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제주도 시골집 텃밭 마당 이야기

| 조회수 : 19,125 | 추천수 : 0
작성일 : 2017-08-11 12:28:06

김녕 바닷가 마을에 시골집을 구하고 나서, 집 고치는 건 오히려 쉬웠습니다. 
진짜 문제는 마당이었죠.
마당이 무려 100평 정도 됩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야생의 생태계를 회복해가는 중이던 100평의 마당....



제일 쉬운 방법은 제초제를 쏟아부은 후,  다 말라 죽고 나면 한 번 갈아엎는 겁니다.   
문제는, 제초제를 칠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제초제가 평소 우리 가족의 생각에 반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옆집 때문이었습니다.
옆집에는 베트남전에 참전하셨다가 고엽제 피해를 입으신 할아버지가 사세요.
이 분 가족들이 제초제에 트라우마가 있으셔서, 제초제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아주 많이 괴로워하십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라서, 약 쳐서 싹 없애버리라는 주변 다른 집들의 압박을 꿋꿋이 버티고 저걸 다 손으로 뽑았네요.  







마당을 정리한 후, 앞마당과 뒷마당에 제주도 금잔디를 심었어요.
금잔디는 일반잔디보다 훨씬 촘촘하게 자라고, 깎아줄 필요가 없어요.
밟으면 폭신폭신합니다.





잔디를 심어도 심어도 마당이 남아요.
남의 집 100평은 우스운데, 내가 풀 뽑고, 잔디 심고, 관리해야 하는 100평은 광활한 평원처럼 느껴집니다.
남은 부분에 기왓장을 사다가 텃밭을 만들었어요.





모종은 제주시 오일장에서 삽니다.
오일장은 철따라 모종이며 꽃나무에서 약재용 굼벵이까지, 없는 게 없는 기이한 마법 소굴 같은 곳이예요.





저렇게 모종을 조금씩 사다가 조로록 심을 때만 해도 후일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참 즐거웠지요.





벤치에 앉아 잔디마당과 텃밭을 바라보면 얼마나 좋던지!





손님이 없을 때는 우리 식구가 머물지만, 김녕집은 주로 한달살기로 임대를 합니다.  
손님 가족은 텃밭에 심어진 게 뭔지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이름표가 필요할 것 같아 종류별로 다 꽂아놓고요.
좀 규모있는 소꿉놀이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상추들이 아기자기, 오밀조밀, 행복했던 과거네요. 
   




그러나 로메인상추는 제대로 따먹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자라 나무가 되었고,





깻잎에는 벌레구멍이 잔뜩이고,





무엇보다 방울토마토 한번 따먹으려면 요리조리 팔을 넣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
방울토마토가 저렇게 크게, 무성한 나무처럼 자라는 줄 꿈에도 몰랐던 초짜라 너무 촘촘하게 심었던 거죠.
따기는 힘들지만 맛은 끝내줍니다.
아들아이가 방울토마토 맛에 충격받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상추가 나무가 되고, 토마토가 무섭게 커진 게 무어 그리 대수겠어요 .





벌레 먹은 걸 보니 약을 안 친 건강한 채소구나... 하면서 먹으면 되고요.





바질도 더 억세지기 전에 따서 음식에 곁들여 먹으면 되고요.




물 맑은 김녕에서 물놀이하다가,





뒷마당 평상에 앉아서 바람도 쐬고, 고기도 구워먹고... 그렇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텃밭을 만들어놓고 좋아라 하던 그때만 해도 말이죠.





그러나 우리는 한달살기 문을 열고 첫 장기손님이 다녀가신 후, 시골집의 흙마당이란 어떤 것인가! 를 몸소 깨닫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할게요.
눈물 좀 닦고요. ㅎㅎㅎ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록하늘
    '17.8.11 2:35 PM

    결재 어디서 해야 더 볼 수 있나요!!!!
    마당 100평을 풀뽑고 잔디 심고...

    전원생활의 꿈이 로그아웃 되네요.

  • 낮에나온반달
    '17.8.12 10:10 AM

    제가 멍청해서 그래요.
    남들은 이런 짓 안 하고 잘들 하더라고요.

  • 2. 해비해비
    '17.8.11 2:43 PM

    아.. 궁금합니다..
    예쁜 텃밭이 어찌되었는지요?

  • 낮에나온반달
    '17.8.12 10:11 AM

    방금 결과 보고 했습니다. ㅎㅎ

  • 3. 단비
    '17.8.12 6:46 AM

    이렇게 끊으시면 아니되옵니다~ㅎ
    텃밭이 다시 잡초밭으로 돌아 갔나요?

  • 낮에나온반달
    '17.8.12 10:11 AM - 삭제된댓글

    네!!!

