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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best friend, 동숙에게

| 조회수 : 5,744 | 추천수 : 152
작성일 : 2004-02-04 22:22:03
낮에 한의원에 다녀오다가 우편물 함에 끼어있는 국제 우편을 보았어.
꺼내보니 큼직하게 써있는 네 이름...
얼마나 반가웠는지...

10층까지 올라가는 시간도 못참아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봉투를 뜯었다.
봉투 속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알뜰 주걱, 그만 피실피실 웃고 말았다.
하나만 보내면 되는 것을 웬걸 그리 많이도 보냈어?
내가 괜히 러버메이드 알뜰주걱 얘기를 했나 싶더라. 객지 생활에 익숙치도 않은 네가 그걸 사서 모으고, 부치고...
2개가 세트로 들어있는 저거 하나면 되는데...
그리구 배로 부치랬더니 왜 항공으로 부쳤어. 송료 만만치 않았을 텐데...
다 쓰지 말고 남겨뒀다가 네가 이뻐하는 우리 지은이 시집갈 때도 하나 줘야겠다.



오늘, 입춘 날이었어, 알아?
역학에서는 입춘날을 새해가 시작하는 날로 생각하잖아.
운이 바뀌고, 삼재가 들어오고 나가고..., 기억나지?
올해는 말띠 개띠 호랑이띠가 들어온다나..., 에이, 뭐 좋은거라고 객지에 있는 네게 이런 소식까지 전하는 지 모르겠다.
암튼, 입춘이라니까, 뭐랄까, 뭣 좀 좋은 일이 생길라나 하나 기대도 생기고...약간 활기를 찾았다.

그리구 내일은 정월대보름이야, 오늘 나물이랑 오곡밥 먹는 날인데...
내일 아침엔 부럼깨구, 예전엔 회사에 가서 아무에게나 더위 팔고 했는데, 요샌 더위도 못판다.
그걸 누구에게 팔겠니? 남편에게 팔겠니, 부모자식에게 팔겠니.
너희도 오곡밥 해먹었어? 토론토에서 팥이랑 수수랑 있는지?
오곡밥 못 해먹더라도, 내일 밤 둥근달을 보고 소원은 꼭 빌어라!
나도 지금 벼르고 있다, 보름달에게 소원들어달라고 땡깡 피려고.


오늘 네 소포 받아보고 네 생각 더 많이 했다.
옛날, 직장생활할때 가끔 기자실로 걸려온 네 전화 받을 때, 나 오해 많이 받았어,  내 표정이랑 목소리랑 표변한다나...분명 전화속 주인공이 숨겨놓은 애인일꺼라고...
허긴 지난번 네 전화 끊고 나니, 울 남편 그러더라, "애인 전화 받아서 좋아?"
그런데 그 애인이 너무 먼 곳에 가있어서...
요즘처럼 몸도 쳐지고, 마음도 가라앉고 할 때 네가 옆에 있었으면 큰 힘이 됐을 텐데...
넌 늘 언니 같잖아, 내 얘기 잘 들어주고, 조언도 잘해주고...
빨리 돌아왔음 좋겠다.
옛날처럼 단둘이 제주도라도 여행했음 좋겠는데...어렵겠지? 너나 나나 매인 몸이라서.


요새 토론토 날씨는 어때?
조교수랑, 진화 진경이 진서 잘 지내지?
느이 딸 들 얼마나 컸을 지 궁금하다, 특히 깜찍한 진서, 요새도 엉뚱한 소리로 엄마나 언니들을 깜짝 깜짝 놀래키는 지...,
진경이는 여전히 똑소리 나지?
그래도 젤 이쁜 진화는 듬직한 큰 언니 노릇 잘 할테고...
아무리 아이들 때문에 인터넷을 못한다고 해도, 가끔 소식 좀 전해줘.
너랑 메신저로 대화하는게 내 소원이다.
잘 지내구, 날씨 춥다는데 건강 주의하구...
보고싶다, 아주 많이.
나이 탓일까? 왜 이리 그리움이 많아지는지..., 오늘은 정말 네가 많이 그립다.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선
    '04.2.4 10:55 PM

    좋은 친구분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 2. 기쁨이네
    '04.2.4 10:56 PM

    오늘 제 생일인데, 친구가 젤 먼저 소식전했더군요.
    다시 만나뵙고 즐거운 일 많이 만드시길... ...

