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모르고 지나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든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8시간 걸리던 기차가 3시간 만에 도착한다.
덜컹 거리는 기찻소리와
홍익회 직원이 목장 우유, 달걀, 사이다외 군것질 꺼리 등을 카트에 싣고
객실 마다 누비면서 판매하던 정겨운 소리의 시간도 사라졌다.
천안역에 정차하면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와
김밥을 파는 아저씨의 외침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대전역에 정차하면
가락국수를 허겁지겁 먹던 기억마저도 이젠 추억이 되었다.
객실의 모습도 세련되고 화려하게 장식되고
에어컨을 비롯한 카페와 편의시설도 마음에 든다.
변화된 것을 잊고 있는데 많이 바뀐 것에 대해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고향인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창가에 스치는 풍경마져도
과거를 떠올리게 하며 옛 추억에 젖게 한다.
조용한 객차 내부의 분위기도 생각을 불러오는데 일조를 한다.
그런 것들을 기억하며 서울의 한컷으로 기차 여행을 마치고
귀가한 내 모습에서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이
꼰대의 냄새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