몸살에 가벼운 위경련까지 겹쳤었어요.
그랬는데...오늘 아버지 점심 차려드리고..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엔돌핀이 샘솟으니까..금방 좋아지네요..^^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라
    '07.2.4 9:43 PM

    나 일등

  • 2. 샬롯
    '07.2.4 9:45 PM

    오랫만에 순위놀이~

    선생님~ 당신은 나의 멘토입니다.

  • 3. 채영맘
    '07.2.4 9:46 PM

    ^^ 일등인가 하고 콩닥콩닥했는데...

  • 4. 청정
    '07.2.4 9:47 PM

    참 훌륭하십니다. 늘 배우는게 너무 많습니다.

  • 5. 세라
    '07.2.4 9:47 PM

    사람들이 일등하면서 기뻐하더니 저도 그렇네요
    살다보니 일등하기도 하네요
    제 눈을 다 의심했다니까요
    선생님 위에서 하신 요리중에 할 줄 아는 건 오직 샐러드뿐이네요
    그래도 꿋꿋하게 82에 들어오렵니다

  • 6. 고소미
    '07.2.4 9:55 PM

    맞아요....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행복하지요... 선생님의 기쁨이 제게도 전해집니다 ^^
    건강하신줄 알았는뎅.... 빨리 쾌차하시길 바래요.. 화이링~!

    ps : 복어요리 정말 맛있어보여요... 먹고싶당....

  • 7. 산군
    '07.2.4 11:32 PM

    저도 순위진입^^
    복어찜 정말 맛나겠어요. 글구 대단하셔요.
    전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고 몸살은 삼겹으로 겪어요.ㅜㅜ
    네 ~ 주는 행복이 좋지요. 제게도 전해집니다요. 근데 오룡해삼 전 엄두도 못내겠네요. 당분간은...
    성공하시면 그때 (얄미운 짓인줄 알지만...^^;;) !

  • 8. U&MeBlue
    '07.2.5 12:05 AM

    top 10 에 들어서 영광이에요..
    혜경선생님께서 실패하셨다는 오룡해삼..제가 다 해 치우고 싶네요..^^
    샐러드도 상큼하니 입맛을 돋우기에 아주 좋을 거 같아요..
    날마다 안그래도 주체못하는 저의 식욕을 더 부추기시니...
    샘을 원망하게 될지도...^^

  • 9. 사라
    '07.2.5 12:10 AM

    아휴~ 대단하십니다!~

    퇴원하신 아버님,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시는 어머님.
    두 분 모두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네요.
    외식으로 맛볼 수 없는 대단한 요리들인데요?
    외식보다 정말 값진 요리에 아픈 것 다 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 10. 모야
    '07.2.5 12:47 AM

    긴급상황!!!!!!!!!!!!!!!

    '이런저런'난에 이상한 것 떴는데~~

    어디다 알려야할 지 몰라서 우선 여기다 ~~

    지워야지요~~~

  • 11. 모야
    '07.2.5 12:51 AM

    에구구구~~

    '뷰티'에도 있습니다!!!!!!!!!!!!!

    82cook 이 잘나가니까 누가 배가아파서 그런가요~~

  • 12. 강혜경
    '07.2.5 3:01 AM

    선생님~~
    다치셨다니요? 것도 맨바닥에서....ㅠㅠㅠ
    오늘 많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구요
    아버님도 건강 ...날로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가족들 건강과 먹거리 챙기시는 맘이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건강한 날들 되시길..바랍니다

  • 13. 주원맘
    '07.2.5 9:29 AM

    역시 좋은 따님이십니다....자꾸 반성하게 된다는....
    맨땅에서 다치셨다니...어쩐대요....조심하세요...
    저도 맨땅에서 자꾸 넘어져서...저희 신랑 왈.....더 일찍 만나서 걸음마부터 가르쳤어야 하는데....
    (실은 저희 고등학교때 만났거든요...^^)

    선생님이 건강하셔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진답니다....아시죠?
    건강챙기세요....

  • 14. 페페
    '07.2.5 9:31 AM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마음이 한가득하네요.
    오늘도 선생님께 한수 배우고 갑니다.

  • 15. 선물상자
    '07.2.5 10:02 AM

    저리 맛나고 정성스런 상을 받으셨으니..
    부모님께서 딸키우신 보람이 있으시겠어요 ㅋㅋ
    저도 울 부모님 딸키운 보람이 있으셔야 할터인데 ㅠ.ㅠ

  • 16. 치자꽃향기
    '07.2.5 10:18 AM

    사랑을 듬뿍받고 자라신것 같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도 너무 존경스럽구요.
    뭐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습니다.

  • 17. sunny
    '07.2.5 10:21 AM

    선생님! 많이 다치신 건 아니지요?
    그래도 모르니 정밀검사 받아보심이 어떨지요?
    나이가 드니 가벼운 것도 아주 오래 가더라구요.
    샘이 건강하셔야 아버님께도 더 많이 해 드릴 수 있고, 짜~안한 이야기도 더 많이 들려 주실 수 있지요.

  • 18. 푸름
    '07.2.5 10:38 AM

    퇴원하셔서 따님이 해드리는 음식 기쁘게 드시는 아버님....
    정말 행복한 때에요..그죠?

    친정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내고 좋아하시는것 해 드리는것.....
    정~말 하고싶지만 왜 시간내기가 힘들까요..ㅠ.ㅠ
    시댁일은 1순위인데, 친정을 선택사항이 되네요...에효.. 불효녀.....
    이번에도 친정부모님 좀 먼곳으로 이사가시는데 밖에서 식사하고 끝났어요.
    맘같아서는 저희집에서 좋아하시는것 해드리고 싶었는데...
    가까이서도 못해드린것 멀리계시면 해드릴수있을때가 언젤까싶어 가슴을 치네요 T.T

    선생님효도를 보며 대리만족(?) 혹은 다짐을 하곤합니다.
    나도 저렇게 해야지.....

  • 19. 혀니맘
    '07.2.5 1:12 PM

    점식먹고 온지 얼마안되는데...
    저기 복어 보면서 침을 꼴깍거리고 있어요..ㅎㅎ

  • 20. teresah
    '07.2.5 1:41 PM

    안 그래도 선생님 모살 나실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아프셨군요...선생님도 몸조심 건강 조심하세요. 선생님이 건강하셔야 온 가족이 행복하잖아요.
    그리고 복어를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 21. sunnymami
    '07.2.5 5:07 PM

    늘 감동받습니다.. 효심에 요리에 글솜씨 등등요..
    건강하세요^&^

  • 22. 코코샤넬
    '07.2.5 5:10 PM

    에구구 그만하시길 천만 다행이세요.

    선생님께서 식욕이 많이 당기실 음식으로만 정성스럽게 준비하셔서
    아버님께서 너무너무 흐믓해 하셨을 거 같아요.

    저도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주먹불끈!!

    대리석식탁도 참 멋지네요.

  • 23. 주복실
    '07.2.5 9:01 PM

    선생님의 글을읽노라면 입가엔 미소가 번짐니다...^^
    마음까지 훈훈해 진담니다...^^
    위에 요리중 복어는 구하기도어렵고...ㅎㅎ
    대구 로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선생님의 요리를 따라할때마다 저도 떡허니 사진을 올리고싶은데...^^;;
    아직까지 사진을 못올릴고있어요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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