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에
안된다고 안된다고
우리집 미견 설이가 있잖냐.
사무실에 혼자 있기 적적하고 꼭 한번 대형견 키워보고 싶다며
왕복 8시간 운전해서 몰래 데려온 강아지,
한 번만 실물을 보고 그래도 반대하시면 도로 데려다 주겠다며
엄마 아빠 마음 약한 반전을 기대하며 루시가 집에 왔어요.
도로 보낼 마음에 반색도 안 하고 데면데면
그렇게 첫날 잠을 자는데 거실에 저지레라도 했나 새벽에 나와보니...
구석에서 조용히 자고 있어요.
저런 슬픈 눈빛으로 있는 루시를 보고 남편이 먼저 무너졌어요.
가는 길에 차에서 토할까 봐 전 견주님이 일부러 밥을 안 먹였다나
그날은 몇 번 자갈 섞인 변을 보며 피곤한가 잠만 자는데
엄마 형제자매들 떠나온 생각하니 어쩌나 싶기도 했었어요.
4월 28일생이고 이 때는 2개월 반 되었을 때랍니다.
주로 여기서 지내며 집에는 아주 가끔 올 예정이랍니다.
지금은 양쪽 다 오며 가며 적응을 마친 상태지요.
시집 막 왔을 때 커다란 세퍼트 두 마리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저 무섭고 겨우 밥 주고 배변처리하면서
그 많은 일거리에 정말 싫어했던 종이였는데
이렇게 루시를 지켜보게 되었네요.
뭐든 깨물고 사무실 새 장판도 벌써 뜯어주고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요.
며칠 만에 보는데 가족인 걸 어떻게 아는지
이름부르니 저렇게 반기며 좋아서 달려오니 예쁠 수밖에요.
여기저기 구역을 살피며 다니기도 하고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언제나 가족들 곁에 있고 사람 음식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점잖아요.
굴혈포 바닷가로 저녁 산책 나왔어요.
어디든 해지는 노을은 참 아름답지요.
근처 야영장 손님들도 드문드문 한가로운 해변입니다.
모래를 막 파네요.
털갈이 후 윤기가 자르르 한 게 잘 자라고 있는 루시에요.
조용한 새벽에도 산책하는 루시
폭풍 성장 중입니다.
갈매기들 보면 흥분해서 달려가려 하니 목줄을 해야 해요.
오늘 아침 집 마당을 거니는 루시입니다.
표정이 많이 밝아졌지요.
처음엔 고참견들 짖는 소리에 기가 죽어 숨더니
이젠 견사 주변을 왔다 갔다 설이와는 다정하게 놀기도 해요.
걷는 자세가 참 특이합니다.
가자. 루시 타~
그러면 저렇게 자리 잡고 얌전히 잘 간답니다.
의외로 애교도 많고 헛짖음도 없고 얌전한 게
그래서 다들 대형견을 키우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