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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힘들지만 일년 중 제일 보람찬 날 [압력솥 수육]

| 조회수 : 21,725 | 추천수 : 191
작성일 : 2006-11-22 21:53:36


저희 집은 김장을 많이 해서, 일년 내내 김장김치를 먹습니다.
kimys가 어찌나 김치, 특히 김장김치를 좋아하는지...

김치냉장고가 없을 때에는 한 쪽씩 비닐백에 넣어 냉동했다 먹었는데,
김치냉장고를 장만하면서부터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일년내내 먹습니다.

해마다 12월 초순께에 김장을 하곤 했는데..올해는 제가 막 서둘러서 빨리 했어요.
작년 김장, 큰 통으로 하나 남은 거, 내년 여름에 먹어보려고, 그럼 3년 묵은 김치가 되나요??, 아예 뚜껑도 안 열어 봤어요.
김치 한통 아끼다보니, 김치가 일찍 떨어져...며칠전에는 제가 그냥 한 포기 담그기도 했지만..어디 김장김치만 한가요??

  


월요일날은 친정어머니랑 마포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갓이랑 미나리 쪽파, 대파, 그리고 갈치를 사왔어요.
김치 담그러 가는 농장에도 준비된 양념거리가 있지만, 녹색 채소의 양이 좀 부족한 듯 싶어서 시장에 갔어요.
역시 큰 시장에 가서 사면, 1단의 값이 크게 싸지는 않지만, 단이 워낙 실해서, 양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참 많이 싼거죠!

어제는 친정에 가서, 친정어머니랑 둘이서 쪽파 다듬어 씻고 썰고, 갓도 미나리도 다듬어 씻고 썰고,만반의 준비를 갖췄답니다.

오늘 아침 엄마랑 둘이서 김장 하러 가면서 김치통을 세어보니,
저희 집 김치통이 8개, 큰올케네 김치통이 6개, 그리고 엄마와 작은 올케네 김치통이 큰 것 9개, 작은 것 4개,
도합,  27개...
여기 저기 쌓아놓은 저희 네 집의 가지각색 김치통이 산더미 같죠?? ㅋㅋ...



작년에는 작은 배추로 70포기 예약했다가, 속이 너무 많이 남아서, 모두 105포기 했는데, 올해는 큰 배추로 80포기 예약했었어요.
집에서 준비해간 갓이며 쪽파며 양념을 아주 넉넉히 넣은 탓인지,또 속이 조금 남아서 8포기 정도 더 버무려 넣었어요.
그랬더니..우리 집은 통 8개 다 채우고, 통이 모자라서 비닐에 넣어왔어요. 사상 최대의 김치양!! ^^
비닐의 김치를 락앤락 김치통에 옮겨 담으니 꽉 채워서 하나에요.

큰 올케네는 그 집 김치통 6개 외에 엄마네 김치통에 하나 더 담아서, 집앞까지 배달했어요.
(착한 시누이죠, 착한 시누이라고 해주세요...^^)
작은 올케는 엄마네서 김치 익혀서 가져갈거고....

김치통 갯수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저희 집 김치통이 워낙 커서..아마 오늘 한 김치의 45% 정도가 우리 집으로 왔을거에요..^^




김장날은 꼭 돼지고기 수육을 먹어줘야 하죠??
김치통 싣고 들어오면서 갈현동 시장에서 생삼겹살을 1근반 사가지고 들어왔어요.
저희 아파트 마당에 선 알뜰장에서 굴도 사고..

오늘 삼겹살은 압력솥에 쪄봤어요.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사니까,감초랑 계피를 조금 주면서, 압력솥에 해보라고 해서...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해봤는데...그냥 냄비에 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덜 걸렸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돼지고기 수육의 맛!!!




압력솥에 물은 100㏄ 정도 넣어준 후 찜망을 얹었어요.
제 압력솥은 원래부터 찜망이 있는거지만 혹시 없다면 아무 찜망이나 얹으세요.
요즘 마트에 가면 접었다 폈다 하는 찜망이 많이 있어요.

찜망 위에 일단 양파채를 조금 얹어줍니다.




그 위에 이렇게 돼지고기를 얹어주고...
저는 꼭 삼겹살을 고집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수육은 삼겹살을 잘 안써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성향이 너무 편향되어있어서, 어떤 부위는 남아돌고, 어떤 부위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고...
그래서 가능하면 삼겹살로는 수육을 잘 안하는데...오늘 김치속이 너무 맛있게 되어서...김치속에 대한 대접으로...




