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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호박 완전 정복!! [늙은 호박전]

| 조회수 : 10,799 | 추천수 : 200
작성일 : 2003-11-01 21:41:15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 살림이 뒷전이던, 농땡이 주부 오늘 드뎌 맘 잡았습니다.
일 무쟈게 했어요. 저희 친정어머니는 "일 한꺼번에 하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라"고 조언하시지만 전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놀고...

하여간 오늘 또 참게장을 담갔습니다. kimys가 몇몇 후배들을 불러 집에서 식사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다른 음식도 장만해야겠지만 참게장을 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좀 특이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제 참게철이 거의 끝나가는 거라 큰맘 먹고 3㎏이나 사왔죠.
오늘 참게판매점에서 배운 것, 소금물에 1시간 정도 참게를 담갔다 하면 불순물을 뱉어낸다고 하네요, 참게가. 그래서 맹물을 갈아가면서 1시간 이상 담갔다가 소금물에 담갔죠.

참게 물에 담그고, 참게장에 부을 다시마 물 끓이는 동안, 정리정돈을 못해서 발을 들여놓기 조차 어려운 다용도실도 멀끔하게 치웠어요. 누군가, 저희집 다용도실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전 저희 다용도실만 생각하면 열받거든요. 이것저것 들어차 있어, 몸을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어떻게 해결을 봐야하는데...

다용도실 치워놓고는 지난 매실철에 식초 만든다고 담가뒀던 황매를 걸러서 국물은 한번 끓여서 병에 담아두고, 건더기는 물을 붓고 푹 삶고...씨 발라내 잼만들려구요.

다시마물 식었길래 참게에 간장 부어서 냉장고 안에 넣고...

그리고 늙은 호박이랑 한판 전쟁을 벌였습니다.
오늘 저랑 한판 붙은 호박은 시골에서 온 건데, 어쩌면 그렇게 다르죠. 제가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색깔도 곱고 수분도 많고...
껍질 벗기고 씨 발라낸 후 푹 끓여서 호박죽을 쑤는데, 쌀가루가 없더라구요.
호박죽은 찹쌀보다 멥쌀로 하는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서 멥쌀가루로 끓이거든요. 쌀가루가 없길래 그냥 쌀을 넣고 끓이다가 불에 내려서 좀 식힌 다음 핸드블렌더로 갈았어요. 쌀이 아주 곱게 갈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게 호박죽이 됐어요. 디카 고장난게 정말 아쉽네요.보여드려야하는 건데...

죽 끓일려고 호박을 손질하면서, 작년 이맘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호박으로 전을 부치다가 KO패 당한...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호박을 조금 남겨서 채를 썰었어요. 소금 조금 넣고 찹쌀가루와 물을 붓고 반죽했어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널다랗게 호박전 반죽을 부었어요. 그리곤 불을 작게 하고 뚜껑을 덮었죠. 호박채를 너무 거칠게 썬 탓에 익으지않으면 낭패길래.
어지간히 익은 듯 싶을 때 뚜껑을 열어 수분이 날라가도록 한 다음, 이제 부터가 문제죠, 뒤집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아예 다른 프라이팬을 하나 더 꺼내 프라이팬끼리 포개서 뒤집었어요.
완성후에는 접시를 대고 뒤집고...

호박전 완성해서 식탁에 내니, 밥상이 확 살아나네요. 색감도 좋고, 맛도 좋고...

쌀가루없이 호박죽 완성하고, 프라이팬 2개로 호박전 뒤집기에 성공하고..
지금 호박완전정복을 자축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기분도 좋으니까 모처럼 '완전한 사랑'을 볼까봐요, 요새 재밌다면서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임오케이
    '03.11.1 9:50 PM

    앗싸 드뎌 1등.
    근데요. 호박전은 찹쌀 가루로 하면 너무 늘어진다고 밀가루가 좋다고 하던데...
    저도 찹쌀가루로 함 해볼까요.
    1등 놓칠까봐 얼릉 올릴랍니다.

  • 2. 복사꽃
    '03.11.1 10:16 PM

    혜경샌님! 오늘은 호박을 완정 정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오늘 주말인데 모처럼만에 살내리는 일 엄청 하셨네요.
    전 오늘 시어머님오셔서 이제야 겨우 자리에 앉아봅니다.
    전, 늙은 호박으로 부침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렇게 맛있나요?
    올해들어 호박죽 4번이나 해먹고도 집에 늙은호박 3개(좀 작은것으로)가 더 있습니다.
    그중에 한개는 호박전을 꼭 해보고 싶어요. 혜경샌님께서는 후라이팬 2개를
    번갈아가며 쓰셨는데, 전 양면팬으로 해볼까요? 함 해보고 저도 호박완전정복하면
    디카로 멋지게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근데요, 호박전에 밀가루대신 찹쌀가루만 넣는건가요?

