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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스파게티의 추억

| 조회수 : 8,033 | 추천수 : 67
작성일 : 2004-12-28 23:39:16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들어간 동아리가 대학 방송국이었습니다.
대학방송국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까지 쳤었는데, 대학 입시에 합격했던 것보다, 방송국에 합격한 걸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암튼, 어느 동아리나 그렇듯 새내기들이 들어오고 나면 이런 저런 환영회가 줄지어 열리곤 하죠.
제가 들어간 방송국도 꼭 참석해야하는 이런저런 환영회 줄지어 열리던 중 여자국원만을 위한 환영회가 있었습니다.
장소는 학교 근처의 한 coffee&snack~.
여기서 coffee&snack이라 함은 낮에는 다방보다 약간 비싼, 간혹 원두커피를 내려주기 때문에,커피를 팔고,
밤에는 맥주나 와인류를 팔고, 오무라이스니 샌드위치 하는 가벼운 식사를 파는, 지금의 카페 비슷한 곳이죠.
다방보다는 약간 럭셔리했구요.
이와 비슷한 곳은 주다야싸라 불리는 곳도 있었어요. 주간에는 다방, 야간에는 살롱이라는 건데...
coffee&snack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암튼 학교 앞의 한 컴컴한 곳에서 열린 환영회에 가보니, 여자선배들이 어찌나 세련되고 예쁘던지...,
말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어휘를 골라내는 능력하며 좌중을 압도하는 화술...
이제 대학에 입학한지 며칠 되지 않는 이 촌뜨기는 잔뜩 주눅이 들어버렸습니다.

제가 더욱 주눅이 든 건 식사주문 때였어요.
그저 만만하게 주문할 수 있는게 오무라이스나 돈까스 정도 였는데,  한 선배언니가 '스빠게리'를 주문하는 거에요.
솔직히 그때까지 스파게티를 안먹어봤지만, 먹어본 척 하고 저도 그걸 주문했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그 언니가 미국에서 온 남자랑 선을 봤는데, '스빠게리를 스빠게리라 하지않고 스빠겍 리 이라 발음하더라'고 하는데,
걱정이 물밀듯 몰려오더군요..이상한 음식이면 어떡하나 하고...

막상 나온 건 짜장면 비슷한 거...젓가락 없이 이걸 어떻게 먹나 하고 보니...그 언니 포크에 돌돌 말아서 맛있게 먹더군요.
흘금흘금 그 언니를 곁눈길하면서 한 입 먹어보니...아..입맛에 잘 맞는거 있죠.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평범한 미트소스 스파게티였던 것 같아요.
그후 한동안 스파게티를 달고 살았어요...

이날 기억나는 멘트 하나,
고등학교도 선배이며 바로 1학년 위의 언니가 남녀공학에서의 처세법이라며 가르쳐주길,
무조건 남학생들에게는 택택거리며 쫑코를 펑펑 주라는거에요, 그래야 하는거라고...
전, 정말 그 말을 가슴에 깊이깊이 새기고, 선배고 동급생이고 간에 제게 말을 걸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면박을 줬다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기피인물이었죠, 제가요...
그런데 그 후에 보니 그 언니는 남학생들에게는 연한 배(梨)처럼 사근거리더라는...

이게 지금으로부터 석달 모자라는 30년전의 일입니다.

아까 TV에서 요새 홍합철이라며 홍합요리를 보여주는데, 갑자기 홍합을 넣은 매운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졌어요.
스파게티 생각을 하니..30년전의 추억이 생각나서..., 이 한밤중에 잠시 추억에 잠겨봤습니다.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스테리
    '04.12.29 12:25 AM

    1등...!!

  • 2. 미스테리
    '04.12.29 12:30 AM

    무조건 남학생들에게는 택택거리며 쫑코를 주라는것은 그리 가르쳐 놓고 자신은 연한 배(梨)처럼
    사근거리며 인기를 끌고 싶었나 보군요...ㅎㅎㅎ

    전 첨에 가르보나라 스파게티가 나온후에 메뉴판에 올라있는 그 이름을 보며 뭐 이런...하면서 혼자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하며 먹어보곤 싶었지만 도저히 시킬수가 없었답니다...^^;;;;;;

  • 3. 고은옥
    '04.12.29 12:31 AM

    네,,
    저도 그랬어요,,
    요즘은 아들덕에 주문만 하면
    척 척 해주네요,,,

  • 4. 감자
    '04.12.29 12:42 AM

    샘!!!!!!! 너무 순진하셨어요~
    선배말을 철떡같이 믿고..그대로 하시다니...
    기피인물이라니,,넘 불쌍한걸요?