고기 위에 양파채를 조금 더 얹어주고, 통후추도 몇알 올려주고, 생강편도 얹어주고,
그리고 정육점 아저씨가 준 계피와 감초도 올리고...




압력솥 뚜껑을 닫아준 후 타이머는 10분으로 맞췄는데..이 10분이라는 건 추가 흔들리고 난 다음의 시간이에요.
이 타이머...그냥 폼이에요..^^ 타이머가 없어도 됩니다, 추가 충분히 흔들리고, 계피 냄새랑 고기 냄새가 날 때 불을 꺼주세요.




이렇게 잘 쪄졌습니다.
요 망을 드러내면..조 아래 엄청난 양의 기름이 있는데..그건 안보여드릴게요...입맛 떨어지세요. ^^




쫀득쫀득한 수육의 맛...상상이 가시죠??
너무 맛있었는데..저는 딱 두점 먹었어요. 아직도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6~6.5㎏ 빠진 후 요지부동...정체기인 모양이에요...ㅠㅠ...아직도 9㎏는 더 빼야하는데....ㅠㅠ...




오늘의 하일라이트!!
김치속이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김치속 넣어주는 아주머니들이 열분도 넘게 계시는데, 점심 때 우리 김치 한포기 가져다 드시더니, 모두들.
"김치가 너무너무 맛있어" "양념을 그렇게 얌전하게 해왔으니..맛이 있을 수 밖에..." "잘 먹었수.."
이렇게 한마디씩 해주셔서, 아주 기뻤어요.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는데..엄마 자랑도 팔불출에 속할까요??
저더러 팔불출이래도 할 수 없는데요..정말 저희 친정어머니 김장 준비하시는 거 보면 꼼꼼하고 얌전하고, 참 대단해요.
새우젓은 강경가서 사오시고, 고추는 강화가서 사왔고, 양념은 큰 시장에 가서 충분히 준비하셨고....
자랑스런 우리 엄마!!

사실, 이번 김장에 든 돈을 계산해보니, 너무 어마어마한 거금이라서...
속으로 '이거 사먹는 거 보다 더드는 거 아냐? 나야 엄마김치가 좋아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괜찮지만, 올케들이 생각할 때는 부담스러운 것 아냐??'하고 생각했는데....
김장 끝내 놓고 꼼꼼하게 따져보니까, 배추 절이고 속 넣고 하는데 인건비를 썼어도, 사먹는 것보다 훨씬...엄청...싸게 먹히는 거네요.
좋은 재료, 넣고 싶은 재료 충분히 넣고 만들었는데도...역시 손수 만드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인 것 같아요..^^

김치 7통 김치냉장고 넣고, 나머지 2통은 다용도실에 그냥 뒀는데...너무 흐뭇해요..
맘 같아서는 김치 잘 익고나면 돼지고기 수육이나 만들어서, 여러분들 모두 저희 집으로 초대, 김치에 고기 싸서 같이 드자고 하고픈데..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ulan
    '06.11.22 9:56 PM

    우와우~

  • 2. mulan
    '06.11.22 9:57 PM

    그래도 정말 다이어트 성공 하셨네요~ ^^ 아 저도... 그러고 싶어요.

  • 3. 달콤키위
    '06.11.22 10:01 PM

    방금 저녁먹고 배불러 괴로워했었는데 수육과 김치속 보니 또다시 군침이 도네요.
    선생님 든든하시겠어요.^^

  • 4. 톰앤제리
    '06.11.22 10:02 PM

    뭘 어떻게 테스트 한걸까요?? 첨삭? 아웅 나도 테스트 해보고 싶어요

  • 5. 그린
    '06.11.22 10:20 PM

    저 많은 김치통도 놀랍지만
    가족끼리 함께 나누는 김장김치는 더욱 부럽습니다.
    어머님 내내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샘댁의 김장얘기
    보고 싶어요~~^^
    수육도 쫀득쫀득 맛나보이고 새빨간 김치속도 땡기는데
    꼭 한 점만 먹어봤으면....^^

  • 6. 미소천사
    '06.11.22 10:33 PM

    여기 부산은 12월 중순이나 되어야 김장한다고 시끌벅적한데..
    벌써 김장을 끝내셨네요. 저도 김치한통은 내년여름에 먹을려고 손도 안되고
    작년 김장때 넣어둔 그대로 뚜껑도 안열어 봤어요. 샘님네 양념색깔이 너무 이뻐요.
    당연히 정성히 들어갔으니 먹어보지 않아도 굉장히 맛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구요.
    저도 김장하고 꼭 압력솥 수육 해먹어봐야겠어요.

