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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늙은 호박 한덩이로... [호박죽] [호박전]

| 조회수 : 10,174 | 추천수 : 115
작성일 : 2004-11-21 19:21:43
어제 한 밤중, 잠시 제가 어떻게 됐었나봅니다.
밤 12시도 넘어서 물 마시러 주방쪽으로 나갔다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지난 번 강화갔다가 2천원씩 주고 두덩이 사놓은 늙은 호박중 한덩이를 난짝 들고와, 난도질을 시작했어요.
뭐, 어머니 성당가시기 전에 아침식사로 드시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한거긴 한데...하려면 좀 일찍이나 하든지 한밤중에...

그래도 호박이 워낙 작은거라..손질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근데 호박이 참 좋네요. 속살 색깔이 어쩌면 그리 이쁜지...물도 많은 것 같고...
한덩어리에서 한 1/8 정도 남겨뒀어요. 늙은 호박전 부치려구요....

호박을 손질하면서는 계획은 슬로쿠커에 넣어두고 자는 거 였는데 생각해보니,
그럴 경우 자다말고 일어나서 쌀가루를 넣어야하는 불상사가...
하여, 두번에 걸쳐 압력솥에 삶았습니다. 금방 아주 자알 삶아지네요...주걱으로 만지기만 해도 으깨질 정도...

삶은 호박에 물 조금 더 붓고 쌀가루와 황설탕을 부어두고 잤어요.
물론 아침에 일어나보니, 호박죽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슬로 쿠커에 호박죽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냄비에다 대고 손으로 쑤는 것 만큼 색이 곱게 되지는 않는 것같아요..
뭐랄까..색이 좀 검어지는 것 같아요.
맛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농도를 맘에 꼭 들게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구요.
냄비에 넣고 쑤다보면 쌀가루를 더 넣기도 하고..설탕을 더 넣기도 하는 등 맛을 조절할 수 있는데...슬로 쿠커로는 그게 좀...
물론 나중에 수정하기는 하지만...



남겨뒀던 호박은 가는 채칼로 밀어 소금 밀가루를 섞어서 저녁에 전 부쳤습니다.
재작년이든가, 늙은 호박을 삶아 으깬 다음 찹쌀가루를 넣고 반죽을 만들어 부치다가 그만 뒤집지 못해서 난감해하던...
그 때의 실패담이 생각나서 실실 웃어가며 부쳤어요.
다른 전들에 비해 나른하긴 하지만, 그래도 못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가는채가 익어가면서 마치 갈아서 반죽을 한듯, 엉겨주네요.
부쳐놓고 나서 맛을 보니...찹쌀가루를 넣었던 것보다 맛이 못하네요...
그때 뒤집지 못해서 그랬지 맛은 참 좋았는데...오늘 건 단맛이 약간 부족하고, 약간 쌉싸름한 맛이 돈다고 할까...
여기에다가도 설탕을 넣어야 하는 건지...

성공이에요, 성공...이렇게 호들갑을 떨 수 있을 만큼 맛이 완벽했다면 자세한 레시피 올리려고 했는데...
제 입에 뭔가 부족한 맛이라..재료분량 생략합니다...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쮸미
    '04.11.21 7:30 PM

    일등?

  • 2. 쮸미
    '04.11.21 7:31 PM

    어머나!!!!진짜네요^^
    이맛에 등수놀이 하시느만요...ㅎㅎㅎ

  • 3. kimi
    '04.11.21 7:35 PM

    이등!
    호박전 엄마한테 부탁해야 되겠네요!

  • 4. 쮸미
    '04.11.21 7:36 PM

    사실은 저도 슬로우쿠커로 하면 뭐든 이상하게 2%부족한 맛이 나오더라구요.
    제 내공이 부족한건지...ㅠ.ㅠ
    인삼물 끓일때 말고는 잘 못쓰고 있어요.

    저도 호박전 해보려고 벼르고 있는데... 단호박으로 해도 설탕을 넣어야 할까요...?
    사진은 겁나게 맛있어보입니다만....^^

  • 5. 뿌요
    '04.11.21 7:52 PM

    노란 호박전이 너무 맛나보이네요. 저도 늙은 호박이 한덩이 굴러 다니고 있는데 언제 절단을 내긴 해야겠는데....

