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주도 기행- 세째날 ①
아침에 헤르미온느가 공항에서 김민지님을 픽업하기로 했어. 오는 길에 제주사는 푸른바당님과 그집 일곱살 먹은 총각도 픽업하고.
제주 하늘도 울산의 미녀 김민지가 뜨는 걸 아는 지, 어제는 하루 종일 꾸물꾸물하더니, 오늘은 활짝 개인거야, 아침 일찍부터.
오늘 새벽에는 까마귀도 안 울었는데, 일찍 잠이 깨져서, 미스테리랑 사우나에 갔었어.
한번 트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같이 목욕탕에 들어가고 나니, 두번째는 아주 자연스러워졌어. 미스테리에게 내 등판까지 내어 맡겼다니까..
사우나를 하면서 문득 깨달았어. 항상 아침이면 양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서 잠에서 깨는데, 어제도 오늘도 전혀 아프지 않다는 걸.
컴퓨터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고, 밥이며 요리며 하지 않아서 그런가봐. 오직 한 가사노동이라고는 커피 탄것.
아니, 얘네들이 내가 탄 커피가 맛있다고, "선생님이 타주세요" 그러면서 내 손만 바라보는 거 있지? 히히, 물론 물끓이고 설거지는 내가 안했지만.. 김혜경 진짜 팔자 늘어졌지??
암튼. 내가 그동안 손목을 너무 혹사했던 것 같아. 근데...서울 돌아가면 도로 손목 아프겠지?
일행이 모두 도착하고 절물휴양림에 갔었어. 진짜 공기가 맑고 좋았어. 약수물도 한 바가지 먹고...경치가 좋더라는 말, 이젠 안해도 알지??
절물에서 나와서 돈내코라는 곳에 갔었어. 제주도 사람들 피서하는 곳이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숲속으로 한참 걸어가니, 자그마한 폭포가 있는 계곡이었어.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이곳은 덥지 않은 곳이라는데 진짜 그렇겠더구만...아주 시원할 것 같았어.
울창한 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숲속에 계곡이 있거든. 폭포가 떨어지는 웅덩이는 제법 깊어보였는데...
미스테리는, 뭐, 자기가 목욕하던 곳이라나...지가 선녀라는 얘기지..큭큭...
다음은 폭포를 한군데 가기로 했어. 천제연 천지연 등등 폭포가 여럿인데 한군데도 안가보면 서운하잖아.
어디로 갈까 하는 걸 내가 그랬지..."왜 있잖니..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
정방으로 갔어...정방엘 갔는데..오늘의 스타, 강현일군이, 자기는 여기 처음 왔다는 거야.
푸른바당도 시인하더만...아들 데리고 안와본 것 같다고..하하..이게 말이 돼? 제주도 사람이 정방폭포에 안와봤다는게..
근데 왜 현일군이 스타냐고?? 첨엔 만났을 때 푸른 바당이 그래, 아이가 '공손한 강서방'이라고 불리는 건 좋아하다고.
첨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들었는데..애가 어쩜 그래...하루 종일 끌려다니면서 단 한번도 짜증도 안내고, 보채지도 않고...
단 한번 절물에서 푸른바당에게 조그만 소리로 "포카리 스웨트..."하는 거야.
그것도 너무 일찍 엄마손에 끌려나오느라 아침을 안먹어서 배고파서 그러는거래.
헤르미온느가 얼른 데리고 가게에 가서 포카리 스웨트와 과자 하나를 샀는데..그 과자도 남기는 거 있지? 형아 가져다 준다고.
차에서 꾸벅꾸벅 졸다가도 "내려"하면 내려서 걷고, 엄마 근처에서 멀리 떠나지도 않고...넘넘 이뻤어.
내가 저, 이뻐하는 줄 아는지...지네 엄마 핸드폰에 내 얼굴 막 찍더만..다른 사람은 안찍고..아, 이 인기는 식을 줄 몰라...큭큭...
암튼, 푸른바당에게 아이들 육아에 대해서 글 좀 쓰라 했는데...모르겠어..쓸 지...꼭 썼으면 좋겠어. 애들을 제대로 키우더구만.
아, 물론 아이의 심성이 곱고 착하긴 하더라. 아무리 엄마가 교육을 제대로 해도, 아이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암튼 공손한 강서방, 내게는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지. 탐나는 총각이던걸.
점심은...뭘 먹었는 줄 알아? 들어는 봤어? 꿩깐풍기?
우리의 헤르미온느, 서귀포의 원덕성원이라는 중국집을 알아뒀더라구. 여기서 꿩깐풍기와 게짬뽕을 먹었는데..진짜 맛있었어.
꿩은 무슨 가루로 튀겼는지, 물론 녹말가루겠지만, 무슨 비법이 있는지 너무너무 바삭바삭하고 맛있었고, 소스 맛도 환상이었어.
꿩고기 맛는 어땠냐고? 닭보다 훨씬 쫄깃쫄깃하고 뭔가 깊은 맛이 있었어.
이거..강추요리야...
게짬뽕도 아주 맛이 있었어.