  • 5. 민서맘
    '04.12.29 12:58 AM

    오우~ 스파게리... 넘 먹고 싶어요.
    전 첨 먹어본 스파게리가 아마도 피자*에서 나온 오븐 스파게티였더거 같아요.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은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더 좋지만요.

  • 6. 여름
    '04.12.29 1:17 AM

    하하하... 선생님!!!!!
    장소는 학교 근처의 한 coffee&snack~. 여기까지 읽고 저 속으로 '주다야싸'군.. 했다지요.
    맞아요. 어두컴컴한 불빛 밑에서는 세련되고 분위기 있어 보였어요.
    그땐 칸막이 되어있는 레스토랑이 많았는데....
    요즘은 어두컴컴하면 당췌 보이질 않아서리.... 칸막이는 답답하고!

  • 7. namu
    '04.12.29 1:38 AM

    연애히면 결혼하는 즐 알고 연애 함 안한 제가 연상되는 이유???
    모두 비웃을것 같지만ㅜㅜ;;;

  • 8. sarah
    '04.12.29 3:00 AM

    스파게티...울 아이들이 이 사진을 보고 해 달라고 조르네요...

    포크로 돌돌 말아서 먹으면 더 맛있져...

  • 9. 마무리
    '04.12.29 4:21 AM

    저두 옛날 옛적 학교다닐때가 떠오릅니다.
    학생때는 뭘 해도 용서가 되는 때였는데...
    아까 책장을 정리하다가 해묵은 대학수첩에서
    남자친구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아무도 없는데
    괜히 주위를 휘 둘러보고 깜짝 놀라 감추었어요.
    ㅎㅎ
    그 친구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요?
    딸 하나 낳고 뱃살 늘어진 이 사람은 벌써 잊었겠지요???
    스파게티 같이 잘 먹으러 다녔는데...

  • 10. 한이진
    '04.12.29 4:38 AM

    김혜경 선생님!!
    Christmas는 잘 보내셨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세요!!! (좀 오래된 덕담이지만...)
    위의 글 읽고, 느낀건
    여자의 적은 역시 여자 라는 생각*^^*

  • 11. 오데뜨
    '04.12.29 8:51 AM

    우리 아이도 작년에 원하던 대학이 아니라며 재수하겠다고 마지막까지
    난리를 치더니 일학기에 떨어진 학교내 방송국에 이학기엔 붙어서
    요즘은 그 대학에 간 것을 엄청 즐거워하더군요.

    오늘도 목동 sbs방송국에 간다며 새벽같이 나갔는데 아침에 못 일어나던
    그동안의 생활패턴까지 바꿔가며 열심이어서 한편으론 다행이랍니다.

    나중에 우리 아이도 선배들 틈에서 이런 추억을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요^^*

  • 12. 안나돌리
    '04.12.29 9:22 AM

    올 망년회는 방석깔고 않는 곳아닌 우아한
    분위기찾아 스파게티로 했답니다.
    삼청동의 수와레를 갔는 데 찬조들어 온
    돈좀 있어 푸짐하게 이것 저것 시키고 보니
    역시 스파게티나 먹을 것 그랬다 싶데요...
    무슨 새우에 해물에 근사한 설명붙은 그럴싸한
    이태리 요리를 떠억 시키고 보니 어이구~~ 돈아까워서
    혼났어요... 32,000원이나 하는 것이 위엔 새우4마리 놓고
    아랜 맨 오징어 깔아 놓은 것 있죠? 이래 저래 매상좀
    올렸기에 불만좀 표시했는데도 글쎄 차한잔 써비스가
    없어서 실망했네요!! 근데 또 스파게티먹으러 가야할 지
    고민입니다. 오늘 저녁모임이 젊은 애들이라??? 고민중입니다.
    스파게티는 맛이 괜챦고 분위기도 좋은데~~~

