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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초대상 차릴 때의 Tip 들!

| 조회수 : 18,244 | 추천수 : 170
작성일 : 2006-03-05 12:20:36
제가 초대상 차림을 희망수첩에 올리고 나면,
댓글도 그렇고, 쪽지로도 상차림의 노하우를 알려달라고들 많이 하세요.
'일하면서 밥해먹기'나 '칭찬받은 쉬운 요리'에 노하우라면 노하우랄 수 있는 걸 모두 써놨는데...
그 책 없으신 분도 계시고, 또 조금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아...몇 가지 적어봅니다.
그리고 쪽지 주신 분들, 따로 답장 안보내니까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1. 급한 일 먼저하기
초대하자마자 바로, 완전하게는 아니지만..대충 메뉴를 머릿속으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뭔지..그런 일이 있으면 먼저 처리합니다.

→이번에는 초대하자마자 해삼부터 불렸습니다.
해삼은 보통 1주일 정도 불리는데..이번에는 5일 정도 불렸어요. 제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 제일 먼저 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마른 해삼 약 2만~3만원어치 불렸는데..불려서 파는 걸로 치면 엄청난 금액 어치 만큼 나왔습니다.


2. 메모하기
손님상차림에 있어서 메모하기의 중요성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경험이 적을 수록 다양한 메모가 필요합니다.
메뉴에 대한 것, 필요한 재료, 음식 만드는 순서, 소스 레시피, 올려야할 밑반찬을 포함한 상에 꼭 올려야할 것들.
메모가 잘 되어있으면..십여명의 손님을 치러내는 건 일도 아닙니다.

→이번에도 서너장의 메모, 메뉴, 장볼 식품들 리스트, 소스 레시피 등등...메모를 여러장 했어요.


3. 메뉴 짜기
메뉴짜기는 주재료와 조리법, 가족들의 식성에 따라 고루 정합니다.
계절이나 그날 모임의 주인공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아이가 주인공인데, 음식은 온통 맵고 짜고, 혹은 온통 찌고 삶고 하면...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메뉴짜기의 가장 기본은 주부가 잘 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번 메뉴 중 해삼탕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찹쌀탕수육은 아이들, 그리고 도토리묵은 올케를 위해서, 이런 식으로 배려했습니다.


4. 장보기
장은 바로 전날보다는 주로 2~3일전에 봅니다. 미리 양념해둬야 할 것도 있어서요.
그리고..이게 참 문제인데..아직 한번도 단 한차례에 장보기를 끝내본 적 없어요.
메뉴를 미리 결정하면 한 곳에서 모두 장을 볼 수 없어요. 꼭 없는 것 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담부터는 메뉴를 결정하지 말고, 일단 시장부터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메뉴에 맞춰서 재료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재료에 맞춰서 메뉴를 정하는...
그런데 이렇게 메뉴 결정하지 않고 장보기는 아무래도 불안해요...

→이번에도 같은 날 코스트코와 이마트, 두군데에서 장을 봤다는...


5. 음식만들기
여기서부터 궁금하시죠? 어떻게 혼자서 여러가지 음식을 했는지...

① 제일 먼저 갈비찜 양념했습니다.
보통은 2~3일 전부터 핏물 빼서 양념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다소 짧았어요. 갑자기 초대한 거라..

② 시간 있을 때 전은 미리 부쳐둡니다.
어른들은 전은 부쳐서 그 자리에서 먹어야 맛있다고 강조하지만..현실적으로 어렵고 먼저 해둘 수 있는 음식이라, 먼저 합니다.

③ 초대 당일, 비슷한 일은 몰아서 합니다.
즉, 채소를 씻을 때 모두 한꺼번 씻어서 체반에 받쳐뒀습니다.
이번에도 싹채소, 양상치, 오이, 상치 등등 채소들은 모두 한꺼번에 닦았어요.
채소 씻고 바로 삶거나 데치는 거 모두 한꺼번에 했습니다. 브로콜리, 감자, 단호박, 새우, 죽순 등등.
특히 이번에는 냄비 단 한개를 가지고 모두 데쳤어요.
브로콜리 데치는 동안 감자 썰고, 브로콜리 꺼내면 다시 물 올려서 감자 삶고, 감자가 삶아지는 동안 단호박 손질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설거지가 적어서 좋아요.

