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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가을 오후

| 조회수 : 8,134 | 추천수 : 94
작성일 : 2004-09-29 22:00:01
우리 집 부엌 창을 열면, 친정 근처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친정이 있고,
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친정엘 자주 가는 편이지만, 명절에 가는 친정은 조금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장은 어떻게 봤는지, 음식 장만은 어떻게 했는지, 모여서 무슨 이야기들을 하면서 재밌게 보냈는지...
친정어머니의 얘기 들어드려야 하고, 그리고 뭐, 제 얘기도 하구요.

저희 친정식구들은 보통 추석이나 설날 차례 지내고 나면 아침 점심 먹은 후, 오빠네는 장인장모 성묘가고,
남동생네가 남아서 오후에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다니면서, 유람선도 타고, 고수부지에서 폭죽놀이도 하고, 월드컵공원에도 가고하다가 밤늦게 돌아가곤 합니다.
저희 친정부모님들 참 복많은 분들이시죠.
어느 아들 며느리가 그렇게 명절날 마다 드라이브시켜 드리면서 기분 맞춰드리겠습니까?
그런데 올 추석날은 작은 올케 오후에 친정 가느라, 바람을 쏘이지 못하셨고, 오늘은 동생이 출근한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대신 했죠. 친정엘 향하면서 불광동에 새로 문 연 빕스나 가볼까 했는데, 날이 너무 좋고, 바람이 너무 좋아서 송추로 향했습니다.
평양냉면집에서 어복쟁반이랑 녹두지짐, 만두랑 먹었어요.
아버지 얼마전부터 이북분도 아니시면서 꿩냉면 노래를 부르시더니, 달게 한그릇 비우시네요. 다른 음식도 참 많이 드셨는데...

식사후 또 허브랜드엘 갔어요. 어머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이 동네에 언제 이런 곳이 생겼나며...
아버지는 커피 한잔에 6천원이라 써있는 메뉴를 보시더니, 안드시겠다고, 어머니보고 나눠 마시자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그 두분, 얼마전 종로 탑클라우드에서 그렇게 비싼 줄 모르고 생과일주스 한잔씩 마시고, 2만8천원인가 냈다는 얘기를 하셔서 한참 또 웃었어요.
명절 보낸 얘기, 자식들 키운 옛날 얘기, 친구분들의 가족 이야기...이런 저런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앉아있었습니다.

오늘 낮,
햇빛은 그리 따가우면서도 그늘 속은 시원한, 아주 벼가 잘 익을 날씨더군요.
맑은 공기 속에서 마신 한잔의 감미로운 카푸치노...
주렁주렁 달린 밤 좀 따고 싶어하는 아버지 소원은 풀어드리지 못했지만, 두분, 주름진 얼굴에 피어오르는 환한 미소에...
추석 명절을 보낸 고단함을 잊을 수 있는, 그런 가을의 오후였습니다.
3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겨니
    '04.9.29 10:03 PM

    앗..1등..? 정녕..?

  • 2. 토실이
    '04.9.29 10:03 PM

    어머머~~2등!!

  • 3. 겨니
    '04.9.29 10:04 PM

    정말 이런일이...송구스럽습니다..저같은 신입이...ㅡㅡ;;;

  • 4. 겨니
    '04.9.29 10:06 PM

    정말 복 많으신분들이네요...^^ 아마도 평생을 열심히 사셔서 자식들도 다 잘되고...
    하늘이 복을 내려주신 분들이 아닐까 싶어요...글을 읽는 저까지도 마음 따뜻해집니다...^^

  • 5. 어떤녀석~~
    '04.9.29 10:07 PM

    등수 놀이 재미 있으세요?
    그럼 저도 함 끼어 볼까요...후훗~

    여기도 벌써 가을을 한것 느낄수 있습니다...
    그래설까요... 자꾸만 그곳에 하늘이 보고 싶어요...

    항상 건강하세요...

  • 6. 토실이
    '04.9.29 10:09 PM

    히~~ 이맛에 등수놀이 하는군아...하하하
    전 이번 추석에 82cook 믿구 어머님 생신겸 집들이 울집에서 한다고했는디, 형님들이 이말에 다들 좋아하시더라구요.
    울 아들 백일상 차린 후 처음이니 근 10년만에 울집에서 시댁어른들 모시네요(창피...)
    사실 울 큰형님 넘 음식솜씨 좋으셔서 다들 명함 못내민 탓이죠
    낼 출근인데 2등해서 기분 좋으네요~~(횡설수설)

  • 7. 유스
    '04.9.29 10:10 PM

    남동생 내외 분이 정말 착하신 것 같아요..저두 시집와서 처음엔 형님이 전날 늦게 오셔서 다음날 점심을 먹자마자 서둘러 먼저 가시는게 서운하기만 하던데...이젠 저도 포기하고 저녁진지 차려드리고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오거든요...친정은 명절 다음날 가고...적응된 긋 하면서도 그래도 서운한 맘이 있는데.. 선생님의 남동생 내외분...정말 대단하시네요...

