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담겨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이 펼쳐지고 있답니다. 이 소식을 어제 듣고서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현장을 찾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펼치는 단식 농성은 거리가 멀다는 핑계를 뻔뻔하게 내세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외근을 빌미로 해서 부산역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생수를 어디서 구해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시원함까지 겸비해야 하기에 부산역 구내에 있는 매점에서 구입을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그래서 찾은 편의점에서 점주인 듯한 사람에게 '시원한 생수'를 전부 달라고 했더니, 무척 당혹스러 워하더군요. 그러더니 마지못한 움직임으로 창고에 들어가서 생수 두 박스를 들고 나오 더군요.
" 두 박스나 되는데, 괜찮겠습니까?"
여전히 뭔가 미심쩍은 듯이 묻는 물음에 곧바로 이렇게 대꾸했답니다.
"몇백 박스라도 괜찮으니까, 있는 대로 다 주세요!"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그 점주(?)는 더 이상 시원한 생수가 없다는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까지 짓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이걸 어디다 쓰려고 이러나 싶은 눈치를 보이기에 짤막하게 설명을 해 주었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하여 단식 농성을 하는 분들에게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더군요.
가게 바로 앞에서 세월호 추모 집회도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기에 이와 관련한 소식은 아주 잘 아는 눈치였습니다.
편의점 바닥에 놓여 있는 생수를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이건 영수증이랍니다. 겨우 32,000원에 불과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제 마음이 편하지 싶어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 수를 들고 단식 농성장을 향해 가면서 제법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걸 전해 주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농성장 앞에 다다르자, 쓸데없는 신파극 대신 그냥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게 제일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생수 두 박스를 들고서 농성장 앞으로 다가가자 제일 앞에 앉아 있던 어떤 중년 남녀가 무척 놀라더군요.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서 인사부터 했답니다.
"진작 찾아뵙고 함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랬더니 일제히 "무슨 말씀이시냐, 이렇게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뭐가 그리 감사한지는 몰라도 그 런 말에 제가 더 감사 하더군요.
이대로 생수를 전해 주고, 짧은 인사만 하고 돌아서는 게 가장 낫겠다 싶어서 다시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답니다.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돌아서 오는데, 몇몇 사람들이 박수까지 치면서 감사를 표하더군요. 그러니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답니다.
지금 이건 알량한 생수 몇 병 전달한 걸 두고서 자랑담을 늘어놓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도 수사권 과 기소권 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이 벌어지고 있 다는 소식을 알리려고 적은 글입니다. 그러니 부산에 계시는 분들이라면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단식 농성에 힘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힘이라도 실어줄 수 있도록 부산역으로 발길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한 달에 6만 원이나 하는 '귀족 헬스'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서 3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귀족 생수'를 전해 줄 수 있었다는 아주 귀족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