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혹은 방황
나는 작은 우주야
내 안에는 무엇이든 다 있지
살아있는 것들은 물론
죽어 있는 것들도 살지
떠나버린 것들과
내가 도저히 모르던 것들까지
슬프도록 무장 많이 살지
오늘밤엔 내 몸에서 개가 깨어났어
다소곳이 핀 산나리 곁에 재워뒀는데…
야행에 좋은 검은 녀석이지
암내 찾아 코를 벌름대다가
별이 반짝일 때마다 밭은 소리 컹컹컹
젠장, 이 늦은 밤에 그만! 그만 짖어.
무인도에 묶어 둔 늑대가 깨어날라
- 양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