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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엄마의 돌(石) [닭죽]

| 조회수 : 11,000 | 추천수 : 98
작성일 : 2006-07-11 22:34:26


오늘 친정어머니에게서 돌을 두개 얻어왔습니다.

어머니의 부엌에는 맨들맨들한 동글납작한 돌이 여러개 있습니다.
더 크고 무거운 것, 작고 가벼운 것...오이지도 누르고, 김치도 누르고...참 요긴하게 쓰이는 돌이지요.
저도 그런 돌을 장만(?)하고 싶은데, 도무지 그런 돌이 있을 만한 곳을 가질 않으니..

하도 탐이 나서 언젠가 어머니에게 넌즈시 돌 하나 달라고 하니까..한마디로 거절하시더만요..ㅠㅠ..쓰시는 거라고..
그후 아예 어머니의 돌은 탐을 내지도 않았습니다.

오늘...용미리 쪽을 다녀오면서, 석재상에 들려야겠다고 하니까...
어머니는 느닷없이 웬 석재상이냐고 하시는 거에요.
"장아찌나 피클이나 뭐 그런 것 누를 때 쓸 돌 좀 얻어볼까 하구요..."했더니,
"내가 줄께"하시는 거 에요.
"전에는 안된다더니..."
"아냐 줄께..."

하시더니, 요렇게 이쁜 돌을 주셨어요.
오빠가 ROTC할때니까 거의 30년전쯤 저랑 동생은 다른 일때문에 못가고,
아버지 어머니 오빠, 이렇게 셋이서 홍도를 다녀오신 적이 있는데 그때 홍도에서 줏은 돌이래요.
엄마의 손때가 30년이나 묻은 돌이죠...
엄마 손에서 30년, 그리고 또 제 손에서 30년(30년 쓸 수 있겠죠??)..참 대단한 돌이죠??


엄마네...허접한 물건을 넣어두는 비슷한 방에 빨간 이층장이 있어요.
그것도 몇십년 된 것인데..그것도 탐이 나는 거에요.
그래서 얼마전에..그냥 지나가는 말로.. 절대로 안주실 거라고 생각하면서..
"엄마, 그 빨간 자개장, 나 주지..." 했는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으시고..
"그래"하시는 거에요.
언제든 갖고 가고 싶을 때 가져가라고...
"엇 나는 안준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했더니,
"늙은이 물건, 서로 안갖겠다고 한다던데 달라는 것이 고맙지. 가져가"하시는 거에요.

전...엄마의 물건, 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 많이 갖고 싶습니다.
지금은...쓰시던 접시 넉장, 엄마 애기때 사진, 엄마가 홍도에서 줏어온 돌 뿐이지만,
엄마네 빨간 장도 가져오고, 엄마가 도장을 넣어두시는 50년간 가까이 된 깡통도 얻어오고 할꺼에요...

제가....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오늘도..어제에 이어서 닭죽이었습니다.
남은 국물에 남은 찹쌀밥 넣고 남은 고기도 뜯어넣고, 파 마늘 소금 후추도 넣어주고,
그리고 실바람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부추도 넣었어요.
부추는 처음 넣어봤는데...정말 개운한 것이 좋았어요.

저희 집 안방..지금 폭탄 맞은 집입니다.
진작 더워지기 전에 옷장 정리를 해야하는 걸 차일피일 미루다보니...옷을 두고도 찾아입을 길이 없어서,
조금전에 옷장 뒤집었습니다. 밤..새워 1박2일로 정리해야할듯...
그런데 너무 슬퍼요...옷장에 걸린 옷중 절반쯤은 맞질 않아서...개켜서 넣어두거나 버려야한다는..
오늘의 충격으로 낼부터 단식에 들어갈 지도..^^;;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통글통글
    '06.7.11 10:39 PM

    일단 찍고~!

  • 2. 통글통글
    '06.7.11 10:39 PM

    우하하 일등이닷~~~!! 돌도 넘 이쁘고..닭죽도 맛나겠고..좋으시겠다~@

  • 3. 무영탑
    '06.7.11 10:52 PM

    30년 손때 묻은 돌 너무나 깊이감 있습니다.
    제 주변 물건들도 기본이 20년이고 그 이상 안되는 것은 물건으로 안쳐줍니다.^^
    이상하게 새것에는 정이 안가는 것도 병인양 합니다
    대를 이어 물려질 저 돌의 일생이 그려집니다.