  • 낮에나온반달
    '17.8.12 10:12 AM

    비슷합니다^^

  • 4. 초콜릿
    '17.8.14 1:07 PM - 삭제된댓글

    울 엄마 새로운 풀나무보면 ''어머 씨앗이 날아와 여기에서 자랐네. 어디서 날아왔지? ''
    밭도 아닌 마당도 아닌 풀, 나무 무성한 곳이 되었답니다.
    저런 마당을 가꾼다는건 대단한 정성인거 같아요.

    82회원 할인하면 한달살기 하고 싶네요. 잡초 뽑아드려요. ^^

  • 5. remy하제
    '17.8.14 3:52 PM

    로메인상추는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는 애들입니다.
    상추류가 다 그래요.
    너무 더우면 곧바로 꽃대가 올라오는 추대현상이 일어납니다..
    대신 가벼운 서리는 한두번 맞아도 살아요..
    한여름, 상추는 포기하시고..9월쯤에 다시 모종 사다 심어보세요..

  • 낮에나온반달
    '17.8.14 5:34 PM

    올여름 상추 농사는 완전히 망했어요 ㅎ
    말씀대로 9월께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때 심어도 된다니 위로가 되네요

  • 6. vlfflvls
    '17.8.14 8:46 PM

    김녕의 한적한 바닷가 넘 좋은데 ...집도 예쁘네요!

  • 낮에나온반달
    '17.8.15 9:46 PM

    맞습니다.. 김녕 정말 좋죠

  • 7. 카민
    '17.8.15 9:08 AM

    담에 기회되면 한달살기
    제가 손님되고싶네요ᆢㅎ
    쥔장님이랑 잘맞을것같은 예감~*

  • 낮에나온반달
    '17.8.15 9:48 PM

    하하 그런가요
    특별히 잘 맞는 분이 있는 건 맞습니다

  • 8. 지니파다
    '17.8.15 10:06 PM - 삭제된댓글

    와~~~ 마당 너무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셨네요^^
    잔디는 설마 씨를 사서 뿌리신건 아니죠?
    잔디가 넘 이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848 자투리천을 활용한 가방 만들기 3 얼렁뚱땅 2024.10.18 2,186 0
2847 나의 외도... 뜨개 14 wooo 2024.10.14 2,268 0
2846 풍납뜨개 도깨비 모입니다.^^ 2 Juliana7 2024.08.27 4,401 0
2845 똥손 프로젝트 11 wooo 2024.06.08 5,600 0
2844 프리스쿨 학년말 선물 2 학교종 2024.04.20 5,422 0
2843 가방만들기에서 생활형소품 만들기도 시도 4 주니엄마 2024.01.07 10,578 0
2842 겨울이 와요. 6 wooo 2023.10.17 10,409 1
2841 매칭 드레스 3 학교종 2023.10.08 10,678 1
2840 누가 더 예뻐요? 20 wooo 2023.08.11 16,410 1
2839 에코백 꾸미기 4 anne 2023.08.02 13,413 1
2838 오! 바뀐 82 기념 실크 원피스 아가씨 7 wooo 2023.07.10 16,190 1
2837 가방장식품(bag charm)이 된 니퍼의 작은 인형 10 wooo 2023.04.06 13,821 1
2836 봄과 원피스 18 wooo 2023.04.05 12,196 2
2835 지난 겨울 만든 가방들 그리고 소품 9 주니엄마 2023.03.16 12,160 2
2834 아기 가디건을 떴어요. 6 쑥송편 2023.03.14 10,054 1
2833 늦었지만 3 화안 2023.02.14 6,244 2
2832 개판이 아니라 쥐판입니다 ㅋㅋㅋ 18 소년공원 2023.01.20 12,170 2
2831 디즈니 무릎담요 - 코바늘 뜨기 12 소년공원 2023.01.11 9,183 1
2830 가방 만들기 8 얼렁뚱땅 2022.12.20 7,351 2
2829 크리스마스 리스 2 wooo 2022.12.18 5,493 2
2828 나의 인형들 11 wooo 2022.10.03 8,489 1
2827 여름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16 소년공원 2022.06.20 18,311 0
2826 만들기와 그리기 14 wooo 2022.05.29 13,876 0
2825 5월의 꽃들 8 soogug 2022.04.29 14,200 1
2824 1/24 미니어처 서재 만들기 9 wooo 2022.04.17 16,610 1
2823 미운곳 가리기 2 커다란무 2022.04.12 15,651 0
2822 니퍼의 작은 인형 21 wooo 2022.02.21 16,143 1
2821 가죽 가방을 만들어 보았어요 3 그린란드 2022.01.26 18,500 1
2820 새로운시도 1- stumpwork(입체자수라고 하긴엔... 6 wooo 2022.01.18 16,141 1
2819 도마와 주방장갑 걸기 4 커다란무 2021.12.03 20,933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