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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신 삼종지도 (新 三從之道) [쟁반국수]

| 조회수 : 13,589 | 추천수 : 145
작성일 : 2007-01-10 21:52:09
아버지의 병 상태를 알고나서, 제가 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것 이라고는,
씩씩한 모습을 보려드리는 것과 그리고 뭔가 맛있는 음식을 해다 드리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쟁반국수였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여름이면 곧잘 해먹는 쟁반국수, 언제가 친정에 갔을 때 쟁반국수 해먹었다고 하니까,
아버지께서 "나도 해달라"고 하셨는데..
그후 몇해가 지나도, 말로만 "그럴게요.그럴게요"하면서 실천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제 가슴에 얹혀있던 것 같은 쟁반국수...어제서야 겨우 해다 드렸습니다.




집에서 채소 전부 썰고, 닭다리만 삶아서 살을 발라내 양념장에 무치고, 배도 좀 썰고,
국수는 삶아가면 퍼질까봐 병원에서 국수를 삶으려고 파스타 냄비와 마른 국수를 준비하고,
그리고 쟁반국수를 볼품있게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접시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습니다.
(아버지 병실 바로 앞이 가족들을 위한 조리장인데..아주 시설이 훌륭합니다.^^)

어제의 쟁반국수, 결론부터 말하자면...절반쯤의 성공?!...양념장의 비율이 기막히게 좋았으나..문제는 고춧가루 였습니다.
누군가가 "정성껏 말린 태양초"라며 준 고춧가루...
너무나 매워서...요즘 고춧가루를 넣어야하는 저희 집 음식에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친정어머니가 주셨던 고운 고춧가루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과일즙을 많이 넣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주 많이 매웠어요.

맵다 맵다하시면서도 그래도 커다란 접시의 쟁반국수를 모두 비워내는 아버지, 아주 흐뭇했습니다.
(오늘 안 매운 고춧가루 사다가 매운 고춧가루랑 섞었습니다, 다시 한번 더 해다 드려야죠. ^^)

채소도 넉넉했고, 국수도 넉넉하게 삶아서, 아버지랑 같은 병실을 쓰시는 다른 환자와 환자가족께도 쟁반국수를 드리고 나서,
병실에서 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
주제는 딸!

먼저 우리 아버지께서, "나는 우리 딸만 무서운 줄 알았는데...앞 집 큰 따님도 만만치 않네요..."
뭐, 이러면서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집집마다  딸들이 주로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한다..뭐 이런 거였습니다.

저희 집도 보면, 오빠나 남동생은 아버지께 싫은 소리 절대로 안합니다. 아들이 안하는데, 며느리가 하겠어요? 딸이 하겠어요?
엄마는 연세가 드셔서..기운이 딸리니까 ...아버지께 싫은 소리 많이 못하시고...
결국 악역을 맡게되는 건 딸이죠.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고, 그게 듣기 싫은 소리라 하더라도 아버지를 위한 쓴소리라면 기꺼이 제가 하지 싶어서,
저희 집안의 악역은 주로 제가 합니다.

아버지는 웃으시면서 "그래도 아버진데..딸이 맨날 혼낸다"고 하시는데...
제가 신 삼종지도(新 三從之道)를 주장했더니..아버지, 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껄껄 웃으시대요.^^

제가 주장한 삼종지도란,
"남자는 어려서는 어머니를 따르고, 젊어서는 아내를 따르고, 나이 들어서는 딸을 따르면 손해볼 것이 없다", 뭐 이런 겁니다.
그렇잖아요...세상에 어머니만큼 아들을 사랑하고, 아내만큼 남편을 생각하며, 딸만큼 아버지를 걱정하는 존재가 어딨겠어요?
그런데..남자들은 왜 그걸 모르는 걸까요?? 왜 그렇게 아내 말을 잘 안듣고, 아내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요?
제 말...틀렸나요??

혹시 고춧가루가 그리 맵지 않다면,
혹시 겨울에도 메밀국수를 삶아 쓱쓱 비벼먹는 쟁반국수를 좋아하신다면....양념장을 이렇게 한번 만들어 보세요.