④ 양념 미리 준비합니다.
마늘 갈아두고, 양파도 갈아두고, 파 썰어두고..이래야 일이 빨리 빨리 진행되죠.

⑤ 소스들을 미리 만들어둡니다.
탕수육소스 끓이기 전 상태로 재료 모두 배합해두고, 샐러드 드레싱이랑 냉채 소스 만들어두고...
이렇게 해두면 손님들이 들이닥쳤을 때 허둥댐없이 바로 서빙이 가능합니다.

⑥ 본격적 요리는 손님 도착 1,2시간전부터 본격적으로 합니다.
어제도 '찾아라 맛있는 TV' 다 보고, 점심 밥 해먹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했어요.
그래야 뜨겁게 내놓아야할 음식, 데우고 또 데우고 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⑦ 이때 아주 중요한 것...일 하는 짬짬이 단 1분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조리하면서 나온 그릇들 모두 설거지해둡니다.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은 큰 볼이며 냄비 도마 칼 등인데..이걸 미리 치워두는 것이 훨씬 작업능률이 오릅니다.
좁은 부엌에 이런 것들이 잔뜩 쌓여있으면 일하기 정말 힘들죠?


6. 상차리기
상은 언제 차리는 지..손님이 오기전에 차리는 지, 나중에 차리는 지 궁금해하시는데..
제 경우는 그때그때 달라요.
가족들 식사의 경우는 모인 다음에 차리고, 가족이 아닌 모임의 경우는 미리 차려둡니다.

상차리는 방법이라면..
① 우선 식어도 되는 음식부터 담아서 식탁 위에 늘어놓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담고 늘어놓는 건, 식사 예정시간 60~90분 전부터에요.
드레싱을 얹지 않은 샐러드, 소스를 얹지 않는 냉채, 김치, 그리고 따끈하게 데운 전 먼저 준비해둡니다.

② 그러는 한편으로 튀김이나 볶음 같은거 일차적으로 해둡니다.
어제 같은 경우는 탕수육 고기 튀기고, 해삼탕 볶아뒀어요.
이때 해삼탕에는 다른 소스들은 다 넣어 간까지 맞춰뒀어요. 상에 내기 직전 물녹말만 넣었어요.
탕수육도 고기는 튀겨두고, 소스만 안만든 상태로 두고요.

③ 손님들이 오고 상을 보게 되면, 일단 준비된 김치 냉채 샐러드 날라 기본세팅을 합니다.

④ 앉으시는 동안 해삼탕에는 녹말물을 붓고, 탕수육 소스도 끓이죠.
손님들이 수저를 들어 일단 차가운 음식 들 샐러드니 하는 걸 들기 시작하면서 뜨거운 음식, 어제는 탕수육과 해삼탕 냈어요.
갈비찜은 좀더 덥혀서 그 후에 냈구요.

⑤ 요리를 어지간히 드시고나면 밥이나 국, 혹은 죽을 냅니다.
어제는 죽을 냈지요.

글로는 이렇게 장황하지만 사실 해보면 별거 없습니다.
차가운 음식은 미리 담아뒀다가 소스만 뿌려서 먼저 내고, 더운 음식은 순차적으로..
물론 이렇게 하면 주부가 같이 앉아서 음식을 즐길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음식을 만드느라 냄새를 너무 맡은 탓인지 같이 먹으려고 앉아서 수저를 잡아도 잘 안먹히더라구요.
그래서 전..그냥 이렇게..제가 왔다갔다하면서..대접합니다.

제 작은 소망이라면...멋지게 부페식으로 차려놓고 세팅도 멋지게 해서 손님 접대하는 건데..
부페용기도 있고, 서빙스푼 포크도 넉넉하고 한데..결정적으로 집이 좁아서..ㅠㅠ..아직 못해봤어요...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사비
    '06.3.5 12:26 PM

    오옷^^ 정녕 일등??

  • 2. 와사비
    '06.3.5 12:27 PM

    흥분한 나머지 댓글이 넘 허접했지요? ^^;;
    저도 다다음주에 올케랑 친정 부모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이사한 뒤 첨 오시는 거라, 마음은 보란듯이 떡벌어지게 차려놓고 싶은데...
    에공... 깔끔하게 집 단장이라도 해야 할텐뎅...

