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등산과 술

| 조회수 : 1,27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4-08-28 04:05:05

헉헉, 헉헉 아 덥다. 헉헉 아 힘들어.

내려가면 시원한 카스 아니 오늘은 드라이피니쉬 500짜리 한 캔 사서 원샷 해야지.

아 시원하겠다!

헉헉 아 목말라~

빨리 가자…



제가 산에서는 술 마시기 전 산을 타면서 힘들 때 중얼거리던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산행 중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며 항상 되뇌며 다녔습니다.

누군가 정상주라며 막걸리 한잔 권하더라도 웃으며 사양하고 감히 산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스스로 산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했던 이유는 과하게 술을 마셔서 취해서 사고가 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 아니라 산에서 술을 마시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산을 다니는 횟수가 늘어나고 홀로 산행하는 것보다, 파티를 이루어 산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언젠가부터 산에서 한잔, 두잔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마시더라도 말 그대로 한잔, 두잔 정도였지 결코 과하게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이렇게 가벼운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겠죠.

산에서 한잔, 두잔 마시던 술은 이제 하산주가 되어 한병, 두병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이 좋아 산을 다니다가 술을 마시기 위해 산을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에는 산을 두려워하기 까지는 않더라도 산에 대한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산행거리가 늘어나고 술이 늘어나며 산을 우습게 보는 건방진 마음이 자랐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산은 제게 경고를 해주었습니다.


작년 8월 31일 깜상형님과 경주 자도봉어 종주를 하였습니다.

당시 이주 정도 지방에 일이 있어 산은 다니지 못하고 거의 매일 저녁 술자리가 이어졌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자도봉어 고작 17km 그냥 잠시 다녀오면 되지’라는 같잖은 생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산을 오르자마자 지난 이주 동안 술을 마신 것에 대한 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불과 바로 전 산행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아 숨이 가빠오고 다리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고, 별로 든 것도 없는 배낭도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산을 오르다 보니 저 스스로가 참 작아지더군요. 이때까지도 전 항상 산 앞에서 겸손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고 벌써 건방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나 술 기운에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의 자도봉어 산행 이후로 전 일절 술을 마시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술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살짝 고일 정도입니다만 결코 술을 마시고 싶진 않습니다. 전 여전히 즐겁게 산을 오르는 것이 술 마시는 것보다 몹시 즐겁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산이 경고하고 있지 않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금주 1주년을 자축하며…



핏짜 (thankspizza)

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등산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등산을 위한 공부를 좋아합니다.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8829 지금 부산에서도.....2 하얀바다로 2014.09.08 1,513 2
    18828 유지니맘님께서 올리신 통장정리 잘 안보이는 부분 입니다. 1 불굴 2014.09.05 1,822 4
    18827 자게에 올린 고양이 사진입니다. 7 콩두 2014.09.04 4,081 2
    18826 대전에서 유시민 논술특강이 있습니다. 1 악어의꿈 2014.09.04 996 4
    18825 등산비법공개 - 적은 힘으로 멀리가는 비법 5 핏짜 2014.09.04 2,615 0
    18824 식약처 허가도 받지 않은 불법 한약침을 내가족에게 투여한 한의원.. 3 hew77 2014.09.02 2,077 2
    18823 지금 고향에선... 2 쉐어그린 2014.09.02 1,294 1
    18822 사진으로 미리보는 55차 모임후기.3 1 카루소 2014.09.01 1,662 2
    18821 사진으로 미리보는 55차 모임후기.2 카루소 2014.09.01 1,243 1
    18820 왜 중등산화를 신어야 하는가 핏짜 2014.09.01 1,476 0
    18819 사진으로 미리보는 55차 모임후기.1 1 카루소 2014.09.01 1,246 1
    18818 보스와 리더의 차이..... 하얀바다로 2014.09.01 1,264 3
    18817 미래형 손목시계 상록수 2014.08.31 1,502 0
    18816 2014-08-30 봉하음악회 (봉하열차) 후기 6 우리는 2014.08.31 1,349 3
    18815 등산시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핏짜 2014.08.30 1,460 1
    18814 통계로 보는 한국인의 삶 1 석류꽃 2014.08.30 1,309 2
    18813 잊지 말아 주세요 4 도도희 2014.08.30 1,072 1
    18812 높은 곳에서 일할때의 어려움.신영복 作 1 도도희 2014.08.30 1,209 4
    18811 수염깍은 해수부장관 외..몇가지 사진들 1 파랑새 2014.08.30 1,326 1
    18810 이승기랑 트위스트 김 닮은 개님들 3 나루미루 2014.08.29 1,852 0
    18809 장경인대염의 경험과 극복 4 핏짜 2014.08.29 2,342 0
    18808 등산과 술 핏짜 2014.08.28 1,271 0
    18807 지금 부산에서도...... 3 하얀바다로 2014.08.28 1,206 6
    18806 일일 단식 참여합니다 4 열무김치 2014.08.27 1,385 6
    18805 한경닷컴 세월호 특별법 설문조사 결과.....오전 1 비트 2014.08.26 85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