  • 4. 루시
    '06.7.11 11:07 PM

    30년을 이뻐라 하던 돌을 딸에게 물려주는 기분....어쩌면 참 흐뭇하실꺼 같아요
    재작년 동생네집 앞바다에 저런 돌들이 참 많길래 두개를 줏어 왔답니다
    용도도 딱 피클이나 장아찌 눌러 놓을 용도로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저도 한 오십년 묵혀서 물려주고 싶네요 ^^

  • 5. 아줌마
    '06.7.11 11:28 PM

    몇번이나 망설이다 그냥 적어 봅니다
    어머님의 심경 변화가 좀 걱정이 돼서요
    어머님 하고 예전 어렷을적 처럼 대하시고 잘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참 탐나는 돌이네요

  • 6. 주원맘
    '06.7.11 11:44 PM

    돌 예뻐요...^^
    전 시어머님께 뺏어 왔는데.....친정 엄마한테도 달래야 겠네요...^^

  • 7. 착한여우
    '06.7.12 12:58 AM

    음.......왠지 저두 돌을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느껴지는군요..사실 돌이 가끔 필요할때가 있긴한데...
    늘 잊어버리게 되구 꼭 필요할땐 아쉬워하게 되더라구요...혹 이번에 휴가가게 되면 근사한 돌 찾으러
    다녀야겠어요....그런돌 찾게되면 꼭 자랑해야쥐~~홍홍홍

  • 8. Pak camy s
    '06.7.12 3:46 AM

    저두 엄마에게서 엇은 조그만 양념단지가있어요
    가져온지가 한25년됫어요
    엄마가쓰신지는 40-50년된것입니다
    그래서 장식장에고이모셔두고있지요
    로즈힐에 모신지 벌써13년됬네요
    어머님 계실때 같이시간많이보내세요
    돌도 잘쓰시고
    닭죽이너무 먹고싶네요

  • 9. 그린
    '06.7.12 7:08 AM

    저도 어머님이 이것저것 주신다니까 그게 더 맘에 걸리네요.
    아직도 따님을 알뜰히 챙겨주시는 어머님이 계신 샘....
    심히 부럽습니다.
    기억해보니 울엄마도 저런 차돌 몇 개 줏어다 씻고 말려서 쓰셨는데
    지금은 다 어떻게 했는지...ㅡ.ㅡ

  • 10. 실바람
    '06.7.12 9:59 AM

    엄마의 돌!!!
    왠지 맘이 뭉클했습니다...
    엄마의 30년 삶을 고스란이 담고 있을 돌..저도 그런 돌이 갖고 싶네요..
    글구...또 하나 감동!!!
    선생님글에 제이름이 나와서 오늘 하루 행복합니다..
    얼렁 신랑한테 자랑해야겠어요^^*

  • 11. chatenay
    '06.7.12 10:23 AM

    ㅎㅎ~샘! 저도 엄마가 준 돌 있어요...제건 아주 납작한 검정돌 이예요..오이지할때 쓰라고 엄마가 오래쓰던걸 주시더군요...
    참 이상해요..엄마가 쓰던건 다 좋아보이고 ...올케에게 미안하지만 나중에 제가 다 갖고 싶더라구요...
    닭죽에 부추를 넣으면 개운해진다...한번 해 봐야 겠어요..입덧이 없으니 뭐든지 잘먹거든요..ㅎㅎ~

  • 12. 먼데이~
    '06.7.12 10:48 AM

    돌... 울엄마 생각이나네요. ㅠㅠ..
    엄마의 작은것도 소중히 여기는맘..선생님께 배워야겠습니다.. ^^;;