내가 왜..꿩에게 원한 맺혀있잖아, 그 원한 풀었어...
무슨 원한이냐고? 왜 생각안나..어느 해 설 무렵 모씨가 선물로 털도 안뽑은 꿩 한마리 보내서, 그 털 뽑아주는 곳 찾느라 손에 꿩 들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으나...
결국 닭 잡아주는 집 찾지 못해서, 집에서 내가 털과 껍질을 동시에 벗겨버리느라고 사투 벌인 일...
뼈에서 살만 발라내 잘 다져서 떡국 끓였던 일 생각 안나냐고오..., 어흑...지금 생각해도...꿩 준 사람이 어찌나 밉던지...
그때 꿩 깐풍기같은 요리법을 알았더라면 살코기 다지는 수고는 안하는 건데...분해..지금도..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면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게 뭐였는 줄 알아..한라봉..당신 좋아하는 한라봉..
어제 서귀포쪽 다닐때보니까, 길에 생산자 직매점이라고 써있는 한라봉집이 많은거야.
슬쩍 헤르미온느에게 차 좀 대줬으면 했더니, 헤르미온느는 이런데보다는 제주시의 이마트에서 사자는 거야.
그래도 난 그 생산자 직거래라는 게 땡겼거든. 그래서 정방폭포 근처에 있는 한라봉집에 가서 한박스 사서 부치고 싶었어.
나보다 먼저 도착하는 한라봉...재밌잖아...그리고 농장에서 사면 최상품은 아니더라도 먹는데 지장없는 좀 싼 것도 살 수 있을 것 같고.
혹시나 싶어서 푸른바당에게 한라봉 농장 아는 곳이 없냐고 했더니 사촌시누이라나 동서라나, 암튼 가까운 친척의 친정이 한대.
연락 해보니, 바로 어제 모두 팔았다는 거야. 좀 아쉬웠는데,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왔어. 상품 가치가 약간 떨어지는 물건이 있다고..
바로 이거야, 내가 찾는게...얼마냐고 물었더니...1㎏에 2천원이래..말도 안돼..너무 싸잖아...
한라봉값이 3㎏ 한상자에 최상품은 1만9천원 정도, 그보다 좀 적은 것은 1만5천원 정도인데, ㎏에 2천원이라니.
15㎏짜리 귤상자에 한라봉을 담으면 12㎏가 담긴대. 택배비는 6천원이고. 그래봐야 3만원이잖아.
얼씨구나 하고 두상자를 주문했어, 우리 집 꺼와 갈현동 꺼. 곧바로 보내달라고..내가 들고갈 수는 없잖아.
한라봉을 해결보고 나니..어찌나 개운한 지...선물 준비가 끝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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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림커피
'05.3.19 9:11 PM허걱,,, 김민지님은 전국번개 안가는 곳이 없구만요,,,,
울산, 경주,대구, 서울,,이젠 제주'까지.... 부러버라...ㅠ.ㅠ2. 김민지
'05.3.19 9:12 PM저 1등 이예요?
와우~~
그런데 그 미인이라는 말좀 빼주시지..
샘 옆에 서니 어찌나 떨리는지 표정관리가 안되서....3. 김민지
'05.3.19 9:13 PM에이, 2등이네...
번개를 가려고 한게 아니구요, 제주바람 쐬러 갔죠.
심드렁병 치료에 약효가 좋다고 해서.ㅋㅋㅋ4. 안나돌리
'05.3.19 9:13 PM아~~한라봉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한개 슬쩍 합니다...5. bluejuice
'05.3.19 9:15 PM좋겠다는 생각만 계속드네요.
한라봉도 맛있을거 같구요.
샘님께서 첫째날-셋째날의 제주도 기행을 읽고 있자니
너~무 부럽고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흑흑^^6. 소연맘
'05.3.19 9:18 PM한라봉 정말 맛나 보여요.
김민지님 심드렁 치료 약발이 좋던가요.
요즘 제가 좀 심드렁합니다.
근데 한라봉 진짜 싸네요?7. 안나돌리
'05.3.19 9:20 PM저 한라봉 여기서 주문하면 안되나요?
넘 비싸서 못 먹고 있는데~~~^^*8. 헤르미온느
'05.3.19 9:48 PM헤헤헤...^^
제가, 촌시러워서, 마트밖에 안가봤답니당,,, 직거래를 몰라서,,히히...
그날의 성공을 바탕으로, 어제도 그렇게 길가에서 만원어치 사서 맛나게 먹으면서 다녔어요..^^9. 오데뜨
'05.3.19 10:02 PM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이참에 저도 한라봉으로 좋아하는 과일목록을 바꿔야 할라나^^10. heartist
'05.3.19 10:09 PM원덕성원 짬뽕 너무 맛있지요????
