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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갈등

| 조회수 : 9,442 | 추천수 : 87
작성일 : 2005-02-14 22:29:40
10여년전..
지금은 현대백화점 신촌점이라 불리는 백화점이 그레이스백화점이라 불리던 시절...
집앞에 큰 재래시장을 놔두고도 그리로 장을 보러다녔습니다.
집앞 재래시장이 물건 값은 싸지만, 특히 채소같은 것은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것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레이스백화점은 채소값이 백화점치고는 그리 비싸지 않을 뿐더러, 아주 조금씩 먹을 만큼만 살 수 있어 버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싼 걸 많이 사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것과 비싸지만 조금 사서 알뜰하게 먹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음식물쓰레기 적게 만들고, 주차도 재래시장보다 쉽고, 유일하게 장 볼 시간인 일요일엔 노는 집앞 시장 대신 그레이스백화점엘 다녔습니다.
그나마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올 때마다, 못마땅한 음성으로 "백화점 다녀왔냐"는 시어머님때문에 가지 않게 됐지만...

암튼 그레이스백화점 지하 슈퍼 다닐때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지하 슈퍼앞에서 이런저런 먹거리 행사를 할 때마다 쉽사리 구할 수 없는 걸 사 먹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사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죠.
그러던 어느날, 메밀가루와 무쇠팬을 파는 행사를 했습니다. 무쇠팬을 보는 순간 어찌나 갖고 싶던 지 별 생각없이 큼직한 팬을 골랐습니다.
좀 작은 걸로나 살껄...

그저 철솔로 잘 닦은 후 기름발라서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의외로 무겁고 조금만 물기가 남아있어도 녹이 슬어버리고...
또 부침개도 쩍쩍 들러붙기 일쑤고, 사이즈가 너무 커서 이 팬을 가스렌지에 올려놓으면 다른 냄비를 올리기 불편하고...

해서, 쓰다치우다를 반복하기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쓰기는 힘들고...
해서 보일러실에 쳐박아 두고, 새우 소금구이를 해먹을 때 한번씩 꺼내쓰곤 했어요.
그랬다가 다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혹시나' 이번엔 잘 쓸 수 있을 까하다가, '역시나' 들러붙는 군하고 치우고...


요새 봄맞이 대청소중입니다.
여기저기 '언젠가는 잘 쓸텐데...'하고 모아두고는 잘 쓰기는 커녕 쓸데도 없을 뿐더러 모아뒀단 사실까지 잊은 플라스틱 포장재며...
아이스크림집에서 얻어온 플라스틱 숟가락, 녹난 프라이팬 정리대, 헌 바구니 뭐 이런거 몽땅 정리중입니다.

이런 걸 정리하면서 다시 눈앞에 나타난 무쇠프라이팬...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으면 줄까? 아냐, 놔두면 언제가는 꼭 쓸텐데...이렇게 갈등갈등하다가 창고에서 부엌으로 들였습니다.

또 철솔로 닦고, 물에 말린 후, 기름발라 두고...찬밥으로 누룽지만 2번 만들었는데...또다시 갈등중입니다.
다시 창고로 보내버릴까, 며칠 좀 참아볼까...너무 무겁고, 너무 크고...
주인 잘못만난 제 무쇠팬이 불쌍합니다. 주인만 제대로 만났으면, 사랑받고 살았을 텐데..
아..무쇠팬 뿐인가요..무쇠솥은 어떡하구요? 큰 거 작은 거 2개가 지금 어느 구석에서 쳐박혀서...주인 원망하고 있을텐데...
3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수유
    '05.2.14 10:56 PM

    제가 일등인가요

  • 2. 안나돌리
    '05.2.14 10:57 PM

    아~~ 놓쳤네요..

  • 3. 산수유
    '05.2.14 10:57 PM

    저도 서울에 살았을때 그레이스 백화점 단골손님이었는데..
    정말 지하 식품점이 참 좋았지요. 반갑습니다.

