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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샌드위치]의 추억

| 조회수 : 12,772 | 추천수 : 89
작성일 : 2006-02-14 22:33:56


예전에..저 자랄 때...저희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던 샌드위치는...
속에 달걀 햄 오이를 끼운 것 이었습니다. 간혹 치즈를 구하시면 달걀 대신 치즈도 끼워주시고...

달걀은 노른자를 깨뜨려서 얄팍하게 부치시고,
오이는 빵의 길이만큼 길고 얇게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빼놓으시고,
햄은 팬에 지져 놓으시고..
그리곤 빵의 한면에 마요네즈나 버터를 바른 다음 달걀 얹고, 빵 얹고, 그위에 오이 얹고 빵 얹고, 또 햄 얹고 빵 얹고...
이걸 촉촉한 행주에 싸서 꽉 누른 후 식빵의 가장자리 단단한 부분을 떼어낸 후 예쁘게 썰어주시곤 했죠.
빵이 무려 네쪽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지만..오빠랑 동생과 서로 경쟁하듯..그걸 다 먹었었습니다.
이렇게 삼색샌드위치는 좀 특별한 경우의 샌드위치였고..보통은 잼이나 땅콩버터를 발라주시곤 했어요.

제가 고3 때에는...
점심 도시락을 싸가기는 해도, 그걸로는 모자라니까 늘 저녁 때에 먹을 샌드위치를 싸주셨어요.
온가족 아침 해먹이면서 세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에, 저녁에 먹을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야 하니까 삼색샌드위치는 못만들어주시고,
'양키물건 장수'에게서 어렵사리 구한 오렌지마말레이드나 집에서 손수 만드신 딸기잼  같은 걸 발라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어요.

당시 지금처럼 모든 소비재가 풍족하지 않은 때라...
친정어머니는 물건을 싸가지고 온 비닐을 진 것 마른 것 가려내어, 진 것은 쓰레기 담을 때 쓰시고,
마른 것은 잘 개켜뒀다가 음식을 싸신다든가 다른 물건 넣어두시는 등 요긴하게 재활용하시곤 했어요.

제가 학교에 가지고 가는 샌드위치도 깨끗한 비닐 골라서 담아주셨어요. 도시락통에 담으면 부피가 커서 가방에 다 안들어간다고..
당시 어떤 친구들은 결코 흔치 않았던 알미늄호일에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와서 먹고나서는 알미늄호일을 꿍꿍 뭉쳐서 휙 버리곤 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알미늄 호일이 부러웠는 지 모르겠어요.
쓰던 비닐에 싸온 샌드위치가 부끄러워서, 학교 안에 있는 노천극장에 나가서 먹거나 아니면 책상밑에서 껍질을 벗겨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 별게 다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엄마의 정성은 안중에도 없고 그까짓 포장재가 부끄러웠다니...
허긴 그때 제 나이 열일곱 열여덟...30년도 더 전이니까...철이 없을 만도 하네요...

암튼 친정어머니는 샌드위치를 하나 만드셔도 정성껏 조신하게 만드셨던 것 같은데..전 이렇게 엉성하게 만듭니다.
빵은 딱 두쪽...빵을 여러쪽 하면 칼로리 높다고... 속재료도 되는 대로 이렇게 쌓습니다.
식빵의 가장자리도 안 잘라냅니다. 잘라낸 가장자리 처치곤란이라서...

오늘 아침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구운 식빵 사이에 양상치, 달걀, 치즈, 햄, 말린 토마토 차례 대로 쌓고 잘 누르지도 않고 대충 반으로 갈라서 접시에 담고보니..
예전 저희 친정어머니의 얌전하던 솜씨가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아마 이 샌드위치 보면..혀를 끌끌 차실 지도 모르겠어요..얌전치 않다고...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경주
    '06.2.14 10:37 PM

    저 일등은가봐요

  • 2. 경서마미
    '06.2.14 10:38 PM

    저는 2등인가요???

  • 3. 이경주
    '06.2.14 10:40 PM

    저도 20년전에 먹었던 엄마표 샌드위치가 생각납니다...다진 고기로 만들어 주셨던 ...국적불명의 햄버거
    울 친정오빠 늦게 공부할때..늘 만들어주신거..옆에서 먹던..그맛...소스라곤..토마토 케찹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맛이 생각나네요...

  • 4. 둥이둥이
    '06.2.14 10:43 PM

    아웅~ 그래도 순위권...ㅎㅎ

    너무 맛나보이는데요^^

    저두 비닐 항상 씻어서 말려서 또 쓰고 또 쓰고 해요.
    비닐을 가급적 집에 안 들이는터라 비닐이 귀하기도 하고, 그냥 버리면..여러모로 안 좋자나요~~

  • 5. 김장김치
    '06.2.14 10:45 PM

    말린 토마토도 있네요...신기하다...

