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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막사발네 사형제~

| 조회수 : 8,141 | 추천수 : 81
작성일 : 2004-07-02 13:09:08

행주도 삶아 빨아 널었고, 손닦는 수건도 방금 갈았는데...
여전히 행주 오래 안 삶았을 때 나는 것 같은 냄새가 부엌에서 나네요.
온수를 틀어 한참동안 수채구멍으로 흘려보내고 나니, 그제서야 냄새가 가시는 것 같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되는 모양이네요.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음식물은 잘 상하고,
조금만 게을리하면 욕실에는 곰팡이가 피어버리고...
그뿐인가요, 기분은 자꾸 다운되고, 몸은 무겁고...

오늘 오후, 조금있다가 우먼센스 촬영이 있어요.
촬영에 쓰려고 막사발을 모두 꺼냈어요.
왜 막사발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이렇게 생긴 그릇을 막사발이라고 한대요.

이 막사발 사형제중 큰녀석 둘은  예전에 직장 다닐때 후배가 준거에요.
지각이 잦고, 원고 마감도 늦고, 기획안과는 방향이 동떨어진 기사를 내밀어서 황당하게 만들곤 하던 후배가 어느날 쭈빗거리며 내밀더군요. 아무말도 하지는 않지만 그 얼굴에는 미안함이 서려있었구요. 그래서 고맙다며 받았어요.
그랬더니 며칠 있다가 하나 더 내밀더라구요. 이번에도 역시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뭐랄까, 더 이상 속 썩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고나 할까요...그래서 또 고맙다며 받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속을 썩이지 않던 후배들보다는 골치덩어리 그 후배가 더 기억에 남네요.  

얼마전 지압원 원장이 전남 강진에서 도자기를 굽는 자기 친구가 만든 거라며 막사발 2개를 주네요.
집에 있다며 사양하는데도 "요리를 하신다면서요.."하면서 계속 주려고 하길래 못이기는 체 하고 가져왔어요.

가져와서 보니, 먼저 있던 두개보다 크기가 약간 작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분위기가 흡사한지...
마치 모두 한 사람이 빚은 것처럼...
이 막사발 사형제, 크기가 모두 다르고, 색깔도 모두 다르고, 모양도 모두 달라요.
그렇지만 같이 식탁에 올려놔도 세트처럼 너무 잘 어울려요. 잘 포개져서 자리도 별로 차지하지 않구요.

오늘 촬영하려고 막사발을 꺼내놓으니 문득 82cook 식구들이 생각났어요.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모두 다른, 우리 식구들.
그렇지만 82cook을 사랑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죠.
마치 막사발네 사형제가 막사발이라는 공통점만 가지고 있듯이...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게 우리 82cook 식구들이랑 막사발네 사형제랑 너무 흡사하지 않나요?

무더위 탓에 더욱 짜증나기 쉬운 계절이죠? 누군가 조금만 건드리면 그냥 폭발해버릴 것 같고...
82cook에서도 가끔 그런 기운이 느껴지죠? 그럴때 이 막사발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럼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애정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낮도깨비
    '04.7.2 2:02 PM

    우와!! 1등 당첨이네요

  • 2. 소금별
    '04.7.2 2:04 PM

    이야. 2등

  • 3. 샤코나
    '04.7.2 2:07 PM

    3등!

  • 4. 소금별
    '04.7.2 2:09 PM

    우와... 2등이닷..
    일하기싫은 귀차니즘에.. 82를 헤메다가 이런 행운이..

    그릇이 예뻐요..
    정말 넓은집으루 이사가면.. 그릇장두 장만하구..거기에 이쁜그릇두 채워놓구..
    그보다 먼저 돈을 많이많이 벌어야쥐..그렇게 할텐데..

    너무 이쁜그릇이네요.. '
    조금 더 작은 막사발에 막걸리를 한잔 쫘악~~~~~~~~~~~~
    에쿠 시원타

  • 5. 밍키
    '04.7.2 2:11 PM

    막 쓰기 넘 아까운 막사발이네요..
    촬영 잘 하시구요..

  • 6. 오네시모
    '04.7.2 2:21 PM

    직장인인데 낮에 이렇게 눈팅 들어오면 보나스가 있네요.
    막사발 사형제랑 사이좋게 데이트 하세요, 아기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촬영 마시치고 또 써주실꺼죠?