재작년에 저희 꼬마(당시4살, 3살) 둘 델구 놀러가서 서귀포칼에 묵으며 3박4일동안 4끼를 원덕성원 짬뽕으로 떼웠다니까요... 고 조그만게 호호 불며 어찌나 맛있게 먹어대는지...지금도 애가 가끔 먹고 싶다고 해요, 선생님 글 옆에서 보면서 " 엄마 나도 빤짝이 조개국(오분자기) 또 먹고 싶다"하며 얼마나 입을 다시는지... 그때도 혼자 오분자기 7개를 먹었다니까요^^
선생님 덕분에 추억에 젖어보네요11. 오키프
'05.3.19 10:34 PM절물 여름에 가면 정말 정말 시원해요. 평상이 죽 있어서 만화책 잔뜩 싸들고가서 누워있음 신선이 따로 없어요. 춥기까지하니..^^
원덕성원은 미리 전화하면 뼈 없는 꿩깜풍기도 해주세요. 돈은 좀 더 내야하지만서도.. 뼈 발라내는게 좀 귀찮거든요. 아 먹고싶어라. 게짬뽕도...흑흑...그집이 얼마나 유명하고 지조가 있으신지 동네장사를 하시면서도 배달을 절대로 안하잖아요.12. 민이맘
'05.3.19 11:07 PM와..사진이 정말 예술이예요..
꼭 한번 가고프네요..절물..가봐야지..^^
공손한 강서방..언제 한번 볼수 있을까요..ㅎㅎ13. 크리스
'05.3.19 11:56 PM샘님...저도 첫번째 결혼 기념일에 제주도 갈때 맛집 찾아서 갔거든요.그 원덕성원 정말~어렵게 찾아가서는 둘이서 꿩깐풍이랑...굴짬뽕이랑 짜장까지...먹다 쓰러지는 줄 알았답니다...ㅋㅋ 정말 맛있었어요!!!....그리고 이번 여행 후기 올리실때요...가셨던 맛집...위치나...귀찮으시다면 제발...전화번호라도 올려주세요. 담에 아버지 환갑여행을 제주로 가족여행 가기로 했거든요. 샘님 이번에 가신 코스대로 가면...대박날것 같네요...즐거운 여행되시고요^^
14. 나루미
'05.3.20 2:52 AM선생님 사진이 점점 더 이쁘게 나오시는데요?
꿩깐풍기도 맛있어보이고..
한라봉도 싱싱 그 자체네요..15. 선화공주
'05.3.21 11:03 AM선생님...서울오셔도 손목 안아프셔야 하는데....
그래야... 리플도 마니 마니 달아주시고...잼난 이야기도 마니 마니 해주실텐데....^^*
저도 커피 잘타는데...달고 맛난 커피.....제가 가서 타드릴껄...ㅜ.ㅜ16. candy
'05.3.21 11:14 AM한라봉 진짜 싸네요~
여기선 하나에 2000원인데...쩝~17. 현수현서맘
'05.3.22 7:24 AM한라봉 살 수 없을까요? 푸른바당님(공손한 강서방) 저희 딸한테 주시면 안될까요? 아무도 없으니 제가 먼저 침발라 놓겠어요. 다른분들도 이의 없지요? 이의 있으면 개인적으로 만나자구요! 제 딸이 5살이니 나이는 서로 맞지요? 조금 키가 작은 게 흠(엄마, 아빠 모두 작은 걸 어떡해요. 팔자로 알고 살아야지)이고 고집을 센 것이 그렇지만 남 챙기는 것은 정말 잘하거든요. 어제도 제가 아프다고 누웠더니 자기 옷과 제 옷을 위에 덮어주고 정은 참 많거든요. 참, 신랑이 진주강씨인데 설마 본이 같은 것은 아니겠지요? 다른 사람한테 아들 주시면 안됩니다. 성씨 때문에 안 되면 똑같은 심성을 갖고 있는 놈으로 소개해 주시던가요. 제가 제주도까지 쫓아갈 거예요. 약속해 주셔요. 설마 벌써 다른 처자와 약혼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
지난 주 금요일에 아파트 알뜰장에 갔는데, 제주도에서 나온 오렌지를 샀어요. 아주 커다란 귤 모양이고 오렌지보다 당도가 훨씬 좋았어요. 오렌지 사라는데 수입 식품 농약 걱정했더니 이걸 사라대요. 8개 1박스에 28000원(서비스 차원에서 싸게 주는 거라대요. 다른 데 가서 딸기값 비교했더니 한 5~6000원은 남겼을 거라네요. 제가 과일쇼핑으로 57000원을 썼는데, 이번 장에 가서 많이 얻어 와야겠지요?몇 만원은 남겼을 것 같아서.)이어서 4개만 샀거든요. 제주도 오렌지 잡숴 보신 분 있나요? 구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저한테 쪽지 주셔요. 저도 선생님처럼 상품성이 좋은 것보다 모양은 못생겨도 맛 좋고 저렴하면 생각있습니다. 오늘은 신랑이 없어서(창원 출장) 7시 신데렐라 안해도 되거든요. 이렇게 느긋한 게 좋은데 신랑 좀 자주 출장가라고 쫓을까요?18. 현수현서맘
'05.3.24 4:51 AM어제 초록마을에 가서 봤는데, 비가림 귤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던 것 같아요. 한번 잡숴 보시면 그 맛에 뿅 가실 거예요. 정말 끝내 주거든요.
19. 나린
'13.12.22 7:00 PM저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