  • 6. color
    '06.2.14 10:55 PM

    저. 이 글 읽으면서 가슴 찡~했어요. 왠지..
    누구나 비슷한 경험들, 부모님께 철없이 부리던 투정.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아플수가 없어요~
    샌드위치. 맛있겠어요~ 추억이 있어서 더욱 그럴거 같아요^^

  • 7. 쿠키
    '06.2.14 10:58 PM

    제 눈에는 정성스럽게 보이는데요?
    저번에도 말린토마토 넣으셨던데 궁금합니다...어떻게 하신건지...
    건조기에 그냥 말리지는 않으셨을거 같아요.

  • 8. 두민맘
    '06.2.14 11:05 PM

    그래도 제눈엔 얌전하고 아주 맛있게 보이는데요??
    말린 토마토는 무슨 맛인가요?
    궁금하네요~~

  • 9. shiny
    '06.2.14 11:16 PM

    말린 토마토 혹시 코스코에서 파는 건가요? 오일 속에 담겨져 있는... 저는 스파게티 소스 만들 때 넣는데, 그밖에 어디다가 이용해야 할지 항상 궁금했거든요.

  • 10. 보라돌이맘
    '06.2.15 12:43 AM

    샌드위치 속 층층의 색감...예술입니다....
    한입 베어물었을때 아삭한 질감이 사진만봐도 침이 고이네요..ㅠ

    저도 샌드위치 참 좋아해요.
    식빵 가장자리는 절대안먹어서 다 잘라버리는게 아깝긴해도..촉촉한식빵으로 좋은재료넣어 방금만든 샌드위치는 최고의 간식거리죠..(저에게 샌드위치는 ...절대 한끼 주식은 될수없네요..^^)
    그래도...전 지금도 10대 20대초반까지 남포동거리에서 즐겨사먹었던 길거리 리어카표 샌드위치맛을 최고로 친답니다...^^
    싸구려마가린에 슈퍼에서 젤 저렴한 덕용식빵..양배추채에 계란하나 깨뜨려 휘휘젛어 구워낸 후라이하나 곁들인 그 녀석의 맛은...지금 생각만해도 당장 달려가서 사먹고싶을정도네요..

  • 11. jisun leigh
    '06.2.15 9:25 AM

    스산한 이 저녁, 바람 부는 이 날씨에 딱 어울리는 맛이네요.
    열일곱 고맘때는 별개 다 부끄럽게 생각되지요. 저도 그래서 엄마랑 무지 많이 실갱이를 했죠.
    도시락 땜에...
    지금은 아줌마가 되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을 작은 일들에 말이에요.
    선생님 글에 따뜻한 공감을 느낍니다.

  • 12. 이영하
    '06.2.15 9:57 AM

    어쩜 이리 맛있게 보이나요.. 저도 야채 안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맛있게 해줄 수 있는 방법좀 연구해야겠어요. 저두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 13. 애드먼튼
    '06.2.15 11:14 AM

    비닐봉지 재활용, 친구들이 싸온 알루미늄 호일에 대한 부러움, 제 재활용 비닐에 대한 부끄러움...
    저랑 너무 똑같은 기억이예요.
    가끔 문득 문득 저도 그때 참 철이 없었지...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 14. 새콤이
    '06.2.15 11:24 AM

    샘 글을 읽고보니 친정엄마 생각이 나네요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무조건 적으로 희생하시고
    현재도 그렇고.... 저도 자식한테 정성을 다한다 해도 친정엄마정성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듯 해요 모두가 어렵던 그시절 누구나 한번은 격어 봤음직한 이야기네요
    샘 말린 토마토는 첨봐요 어디서 구하나요?

  • 15. cherry22
    '06.2.15 11:26 AM

    혜경쌤, 안녕하세요?^^
    댓글 달려고 로긴했어요.
    샌드위치가 정말 너무나도 맛나 보이네요. 앙, 먹고파라...
    저 한테도 택배(택배비는 당근 제가 낼께요.^^)로 두 개만(?)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개콘 버전으로 택비로 2개 안되겠니?)

  • 16. lyu
    '06.2.15 11:38 AM

    누구는 그럴지도 모르지요.
    별거에서 다 부모님 갖다 붙인다고......
    그래도 어쩝니까.
    한가지 한가지 다 추억으로 쌓아 온 걸요.
    문득 떠 오르는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참 맛있어보여요.

  • 17. 웰빙
    '06.2.15 11:41 AM

    82때문에 살찌겠어요...ㅜ.ㅜ
    들어오기만 하면 맛난것들이 줄줄이~~ㅎㅎ
    보기만 해도 행복한데...먹어주면 내몸이 얼마나 좋아할지..

