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피를 닦던 날이 있었습니다.
나직이 입김을 불어 그을음을 닦아 내면
허공처럼 투명해져 낯빛이 드러나고
그런 날 밤 어머니의 등불은
먼 곳에서도 금세 찾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믐날
동네 여자들은 모두 바다로 가고
물썬 개펄에는
거미처럼 움직이는 불빛들로 가득하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보는 바다는
분꽃 향기가 나던 누이들의 가슴처럼 싱그럽고
조무래기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북두칠성이 거꾸로 선 북쪽 하늘을 향해
꿈을 쏘아 올렸습니다.
묶은 시간의 표피를 벗겨 내듯이
밤하늘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했고
범바우골 부엉이가 울고 가도록
어머니의 칠게잡이는 끝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