과일간 것 2컵(전 어제 배와 오렌지를 섞어서 썼어요), 물 ½컵,고춧가루 2큰술, 튜브 겨자 1큰술, 식초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들깨가루 2큰술, 통깨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고춧가루가 저희 집꺼 처럼 혀에 불이 날 정도로 맵지만 않다면...맛있다는 얘기를 들으실 수 있을 거에요. ^^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코렐
    '07.1.10 9:55 PM

    어휴...1등

  • 2. 만년초보1
    '07.1.10 9:56 PM

    삼종지도... 정말 감동입니다...!!!

  • 3. 잠비
    '07.1.10 9:57 PM

    주인장의 씩씩한 모습 보기에 좋습니다.
    잡수시고 싶은 음식 열심히 만들어 드리세요.
    오랜 감기 끝에 이제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있습니다.
    저도 잘 먹으려고 합니다.

  • 4. 박순희
    '07.1.10 10:02 PM

    친정아버님이 맛있게 드셔서...글을 읽는 제 마음도 좋습니다.빨리 완쾌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삼종지도 정말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 5. sanijoa
    '07.1.10 10:17 PM

    이북이 고향이신 아버지는 겨울이면 김치말이 국수를 늘 찾으셨지요.
    이북에선 아주 추운날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차가운 국수를 즐겨드셨다네요.

    결혼늦게해도, 안해도 괜찮다고 늘 제편을 들어주신 울 아버지..
    결국 제 결혼은 못 보셨지만..
    당신과 너무 닮은 막내사위를 하늘나라에서 보고 뭐라하실지...

    갑자기 국수에..아버지에...코끝이 매워집니다.
    저도 아버지께 김치말이 국수...너무나 해드리고 싶어요.

  • 6. 그린
    '07.1.10 10:23 PM

    전 여름에 수박만 보면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납니다...
    한여름 삼복더위 때 입원하고 계신지라
    수박을 자주 찾으셨는데 씹을 힘이 없어 갈아드리곤 했거든요.
    수박은 맛나는데 갈아서 즙을 낸 건 어찌 그리 밍밍하던지...
    그래도 그거 맛나다고 냉장고에 넣어두시고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문병오면 대접하느라 내어놓고 하셨지요.
    선생님의 쟁반국수를 보면서
    전 수박쥬스를 떠올리게 되네요....

    정성의 쟁반국수 드시고 아버님 꼭 다시 일어나실 거예요. 꼭이요....

  • 7. 돼지용
    '07.1.10 10:38 PM

    신 삼종지도 가슴에 새겨야 될 사람들 정말 많아요.

  • 8. 강혜경
    '07.1.10 11:13 PM

    아버지~~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쓰려옵니다
    아버지께서도 폐가 안좋으셔서...참오랜세월 병원생활을 하시다가...

    샘님...쟁반국수 드시고 꼬옥 힘내실꺼랍니다...아버님이요~~~
    꼬옥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9. 잠오나공주
    '07.1.10 11:40 PM

    쟁반국수 참 맛나 보여요..
    그거 드시고 정말 행복해 하실 거예요...
    혜경쌤도 아버님도 옆에서 같이 드실 식구들두요..

  • 10. 산군
    '07.1.11 1:59 AM

    순위권 진입성공! ^^
    효녀셔요. 샘님... 신 삼종지도 저도 써먹어야죠.ㅋㅋㅋ 먹힐지 모르겠지만서두요.

  • 11. Blueberry
    '07.1.11 3:55 AM

    쟁반국수 양념장
    황금의 비율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귀한 고춧가루가 잇거든요...
    흰소면보다는 메밀국수의 브라운톤이
    왠지 건강식품같아 미국에선 주로 일본에서 만든
    소바를 이용하여 쟁반국수를 만들거든요....^^

  • 12. 비타민
    '07.1.11 6:29 AM

    쟁반국수.. 입맛 없을때.. 너무 개운하고 맛있을것 같아요.... 근데... 닭고기 양념은... 같은 양념장을 덜어서 하면 될까요...?