  • 4. 프림커피
    '05.2.14 10:57 PM

    동메달이라도...

  • 5. 프림커피
    '05.2.14 10:59 PM

    제 생각엔 기냥 창고로 보내심이..
    너무 무거운 팬은 손목에 무리가 가잖아요,,, 샘 손목도 안좋으시면서,,

  • 6. 안나돌리
    '05.2.14 11:02 PM

    몇번을 드낙 거리고 있었는 데...
    샘님~~ 그런 걸 애물단지라고나 할까요...
    저두 전기 튀김기를 선물받은거라 쓰자니 그렇구
    주자니 주신 분 성의가 걸리고... 조만간
    맘 정리하렵니다..필요한 잘 쓰면 그게 더 좋겠지요~~

  • 7. 체리
    '05.2.14 11:03 PM

    맞아요.선생님 손목 생각하셔야죠.

  • 8. 고소미
    '05.2.14 11:09 PM

    저 같았으면... 버~얼써 없앴을 것을.... 선생님 넘 정이 많으셔요. 물건에도요.... ^^

  • 9. 제텐
    '05.2.14 11:13 PM

    앙! 나도 일등 하고 싶었는데..놓쳤네요...그래도 무쇠팬은 가지고 계세요.또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일날이 있을꺼예요.저도 요즘 집안구석구석 먼지 털고 제 아들옷 작아서 못 입는거 여동생네 보내고,체리목 책꽂이 바둑판 시트지로 부치고,,하얀색으로 페인트칠할 문짝도 걸레질 하구요.베란다가 창고도 변해서 이리저리 물건 옮기구요.언제 다 할지 모르겠어요.
    혜경샘님!봄 맞이 대청소도 쉬엄쉬엄 쉬면서 하세요.잘못 하면 감기 오는수가 있거든요.

  • 10. 알로에
    '05.2.14 11:24 PM

    어이구...진짜 맘헷갈리게 하죠 그냥 정리해서 넣어놓으시구 담에 한가하셔서 놀기삼아 기름칠하고 전부칠때 쓰셔요 지금은 그냥 손먼저가는거 쓰셔요

  • 11. 김새봄
    '05.2.14 11:35 PM

    샌님~ 버리실꺼면 저 부르세요..꼭이요~~~!

  • 12. 뿌요
    '05.2.14 11:50 PM

    저도 곧 이사를 가야해서 이것 저것 정리를 해야 할거같아요.
    여기저기 버려야 할게 너무 많은데....
    버리고 나서 다시 생각나지 않아야 할텐데....

  • 13. jasmine
    '05.2.14 11:54 PM

    저두 그레이스 백화점 세대예요. 무쇠팬은 저희집으로 날려주세용......^^

  • 14. 오키프
    '05.2.15 12:04 AM

    저도 그레이스 백화점 단골이었는데... ^^
    손님도 많고 벅적벅적했었는데 왜 장사가 안되서 운영을 현대로 넘겼는지...

    기름칠 많이한 큰 무쇠팬에 빈대떡 부치는거 보면 침이 꼴깍인데...

  • 15. 경빈마마
    '05.2.15 12:04 AM

    반장...
    식구 많은 집이 더 유리하지 않은감요?
    아파 죽겠네요. 일산 덕이동으로요~

  • 16. 빈수레
    '05.2.15 12:30 AM

    무쇠팬, 엄청 잘 쓰는 집을 알지요.
    거기다가 오삼불고기까지 해 내고는 하는데...
    새벽까지 그거 안주해서 술을 마시고는, 그 술기운에도 후다닥 닦아서는 행주로 한번, 키친타올로 한번 물기를 닦아서는, 기름을 듬뿍 발라서는 그대로 신문지로 싸서 두더이다.

    일부러 철공소에다가 주문해서 만들었답니다....