  • 7. 깜찍이공주님
    '04.7.2 2:34 PM

    아프다고,일한다고 이리 저리 핑계대다 장마 준비를 미처 못했어요.
    정말 집에 퇴근해서 들어가면 쾌쾌한 내음...낼이면 저도 집정리를 할까봐요.
    오늘도 바쁜 선생님이시네요?

  • 8. 새싹
    '04.7.2 2:36 PM

    어쩜 이렇게도 다양한 그릇들이 !!!---

  • 9. 박미련
    '04.7.2 2:40 PM

    나도 등위권!!! 막사말 이쁘네요. 저희 집에도 몇놈 업어가고파요.^^

  • 10. 유로피안
    '04.7.2 2:45 PM

    '막사발'에 뭐가 담기게 될까 기대되네요

  • 11. 소도둑&애기
    '04.7.2 2:45 PM

    어머.. 무슨 촬영이시기에 이리 이쁜 그릇을 꺼내셨을까요.
    예전에 무슨 영화에 '막사발파' 배바지(자스민님 글 보셨죠?ㅋㅋ)들이 나왔던 기억이 생뚱맞게도 나서 혼자 큭큭 웃었답니다.
    이 이쁜 그릇에 더 예쁜 이름 지어줄 수 없을까요?
    쌤님 촬영 잘 하시구요~~~

  • 12. 로로빈
    '04.7.2 2:47 PM

    희한하게도 저런 그릇들은 여러 개가 한꺼번에 있음, 더 멋있지 않아요?
    색깔의 믹스 앤 매치도 그렇고.

    오늘은 한식 하시나봐요. 재밌겠다. 에어콘 빵빵 트시고 일하셔야
    덜 끈끈하시겠어요.

  • 13. kimbkim
    '04.7.2 2:48 PM

    덕분에 12등 먹었슴다.
    곧 5등안 진입이 목표!
    촬영오면 괜히 정신 없으시겠여요.
    그래도 막상 끝나면 시원 섭섭하기겠죠?

  • 14. 재은맘
    '04.7.2 3:05 PM

    그릇이 이쁘네요..선생님네 그릇들 하나같이 다 이뻐서리..
    촬영 잘 하시구요..후기 올려주세요..

  • 15. honey
    '04.7.2 3:06 PM

    울 쌤 꼭 연예인 같으세염~
    연예인~~~ 히히히~~~

  • 16. mayoll
    '04.7.2 3:09 PM

    선생님! 저 혜숙이와~요. 너무 오랫만에 인사를.... 그래도 하루에 세번씩 파리쿡에 들어와서 혼자 놀다 간답니다. 크크 갑자기 우먼센스 촬영하신다고 하니 옛생각이 나서...
    조만간 인사드릴께요~

  • 17. 김혜경
    '04.7.2 3:33 PM

    혜숙씨...순선씨도 그만두고, 일아씨 왔다갔어요...어찌 지내는지...

  • 18. 여름
    '04.7.2 3:36 PM

    저도 항상 궁금해요.
    이 멋진 그릇들 이름이 왜 막사발인지...

  • 19. 봉처~
    '04.7.2 3:56 PM

    요즘 선생님 낮에 또 글을 남겨주시는군요...ㅎㅎ
    저 시간에 82에 있었는데...
    딴 데 정신이 팔려서리...
    저두 어제 저 그릇류 만드는 분 티비에 나오시길래(울산 지역방송)
    한참을 봤답니다
    침만 흘리고선...

  • 20. 지윤마미..
    '04.7.2 4:15 PM

    ㅎㅎ정감있는 그릇이네요..
    사연있는 그릇, 저도 이제 모아볼랍니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고싶은거 있냐고 물어보면...그릇, 접시라고 해가며...넘 강제적인가요?

  • 21. 티라미수
    '04.7.2 4:34 PM

    잔잔하게 도란도란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얘기,,괜히 콧날이 시큰한,,
    '우리 82식구' 그러시는데 찡하고 짠하네요..ㅠ.ㅜ
    혼자 신문기사보고 울기가 특기인 티라미수...샘이 쓰신 <리빙노트보고 울기>도 잘합니다.^^* 막사발 패밀리 좋아여~~~

  • 22. 예은맘
    '04.7.2 5:23 PM

    촬영 잘하셨어요. 정말 우리선생님 연예인같아요. 조만간 그렇게 될지두~~~
    아까 들어왔다가 촬영후 다시 쓰시겠다구 하셔서 댓글 안달고 나왔거든요.
    우리 82식구들 정말 다 좋으신것같아요. 선생님이 맘좋으시구 하니까 식구들도 닮는듯.
    막사발이란 이름이 웬지 투박해보여도 정감 있는거 같아요.

