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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벌써 장마?!

| 조회수 : 7,784 | 추천수 : 91
작성일 : 2004-06-19 23:55:09
비가 많이 오네요...벌써 장마가 시작된 건가요??

저희집 다용도실 창에서 내려다보면 녹번삼거리와 소방서가 보입니다.
고양시나 파주쪽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통과해야하는 길, 그래서 항상 교통량이 많은 곳.
오늘은 비 탓인지, 다른 날보다도 교통 정체가 더욱 심하네요, 하루 종일 차가 꼬리를 물고 서있었어요.


어제 남겨뒀던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조금 만들었습니다.
해파리냉채랑 샐러드랑 해삼탕이랑 아나고구이랑 새로 하고,
따로 뒀던 문어숙회와 전, 나물도 담고...
생전 한병 꺼내 마시지도 않으면서 모아두기만 한 술중에서 두견주도 한병 꺼내고...
토요일마다 아파트 마당에서 열리는 알뜰장에서 수박 한덩이도 사고...

어머니가 매일 출근하시는 노인정에 가져다 드렸습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는 세대수가 작은 편이라 거주하는 노인들 역시 적은 편이에요.
그래도 처음 노인정이 문을 열었을 때는 다른 동네에서 노인들이 많이 놀러오셔서, 20명 정도?,  아주 북적였었죠. 노인들이 월회비를 걷어서 점심해서 잡수시고 노시곤 했어요.

그랬는데, 근처에 무료로 점심을 주는 복지시설이 생겼나봐요. 손수 밥을 짓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으니까 다른 동네에서 오시던 노인들이 그리로 가시면서 회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지난해에는 바로 옆단지의 새 아파트에 노인정이 문을 열었어요. 우리 아파트 노인정으로 오시던 다른 동네분들이 그리로 옮겨 가셨죠. 그 바람에 우리 아파트 노인정의 여자노인실에는 고작 서너명이 계세요.

오늘도 음식을 싸가지고 가서, 문을 열어보니 저희 시어머니를 포함해서, 다섯분 계시네요.
한결같이, 깊은 주름에 굽은 허리, 청력(聽力)도 약해진 노인들....
기운없고 쓸쓸한 할머니 몇 분이 힘없이 앉아 계셨습니다.
한때는 저 분들도, 꽃다운 처녀였을텐데...,
한때는 저 분들도, 남편 수발에 자식 양육에 분주한 나날을 보냈을텐데...,
한때는 저 분들에게도 큰 꿈이 있었을텐데...

오늘따라 음식을 받으시면서 좋아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가슴이 왜 그리 서늘했는 지 모르겠어요.
특히나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 얼굴을 보니 왜 그리 기분이 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어머니 올해 연세가 여든여섯이세요. 디스크수술에, 골절수술에  거푸 수술을 하셨지만 아직 정정하고 건강하세요.
그렇지만 몇년전부터 해마다 어머니 생신을 치르고나면, 착찹해지곤 합니다.

연세가 많으시니까, 정말 잘해드려야 하는데, 그건 생각뿐이고,
별로 좋은 며느리, 다정다감하고 살가운 며느리가 못되는 제 자신을 질책해보기도 하고...
자주 찾아뵙지 않는 동서들이나 시누들에게 다소 서운한 마음도 들고...
그리고, 제가 우리 어머니 연세 때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걱정도 생기고...

평소에는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새삼스럽게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가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의식하면서, 반성해보는 비오는 밤입니다.
3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승연맘
    '04.6.20 12:55 AM

    정말 오리지날 1등인 것 같습니다.

  • 2. 승연맘
    '04.6.20 12:58 AM

    저는 아예 무심한 며느리라 더더욱 깊이 반성하고 갑니다. 우리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나이엔
    어떻게 살게 될까...정말 걱정스럽습니다. 노후를 잘 보내야 하는데...