    손목만 괜찮으시면...애물이 영물이 될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하심이 어떨런지요?? ^^;;;

  • 17. eunji
    '05.2.15 1:12 AM

    저 오늘 신촌 현대백화점 갔다 왔어요^^ 그것도 지하 식품점만요 ㅎㅎㅎ

  • 18. 런~
    '05.2.15 1:17 AM

    많이 사용하시지 않으셨다고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좋은 팬 같아 보여요..^^
    남 주기엔 너무 아까우실 거 같아요..^^
    그냥 골동품으로라도 꼭 가지고 계세요..^^

  • 19. 서산댁
    '05.2.15 1:24 AM

    쓰시기에, 힘드시겠지만, 사진으로만 보면,,,,
    너무 이쁘네요..
    꼭 골동품같습니다.

  • 20. 폴라
    '05.2.15 2:56 AM

    저도 그레이스백화점을 자주 갔었지요.찌찌뽕~^^**
    보기는 멋진데...무겁겠는데요...손목 조심하십시오.

  • 21. 내맘대로 뚝딱~
    '05.2.15 7:23 AM

    저도 한국 있을 때...저 팬 있었는데요...목삽겹살 구워 먹으면서 김치도 얹구요...그러다 끝날 때즘엔 밥 한 공기 퍽 엎어서 고추장 깻잎..섞어서 밥 비벼 먹으면 참 맛있었는데...좀 눌러 붙어도 그거 긁어 먹는 맛도 넘 좋고...오징어 불고기 해먹고 밥 비벼먹고...^^ 부침게 같은거 부치면 안되나요...^^ 10년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요...

  • 22. 라면땅
    '05.2.15 9:01 AM

    이야~~~ 무쇠팬이다~~
    전 왜 무쇠만 보면 기분이 좋을까요*^^*~~~
    고기구워먹고 밥 볶아먹으면~~~캬!!좋타...(또 병이 도지는군!!!)
    그런데 무겁긴 무거워요. 전 꼭 두손으로 들어요.

  • 23. yuni
    '05.2.15 9:09 AM

    저거 한번 들려면 정말 흡~~!! 하고 심호흡 한번 해야겠는걸요.
    선생님의 가녀린 손목 생각하면 정말 어디론가 떤져버리시라고 하고 싶네요.

  • 24. 소금별
    '05.2.15 9:13 AM

    요즘 무쇠팬이 인기몰이를 하고있나봐요.. 저두 살림돋보기에서 보구 막 갖고싶더라구요..
    명절전에 이와츄냄비랑 스테이크팬이랑 주문해뒀는데, 아직 받지는 못한상태이고,
    여기저기 좋다는 말씀도 있지만, 쓰기 힘들다는 분들도 계셔서 걱정입니다..
    분명 저는 쓰기 힘들다고 징징대는편일텐데,
    스테이크팬에 주물럭, 스위트콘치즈, 볶음밥... 을 상상하고 있으면 설레고 웃음이 나지만, 녹이 오른 스테이크팬이 떠오르면.. 한숨나고..
    설레는 웃음이 계속되어지길 바랍니다..
    스테이크팬을 잘 사용하게되면 무쇠후라이팬도 도전하고 싶었는데,
    두렵네요..~~~~~~~~~~~~~``

  • 25. 달개비
    '05.2.15 9:35 AM

    내다 버리기 좋아하는 저도
    이런건 못 버릴것 같아요.
    어쩌다 한번을 써도 예쁜것 같아요.
    좀더 사용해 보심이 어떠할지요?

  • 26. 뽀로로
    '05.2.15 9:59 AM

    저거 너무 좋아요. 삼겹살도 맛있고, 부침개는 말할 것도 없고...저는 두루치기 같은 것도 해먹거든요.
    저도 시어머니가 주신거 길들여 쓰고 있답니다.
    이뽀해 주세요~^^

  • 27. 소연맘
    '05.2.15 10:34 AM

    저도 무쇠솥 몇번 쓰다가 무겁기도 하구 매번 기름칠하구
    귀찮아서리 다용도실 창고 보내 버리고....
    에구 주인 잘못 만나 사랑도 못받구....