  • 3. xingxing
    '04.2.4 11:02 PM

    저도 어제 큰맘먹고 딸아이 데리고,
    같은 시내지만 왕복 3시간 거리에 있는 친구네 집에 다녀왔어요..
    결혼하고 애들 키우다보니,
    얼굴 한 번 보기도 만만치가 않은 것 같아요.
    두 분 아름다운 우정 변치 않으시길 바라고,,,
    언젠가 두 분 만의 여행도 꼭 다녀오시기 바래요~

  • 4. 2004
    '04.2.4 11:34 PM

    친구의 소포가 지쳐있는 샌님한테 큰 활력소가 될것 같아 무지무지 기뻐요.

  • 5. 러브체인
    '04.2.4 11:38 PM

    알뜰 주걱이 우르르 쏟아지면서 언니 마음속에 눈물도 우르르 쏟아지신건 아닌지..
    좋은 친구가 있다는건 너무나 좋은 일이죠..
    또 멀리 있어 그리워 할수 있다는것도 좋은거 같아요.
    함께 있을순 없어도 마음만은 서로 알고 있잖아여...
    저도 갑자기 멀리 있는 친구가 그립네요.

  • 6. 아짱
    '04.2.4 11:53 PM

    애인같은 친구분이 빨리 한국에 돌아오심 좋겠네요...
    맘 편한히 얘기 나누며
    어릴적 그 시절로 돌아가 선생님이 싱싱해지게요...

  • 7. La Cucina
    '04.2.4 11:54 PM - 삭제된댓글

    저도 제 bestfriend가 보고 싶네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
    선배님께서 친구분께 쓰신 편지를 읽으니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
    제 친구가 아마 이번 여름에 이곳에 놀러 올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울 아기 젤 보고 싶어 하는 친구가 이번 여름엔 꼭 와서 밤새 수다도 떨고 그랬음 좋겠어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마주만 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네요.

  • 8. 김진실
    '04.2.5 12:34 AM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이문세의 옛사랑 듣고 있는데 노래도 한몫하네요

    아~슬프다

  • 9. jasmine
    '04.2.5 12:41 AM

    같은 용도의 물건이 여러개군요. 한개쯤, 던져주실 생각은 없으시겠죠?......ㅋㅋ
    친구가 무쟈게 보고 싶은 밤이 될 것 같습니다.......ㅠㅠ

  • 10. 사랑가득
    '04.2.5 1:03 AM

    저두 그런 친구들이 모두 미국에 있답니다....오늘따라 몹시 그립네요...

  • 11. ky26
    '04.2.5 1:40 AM

    집까지 가기전에 봉투 뜯어서 편지 읽는 모습 너무 아름다워요

  • 12. champlain
    '04.2.5 2:41 AM

    저는 반대로 그런 베스트 프렌드가 한국에 있지요.
    대학 때 만나 지금까지..서로 사느라 바빠 듬성 듬성 소식 전해도
    늘 마음 한구석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친구..
    그 친구 남편은 울남편 친구고..
    결혼이 늦어지는 친구를 위해 남편의 친구를 소개해 줬더니
    순식간에 결혼으로 골인~~
    인연은 따로 있더군요..^ ^
    그런 그 친구가 또 늦게서야 귀한 아기를 임신했지요.
    전 제가 기도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우기는데(?)는데
    암튼 이제 얼마 않 남은 출산 씩씩하게 잘 하길 빌고 있답니다.

  • 13. 집이야기
    '04.2.5 2:50 AM

    오랫만에 그리운 친구에게 편지쓰러 갑니다. 감사합니다.

  • 14. 이영희
    '04.2.5 7:42 AM

    아! 부러워요.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난 그런 친구기 있는지.... 그리움에 사무칠 친구가 한명이라도 생각 난다면 사람농사는 성공한거래요. 당신은 성공대열에 낀겁니다. 추카 추카.......

  • 15. 경빈마마
    '04.2.5 9:26 AM

    암요~엘레비이터 까지 가서 뜯으셨다면 많이 참으신거지요?
    전 바로 그 자리에서 팍~~뜯어 보았을 겁니다.
    반가우시지요? 그런 느낌이 바로 친구가 아니겠어요?