  • 6. 안나돌리
    '04.11.21 8:01 PM

    너무 맛있어보여요~~~
    저녁먹으려면 아직 멀었는 데... 군침만 흘립니다.

  • 7. yozy
    '04.11.21 8:08 PM

    참 언제봐도 대단하세요.

  • 8. 마당
    '04.11.21 8:20 PM

    칠등?
    헤헤...저도 얼마전 호박죽 끓였답니다. 메이플 시럽을 넣어서 쪼려먹었더니만..
    캬아..맨 마지막 남은 부분이 찍어먹기? 뭐드라..하여간에 어린시절 설탕에 소다넣어서 먹었던 그거 맛이 나더군요..ㅎㅎ
    그래서 아무도 안주고 혼자 찍어먹었답니다..
    울 엄니가 절보고 호박죽 쪼려먹는사람 처음 봤대요..

  • 9. 헤스티아
    '04.11.21 8:30 PM

    앗 오늘은 일찍 글 올려주셨네요...헤헤..감사해요..
    쓰읍~~ 쩝~
    저두 호박요리 하고 싶은데, 호박 사기가 겁이나서.. 단호박말고, 늙은 호박은 한번도 안 사 봤네요..헤헤

  • 10. 헤스티아
    '04.11.21 8:32 PM

    호박전이 나른하다는 표현.. 멋지세요..!!

  • 11. yuni
    '04.11.21 9:13 PM

    색이 겁나게 예뻐요.
    오늘 저녁은 외식으로 배가 빵빵하게 먹었는데 그래도 먹고싶네요. *^^*

  • 12. 엘리사벳
    '04.11.21 9:24 PM

    잠을 잘 주무셔야 하루가 개운할텐데.....

    요즘 감자채썰어 부쳐 먹기 바쁜데, 이젠 호박채로 바꿔야 할까봐요.
    너무 맛있어 보여요,

  • 13. 모니카
    '04.11.21 9:28 PM

    샘.. 저도 슬로쿠커 잘 않쓰게 되던데..
    냄비서 하는 것보다 빨리 건조가 이뤄져서 뭐랄까 향이 날라가는 것 같아서 싫더라구요.

    engineer66님이 올리신 글에 보면 호박전에 소금을 많이 넣으면 써진다고 헸는데
    그게 맞는 말 같아요. 설탕을 넣고 소금은 설탕에 비해 아주 쬐그만 넣어야 할 것 같아요.
    글구 호박죽할 때도 소금보다 설탕을 많이 넣을 경우 씁쓰한 맛이 나 별로더라구요.

    샘..본 받고 싶어요.. 그 효성.

  • 14. 칼라(구경아)
    '04.11.21 10:04 PM

    가을이면 덜커덕 늙은호박 두어덩어리 낑낑거리고 사온답니다.경동시장의 늙은호박쌓아둔것만 쳐다봐도 흐믓~
    이것도 병이겠지요?
    올해는 죽도 쑤어보고 고지도 만들고 호박차도 만들고튀김도 해보고 여러가지해보았지요.
    남은건 된장찌게에도 넣어보고,.....부침은 아직 안해보았네요
    호박부침.........맛나겠네요.
    또가서 한덩이 들고올가요? ㅎㅎㅎㅎㅎ

  • 15. 이정희
    '04.11.21 10:10 PM

    선생님 글에 처음으로 질문드립니다. 새내기거든요.
    채 썰어서 부침개하듯이 부친건가요?
    밀가루 개어 호박 넣어 부치면 저런 모양이 안될것 같은데...
    늙은호박으로 전 부치는건 생각 못 해봤어요.
    저녁 일찍 먹어 출출한데 먹고 싶어 침만 삼키네요. 샘님 책임지세요. 저는 12등~~~

  • 16. 서산댁
    '04.11.21 10:24 PM

    몇해전..
    마을 회관에서 부녀회가 있던겨울날 저녁..
    아주 맛있어 보이는 호박을 감자껍질 벗기는 수저로, 호박을 박박끊어서, 고추 조금 썰어넣고,
    찰살가루 넣고, 부침가루 조금 넣고, 부쳐 먹던 부침개가 생각 납니다.
    처음으로 먹었던 늙은 호박 부침개..
    호박에서 그런 담백한 맛이 나는거 처음 알았답니다...