  • 28. 헤르미온느
    '05.2.15 11:04 AM

    샘... 안쓰시고 갖고만 있어도 뭔가 운치가 줄줄 있어보여요...
    나중에 커다란 그릇장이 달린 작업실에 전시해두시려면 갖고 계셔야죵....ㅎㅎ...

  • 29. 예은맘
    '05.2.15 11:09 AM

    선생님께서도 저런걸로 갈등하시는군요. ㅎㅎㅎ
    저도 저런 갈등 무지하는데... 요새는 좀 나아졌어요.
    저희 형부말씀이 "일년을 안쓰고 그냥 두는 물건은 분명 필요없는물건이니 미련없이 없애라.
    없앤후에도 절대 찾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해주셔서 그나마 좀 나아졌어요.
    언제가 어는 책에서 버리면서 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선생님 그렇게 갈등하지마시고 필요하신분알아보시고 입양보내시는건 어떨지...

  • 30. 퍼플크레용
    '05.2.15 11:20 AM

    신촌현대에서 고기사서 시부모님 드릴 때 가격스티커는 떼구서 드릴지언정,
    꿋꿋하게 다니고 있다는...

  • 31. 오렌지피코
    '05.2.15 12:13 PM

    그리운 그레이스백화점...^^
    그러고 보니 신촌 못가본지 어언~몇해던가...

    근데 저 무쇠후라이팬 모양은 보기 좋은데요?

  • 32. 선화공주
    '05.2.15 12:56 PM

    어떻게 선생님께 불러달라는 수고를 끼칠까요??
    기냥.........저한테만 어느날 몇시에 어디다 버리실건지말 살~짝 알려주세용...^.^*
    (선생님의 손때묻은 무쇠팬 가보로 남길랍니다....ㅎㅎㅎ)

  • 33. 미니허니맘
    '05.2.15 2:37 PM

    그레이스 백화점..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네요..
    제가 그 동네에 자주 다녔어요..
    약속장소로 자주 애용했었죠~ 추위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들어가선 쇼핑도 하고.. 친구가 1시간을 늦어도 끄떡없었죠.. 그 당시엔 핸드폰도 없어서 수시로 백화점 정문을 들락날락해야 했지만.. ㅋㅋ
    샘님덕분에 추억에 젖어보네요.. ^^

  • 34. 레이지
    '05.2.15 11:06 PM

    이런 ...선생님건 왜 들러붙을까요??
    전 운틴거로 거의 똑같이 생긴건데..걍 첫날부텀 안들러붙고 넘 잘쓰거든요.
    걍 항상 불위에 올려두고 양념없는거만 부치니.프라이팬 들 일이 없어서,무거운거랑도 관계가 없

    82쿡덕분에 좋은거 사게 되서 볼때마다 흐뭇해하는데요
    선생님 버리지마시고 잘 길들여보셔요....


    .

  • 35. 미도리
    '05.2.16 4:44 PM

    저도 운틴! 찬밥눌려서 숭늉 만드니까 넘 좋던데요. 살짝 눌려서 숭늉할만큼 1장씩 10장정도
    지져서 냉장고에 두고 밥먹을때 1장꺼내서 작은 냄비에 물붓고 올려놓으면 구수한 누룽지가
    탄생하죠. 시간나실때 미리 전 부치시듯이 마니 부치셔서 1장씩 끓여 드시면 별미 이던데요.

  • 36. Joanne
    '05.2.18 12:15 AM

    언뜻 사진만 떴을땐, 멋드러진 도자기 그릇인 줄 알았쓰요..-.-

  • 37. 김혜경
    '05.2.18 12:42 AM

    오늘 치웠어요..다시 창고로..도저히 손목에 부담이 가서 안되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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