  • 8. 김혜경
    '04.9.29 10:12 PM

    올케가 너무 착해요...올케가 아니라,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0^...
    근데 언니가 바빠서 잘 돌봐주질 못하네요...ㅠ ㅠ

  • 9. 좋은씨앗
    '04.9.29 10:23 PM

    행복한 명절을 보내셨네요.
    저두... 우리집 베란다로... 울 친정이 보인답니다.
    얼른... 올케도 보고... 조카들도 생겨 북적거리면 좋겠어요.

    가까이에 있어도... 늘 바쁜 척하는 나쁜 딸래미... 반성하러 갑니당...

  • 10. 모카칠러
    '04.9.29 10:28 PM

    명절에 친정 가시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결혼 후 15번째 추석에도 역시나 친정엔 못갔습니다
    시월이 가기전에 꼭 가야지...
    부모님 나이 드시니 자꾸 불안해 지내요

    샌님 부모님도 부럽고 ,샌님도 부럽고...
    모두들 건강하세요.

  • 11. 하루나
    '04.9.29 10:37 PM

    휴...이제 집에 들어왔어요. 첫추석 정신없이 보내고 왔네요. 명절 전전날이 제사라서 아주 바빴어요. 떡도 두번, 음식도 두번을 했답니다. 이제 맘편하게 몇달을 보내겠네요. 전국의 손 큰 시어머니를 두신 며느리님들 수고 하셨어요~~~!!! 글구 샌님두요~~~!!!

  • 12. 알로에
    '04.9.29 10:46 PM

    추석명절이 지나가군요 ㅎㅎ시댁도 친정도 가까운곳이라 길에서 시달림없어서 조용하게 어제못본 환하디 환~한 보름달보고있읍니다 다들 명절증후군없이 건강하게들 다녀오셨는지....
    내일부터 또 평상시처럼 생활하고, 이제가을단풍애기로 82가 가득하게될것같군요 다녀오신애기들 재밌는글들 또 기다려집니다 어서어서들 올려주셔요 ^^&

  • 13. 똥그리
    '04.9.29 11:06 PM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부모님과 햇살 좋고 바람 좋은 날 함께 하실 수 있었다니,,, 부럽기도 하구요. ^^ 부모님 두분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14. 김흥임
    '04.9.29 11:09 PM - 삭제된댓글

    여전히 선생님다운 명절 마무리를 하셨군요.

    저는 가을 햇살이라기엔 무덥다 싶은 햇살 온전히 받아내며
    도깨비 같은 친구 덕에
    길거리에 시간 다뿌려 버린 내리 이틀이었습니다

    편안밤이시길^^

  • 15. 지성조아
    '04.9.29 11:14 PM

    참 아름답고 따뜻한 모습입니다..
    정말 명절이라구 집안에서 버거지할께아니라 밖으로 나가보는것도 한갖지고 좋은모습이네요..
    왜 그런생각은 못하고 좁은집에서 버글버글 난리치다 왔을까~~흐흐
    배울게 너무많아요..

    어제도 친정다녀오면서 선생님댁 올려다보며 왔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드리면서요....

  • 16. 배영이
    '04.9.29 11:21 PM

    올해는 친정다녀오면서 그래도 이런때 선물도 드리고..
    맛난 것도 먹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예전엔 자주 보는데
    추석이라고 꼭 다 모여야 하나 싶었는데, 요즘은 추석때 안모이면
    참 서운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담엔 저도 친정엄마 귀찮게하지 말고 나가서 드라이브도 하고
    맛난 별미도 먹어봐야 할까봐요...

  • 17. 이론의 여왕
    '04.9.29 11:44 PM

    명절 연휴를 잘 보내셨네요. 마무리도 잘 하셨구..^^

  • 18. 그린
    '04.9.30 12:08 AM

    저두 부모님이랑 떨어져 산 지가 어연 20년...
    다들 살기 바쁜 세상에
    명절핑계라도 있어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 사시는 모습 보면서
    반성, 또 반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19. xingxing
    '04.9.30 12:23 AM

    연휴 마무리 잘 하셨네요.
    누워만 계시던 아버지인데도
    막상 안 계시니 빈 자리가 어찌나 크던지...
    이래저래 쓸쓸한 명절이었습니다...
    엄마도 그런 기분이실 것 같아서
    해운대 드라이브라도 가자고 제안했는데
    안 가겠다고 하셔서 그냥 집에서 연휴 마무리했습니다.
    어른들 모시고 다정한 모습 상상만 해도
    흐뭇하고 부러운 모습입니다...