  • 3. 친정이모
    '03.11.1 10:28 PM

    앗 선생님도 호박가지고 씨름을 ?
    저는 호박한개를 손질해서 둥글게 계속 붙어 있는 채로 썰었습니다.
    다른 때는 길이로 잘라 또각또각 썰었는 데 왠지 빨랫줄에 걸려 있던 호박꼬쟁이가 생각나더라구요
    베란다 빨랫줄에 널어 말리려구요
    이 호박고쟁이는 흑설탕으로 살짝 졸여서
    찰떡 해먹으면 정말 good지요.
    번팅할 때 한번 해 먹으면 좋으련만
    여러분들이 내 떡을 좋아할려나?
    이호박고지로 전을 붙이면 맛있습니다.
    우선 길고 도톰하게 잘라 말린 호박고쟁이를 물에 살짝 불리구요
    소고기를 산적처럼 썰어서 산적양념으로 구운 후 길이로 썰어 호박꼬지불린 것과 한개씩 꼬지에 궵니다.
    다시 날 찹쌀가루를 묻혀 지지는 데
    식용유에 참기름을 살짝 섞어 달군 팬에 지집니다.
    그 맛
    자체가 환상입니다.

  • 4. scymom
    '03.11.1 10:46 PM

    아아,,,저 호박고지 넣은 떡 너무너무 좋아해요.
    옛날 어릴때에 큰 외숙모께서 해 오신 찰떡속에는 호박고지가 나오고 또 나오고..
    요즘 사 먹는 그 비싼 찰떡 속의 호박고지는 그리워도 그리워도 가끔 귀하게 나오더군요.
    직접 해 먹겠다는 선언은 정말 자신 없구요.
    쩝 호박고지 넣은 떡,,,, 상상속에서라도 실컷 먹으렵니다.....ㅠㅠ

  • 5. jasmine
    '03.11.1 11:50 PM

    저, 완전정복이란 말 시로요. 수학완전정복 생각나요....ㅠㅠ
    시어머님이 일주일째 집에 와 계시는데, 반찬땜에 미치죠. 낼은 부침 한 번 해볼게요, 근데, 쌀가루, 찹쌀가루 ...어떤게 좋아요?

  • 6. 최난경
    '03.11.1 11:58 PM

    전 결혼해서 호박부침을 처음 먹어봤거든요....처음먹던날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어서
    나중에는 속이 어찌나 느끼하던지.....
    부침할때 그냥 채썬 호박에 밀가루넣고 소금을 넣어서 잠시 두면 알아서 촉촉해지던대요..물은
    하나도 안넣고......참..호박이야기하니까 생각난건데 요즘 호박물을 먹고 있거든요..
    호박하고 옥수수수염하고 다린물이요..애낳고 호박다린것 먹었었는데 그때는 호박만 해서 얼마나 달던지 그 기대와 달리 옥수수수염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너무 쓴약이되었어요...
    붓기도 빼고 살도 빼고 피곤한것도 좀 나아질까 해서 먹었는데 전 몸에 딱!인가봐요.
    호박물 먹은이유로 식욕이 땡겨서 살이 빠지기는 커녕 살이 안찌면 다행이예요..
    모든 음식들이 어찌나 맛있던지...먹어도 먹고싶고...호박물먹고 살찐사람있으면 바로 제가 될꺼같네요..

  • 7. 김혜경
    '03.11.2 12:11 AM

    자스민님 시어머님이??
    늙은 호박 부침이요? 찹쌀이 부드럽기는 한데 뒤집기 나빠요..

    아, 친정이모님 늙은 호박 썰어서 호박고지 하면 되나요? 호박이 또 있는데 자신은 없어요, 길게 썰...