    아뭏든........ 쟈스민님에게는 뭐 보여주면 안됩니다.
    사진 올릴때 쟈스민님 못보게 올리셔요..^^
    선생님 ~!! 쟈스민님이 뭐 가지로 혹시나?? 오면,
    일단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물어보고...
    "쟈스민이예요~~!" 하면 "아~네 김혜경 선생님 집은 어제 이사갔어요~." 하고 문 잠그고 열어 주지 마세요. 후후후후후~~~~(큰 일났다...돌망치 날아올라,,,)

  • 16. 최은진
    '04.2.5 9:34 AM

    오늘에서야 알았네요... 제가 올해 삼재가 들어오는 해네요....
    근데 정말 삼재가 든 해에는 안좋은가요....ㅠ.ㅠ 조심조심~~

  • 17. 하계댁
    '04.2.5 10:50 AM

    아~
    전 눈시울이 핑그르르~제 친구가 생각나네요
    갑자기 보고싶어요 사는곳이 넘 떨어져있있어 당장은 못보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아래네요
    당분간 친구분땜에 행복하고 맘이 뿌듯하게 보내시겠어요

  • 18. gem
    '04.2.5 11:02 AM

    일산으로 이사간 친구가 생각나네요..
    1시간 거리면 만날 친군데 멀다는 이유로 결혼한 후에는 잘 못 만나네요..ㅡ.ㅡ;;
    어제도 만나자고 전화온 거 입덧땜에 못 만나구, 전 나쁜 친구같아요..
    참, 최은진님 삼재라고 다 나쁜 건 아니고 사주에 따라 좋은 삼재도 있답니당~~!! ^0^

  • 19. 토마토
    '04.2.5 11:10 AM

    친구가 정말 좋은 나이지요. 아무 사심없이 마음껏 질펀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친구...
    저도 그런 친구가 막 생각나네요..

  • 20. dlaghlwo
    '04.2.5 11:49 AM

    시카고?에 연락두절된 친구 그립습니다

  • 21. naamoo
    '04.2.5 12:25 PM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지나면서 평생 친구 하나씩 건진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삽니다.

    떨어져 살면서 어떨 때는 한달 너머 연락안고 지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름쯤,,넘어가면 손가락과 귀가 근질근질한 친구들이지요.
    행여 달포 넘어 전화를 해도, 엊그제 통화한 것 처럼 긴 인사 필요없고
    본론으로 ^^ 들어가도 먹혀주는 친구들입니다.
    수화기 넘어 목소리만 들어도 요것이 어떤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구먼,,
    눈에 훤하지요.

    40이 넘어가며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어릴 때 모습이 평생을 가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1,20대에 방방 뛰며 어디로 튈줄 모르던 친구는.
    나이 40이 넘어도 아직 여전합니다..
    아무리 비웃어도 때되면 마음속에나마 설래는 사람 생겼다며 호들갑을 떨어대고
    또 한동안 지나면,, 시들하다고 징징거리고. .
    그런가하면 지 할 짓은 다 잘해내고 씩씩하고 돈도 잘챙기고, 잘 벌고
    꼭.. 어릴 때 모습 그대롭니다.

    지금이야 그래도 괜찮지만,, 60넘어 정말 할머니 되어서도 쟈가 계속 저러고 살까,
    싶으면,, 귀엽기도 하고 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혜경님.처럼 사실 저는 요것들이 한동안 외국에 나가 있어도 그리
    보고 싶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ㅋㅋ
    멀리 떨어져 살면서 요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는 그저
    심란할때 술친구조차 없을때나?? 좀 아쉬울까.

    아직도 철없는 친구가 그럽니다.
    한동안 제 잔소리안들으면 뭔가 허전한 것이 충전이 안된다고. ㅎㅎ
    제가 ,, 쓸데없는 일 저지르고 다니는 걸 보면 그저 참지를 못하고
    데데데 ,,잔소리가 좀 많거든요.
    일 저지르고, 잔소리하고 듣고,. 그렇게 지지고 볶아도 또 생뚱맞게
    궁금한, 그런 친구라니, 이젠 그저 골치아픈 ^^ 피붙이 같단 생각도 듭니다.

    그리운 친구가 있으시다니..
    그렇게 알뜰하게 마음 쓰이는 친구가 있으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 22. 소금별
    '04.2.5 1:43 PM

    선생님... 글 솜씨도 차암 좋으시네요...
    저도 편지쓰고.. 받는거 엄청 좋아하는데,
    온라인땜에... 그 좋아하는것도 못하고 삽니다.. 핑계같네요..
    인터넷같은거 무시하고... 좋아하는대로 그냥 써 보면 그만일텐데...

    좋은친구... 멋진우정...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 23. candy
    '04.2.5 9:17 PM

    친구분 마음이 여기 청주까지 전해져오네요! 참 두분 우정이 따스하네요~

  • 24. 우리집
    '04.2.6 6:32 AM - 삭제된댓글

    친구가 '보고 싶다'고 말해줬을 때 갑자기 눈물 날뻔 한적 있었어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보니, 나 혼자서만 친구를 보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그런 어린애같은 생각도 들거든요
    친구분 정말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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