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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그림과 사색

| 조회수 : 1,920 | 추천수 : 3
작성일 : 2014-01-25 10:02:35

신영복의 그림과 사색

[신영복의 그림 사색] 기다림

 


평원을 달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한동안 달린 다음에는 말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기다립니다.

영혼을 기다립니다.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라 합니다.

 

질주는 영혼을 두고 달려가는 것입니다.

영혼을 빠뜨리고 달리고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자기의 이유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산책하다가
지팡이로 버섯 하나를 가리킵니다.

‘얘야 이것은 독버섯이야!’


독버섯으로 지목된 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쓰러진 그를 부축하며 친구가 위로합니다.

비바람 불던 날 그가 보여준 따뜻한 우정을 이야기했지만

쓰러진 버섯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친구가 최후의 한마디 말을 건넵니다.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버섯인 우리들이 왜 ‘식탁의 논리’로

우리를 평가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자유(自由)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길 마음

 

 

 

 

 

도로는 직선이기를 원하고 고속이기를 원합니다.
길은 곡선이기를 원하고 더디기를 원합니다.

도로는 속도와 효율성이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이며

길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경작되는 인간의 원리입니다.


도로가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이라면

길은 자기 자신이 목표입니다.

우리의 삶은 다른 어떤 가치의 하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직선을 달리고 있지만

동물들은 맹수에게 쫓길 때가 아니면

결코 직선으로 달리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길이어야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보람찬 시간이어야 합니다.



 

 

청년시절

 

 

 

 

 

 


한 사람의 일생에서 청년시절이 없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아무리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꿈과 이상을 불태웠던

청년시절이 없다면 그 삶은 실패입니다.

 청년시절은 꿈과 이상만으로도 빛나는 시절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는 청년시절이 없습니다.

가슴에 담을 푸른 하늘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엠에프와 금융위기 때 실직하였고

지금은 수험 준비와 스펙 쌓기 알바와 비정규직이라는

혹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진리와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부정한 정치권력과 천박한 상업문화를 배워야 하고,

우정과 사랑을 키우기보다는 친구를 괴롭히거나 친구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며 좌절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뿌리가 사람이고, 사람의 뿌리가 청년시절에 자라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의 비극입니다.

그 사회가 아무리 높은 빌딩을 세우더라도 꿈과 이상이 좌절되고

청년들이 아픈 사회는 실패입니다.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트레비
    '14.1.26 8:48 PM - 삭제된댓글

    좋은 글 퍼갑니다. 이분 감옥에서 오랜동안 고초를 겪으셨는데 이렇게 정신이 맑으시니 참..............마음아픕니다.

  • 2. 십년후
    '14.1.27 5:04 PM

    신영복 선생님, 존경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 3. 춘양목
    '14.1.27 8:38 PM

    저도 퍼갑니다.
    버섯의 이야기는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주네요.

    [ 버섯인 우리들이 왜 ‘식탁의 논리’로 우리를 평가해야 하느냐 ]

    인간인 우리들이 왜 돈과 사회적 지위의 논리로 우리를 평가해야 하나요?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릅니다.

  • 4. 제제
    '15.12.1 5:13 AM

    신영복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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