  • 3. honey
    '04.6.20 1:00 AM

    그래도 열심으로 좋은 맘으로 모시고 계시자나요
    그거에 비하면 저는 아직까지는 좋은 며느리는 아닌것 같고 그렇게 되지는 못할것 같아요
    항상 신경은 쓰고 있는데 잘 되지는 않네요
    그래도 사정이 낳은 저희가 물질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이기는 한데...
    사실 걱정안끼쳐 드리며 살고 있어 다행이에요...
    ^^
    아직 결혼한지 2달두 안되었는데...ㅋㅋㅋ
    저희 신랑님께서 효자시거든요....아주 부담스런 효자...
    근데 이제는 저 때문에 울 시엄마가 2번째로 밀려나시기는 했는데...
    그걸 느낄땐 죄송해요....^^
    잘해야겠쬬? ^^

  • 4. phobe
    '04.6.20 1:06 AM

    뭔가 한마디 적고 싶은데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시댁에는 맨날 안부전화 하면서 친정에는 어쩌다 생각나면 아쉬운 일 있을 때나 전화하는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가끔은 제가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에 빠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남들이 칭찬할 만한 일도 잘 못하면서요... 그냥 이래저래 심란하네요.
    친구들과 가끔 얘기합니다. 예쁘게 늙자고. 참 힘든 일이겠죠?

  • 5. 루나
    '04.6.20 1:08 AM

    비오는밤....
    에효..
    시어머니,울엄마 생각...

    그리구 돌아가신 울할머니...
    참치버섯죽 잘 드셨더랬는데..
    에효..ㅠ.ㅠ

  • 6. 아라레
    '04.6.20 1:09 AM

    시어머님이 아주 많이 뿌듯해 하셨을거에요. ^^

  • 7. 나나
    '04.6.20 1:09 AM

    가슴 한쪽이 저리네요.
    울 엄마도,할머니 처럼 될거고..
    저도,,언젠가..나이를 먹게되겠죠.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닌게..오늘도 느껴지네요.

  • 8. 이론의 여왕
    '04.6.20 1:10 AM

    우리 엄마 나이드시는 거 보면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선생님은 효녀, 효부십니다. 저는 그 백만분의 1만 따라가도 좋겠어요...

  • 9. 호야맘
    '04.6.20 1:10 AM

    혜경선생님~~
    선생님정도면 너무나 훌륭한 며느리이시옵니다. 정말루요...
    선생님께선 모시고 사는게 별거 아닌것처럼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그게 어디 보통일인가요.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모두 살아계시니 정말 더할나위 없이 행복합니다만...
    가끔 안계실 생각하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잘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요. 제 감정만 일단 앞세우게되니...
    저도 아직 갈길이 멀지요??

    어제 정말 힘드셨는데... 일찍 주무세요~~ 지금도 넘 늦었어요!!

  • 10. 코코샤넬
    '04.6.20 1:12 AM

    저희도 언젠가 늙어서 할머니가 될텐데....
    우리엄마도 그럴꺼고......-.-
    선생님 시어머님 진짜 세상에 부러울게 없으셨을 거 같아요 ^0^
    얼른 코~~~ 주무세요^^

  • 11. 싱아
    '04.6.20 1:14 AM

    단아한 시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아마 오늘 시어머님께서 뿌듯하셨을꺼예요.
    맛난 점심 드시며 며느리 자랑 많이 하셨겠죠.
    건강하시길 빕니다.

  • 12. 여름&들꽃
    '04.6.20 1:15 AM

    아....
    갑자기 저 자신이 부끄러워져요.
    아까 저녁에 엄마랑 통화하다 제가 그만 기분을 상하게 해드렸어요.
    왜 저는 아직도 이 모양인지...
    낼 아침 일찍 전화 드릴래요...

  • 13. 쌍둥맘
    '04.6.20 1:37 AM

    요즈메는 밥하고 집안일하고
    하는 일들이 시드렁 해져서
    나름의 무기력들을 겪고 있었어요
    우연히 김혜경님의 일하면서 밥해먹기=
    를 만나고 ~일을해가면서도
    이렇게 재미나게 살림을 하는구나
    하는 활기찬 도전을 받게 되었죠
    전엔 시어머니께서 오신다고 하시면
    하루 이틀전부터는 맞이할 준비하느라고
    무지무지 바빠지곤 했는데
    그래도 어머니께서 오시면
    같이 밥해먹고 괜히 의지가 되면서
    시드렁 해진 집안일이 나아지곤 했어요
    참 어머니란 존재는 무궁히도 기댈수 있는
    곳 같아요
    김혜경님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애타하는 모습에
    그리고 너무너무 잘해드리는 모습에
    제가
    반성을 해봅니다.
    널브디 넓은 마음을 가져봄을요....

