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옛날 옛날 한 옛날에..

| 조회수 : 5,415 | 추천수 : 122
작성일 : 2004-01-10 23:41:56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듯도 싶고...
다른 곳에서 들은 것도 같고...
암튼 잠도 안오는데 옛날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옛날 옛날에요, 눈 먼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가 있었대요.
×구멍(울 외할머니식 표현)이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안이라서 두 부부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입에 풀칠하기 너무너무 힘이 들었대요.
게다가 시어머니가 소경인지라 애도 변변히 봐줄 수 없어 며느리의 삶은 더욱 고단하기 짝이 없고...
그러니 고부 사이가 좋을 수 있었겠어요?
며느리는 노동력이 없는 시어머니가 너무 미웠을 테고, 그러다 보니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했을 리 만무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눈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 짝이 없는데 며느리는 제대로 효도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이었고. 암튼 하루도 고부간에 조용할 날이 없었대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너무너무 미워서 미나리꽝(미나리밭을 이렇게 부른다죠?)에서 미나리를 뽑아다가 잘 씻지도 않고 그냥 시어머니 반찬을 해드리곤 했대요.
근데 그 미나리라는 것에는 거머리가 잘 붙어있잖아요.
며느리는 거머리가 있거나 말거나 눈이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 반찬을 해드렸대요.

그랬는데...
한동안 그랬는데, 글쎄 시어머니의 시력이 돌아왔대요.
알고보니 시어머니의 눈이 먼 건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건데,
며느리가 미나리에서 거머리를 떼지 않고 그냥 드리는 바람에 시어머니는 고기(?)를 드시게 된거고, 그 고기 덕에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그래서 시력이 돌아온 것이래요.

시력을 찾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손을 꼬옥 잡아 "며늘아가, 니가 잘 지성으로 보살펴줘서 이렇게 시력을 찾게 됐는데 난 널 구박만하고, 트집만 잡고...미안하구나"하고 울면서 사과하고...
양심에 가책을 받은 며느리는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나쁜×이에요, 어머니가 너무 미워서 거머리째 미나리를 드렸어요"하며 용서를 빌었대요.

그후론 그 고부 두고두고 화목하게 살았대요.

어느집 고부관계나 이렇게 해피엔딩이어야 하는데...그렇지 않은 집이 많은 듯 해서...
문득 생각난 옛날 이야기,그냥 몇자 끄적여 봤어요. 좀 엽기였나요?
암튼 고부관계, 예나 지금이나 참 어렵죠?!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4.1.11 12:11 AM

    기대 만빵하고 들어왔는데.....
    해피엔딩은, 최소한의 예의가 있을때 가능한 것 같아요.
    밤이 깊었습니다. 주무세요~~~

  • 2. 냠냠주부
    '04.1.11 12:11 AM

    헉 거머리로 단백질을 섭취하다니..윽

  • 3. 새벽달빛
    '04.1.11 12:38 AM

    다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

  • 4. 귀차니
    '04.1.11 1:11 AM

    옛날 이야기처럼 늘 이렇게 해피앤딩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식을 키우며 우리 시부모님도 이런 정성으로 남편을 이만큼 키워주셨겠지하면
    소홀한 제 모습이 죄송스럽지만 막상 마주치면 또 맘처럼 잘 안되더라구요.
    고부사이는 가깝고도 먼사이... 너무 어려워요.

  • 5. 승연맘
    '04.1.11 2:11 AM

    고기 좋아하시는 저희 시어머님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요.
    육안으로 한우와 수입고기를 정확하게 구분하시는 터라 전 시댁에 고기는
    절대 안 사갖고 가지요. 차라리 현금으로 드립니다. ㅎㅎㅎ

  • 6. 거북이
    '04.1.11 2:47 AM

    저도 이 이야기 예전에 할머니한테서 들은 적 있어요.
    그 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분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은데...
    고부간의 갈등이었네요.

    혜경 샌님, 마음이 무거우셨나봐요?!
    요며칠 게시판에 마음 고생하시는 여러님들이 글을 올리셨던터라.

  • 7. 경빈마마
    '04.1.11 8:25 AM

    후후후~~~아마도 마음이 심란하신가 봅니다. 나도 심란 심란....

    영원한 숙제가 아니겠어요? 으이그......탁탁탁!!!가슴 세 번치고...

    간하고 쓸개하고 내장하고 (엥~ 무슨생선인가?^.^) 다 내 놓고 살 때가 허다하다고들 하데요.

    그래야 살지...다 담고 살면 다 썪어 뭉그러진답니다.

    잘해도 못해도....그 이름은 어디 가겠는지요?

    안그래요? 대한민국 며느리들과 반장님!!!~!!!!

  • 8. 저도 심란...
    '04.1.11 9:46 AM

    그런데요ㅡ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고부 관계 매끄러운 사람들 보면 훌륭한 어른이 계신 것 같아요.

    며느리가 아무리 잘해도 흉 잡고 인정 안하면 좋은 관계 되기 힘들더라구요.

    주변에 아주 사이 좋은 고부가 있는데 며느리도 잘하지만 시어머니가 정말 잘해요.
    며느리가 조금이라도 잘하면 아낌없이 칭찬하고, 며느리 좋아하는 음식이며 장신구도 사다주고.
    시아버지 치매 걸리니까 아들 분가 시키더라구요. 같이 있으면서 같이 매달리면 둘 다 지치니까 시어머니가 일해도 며느리는 쉴 때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보통 같으면 불가능한 일 아닌가요?

