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에 붙잡고 놓지 못하는 번뇌가 108개만 있는 게 아니지만,
인내심과 체력의 한계도 있고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리면 얼마하지 못하고 그만 두게 될까봐,
백팔배만 올립니다.
처음에는 나키니치를 내보내고 방문을 닫고 절을 했는데
문 뒤에서 엄마 걱정에 어쩔 줄 몰라하는 니치가 자꾸 괜찮은 지 물어보고,
나키는 염불이라도 하듯이 우는 소리를 해서,
못 견디고 문을 열어놨어요.
저의 백팔배를 대하던 나키니치의 태도는..
앗, 엄마가 저기 뭐 떨어뜨렸나 보다.
혹시 맛있는 것일지도 모르니 우리도 찾아보자~ ...하여 얼굴을 샤페이로 만들어가면서
바닥을 훑다가,
별 성과가 없자, 엎드린 제 얼굴에 코를 쑤셔넣고,
아니 뭐 떨어뜨린 것도 아닌데 왜 그러고 있냐고 묻다가,
(이쯤에서 저는 20배쯤 올린 상태.)
저와 작은 나무 부처님 사이에 두 녀석이 앉아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제가 올리는 절을 꼬박꼬박 받습니다.
(저는 번뇌나 망상보다도 웃음이 자꾸 나와서 마음을 다스리기가 더 힘든데..)
눈 안 마주쳐주는 엄마한테 살짝 불만인 니치가 30배쯤에서 엎드리면 나키도 따라 엎드립니다.
엄마가 일어나면 혹시나 하고 따라서 벌떡 일어났다가 엎드리면 또 따라 엎드리기를 몇번 한 뒤,
그게 별로 재미가 없어지고, 엄마가 일어나서 어디를 금세 나갈 거 같지도 않으니까
40배쯤 부터는 그냥 엎드려 있습니다.
엎드려서 제 손의 백팔염주에다 코도 묻히고, 침도 묻히고,,
그러다 보니 어쩐지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염주를 살짝 이빨로 씹어도 보고. ㅠㅠ
제가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댄 뒤, 양 손을 들어 올리면 그 틈에 손바닥을 핥아주기도 합니다. --;;;
혹시 공을 물고 오면 엄마가 놀아줄까 싶은 나키가 일어나서 공 찾아가지고 오다,
절하는 제 손을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ㅠㅠ
제가 이마를 내려놓아야 할 지점에 침 범벅인 공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70배를 넘어서면서
니치는 떵꼬를 부처님 앞에다 띡 내밀고, 혀 빼물고, 네 다리는 허공에 들어 올린 채 잠이 들고..
80배를 넘어서면서 비로소 마음이 좀 가라앉고..
나를 낮추고 또 낮추고,
기어이 낮춰서 우주의 저 밑바닥에 가 닿으면 비로소 내가 우주의 뿌리, 그래서 내가 우주의 중심.
내 우주는 적게 먹고, 많이 웃으며, 빛나는 것은 해와 달이면 족하고,
게으른 성자들이 누더기를 입고 제행무상의 노래를 부르는 무욕의 땅...
이런 생각에 이를 즈음,
으르르으르르...............깨갱깨...왈왈왈................으르르 끄끄..푸우~~~
니치 잠꼬대 소리에 결국 웃음이 터지곤 했습니다.
나키야 니치야,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하는데,
엄마 눈에는 나키니치가 부처님과 아주 많이 닮았었어.
뽀삐는 어떠하냐.
제 옆에서 차렷자세로 고개를 계속 갸우뚱 갸우뚱하고 끝까지 앉아 있는데
한 눈 팔지 않으려고 해도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괴롭습니다.
(짤방은 사진이라도 더 보고 싶으시다고 쪽지 주신 분들 위해서 나키로 도배)
꼬꼬마 시절의 나키,
놀아달라고 조르다가 안 놀아주면 조용히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 열고 셀프 간식 섭취하시곤 했던 시절
아...중원에 회오리를 몰고 올 쿵푸 마스타 황비홍!..의 모자를 쓴 나키!!
저 범상치 않은 눈빛을 보라 ~
일찌기 모처에서 무공을 갈고 닦아 그 내공으로
가히 타구권(주: 거지들이 개를 피하기 위해 구사하던 권법)을 능가하는 비기를 익혔으니
그 이름하여.."손주기 권법"
(주: 적들에 둘러싸여 사뭇 곤란한 처지에 빠졌을때 무조건 손을 주는 것만을 능사로 아는 권법
사진처럼 메롱과 함께 구사하면 거의 치명적임)
붉은 비단으로 토실토실한 몸매를 살짝 가린 저 아리따운 샤오지에는
얼핏 보면 그저 비단장수 왕서방네 딸..처럼 보이지만
절대 절명의 순간에는 감춰둔 필살기,
침풍선 만들어 터뜨리기, 상대방 정신이 나갈 때까지 핥아주기등의 미견계를
무섭게 구사하는 침질의 달인 아니 달견으로...
무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싶지만 자느라고 바빠서 미처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고 가끔 포효했던...
그런 시절도 있었지요.^^;
눈이 안 보이는데도 저런 곳은 어쩌면 저렇게 딱딱 찾아서 턱을 괴이시는지
달력 사진 한장
안 보여도 엄마 입주변에 빵가루는 정확하게 찾고
기분 좋을 땐 허공에 하이파이브도 막 해주고
달팽이와도,
고양이와도,
말과도 모두 친구였던 나키
니치가 깔고 앉아도
(나키 어디갔냐고 물었더니 그걸 왜 나한테 묻냐던 니치)
뽀삐가 걸핏하면 쿠션으로 삼아도
흙장난 좀 했다고
아빠가 빗자루로 쓸어도 으허허
딱 수달
선량함이 뚝뚝..
개가 무섭다고 했던 어느 분이 이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고 난 뒤 개가 좀 덜 무서워졌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