  • 7. 파워렌져
    '06.11.22 10:43 PM

    맞아요~...
    이번 김장은 친정엄마가 해주셔서 몰랐는데..
    수육 함께 먹었어야...했는데..잊었네요..^^
    압력솥에 하면 더..쫀딕하니 맛날거같아요...~

  • 8. ranee
    '06.11.22 11:00 PM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 있으셨겠어요~~
    대단 대단하셔요..
    맛있는 김치는 살짝 부럽부럽^^

  • 9. ebony
    '06.11.22 11:07 PM

    김장을 그득하게 해두셨으니 월동준비 다 하신 것처럼 마음이 푸근푸근하시겠어요. 연례행사 같은 대가족 김장을 살뜰하게 주관하신 선생님 친정어머니, 크게 자랑할 만 하셔요.
    저희 집은 남쪽 지방에 있어서 12월은 훌쩍 넘어야 김장을 한답니다. 어머니와 저, 둘이서 김치를 담그는데, 저는 옆에서 거들기만 하는 보조라지요.^^;;

  • 10. 보라돌이맘
    '06.11.22 11:11 PM

    김치속에 대한 대접으로 삼겹살로 수육하신것..
    참 인상적인 이야기인데다 너무 맛있게 익혀진듯 보입니다.. ^^
    계피와 감초까지 얹으셨다니...그 향이 보통이 아니었을듯...
    그 옆에 얹져진 굴까지...
    생각만해도 여기까지 싱그러운 상차림이 느껴지는듯 합니다.

    안그래도... 저 김치속...
    사진보고 예사롭지 않아 보였어요.
    그저 마지막 말씀이 힘을 주시네요.. ^^
    수고많으셨구요... 구경만하는 사람이 더 뿌듯하네요..

  • 11. 둥이둥이
    '06.11.22 11:14 PM

    우와...대단하세요..
    짝.짝.짝...^^

  • 12. 코스모스
    '06.11.22 11:32 PM

    묻고 싶은데요 압력솥이 없어서 그냥 솥에다는 물 넣고 삶아야만 되나요?
    압력솥처럼 하면 안되나요

  • 13. 코코샤넬
    '06.11.22 11:36 PM

    와우~~~~ 드디어 김장을 마치고 보쌈까지 올리셨네요^^
    이리보고 저리보고 오마나...어마어마 합니다.
    보기만해도 배부릅니다 헤~~~

  • 14. 애교쟁이
    '06.11.23 12:21 AM

    요즘 입맛이 살아나 보는 것마다 다 먹고 싶은뎅....아흑~
    수육보쌈~~~윤기 좔좔 무생채~~이밤에 고문이 따로 없네요.
    오늘밤 푸~욱 주무세요

  • 15. miru
    '06.11.23 12:31 AM

    샘 수고 많으셨네요~
    친정어머님과 즐겁게 김장하셔서 병은 아나시겠죠~?^^;;
    지금 새벽인데, 삼겹살 수육 압박이 넘 심하네요..

    저도 이버주말에 시댁으로 김장하러 가요~
    샘처럼 맛있는 김치가 될지는 모르지만,
    저희는 이번 김장하면서, 올만에 멀리 사는 형님들 뵈면서 가족모임 겸해서 하게 되었어요..
    힘들어도 가족들 함께 모여서 즐거워하고 하면, 참 보람될 것 같아요~

  • 16. 규망
    '06.11.23 7:54 AM

    김치냉장고를 이용하여 묵은지로 먹고자 할 때
    처음부터 냉장고에 넣어야겠죠?
    그러면 냉장고는 어떤 메뉴를 셋팅해야 하나요?
    늘 혜경님의 묵은지를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
    보관 방법을 잘 몰라서요

  • 17. 이창희
    '06.11.23 8:22 AM

    저도 220리터에 12개의 김치통으로 꽈악채움니다
    냉장고에도 큰걸로 4통 남편께서 김장김치만 좋아해서
    근데 이 김치통이 얕아서 국물 넉넉히 붓기가 좀 그래요
    요새 좋은 통이 많이 나왔던데 다 바꾸기도 그렇고---

    샌님 식사 안하셔도 배부르시겠어요
    이기회에 다욧트성공 홧팅!!!