  • 23. 윤정임
    '04.7.2 5:34 PM

    막사발 사형제 이야기...넘 좋네요
    사실, 요 며칠새에 원글에 리플달린 글들을 읽어보면 슬퍼진답니다
    원글 쓰신 분이 읽으시면 얼마나 마음을 다치셨을까......하여
    저같으면 눈물 나왔을거라눈...
    어쩜 그리도 모질게들 쓰셨는지...
    토마토님 글을 읽고...아, 저분은 저랬었구나......저는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몇분은 아주 감정적으로 댓글 다신걸보고 사실 많이 놀랬습니다
    사실, 토마토님이 아주 많이 걱정도 된답니다(토마토님이 누군지 사실 모릅니다..가입한지 한달밖에 안된지라...)
    마음이 많이 안 상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살면서
    꼭 자기가 한 일만큼 자신에게 되돌아 오더라구요
    뿌린대로 거둔다......이런 말도있잖아요

    사실, 토마토님 글에 달린 리플들을 읽으면서 느낀건
    자유 게시판에 글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겠구나................였슴다
    저같은 소심녀는 이상한 댓글 올라온거보면 두 번다시 무서워서 글도 못 올릴거라눈...
    조금만 더 너그러운 우리들이 되었음 좋겠네요

    혜경샘님께서 막사발 사형제 이야기를 꺼내셔서 용기내어 글을 적었네요
    횡설수설이죠^^

  • 24. 아모로소
    '04.7.2 8:47 PM

    선생님
    저 막사발로 녹차잔 많이 있는데 보내 드릴까요...
    '막사발 사형제의 새끼(?)들....'(하하하 갑자기 그 x가 새끼를 낳았네가 생각나서 웃습니다.)

  • 25. 아우여우Vm~~
    '04.7.3 1:16 AM

    선생님 댁에는 없는 그릇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항상 그릇이며 음식이며 뭐든지 똑 소리가 나는 선생님의 솜씨 배우고 싶습니다..
    선생님^^*
    제 홈피에 그릇사진&음식사진 퍼 가도 될까요?

  • 26. jasminmagic
    '04.7.3 1:21 AM

    그릇 너무 맘에 드네요.
    저도 광주요에서 새로나온 아올다 그릇을 들여볼까 생각중인데...마침 숭례문에 할인해서 파는곳이 있더라구요.
    막사발이라.....정겹습니다.

  • 27. 김혜경
    '04.7.3 1:27 AM

    아우여우님 사진 퍼가세요...82cook도장만 지우지 마시구요..^0^

  • 28. 아우여우Vm~~
    '04.7.3 1:42 AM

    선생님^^*
    아직두 안주무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까정..
    전 너무 좋네요..ㅋㅋㅋ
    네 82cook 도장 선명하게 나오도록 할께요..*^__________^*

  • 29. 폴라
    '04.7.3 5:05 AM

    오늘 글을 읽는데 울컥~했습니다.
    "82쿡을 사랑한다는 큰 공통점"...각양각색의 사람들...82쿡 식구들..."막사발네 사형제"
    저도 티라미수님 처럼 눈물이-.;;;

  • 30. 홍차새댁
    '04.7.3 12:38 PM

    예전엔 막사발...이런거 눈에 안들어왔었는데, 요즘은 막사발같은 울 나라 그릇들이 왜이리도 이뻐보이는지...

  • 31. 함박
    '04.7.3 4:21 PM

    몇 안되는 제 그릇 중에 가장 아끼는 그릇이 문경 막사발(다완)이에요.
    쓰지는 않고 가끔 꺼내보는데 질퍽한듯 하지만 그윽하고 따뜻한 여유를 느껴요.
    해외 명품그릇은 그 나름대로 우리 그릇은 또 그 나름대로 흐뭇하게 하죠.

  • 32. 쌀집고양이
    '04.7.3 4:36 PM

    우와..이름이랑은 틀리게 참 이쁜 그릇이네요..
    우동담아 먹음 좋겠다아~
    혜경샘님은 그릇복이 많으시네요.
    이쁜그릇이 와서 척척 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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