  • 20. 커피와케익
    '04.9.30 12:23 AM

    부럽습니다...
    탑클라우드에서 의좋게 데이트 하시는 부모님들 모습이그려지네요...

  • 21. 미스테리
    '04.9.30 1:06 AM

    친정부모님과의 즐거웠을 시간을 상상해보니아주 좋네요...^^
    날씨도 좋았구요~
    저두 허브랜드 함 가보고 시퍼요...^^
    피곤이 막 몰려와 늘어져 있다가 이제야 글을 읽네요...ㅠ.ㅜ

  • 22. 마농
    '04.9.30 1:08 AM

    기분좋은 하루 보내셨네요. 부럽습니다../
    미스테리님 방가방가..^^..요즘 게시판에서 잘 안보이시니 허전해요.
    여기서 닉 보니 참 반갑네요.

  • 23. 헤르미온느
    '04.9.30 1:46 AM

    ^^저두 이번에 올라오시면 한강 유람선 태워드릴려구요...
    전에 뷔페를 겸한 금욜저녁 유람선이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 24. 레아맘
    '04.9.30 4:21 AM

    저도 언젠가는 부모님께 효도하며 가까이 살날이 오리라 믿으며.....
    명절 마무리 잘 하셨네요. 한국의 가을오후가 저절로 그려지네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죠^^

  • 25. 은맘
    '04.9.30 9:30 AM

    선생님 추석 잘 보내셨어요????
    빨간글씨 내리 보내고
    오늘에야 들어와 봅니다.

    그래도 마지막날 친정부모님과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한가로운 오솔길을 걷는듯한 향기가 전해 집니다. ^^

    건강하세요.

  • 26. 달개비
    '04.9.30 9:37 AM

    참 좋은 따님이세요.
    친정부모님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저도 날잡아 허브랜드 한번 가볼래요.

  • 27. 선화공주
    '04.9.30 9:40 AM

    참...아름다운 가족이란 생각이 들어요....^^
    모두 원하지만 그리 못하고 사는 가족들이 많은데 말이예요....
    선생님의 환한 미소가 그 아름다운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더욱 빛나보이는 것이겠지요?

    6천원짜리 차를 나누어 마시자는 아버님의 말씀이 ....왜이리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지...^^
    제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네요..^O^

  • 28. 리틀 세실리아
    '04.9.30 9:45 AM

    두분이 함께 해로하며 늙어갈수있는것
    행복을 함께 느낄수있는것만큼 좋은일이 있을까요?
    언제나 건강하시길 빕니다.

  • 29. 쭈니맘
    '04.9.30 10:50 AM

    저도 어제 비니맘이랑 허브랜드 다녀왔어요..
    오후 3시 넘어 갔었는데..못뵌것 같으네요..아쉬워라~~
    친정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돌아가신 아빠와 많은 시간을 못한게 제일 아쉽네요..
    친정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아~~엄마 보고싶어라아~~

  • 30. 카푸치노
    '04.9.30 12:07 PM

    감미로운 카푸치노 저도 마시고 싶네요..
    친정부모님들과 나들이 다녀오셨다니 좋으셨겠어요..
    저흰 여름,겨울이면 친정식구들 모두 함께 여행을 다녀요..
    결혼전에도 부모님따라 여행많이 다녔는데..
    결혼후에도 함께 다니니 너무 좋더군요..
    지금처럼 오래도록 다들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램이죠..

  • 31. 예은맘
    '04.9.30 1:20 PM

    관대하신 분입니다. 사회악에...

    능력있는 분입니다. 물가를 잡고 있습니다. 안떨어지게..

    책임있는 분입니다. 지친 적이 없으시답니다.

    제정신입니다. 본인이 대통령인줄 압니다.

    이탈리아 총리보단 못생겼지만 대통령이 인물 좋아 뭐합니까?

  • 32. 상은주
    '04.9.30 1:34 PM

    전 이번엔 친정에 다녀오지 못했는데.. 우리 신랑은 친정부모님들께 전화는 드렸는지.. 묻지도 않고 제가 전화 드렸어요,,

    우리 엄마 일하느라 고생했다고, 우리 친정은 아들이 없어서,,
    날씨는 정말 좋던데,, 가을만 되면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신다는 우리 엄마..
    오늘은 직장에 복귀했습니다.

  • 33. 지윤마미..
    '04.9.30 3:42 PM

    친정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언제가 그리워요...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매일 가도....또 가고 싶네요..심한가?ㅎㅎㅎ

  • 34. 질그릇
    '04.10.1 11:53 AM

    늘 생각하는 거지만 선생님만한 딸 흔치 않을 겁니다.
    거의 감동 수준이십니다.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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