  • 18. 왕바우랑
    '06.11.23 9:01 AM

    안그래도 오늘쯤 김장이야기쓰시겠다 싶어 들어왔더니...있네요.ㅎㅎ
    진짜로 맛깔스러워보이는 양념이고 수육이네요. 먹고싶어요.
    이제 가을방학숙제도 훌륭히 하셨으니
    남은 방학시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다이어트도 성공하시고요.

  • 19. SilverFoot
    '06.11.23 9:24 AM

    김치속 때깔이 환상이네요~
    으으으~ 너무 맛있겠다!
    근데 저는 뜬금없이 저 많은 김치통을 어떻게 운반하셨는지가 궁금해지는거 있죠.
    승용차에 다 안들어갈텐데.. 하면서.. ㅋㅋ

  • 20. 선물상자
    '06.11.23 9:51 AM

    우왕~~ 김장날이 기다려지는건 바로 저거 때문이예요!
    맛난 보쌈고기에 김치속으로 쌈먹는거.. T^T
    그래서 김장날을 그리 기다렸것만.. 울 친정부모님 무심하게도..
    저 힘들다고 당신들 두분이서만 평일에 김장을 끝내버리셨네요 어흑..
    정말 저거 한점 먹고파요 ^^
    근데 오늘 몸살나신건 아니시죠? 애쓰셨어요~

  • 21. 제제의 비밀수첩
    '06.11.23 9:59 AM

    아.... 다이어트 중엔 82들어오면 안돼는데...... 발목잡는 선생님. 넘 맛있겠어요.

  • 22. 골고루
    '06.11.23 10:52 AM

    착한 시누이,착한 딸, 착한 며느리... 아참, 착한 어머니. 이 수식어 늘 붙여도 모자람이 없는 분이세요. 아우! 김장 김치 너무 맛있겠다. 꼴깍!

  • 23. 오키프
    '06.11.23 10:59 AM

    야들야들한 고기를 보니 침이 꿀떡이지만
    주르르 늘어서있는 김치통을 보니....컥
    정말 몸살 나시겠어요.

  • 24. 산적
    '06.11.23 12:31 PM

    부자되신거 축하드립니다.!!
    김치통 꽉 채우셨으니까요~~

  • 25. dough
    '06.11.23 2:04 PM

    김치통 갯수 정말 어마어마 하네요!!
    근데, 삼겹살 찔 때 솥에 물 좀 붓는거지요...? 아유, 부끄부끄....

  • 26. 스카이
    '06.11.23 3:46 PM

    우와 진짜 맛있겠네요..
    이번주 일요일날 아버님과 저 둘이서 50포기 하는데...
    김장.,.태어나서 처음 해보는데.. 떨리기도 하궁...
    10명이서 하셨다는데 저는 둘이서 해야 하고..
    자료 수집 열심히 해서 진짜루 진짜루 맛나게 할랍니다.^^.

  • 27. 루이*^^*
    '06.11.23 5:48 PM

    삼겹살 수육, 꽤기?, 굴, 속... 우적우적 막 씹어먹고 싶어요 !!
    즐거운 선생님댁 부럽습니다 *^^*

  • 28. 하늘찬가
    '06.11.24 1:01 PM

    흐흐 초대해주시면 뱅기타라고도 하고 잡아요.. 맛난 겨울 되시겠이요..
    저희도 김치 가득이네요.. 올 겨울도 흐뭇할거 같아요..

  • 29. 새콤이
    '06.11.24 2:10 PM

    수육한점에 김치속 한젖가락 올리고 입안으로 쏘~~옥 넘 맛나겠어요 저도 당장 해봐요
    겠네요 샘 좋은 정보 감솨드려요^^

  • 30. 라니
    '06.11.26 4:44 PM

    너무 애쓰셨어요.
    맛난 수육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게피와 통후추 감초 와 편생강... 양파 깔고 ^^
    잘 외워두었어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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