  • 14. 깜찌기 펭
    '04.6.20 1:40 AM

    그나이껏 선생님처럼 생신상 노인정까지 신경쓰시는분 잘없을꺼예요.

  • 15. june
    '04.6.20 6:13 AM

    저번에 백숙이야기 듣고도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는데... 혜경선생님 같이만 하면 나중에 진짜 사랑 받는 며느리가 될듯...^^;; 할머님이 또 어깨에 힘 한번 주셨겠네요. 내 며느리 솜씨 어때? 부럽지? 이렇게요~ 꽃이 참 고와요. 이 동네 꽃집에서는 상상도 못하게 예쁘게 꾸몄네여. 나중에 여기에 꽃집 차리면 엄청 인기있을텐데.. 여기선 허접하게 하나 묶어놓고도 몇만원씩 받으니 ㅠ_ㅠ

  • 16. 숲속
    '04.6.20 7:10 AM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네요. 태풍의 영향이라지요.
    생신날 상차림과 글을 보고도 뭉클했었는데, 오늘 글을 더 그렇네요.
    많이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선생님...

  • 17. 아모로소215
    '04.6.20 11:44 AM

    울엄마도 며느리도 있고 딸도 있고 아들도 있는데...
    선생님같은 며느리, 딸이 없네요...
    저희 집에 몇일 계셨다가 가시는 엄마를 대전까지 모셔다 드리는 차 안에서 어찌나 멀미를 하시는지 기력이 정말 많이 쇄하신듯...마음도 아프고
    어젯밤 비는 또 어찌나 퍼붓는지...제 마음 같았습니다.
    선생님 정말 효부세요. 효녀시구요...
    전 항상 마음만 효녀랍니다.(깊이 반성....)

  • 18. 혀니
    '04.6.20 12:09 PM

    선생님 글 읽고 생각해보니 맘이 덩달아 착잡해집니다...
    시할머님이 이번에 목욕탕에서 미끌어지시는 바람에 수술까지 받으셨는데..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구...어린 것들이랑 몽그작거리느라고 그렇다지만..
    생각만 있고 실천이 없으니..저도 깊이 반성해야겠어요...
    친정엄마아버지 생각하면 벌써 한숨만 나오구요...
    아직 어리기만한 남동생 언제 장가가서 부모님 봉양할 건지....에효...
    외며느리에 시누만 줄줄이인 집에 과연 누가 시집오겠다고 선뜻 나서주기나 할런지 걱정이 앞섭니다...

  • 19. 쵸콜릿
    '04.6.20 12:40 PM

    선생님이 그러시면...전 손들고 벌서야 합니다 ㅠ.ㅠ

  • 20. candy
    '04.6.20 12:47 PM

    어른들께 애교있게 대하는 것 배워야 하는데 잘 안돼요~
    남편 한테도 애교있게 못하느데 시어른들께 애교가 나오나요?뭐~
    애교도 타고나는 것이겠죠?

  • 21. candy
    '04.6.20 12:48 PM

    꽃바구니!
    예뻐요...^^

  • 22. 박혜련
    '04.6.20 1:39 PM

    제가 배울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숙연...)

  • 23. 솜사탕
    '04.6.20 2:02 PM

    정말 마음이 예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혜경샌님과 같다면... 훨씬 따뜻한 세상이 되겠지요?

  • 24. 하늘
    '04.6.20 4:18 PM

    눈물이 뚝뚝.....
    저두 선생님처럼 잘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시부모님 생각하면 시집안간 동생과 함께 계시는 엄마생각에 가슴이 짠해요.
    선생님 댁에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그 길이 눈 앞에 선하네요. 비도 오고 엄마가 보고 싶네요. 쓸쓸하실텐데...

  • 25. 푸우
    '04.6.20 4:19 PM

    선생님 같은 며느리를 두는것도 복이겠지요??