  • 3. maeng
    '06.3.5 12:52 PM

    우리집은 무슨때 밖에서 식사하기 보단 늘 ..집에서 하는편이거든요~
    선생님글 읽고보니....손님초대가 많은 우리집의 손님초대 일주일.... 전 부터의 모습이 그려져요~
    준비할때는 많이 신경쓰이고 힘들구 하지만 그래두 손님들 가족들 오셔서 함께하면 넘 뿌듯한
    그맘에 ... 중독되는듯하구요~ㅎㅎ
    지금은 엄마랑 뚝~딱 잘 하구 있긴한데... 정말 .... 막상 결혼하구 혼자하려면 ...
    어찌 다할 까 싶어요 ㅎㅎ

  • 4. 모짤트
    '06.3.5 12:53 PM

    마른해삼을 좀 사놓고 쓰고 싶은데 어디서 어떤제품을 구입하면 좋을까요?

  • 5. smileann
    '06.3.5 1:00 PM

    아~ 정말 이런 정리를 다 해주시니, 얼마나 요긴한 정보인지 모르실 거예요.
    저는 워낙 불량주부이다보니...^^
    선생님, 이것도 잘 읽어서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봄이 완연한 날입니다. 좋은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

  • 6. 오데뜨
    '06.3.5 1:45 PM

    사실 닥쳐서 하게 되면 별 것 아닌 것들도 하기 전까지가 힘든 것 같아요.
    이걸 할까,저걸 할까부터 수도없이 상을 차리고 메뉴를 바꿔보면서.......

    막상 실전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과정들 같아요,사람을 초대해서
    식사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 7. 이영남
    '06.3.5 3:17 PM

    저도 예전에는 손님 초대해놓고 요리책보며 메뉴정하고 미리 요리실습도 해보고 하며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보내고 했지요.
    요즘은 웬만해서 집으로 초대를 안하니 집안 식구들을 위한 초대가 대부분이겠지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정성들인 음식을 대접해보고 싶습니다.

  • 8. 최정하
    '06.3.5 6:10 PM

    손님초대날이 다가오면 메뉴정하느라고 며칠 이걸 할까하다가 생각이 바뀌고 오데뜨님의 생각과 다를바 없네요.손님초대 별것 아닌것 같아도 참 신경쓰이죠.잘읽었습니다.

  • 9. 임옥순
    '06.3.5 7:39 PM

    미리 알아뒀더라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을...저도 어제 시댁 집들이를 했어요. 결혼 8년만에 처음으로 혼자 했는데 미리 미리 메모해두고...냉장고에 넣어둬도 될것들을 해 놓으니 편하더군요...여유도 있어보이고...글고...아직까지는 추워서 회를 내니 훨씬 편하기도 했구요..아직 한번 더 남았는데 참고해야 되겠네요

  • 10. 오서연
    '06.3.5 9:02 PM

    어떤분이 시간을 두고 서빙하는걸 "시간차 공격"이라 하시던데....
    역시 샘이요^^ OTL 존경^^
    저두 나중에 이런 상차림 꼭 해서 부모님께 많이 차려 드리고 싶네요...
    음식보다두 부모님이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마음이 따뜻한 봄날이네요
    행복하게 일하셔서 .... 더욱더 맛나겠네요

  • 11. 프라하
    '06.3.5 9:29 PM

    휴...읽기만 해도 힘드네여..
    정말 수고로움이 배어있어요..
    감동의 물결도~~ㅎㅎ
    정말 주부들은 접대한다고 같이 못먹겠네요..ㅎㅎㅎ

  • 12. 오키프
    '06.3.5 11:29 PM

    전 손님초대해놓고 몇일전에는 신나서 메뉴짜고 장도 봐오고
    괜시리 테이블냅킨 같은거 꺼내놓고 신나서 룰루랄라하다가
    당일이 딱 되면 정말 암것도 하기 싫어져요. -_-
    손님 오실 시간이 몇시간 안 남았는데 손도 까딱하기 싫어지고....
    괜시리 컴터 여기저기 둘러보고 옷장 뒤집어놓고.....
    그러다가 두시간쯤 남겨놓고 콩볶듯이 미친듯이 준비한답니다.
    매번 담번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 또 그런다는.......
    선생님 Tip 프린트해서 싱크대 문짝에 붙여놓고 손님 초대하면
    각성에 각성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13. 윤정희
    '06.3.6 2:44 AM

    봐도 또 잊어버리고 알면서도 당황되는게 상차리기전 준비사항인데 이글은 요리의 기초라든가 히트레시피로 옮기실생강은 없으신지요?
    잘 보고갑니다.