  • 13. 둥이둥이
    '07.1.11 8:53 AM

    병원에 계신 분들 하시는 말씀이...
    세상에 딸 없는 사람이 젤 불쌍하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저도 예전에 울아빠 입원하셨을때..병원에서 매번 자던 기억이 나요~~
    엄마는 허리가 안 좋으셔서 불편하게는 못 주무시거든요....

  • 14. 김혜경
    '07.1.11 9:34 AM

    비타민님 맞아요, 같은 양념 조금 덜어내어 닭고기 양념했어요. 이렇게 밑간이 되어야 고기는 더 맛있는 것 같아요.

  • 15. 유유자적
    '07.1.11 9:34 AM

    딸의 진가가 입원했을때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난다고 하던데요
    딸없으신 분들 입원하시면 가장 불쌍하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미친여자 씨리즈 1번이
    며느리의 남편을 아직도 내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래요
    딸있는 내동생 아들만 둘인 나에게 하는 말
    그래도 1백만배 이해합니다.
    선생님 보면 더욱요

  • 16. 비오는날
    '07.1.11 9:55 AM

    너무 맛있겠어요~아버님도, 선생님도, 가족분 모두 맛있는거 드시고 힘 팍팍 내시길 바랍니다!!!

  • 17. 해야
    '07.1.11 12:32 PM

    [쿠키 지구촌=영국]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해
    세포 사멸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 밝혀져 항암제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키게 됐다고
    영국방송 BBC가 10일 보도했다.

    오늘 읽은 뉴스였어요.

  • 18. 재재맘
    '07.1.11 1:13 PM

    김혜경선생님~~, 뭐 하나만 여쭤볼께요.
    언제인가 선생님이 올리신글 중에서, 중국식 생선찜에 대해서 잠깐 얘기하신걸 봤는데,혹 레시피와 요리 방법을 알려 주실수 있나요?
    시아버님 생신이 내일인데, 드시구 싶다고 하셔서요...
    괜찬으시다면 부탁드려요.^^

  • 19. lorie
    '07.1.11 1:21 PM

    샘님~ 정말 씩씩한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보기 좋습니다. 홧팅~

  • 20. 돼지용
    '07.1.11 2:19 PM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재재맘님 혹시 이건가요?

  • 21. 재재맘
    '07.1.11 3:15 PM

    돼지용님, 감사한데요, 아니에요~~~-*-,,,
    그건 매운찜이구요, 제가 원한건 간장소스로 한 찜이에요^^
    그래도 신경써 주셔서 감사해요. 꾸벅,^^

  • 22. 야간운전
    '07.1.11 4:02 PM

    남편이 면돌이에요.
    선생님 레시피 대로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선생님 여전히 화이팅입니다요.

  • 23. 빨강머리앤
    '07.1.11 5:06 PM

    쟁반국수는 늘 여름에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별미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미역국에 이어 따라쟁이가 됐어요..

    선생님과 아버님 건강하시길 늘 바라겠습니다.

  • 24. 주복실
    '07.1.11 7:18 PM

    이글에서도 선생님의
    아버지를 향한
    따뜻한마음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국수가 불을까봐 냄비며 접시며 양념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가시고....^^
    그 정성으로 아버지는 빨리 일어나 실 것만 같슴니다....^^

  • 25. 하늘찬가
    '07.1.12 4:51 PM

    정성이 하늘에 닿으면 기적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마음이 하늘이니 나으실거에요.

  • 26. 걷는게조아
    '07.1.12 9:38 PM

    샘은 쏨씨가 좋아 음식으로 아버님께 힘을 주시는데
    저는 솜씨가 없어서... 열심히 배워야겠어요

  • 27. 현앤건맘
    '07.1.12 10:10 PM

    선생님, 아버님 건강 금방 좋아 지실거예요.
    선생님의 정성에 감동받아서...

  • 28. 새콤이
    '07.1.24 10:52 AM

    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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