    샘..
    늙은 호박 넣고, 민물새우나 동태, 대하, 꽃게, 낙지등...
    여러가지 해산물 넣고 지져 먹으면,,, 그 맛 정말 환상 입니다.
    여기 서산은 그렇게들 많이 해서 먹습니다...
    그 맛 궁금하시죠..
    언젠가는 키친토크에 올릴겁니다.
    기대 하세요.

  • 17. 서산댁
    '04.11.21 10:25 PM

    아..
    해산물은 한 가지씩만 넣는 답니다.

  • 18. 제임스와이프
    '04.11.22 2:50 AM

    헉... 저는 여기 할로윈데이에 사람 머리통 3배만한 호박을 신랑을 들고 와서는 잘라준다구 기둘리다가 섞어서 내버렷는뎅...험..
    아깝게시리...--;;

    호박 썰어 소금 설탕 간 하는 호박국이 먹구싶네요...^^ 샘...

  • 19. 연꽃
    '04.11.22 9:22 AM

    원래 늙은 호박전은 다른 전에 비해 나른한가 보네요.저두 다시 한번 또 시도해 볼래요.

  • 20. 선화공주
    '04.11.22 10:25 AM

    선생님...호박전 색깔이 너무 이뽀요~~~
    호박죽도 맛있었겠지요^^.....선생님따라 늙은 호박도 사서 주무르고(?) 싶은맘이 간절한데...
    오늘배달된 유자부터 해결해야겠지요..^^ 선생님따라 공주도 유자청 만들기 들어갑니당..^^

  • 21. 영우맘
    '04.11.22 11:10 AM

    며칠전의 저와 똑같은 메뉴를 해 드셨네요. 선생님 참 늙은 호박전에는 단것을 조금 넣어 주어야 한답니다. 설탕말구요 삼성당이라고 단맛을 내는 감미료가 있어요 저는 그걸 약간 넣어 준답니다. 참 오늘 아침에는 그때 빼서 말려놓은 호박씨를 일일이 까두었다가 밀서기에 물을붓고 갈아서 쌀불린것하고 같이 저어주면서 죽을 끓였답니다. 아주 담백하고 고소한 죽이 되지요. 우리 어머님 엄청 좋아 하시며 잘 드시드만요. 저도 역시....

  • 22. 영우맘
    '04.11.22 11:12 AM

    그리구요. 호박죽 끓이실때 양대라고 하는 콩종류가 있어요 울콩이라고도 하지요. 그것을 삻아두었다가 죽끓이실때 같이 넣어주면 먹을때 맛이 좋답니다.

  • 23. 소금별
    '04.11.22 11:40 AM

    저는 어제 시어머님이 해 주신 새알죽 먹었어요.. 단팥죽이요.
    느므 맛나더만요..
    호박죽도 맛나겠어요..
    먹고프다..

  • 24. 햇님마미
    '04.11.22 12:46 PM

    넘 맛있어 보입니다... 저는 원래 호박을 싫어해서 호박에 도전해볼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 팍 필이 꽂입니다... 햇님 아빠가 호박죽 뭐 이런것 좋아해서.....해볼생각입니다..
    샘님... 레서피좀 올려주세요...플리이즈!!!

  • 25. 쵸콜릿
    '04.11.22 3:06 PM

    며칠전에 TV서 호박전을 봤는데 완성품만 봤어요.
    선생님 호박전 내공이 쌓이시면...레시피 좀 올려주시와요.
    겨울되니 여름내 잠자던 슬로우쿠커가 일어나네여 ㅎㅎ
    전 장조림할때 자주 써주고
    죽...이유식,,,배숙...할때 잘 써요.

  • 26. cinema
    '04.11.22 9:38 PM

    ㅎㅎ 그래두 맛나보이는데..
    내일쯤 저두 호박전 꼭 해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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