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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엄마 손맛 따라하기 [물국수]

| 조회수 : 13,788 | 추천수 : 153
작성일 : 2007-02-01 22:07:49


요즘 TV에 넘쳐나는 것이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죠??

그렇게 여러 군데에서 방영을 하다보니, 비슷한 것도 많고, 나왔던 집이 또 나오기도 하고, 어떤 건 연출한 흔적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볼 때마다 그 음식관련 프로들이 너무 재밌는건...제가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 TV에 나오는 맛집들, 먹는 이들에게 맛에 대한 소감을 물으면,
좀 늙수그레한 아저씨 열에 여덟,아홉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우리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라고 합니다.
어머니의 맛...이게 아마도...음식에 대한 최고의 찬사지 싶어요.

저도 전에는 친정엄마는 쓰시지 않던 재료나 양념들을 넣어서, 엄마의 손맛을 뛰어넘어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있었는데,
날이 갈수록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집니다..저도...나이를..확실히,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도, 엄마의 맛을 머리와 혀로 기억해내면서, 국수를 끓여 먹었습니다.

저 어렸을 때, 저희 엄마는 마른 국수는 그냥 국수라고 하고, 지금으로 치면 생국수, 즉 말리지 않은 국수는 물국수라 부르셨어요.
지금 처럼 냉장시절이 발달하지 않은 때에 물국수는...그나마 보관을 오래할 수 있는 겨울에 주로 많이 팔았었죠.

집에서 밀가루 반죽해서 손으로 밀어 칼국수를 해주시기에는 손이 너무 많이 가니까,
엄마는 시장에서 파는 물국수를 사다 끓여주셨어요.

재밌는 건, 그 물국수에 들어간 재료라는 게 고작 멸치육수에 국수, 달걀, 파, 마늘, 국간장, 후추뿐!!
그래도 그게 어쩜 그리도 맛있었는지....

냉장고 안에 말라가던 풀무원 생칼국수를 먹어줄 겸, 엄마 물국수 맛도 그리워서,
저녁에 kimys는 한그릇 남은 매생이국에 밥 차려주고, 저는 물국수를 끓여 먹었어요.
마침 냉장고 안에 있던 양파 ¼개짜리도 채썰어넣고, 느타리버섯도 좀 넣어주고...

엄마네 국간장으로 간했으니, 거의 맛은 비슷한데...그래도 예전에 그 맛은 아닌데...하고 생각해보니..빠진 게 있었습니다.
오빠와 동생!!
오빠랑 동생과 경쟁자가 되어, 한 가닥이라도 더 먹으려고 했던...그 때 그 시절.
함께 자라던 형제들이 어쩌면 음식의 양념 역할까지 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오빠랑 동생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었고, 더 많이 먹고 싶었던...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때에 자라는 아이들은 아마 상상이 안갈거에요. 더 먹겠다고 싸웠다는게...^^..그쵸??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콩나물
    '07.2.1 10:12 PM

    음~~
    정말 이 국수 참 맛있었어요.
    오랫만에 옛날 맛을 음미해 봅니다. ^^

  • 2. 커피쟁이
    '07.2.1 10:12 PM

    저도 한 그릇 먹고 싶네요. 동생들과 함께....^^

  • 3. 데이지
    '07.2.1 10:16 PM

    맞습니다 맞고요~~~^^
    그래서 저희집은 좀 맛난게 생기면 싸울까봐 4남매한테 똑같이 나눠주시곤 하셨어요.
    저는 맛있는거 특히 옛날과자(꽈배기, 고구마과자등) 아이들 몰래 숨겨놓고 먹거나 싸워가며 똑같이 먹곤 한답니다. 엄마가 맞는지...ㅋㅋ
    어쩌다 아이들과 같이 수퍼에가서 과자를 살때면 아이들이 그럽니다.
    "엄마것도 골라 우리꺼 뺏어먹지말고..."

  • 4. miru
    '07.2.1 10:19 PM

    저도 엄마가 예전에 해주시던 그 잔치국수 맛이 그렇게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지난번 선생님께 배운대로 멸치육수 진하게 내서 한을 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2% 부족한 맛은, 음식 맛도 맛이지만 그때 상에 함께 둘러 앉았던 가족들이 없어서 인것 같아요..^^

  • 5. 오데뜨
    '07.2.1 10:33 PM

    친정 아버지께서 밀가루 음식을 싫어하셔서 아버지가 학교 당직인 날을 기다려 국수를 해먹거나 팥칼국수를 해 먹었드랬죠.
    만두도 결혼해서 만들어 먹엇을 만큼 밀가루 음식은 우리집에서는 발달하지 못한 음식중의 하나엿는데...

    저도 옛날생각이 나는 것이 이젠 늙어 가나 봅니다.^^*

  • 6. 김성연
    '07.2.1 10:42 PM

    근데 진짜 매일매일 이리 정갈하고 맛나게 해서 드시나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

  • 7. 제제의 비밀수첩
    '07.2.1 11:01 PM

    저도 알고싶습니다.