  • 13. yuni
    '06.7.12 11:37 AM

    딸은 엄마 물건에 관심과 욕심이 많은데 며느리들은 안그렇겠지요?
    저도 비싸고 좋다고 하는건 오히려 시어머니것이 더 많을텐데
    시어머니 물건은 탐나는게 없는데 엄마 물건은 보는 족족 다 가져오고 싶어요.
    엄마의 온기가 느껴져서요.
    엄마 재봉틀은 찜해놓아 제것으로 침 발랐는데 이모 할머님이 물려주신 나비장은 언니가 찜해놨고
    외할머니 시집올때 해 오신 장은 엄마가 이번에 30만원들여 수리해 놓으니
    외아들이 찜해서 딸들이 아무도 침 바르지 못해요. ㅋㅋ
    (며느리가 좋다해야지 아들 네가 좋다하면 돼냐? 그래도 꿋꿋하게 지가 찜한답니다 헐~)
    역시나 남편은 제가 장모 물건 들고오면 심드렁합니다.ㅎㅎ
    시어머니 물건 가져오면 "이건 언제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마련 한건데~~~ "하면서
    그 히스토리 푸느라 정신 없죠. 저는 심드렁~ 캬캬...

  • 14. 엘리사벳
    '06.7.12 11:38 AM

    돌이 더 필요하시다면 언제고 기회있을때 가져다
    드릴까요?

  • 15. 이한나
    '06.7.12 1:09 PM

    무식한 현우 엄마!
    엄마의 돌이라는 제목을 보고, 저도 모르게. 칠순에서 한 해 지나셨나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 왔답니다. ㅅ ㅅ
    나이가 들수록 돌이 주는 단단하고 무던한 느낌이 좋아집니다.
    뒷산을 오를 때 보게 되던 꽃들과 나무들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구요.
    유년의 온통 뒤덮었던 할미꽃, 산나리, 싱아, ,,,,,

  • 16. 화이팅!!!
    '06.7.12 3:05 PM

    저는 돌아가신 엄마 장농과 화장대 갖다놓고 삽니다.
    물론 사용하지요.
    매일은 아니지만 어떤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엄마같아 좋습니다.
    작년 이사할때쯤 시어머니 그러시드만요.
    "죽은 사람 물건 갖고 있음 재수없다. 농 바꿔라."
    엄청 서운하면서리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외며느리라 어머니 물건 물려받으려던 제맘
    싹 가시더만요.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시어머니 물건 다 버리구 울엄마꺼만 갖구 있으려구요.^^
    암튼 엄마물건 엄마같아 좋아요.

  • 17. 달개비
    '06.7.12 3:31 PM

    엄마의 돌...가슴 뭉클해 집니다.
    딸이 좋다면 뭐든 다 내주시는 그런 엄마가 제게도 계셨죠.
    지금의 제게 엄마는 늘 슬프고 가슴 아픈..그리운 단어가 되었습니다.

  • 18. 럭셔리 부엌데기
    '06.7.12 5:21 PM

    저는 아직 나이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친정이며 시집이며 할것없이 오래된 것들이 탐이나니...
    근데, 점점 세월의 흔적이 뭍어 있는 것들이 좋아지는건 하루하루가 더 한것 같아요.
    얼마전 전 어머님이 시집오셔서 세간나시면서 장만하신 쌀씻는 박바가지를 버리신다기에 만류를 했습니다. 비록 한 쪽이 깨져서 무명실로 얼기설기 기운것이긴 하지만 제 눈엔 너무나 정겨워보여서...
    언제 시간내서 사진함 올릴께여....

  • 19. 최정하
    '06.7.12 6:01 PM

    돌 예뻐요. 친정엄마들은 딸에게 모든걸 아낌없이 주고 싶으신가봐요.

  • 20. 꽃하나
    '06.7.12 10:25 PM

    돌은요 낭아찌담을때 쓰면 좋겠어요...예뻐요
    복날이 다가와서인지 닭요리가 많이 나와있네요

  • 21. 새콤이
    '06.7.19 2:35 PM

    오랜직장생활에 남는것은 옷밖에 없다는 전설아닌 전설이 있다지요 ㅋㅋㅋ
    계절마다 사고 다음해는 또 입을것이 없는듯 하고 옷을 안사입을수도 없고...

  • 22. 모란꽃
    '06.7.20 11:26 PM

    선생님 저도 어디서 오이지 누를 이쁜 돌 하나 얻으면 참 좋겠습니다~
    십년을 별러도 돌을 못 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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