  • 14. 은하수
    '06.3.6 4:38 AM

    많은 도움 되었어요. 어느 때엔 미리 해서 냉장고에 잘 모셔두고는 깜빡 잊어 버리고
    그 다음 날에야 생각이 난 적도 있었거든요. 어쩐지 상이 허전하다했지요.
    그런데 토마토 말린 것은 수입상가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지요? 처음 들어봤어요.

  • 15. tora
    '06.3.6 9:04 AM

    정말 손님치룰때마다 나아지는 것없이 어수선했는데
    이젠 좀 정리가 되네요

  • 16. 풍경채
    '06.3.6 9:36 AM

    전은 미리해놓고 전자렌지로 데우면 될까요? 근데 전자렌지로 데우면 이상하게 맛이 떨어져서요...

  • 17. 로미쥴리
    '06.3.6 9:58 AM

    이달말에 이사가 있고
    담달부터 줄줄이 집들이 행사가 있을 예정인데 근심걱정으로
    지금부터 주말마다 집들이 음식 연습중입니다.
    오늘도 혜경샘님의 글들에서 좋은 힌트 얻어 갑니다. 감사~~~

  • 18. 행복녀
    '06.3.6 10:02 AM

    일상에서 밥(식사)를 한다는것도 어떻때는 뭘해먹지 하고 고민하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물론 생각하고, 고민하면 무엇이든 메뉴가 나올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건 맛을 지~대로 낼자신이
    없어요
    제가 우리 82에 와서 참 많은것을 느꼈지만 오늘 다시한번 느껴지는것은 요리를 어떻게 하면
    맛깔스럽게 잘할수 있을까입니다~~영원한 숙제인것 같아요....

  • 19. 달개비
    '06.3.6 12:03 PM

    저도 거의 이런 순으로 준비하는데요.
    그래도 늘상 당일날은 왜 이리 허둥거리게 되는지....
    매번 이번만은 이번만은...다짐을 하는데도...
    손님들 오면 또 허둥지둥 정신이 하나 없습니다.ㅎㅎ
    얼마나 더 많은 상을 차려내야 익숙해 질련지?

  • 20. 둥이둥이
    '06.3.6 2:58 PM

    저도 메모는 한 메모!! 하는데.....

    손도 느리고-.-
    일도 몬하고~
    솜씨도....

    언젠간 늘겠죠? ^^

  • 21. 여름나라
    '06.3.6 9:32 PM

    써놓으신 글을 쭉 읽어보니 제가 일하는 순서랑 너무 동일해서 혼자 므흣~ 해 하고 있답니다.
    아~ 나도 일하는게 완전 뒤죽박죽은 아니구나..하구요..(으쓱으쓱^^)

  • 22. 추경숙
    '06.3.7 12:51 PM

    손님 초대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부담스럽고,즐긴다고 생각하면 즐길 수 있는 일이지만요 접대하느라 제대로 즐기기 어렵지요. 같이 앉아 놀고 같이 먹어야 하는데.....근데요 점점 귀찮아지려고 해요.

  • 23. 권재경
    '06.3.7 3:33 PM

    저랑.거의같이일하네요.
    일쉽게합니다.요령있으면손쉽고너무재미있어요....

  • 24. okbudget
    '06.3.7 9:08 PM

    전 손님초대 참 좋아하는데
    미리 초대한다고 해놓고
    날짜가까워지면 앓아 누워요, 걱정땜에~
    곧 회사식구들 불러야할텐데~

  • 25. 산하
    '06.3.18 2:04 AM

    손님초대 겁부터 납니다
    허둥지둥 빼 먹은 재료들 순서가 무너져 버려요
    언제쯤 제대로 한상차려볼수 있을까요......

  • 26. 안젤라
    '06.3.21 10:52 AM

    넘 어려운 부분이네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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