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기도
보신각 종소리가
전파를 타고 곳곳에 흐를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소원을 품고
새해를 설렘으로 맞이한다.
목련 꽃망울 같은 고운 꿈을
가슴 가득 피워 올리며
하늘 향해 뻗은 소나무처럼
손을 들고 소원을 빌어본다.
아침 고요 같은 평화가
집안 가득 넘치게 하시고
새의 노래 같은 즐거움이
가슴속을 채우게 하소서
가난에 찌들려 비겁하지 않으며
부러움에 주눅 들지 않게 하시고
작은 자비라도 베풀며
이웃과 오손도손 살게 하소서
병원 문지방을 두렵게 넘거나
약봉지를 손에 들고
고열 통증에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밤을 맞지 않게 하소서
급작스런 휴대폰 벨 소리에
가슴이 철렁한 일과
산산이 부서진 거울 조각처럼
망연자실한 일이 없게 하소서
벼랑을 넘는 산양처럼
아슬아슬한 곳에 서지 않으며
길 잃은 사슴처럼
방황하지 않게 하소서
갈퀴를 곧게 세운 靑馬청마처럼
荒野황야를 질주하며
드넓은 희망의 벌판을
모두 점령하게 하소서
이슬내린 풀밭처럼
싱싱한 자유가 가득하고
구겨지지 않은 모조지처럼
반듯한 양심이 되게 하소서
활활 타오르는 태양처럼
뜨겁게 한해를 살게 하소서.
- 박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