    복사꽃님 안그래도 그거 부치면서 양면팬으로 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 8. 치즈
    '03.11.2 12:37 AM

    어머나....
    저 호박 한덩어리 생겨서 내일 일거리 만들려고 했었는데요...
    근데 전 호박죽이 그렇게 잘 안되요...풀 쑤어놓은 것처럼 되고 말아요.
    근데 호박전은 잘해요..밀가루 넣어야 안 늘어지던데요..
    그리고 이쪽 지방에서는 호박전 할 때 호박 긁는 전용 채칼 팔아요.1000원 이죠.--내구성은 빵점.
    호박전 해서 올려야지 했는데.....
    선생님 디카 고장이시면 대신 올려도 괜찮을까요? 채칼이랑요......*^^*

  • 9. 복주아
    '03.11.2 12:55 AM

    선생님! 호박 썰기가 어려우십니까?
    호박을 껍질 벗기고 속 파내어 밑둥을 조금 잘라내구요(세워서쓰러지지않게)
    세워놓구 그냥 둥글둥글 깍으시면 줄줄줄~~ 쉬운데요.
    끝까지 깍아도 중간에서 끊어지지않고 아주 잘 됩니다.
    선생님도 아시고 계시는데 제가 괜히 말씀드리는 건가? 지금 얼굴 빨개 집니다.

  • 10. 김혜경
    '03.11.2 12:59 AM

    복주아님 얼굴 빨개지지 마세요, 저 정말 깎을 줄 모르고요, 지금 가르쳐주신 것도 한참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껍질을 벗길까 하고...호박 겉껍질 벗기는건 너무 무서워이잉~~

  • 11. 친정이모
    '03.11.2 1:25 AM

    선생님
    답글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호박 둥글게 깍지 마세요
    그거 보기보담은 대추꽃이랑 강도가 같아요
    그러니까 호박을 세워 놓고 길이로 반 가르고 다시 반가르고 그러면 쪽이 나지요
    속을 긁어 내고 껍질을 필러로 깍으신 후에 도마에 놓고
    무 편채 설듯이 썰면 갸름한 직사각형이 되지요
    이렇게 하시면 말리기도 쉽고 썰기도 쉬운 호박고지가 되거든요 .
    호박고지 산적 꼭 해 보세요
    제일 제당 사보에 어떤 선생님이 만드신 것 보았거든요 만들어 먹으니 무척 맛이 좋았어요,

  • 12. 복사꽃
    '03.11.2 9:28 AM

    친정이모님! 호박고쟁이로 찰떡 집에서도 가능한가요?
    예전에 방앗간에서 만든것은 먹어봤는데, 집에서는 해본적이 없어서요.
    가능하다면 친정이모님만의 노하우가 들어있는 자세한 레시피 부탁드릴게요.

  • 13. khan
    '03.11.2 11:11 AM

    호박에 수분이 많으니까 물을 넣지말고 소금을 좀 뿌려서 쌀가루만 버무려야
    호박이 늘어지지않고 잘 뒤집어 지구요.
    찹살가루. 멥쌀가루 아무거나 쓰셔도 되고 섞어쓰셔도 좋구요.

    밀가루보단 쌀가루가 맛이있지요.
    양면 후라이펜도 좋지만 부치면서 수분을 날려야 하니까.
    뒤집기 좋게 크기를 조금 적게해서 하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 14. 꽃게
    '03.11.2 9:48 PM

    복사꽃님
    호박꼬지 찰떡 집에서도 되나봐요.
    전 못하고 친정엄마가 겨우내 해주시거든요.
    누런호박 되는대로 엄마 갖다 드리면 꼬지 만들어서 떡 해주셔요.
    어제도..먹었거든요. 맛있어요.

  • 15. 몽실~
    '03.11.2 11:05 PM

    쌀쌀해지니 늙은호박생각이 절로나더니 신랑한테 호박 있으면 죽도하고, 부침개도 하면 맛있겠다 했더니 며칠후에 큰 호박을 가져다주네요. 기특하고 고맙더라구요 . 성의에 보답할겸 갓난아들 자는동안 열심히 껍질벗기고 토막내고, 팥,찹쌀가루 넣고 밤참해줬더니 담날 아침에도 죽먹겠다고 하더라구요. 일부는 썰어서 말리고, 나머지는 지퍼백에 나눠담아 냉동실에 넣고, 된장찌개, 볶음밥,야채볶음,감자랑쪄서 샐러드도 하구요..
    아~ 울아들이 빨리 크면 요런거 다 먹이고 싶어요^^

  • 16. 권경애
    '03.12.2 6:37 PM

    안녕하세요 오늘처음 인사드림니다
    좋은졍보 정말로고맙습니다 일밥은벌써구입했는데
    칭 쉬는아직 .....빨리보고싶네요 늘 여러가지정보 고맙습니다
    또 방문하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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