    지금 저로서는 훌륭한 며느리가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훌륭한 시어머니는 더 힘들 것 같아요.

  • 9. 카페라떼
    '04.1.11 10:10 AM

    참 이상해요...
    대부분 결혼한 친구만 봐도 시어머니랑은 좋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보통 자식들이 남매이거나 아들은 있잖아요...
    아들이 결혼하면 울엄마도 시어머니되고...
    다들 딸들은 우리엄마 최고인데..오빠나 남동생이 결혼하면
    자기 엄마도 시어머니되고......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니 평이 않좋고..
    울엄마도 오빠 결혼해서 며느리 들어오면 어떠실라나......
    참 어렵네요...

  • 10. scymom
    '04.1.11 10:52 AM

    후후,,,,계절병이지요, 아니 명절병인가.
    구정이 가까와오니 그런 글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올라오지요?
    신정, 구정, 어버이날, 한식, 추석, 더 두드러지는 씨즌인 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 맴이 안편하네요.
    할 일은 별로 많지 않은데, 남편과 시어머님 사이에 일이 있었거든요.
    요번 명절은 또 어찌 넘길꼬???

  • 11. 나눔
    '04.1.11 11:06 AM

    올해로 햇수로 5년째 됩니다. 시어머님 모시고 사는게..
    정말 쉽지 않죠. 정말 힙들어요. 일단 그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될 것 같아요.
    전 매일 아침 일어나 시어머님이 행복하시길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요.(그래야 나한테 잘 해 주실 것 아녜요.) 미운 생각이 솟구치면 전생에 내 딸었는데 내가 잘 못 키워서 나한테 받으러 왔을수도 있다라고 꾸준히 입력시킵니다.
    최근에 82cook을 알게되어 김혜경님을 보고 참 부끄러웠어요.
    저는 남편이 같이 밥먹으면 열심히 차리고 시어머니와 같이 먹으면 대충 차렸거든요.
    아무튼 저도 그 착한 마음씨를 좀 닮아 봐야겠다하여 정성껏 차렸어요.(칭.쉬. 너무 쉽고 맛있어요.) 그랬더니 시어머니 반응이 어떻건 제 마음이 참 떳떳해요.
    김혜경님 사시는 모습이 참 힙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12. 2004
    '04.1.11 4:01 PM

    예전에 시골에서 김장 배추 뽑아 가라고 했는데 시아버님이 계셨으면 다 뽑아 주실걸
    신랑은 일하느라고 바쁘고 어머니께서도 일하시고 나보고 뽑으라고 하셨는데
    친정 갔다 주는거라 눈치 보느라고 맘껏 못 뽑았다지요, 어머니께서는 은근히 읍내
    갔다 팔거 남겼으면 하는거 같아서 걍 조금만 뽑았지요.
    일이 있어 2주후에 시골에 또 갔는데 배추가 걍 다 추위에 떨고 있더군요.
    그냥 버린다기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 처음에 많이 가지고 가라고나 하시지...
    어차피 버릴거 내가 뽑아다 이웃에도 나눠주고 두고두고 먹는다고 했는데
    울 시엄니 '**아빠가 갔고 올라 가려면 힘들잖아' 하시더군요.
    엄니 제가 지고 올라갈께요. 제가 그랬죠. 그랬더니 찔리시던지 걍 웃으시데요,
    배추 두자루 갖고 엘리베이터 타는게 뭐 그리 힘들다고 참...
    내 새끼만 귀하고 남의 새끼는 나 몰라라 하는거 그게 제일 큰 문제인거 같아요.

  • 13. 레이첼
    '04.1.12 10:42 AM

    갑자기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거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밤 이야기(왜 못된 며느리 버릇 고친다고 동네 어른들이 시어머니 밤 주면 일찍 죽는다고 거짓말로 알려줘서 결국 며느리 버릇도 고치고 고부관계도 좋아졌다는 얘기)랑
    얼마전 <달려라 울엄마>에서 서승현(?)의 시어머니가 왜 그동안 서승현에게 못되게 굴었나가 밝혀지는(말로만 챙기는 딸보다 힘들어도 우직하게 해내는 며느리한테 뭐 받기 미안해서 안 받고 더 냉냉하게 굴었다는) 내용이요...

    '시'자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툭 터놓고 지내면 좀 낫더라고요..속내를요...

  • 14. 준서
    '04.1.13 2:24 PM

    6년전 생각이 나네요.6년 전에 시어머님이 돌아 가셨지요.저의 팔 위에서. 일년 정도를 치매로 고생 하시고.87세로 가셨는데 가을에 낙엽이 지듯이 현대 의술의 힘을 빌어 당신의 명을 다사시고 앙상한 몸으로 가셨는데 치매로 계실 때에 많은 아침을 시어머님이 미워질까봐 기도를 해야 했습니다.일상적인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이 끊임 없이 일어나는데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 할 일도 아니고 받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시어머님의 마지막이 나한테 달려 있다는 부담과 결국 나의 하루중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나의 다른 일들을 모두 접고 그 일에 매달렸었는데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이 가장 싫었던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가 합니다.댜행히 운이 좋았던지 시어머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앙상한 모습으로 가신 시어머님이 아깝기도 했고 지금도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78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7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7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98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5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0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8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6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79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3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2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5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8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5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3
3324 산책 14 2013/11/10 13,361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