  • 13. 선화공주
    '04.12.29 9:37 AM

    하하하...새로 들어온 새내기중에 아마도 그 선배눈엔 선생님이 가장 이뻐보였나봐요..^^
    자신의 인기를 빼앗길가봐 미리 그런 수를 쓴것을 보니...ㅎㅎㅎㅎ...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가 맞아요^^

    선생님의 스파게티의 추억을 들으니....
    음식은 추억으로 가는 길을 가장 빨리.... 아름답게.... 열어주는 문 같아요..^^

  • 14. 달개비
    '04.12.29 9:48 AM

    스빠게리의 추억 넘 재밌어요.
    혼자 킬킬 웃어면서 읽었답니다.

  • 15. woogi
    '04.12.29 9:52 AM

    전 대학가서 첨 먹어본 음식이 쫄면이었다면 믿으실런지..
    이상하게 저희 고등학교 근처엔 분식집두 없어서, 걍 동네서 떡볶이만 먹었었죠..
    그렇게 맛있는 면이 있을줄이야.. 선배따라 먹는 샘심정이 이해가 가요. ㅋㅋ

  • 16. 헤르미온느
    '04.12.29 10:55 AM

    먹어본척 곁눈질 해가면서 드시는 게 넘 귀여우셨을것 같아요..ㅎㅎ...

  • 17. 두들러
    '04.12.29 10:56 AM

    ㅎㅎ 재밌어요..

  • 18. 소금별
    '04.12.29 11:17 AM

    에궁.. 빙고우, 찌찌뽕입니다.. 이야.. 이런것두 기분 무쟈게 좋네요..
    저두 어제 스파케티 해 먹었답니다. 크리소스루다가.. 굴을 잔뜩 넣었죠..
    맛나게 많이도 먹었죠~~ 배부르게..

  • 19. 그린
    '04.12.29 11:23 AM

    전 선생님 글 읽고 "피자"가 떠오릅니다.
    저도 서울로 유학(?^^)와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피자를 맛 볼 수 있었답니다.
    새로운 걸 접할 때면 언제나 조심스럽고, 두근두근거리는 마음~~~
    한 번만 겪어보면 별 거 아닌데...ㅎㅎ

  • 20. 상은주
    '04.12.29 2:45 PM

    저도 어제 회식에 스빠게리 피자, 샐러드 와인, 치즈스틱 어니어링, 닭. 뭐 등등 시켜놓고 먹었거던요.. 오늘은 3시 퇴근후 칭구랑 TGI.에서 만나기로 했꺼덩요,, 폭립을 먹을까요?? 뭘 먹을까여? 아침까지 소화가 안되서 오늘 지금3시 까지 우유 한개먹었어요.. 그래도 배 안고프네요..

  • 21. candy
    '04.12.29 2:50 PM

    역시 선생님 학교때 얘기가 젤 재밌어요!~^^

  • 22. 햇님마미
    '04.12.29 2:55 PM

    고 스빠게리가 샘님의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군요...

  • 23. cinema
    '04.12.29 7:15 PM

    하하하..
    배처럼 사그거리면서 쫑크주라는 그 선배언니말을 고대로 하셨던 샘..넘 귀여우세요..ㅋㅋ
    오늘따라 저 스파게티가 넘 먹고프네요..^^

  • 24. 빅젬
    '04.12.29 9:50 PM

    음... 약간 덜익힌... 올리브 기름에 잘 볶아진 면인거 같아요..

    저도 해물들어간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좋아용~

  • 25. 서산댁
    '04.12.29 11:11 PM

    저도 오늘 점심에 스파게티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봤습니다.
    생전 첨으로.....
    새우와 쭉꾸미를 넣어서 말입니다...
    맛은 괜찮았는데, 입에 잘 맞지 않더군요.
    역시..
    네 입엔 국수가 맞다...이렇게 생각하면서 먹었습니다...

  • 26. 요조숙녀
    '06.8.8 8:10 PM

    우리딸이 스파게티를 좋아하는데.....
    맛나게 만들어서 딸에게 보여주고 십네요...
    맛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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