  • 8. 코알라^&^
    '07.2.1 11:36 PM

    이미지로 나마 맛낫게 먹었습니다~^^

  • 9. ebony
    '07.2.2 12:05 AM

    선생님 자녀들도 어머니의 맛을 각별하게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정말 매일 같이 정갈한 밥상으로 가족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고 계시네요.^-^

  • 10. 야끼모母
    '07.2.2 12:17 AM

    울 엄마는 김치 물국수를 자주 해 드셨어요
    엄마가 보고싶네요~

  • 11. 김혜경
    '07.2.2 9:03 AM

    김성연님, 제제의 비밀수첩님..상의 반찬 자세히 보세요..어제 반찬 그대로랍니다..^^
    아시잖아요? 저 반찬 안하면 유난히 그릇에 신경 쓰는 거...
    이 상의 그릇들은 요즘 저희 막쓰는 그릇들이에요..뭐 정갈하달 것 까지도 없어요.
    깨지지 않은 즐거움이 너무 지겨워서, 얼마전에 코렐 그릇 거의 대부분 남 주고,
    요새 백자그릇들 꺼내서 쓰는데..뭘 담아도 정갈해보여요.^^

    저 사각 그릇은 몇년전 신촌 현대백화점에 미끼 상품으로 나왔던 것이고,
    사각과 같이 쓰는 흰백자는 거의 이십년전에 롯데백화점에서 우수고객에게 주는 선물이고...

    그런데, 그런 백자들, 언제 써도 싫증이 안나고, 식탁이 깔끔해보이네요.^^

  • 12. 카라
    '07.2.2 9:12 AM

    저 초등학교 시절 울집은 국수공장...
    1층은 국수공장 2층은 건조장...
    덕분에 할머니가 끓여 주셨던 김치 넣은 얼큰한 물국수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은 그 맛을 따라 할 수도 없고...엉...잊을수가 없어요

    지겹게 먹었는데도 늘 좋았던
    물국수...먹고 싶당!

    오래전에 돌아가신 울 할머니가 보고 싶네요...

  • 13. 아일랜드
    '07.2.2 9:25 AM

    음... 눈이 황홀하네요. 국수지만 참 근사해요.^^*

  • 14. lorie
    '07.2.2 9:30 AM

    어쩜 저리도 맛깔스럽게 하시는지요~
    "저 반찬 안하면 유난히 그릇에 신경 쓰는 거..."
    윗글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 15. 포도공주
    '07.2.2 9:45 AM

    물국수가 뭘까 해서 들어와 봤는데 아하~하고 탄성이 나오네요.
    저도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 너무 그리워요.
    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 머네요.

    깔끔한 그릇들과 멋진 국수 한그릇. 저도 먹고 싶어요~ 꼴깍! ^^*

  • 16. 야간운전
    '07.2.2 10:00 AM

    선생님, 그런데 선생님은 코렐 그릇 어따 치우셨어요?
    저도 옛날 쓰던 그릇 치우고 싶은데
    이게 재활용은 되는건지, 그냥 버려도 되는건지 고민스러워서 싸안고 있는 중이어요.

    참. 사각 그릇 이쁘죠? 저도 사각과 원형 섞여서 놓은 상차림이좋아요.
    주말에는 국수쟁이 남편 국수좀 끓여줘야겠어요. 선생님 글을 보니 ^^

  • 17. 무아
    '07.2.2 11:41 AM

    예전에 어렸을 때에는 동네마다 국수를 직접 만드는 가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도 어렸을 때 먹었던 물국수가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신김치 숭숭 썰어 넣고, 멸치 몇 개 넣은 뒤에
    그냥 푹푹 끓여서 먹었더랬는데, 나이를 먹었는지 점점 그 맛이 그리워지더군요.
    옛맛이 그리워진다는 것...나이를 먹었다는 거겠지요?

    물국수를 종이 봉지에 꾹꾹 담아주던 아저씨도 생각나고..
    얇은 나무 위에 가지런히 매달려 바짝 마르던 국수도 생각나는군요.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추억이라 불리워지는 ...

  • 18. 돼지용
    '07.2.2 12:32 PM

    경상도 시골에서는 저기다 푸성귀를 씻어 넣는답니다.
    풋나물 냄새가 술술 나지요.
    계란은 귀해서, 없어서 못넣었던 듯하고요.

    양념장 끼얹어 먹으면 죽음이죠.
    요즘 칼국수랑은 전혀 달랐죠 !

  • 19. 블루베리
    '07.2.2 2:40 PM

    저희 엄마는 예전에 입맛 없으면 " 제물국수 " 라는걸 잘 해 드셨어요.
    그냥 맹물 에다가 마른 국수 넣고 끓여서 헹궈내지 않고, 김치 얹어서 먹는 거예요.
    따로 육수 없이 국수 끓인 물 그대로니까 -그래서 이름이 제물국수- 전분 때문에 숭늉처럼 약간 걸쭉해 지는데...
    아주 소박하고 깔끔한 맛이었어요.
    먹어본지 오래~ 되었네요. ^^

  • 20. 김수정
    '07.2.2 3:58 PM

    저두 국수 참 좋아해요^^ 물국수...칼국수.....멸치 다시가 젤 맛있더라구요^^

  • 21. 강혜경
    '07.2.3 1:43 AM

    칼칼하니.
    참 맛있어보입니다~~
    울집은 팥칼국수가 젤루 인기가 좋아서~~
    샘님 음식은 무엇이든
    맛깔나게 보인답니다

  • 22. 초이
    '07.2.3 12:25 PM

    저도 국수 무지 좋아하는데 지금은 아이들때문에 자제중입니다!

  • 23. 백조
    '07.2.3 3:42 PM

    음~~~
    날이 짐 구리꾸리하네요
    오늘같은날 머금 맛있겟어염
    아~~~ 먹고시포라.................

  • 24. 주복실
    '07.2.3 8:48 PM

    언제봐도 맛깔스러운 음식들 마냥 부럽슴니다...^^

  • 25. 인디안 사랑
    '07.2.6 9:16 PM

    국수도 시원해 보이지만, 밑반찬이 더 맛깔스럽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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