  • 18. 지우산
    '06.2.15 12:18 PM

    '양키물건 장수' ...저는 미제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엄마 어깨너머로 미제아줌마가 갖고 온 물건들을 열심히 구경했어요.
    오빠는 분유통만한 땅콩버터캔을 들고 앉아 숟가락으로 퍼먹고(?)...윽...
    정말 아련한 추억들입니다.

  • 19. 안개꽃
    '06.2.15 3:45 PM

    이 시간에 쥭음입니다..먹고 싶어요.
    언제나 선생님의 친정부모님 얘기는 참 정답고,,맘이 따뜻해집니다.

  • 20. 웃어요
    '06.2.15 4:43 PM

    오후에 회사에서 보고 침 흘립니다.
    여기는 서대문 사거리인데 주변에 먹을거리가 없어요.
    하다못해 그 흔한 패스트푸드, 토스트 가게도 없어요.
    제 뱃속에 아가도, '저 샌위치 한쪽만 먹으면 살 것 같다' 할 듯해요.

    담번 코스코갈때는 말린토마토 올리브절임 1통 사와야겠어요. 요새 갈때마다 들었다 놨다, 카트에 넣었다 다시 빼놨다 했거든요.

    오늘 저녁에 강 건너 '엔 치즈'에서 식사예정입니다.
    제대로 된 치즈 감자 퐁뒤 먹을 예정이에요. 사진도 찍게 되면 식사평 올리려구요...

  • 21. 카페모카
    '06.2.15 5:55 PM

    갑자기 샌드위치가 막 땡기네요..
    빨리 만들러 가야 겠어요..
    진짜 오랜만에 들어와서 이제 구경 시작인데....
    들어자 마자 먹고 싶은게 생겨버렸네요..ㅎㅎ

  • 22. 김영기
    '06.2.15 11:10 PM

    사진만 봐도 입맛이 확 땡깁니다.
    내일 아침 메뉴로 저도 샌드 위치 먹어야 겠어요.

  • 23. 서산댁
    '06.2.15 11:31 PM

    한 입 베어먹고싶어요.

  • 24. 감자
    '06.2.16 12:07 AM

    참 따뜻한 글이에요
    친정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저 샌드위치 참 좋아하는데...먹고싶네요
    근데 다행이에요..배고플때 봤으면 테러였을텐데..오늘은 저녁을 늦게 든든히 먹었더니
    많이 괴롭진않넹 ㅎㅎㅎ

  • 25. 이윤주
    '06.2.16 12:31 AM

    ㅇ ㅏ...이밤에..침이..꿀~껄~

  • 26. 변화물결
    '06.2.16 12:49 AM

    선생님 글 읽으니까 저도 엄마와의 추억이 떠올라지네요 ..

    예전에 앞집 아줌마와 열심히 포도쨈을 만드시던 저희 엄마 ..그 다음날 저희는 양쪽집 아빠들과 그리고 아이들만 다 같이 뒷산을 오르기로 되어 있었지요 ...

    앞집 아줌마는 예쁘게 구운 식빵에 (그당시 토스터기는 가격이 높았음 ) 포도쨈을 발라왔더라구요^^
    저희 엄마는 제과점 빵도 아닌 뭔 ..슈퍼빵 봉지에 든 빵에 쨈을 바르셔서 그 빵 봉지에 도로 담으셔서 도로 입구를 새것인양 봉해서 싸주신거 있죠??

    제 나이 열살때 앞집 아줌마 빵만 열심히 먹으니까 저희 아빠 왈...엄마가 해준 것도 좀 먹어라 ...^^ ...
    옆집 아저씨 왈... 오히려 저는 이게 입맞에 더 맞네요..맛 있네요 하시면서 절 계속 먹게 밀어주셨답니다 ..

    그리고 집에서 와서 토스터기 타령을 했더니 ...토스터기가 남의 집 개 이름이냐고 하시던 저희 엄마 ㅜㅜ ..?? ?? !!

  • 27. 마음은 그린
    '06.2.27 2:05 AM

    선생님 글 읽으니까 가슴이 쨘 한게 친정 엄마 생각이 나네요
    가까이 계시고 자주 찾아 뵙지만
    잘해 드리지도 못하고 말도 곱게 하지 못하는 하나밖에 없는 못된 딸....

    잘해야지 하면서도 부모님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 부모님들도 저희들을 그렇게 키우셨겠죠??

    잠깐이나마 부모님 건강하신 거 감사드리고
    하느님께 기도 드려 봅니다
    오래 오래 저희 곁에 계시게 해 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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