  • 26. 레드샴펜
    '04.6.20 9:31 PM

    서부소방서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사시는건가요??
    오늘 지나다가 여기가 거긴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소방서 얘기가 나와서리^^

  • 27. 미스테리
    '04.6.20 11:05 PM

    거의 이틀을 결석하고 들어왔는데 아~~~그 음식들..(꼴깍!!)
    정말 애쓰셨네요!!!...(아~네, 평소에 해드시는거라구요???)
    시어머님은 정말 행복한분이시네요...
    아무리 작은거라도 잘 지나가는데 노인정 친구분들까지 챙기셨네요~~^^
    선생님께선 얼굴도 이쁘시고 음식도 잘하시고 맘도 고우시고...
    뭘 못하시나요?? ((또 궁금중 유발..^^;;)
    kimys님께선 진짜 장가 잘가신거 맞죠...^^;;;;
    에궁, 이번주엔 아버님 좋아하시는 사골끓여 저도 시댁에 가야 겠어요~~~

    그리고 푸우님께선 별걱정 다하시네요....
    제가 울바지락 잘 교육시킬텐데~~
    이미 복받은거 아니신가요 =3=3=3

    샘~
    저 오늘 이천가서 도자기 왕창(?) 사왔어요...구경해보세요!!!

  • 28. 화이트초콜렛모카
    '04.6.20 11:25 PM

    선생님, 오랫만이죠?
    눈팅은 자주 했어요
    요즘 저희 시어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그래서 마음이 무거워요
    전 아직도 친정이구요
    편찮으신 분에게도, 서운하고 마음에 맺힌것도 많았는데,,
    선생님 글 읽으며 가슴이 괜히 찡~그래요
    조금만 떨어져서 그분의 일생을 그분의 지금 상황을 바라보면,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짠해지네요.. 이런게 가족이겠죠..

  • 29. 모란
    '04.6.20 11:53 PM

    이글 읽구요 우리 시어머니 생각 하게 되네요...
    같이 사시는 것 자체도 효돈데...그리 정성 스러우시니...
    선생님 보고 저도 좀 배워야 겠어요..

  • 30. 김수열
    '04.6.21 12:41 AM

    여러가지로 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31. 엘리사벳
    '04.6.21 10:13 AM

    어제 못들어 와서 선생님 글읽고 급한 덧글을 달려고 하니 덧글칸이 없어서 순간 당황했답니다,. 82쿡에서 따~ 당한줄 알고.... 어제 못본글들 볼 마음에 로긴도 안하고 들어왔었네요.

    저희 시아버님도 1919년생 이세요. 아마도 시어머님과 시아버님 모시는 차이가 있는거 같아요, 27일날 생신상 차려드려야 하는데.... 이번엔 큰 시누이가 사촌까지 모두 불렀다네요.
    아마도 20명 이상은 족히 넘을거 같아 걱정이네요.
    누구 한사람 도와줄 사람도 없고, 어설푸게 도와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고.....
    느낀분도 계신지 모르겠지만 채써는 요리들을 이상하게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이번엔 선생님과 회원님들의 글을 읽고 좀 더 색다른 메뉴에 도전해봐야 겠어요.

  • 32. 미소
    '04.6.21 10:44 AM

    저도 시어머님과 함께 살지만..
    아직은 어머님께서 건강하셔서 다행이지만,
    머지않아 선생님처럼 느낄 날이 오겠지요?

    너무 예쁜 마음을 가지신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 33. 요조숙녀
    '04.6.21 12:55 PM

    혜경선생님시어머님과 제 시어머니가 하루차이신거같아요 우린 음력 4월 그믐날.
    해서 지남 주일에 상을 차렸습니다. 제가 직장인이고 남자분들 모두 편하게 점심먹고 놀려면 일요일에 미리 합니다.
    올해 83세 아직 건강하신데 동서가 오더니 :간단하게 하시지 뭘이리 많이 차리셨어요:
    저 놀면서 미리 못온게 미안했던게지요.
    헌데 앞으로 1년이 될지 2년이 돨지 노인은 알수없잖아요.
    나가서 먹자는 사람도 있지만 먹은거같지않게 돈만 비싸고 내손으로해야 맘이 편하니 천상 맏며느리라네요.
    애쓰셨습니다

  • 34. 제비꽃
    '04.6.21 1:36 PM

    친정가는길이 선생님댁 앞을 지나갑니다 ^^
    갈때마다 어딜까? 쳐다만 보구 다닙니다
    몸살나지않게 조심하세요 ^^

  • 35. 치즈
    '04.6.21 5:11 PM

    멀리서 산다고 생신때마다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어
    면목이 없는 며느리이지요...
    선생님 말씀 읽고 나니 서울하늘 한번 처다보고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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