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지난 목요일부터 기온이 영하 15-16 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4일째 계속이예요. 수요일 쯤 되어야 겨우 낮기온 0도가 된다고 하네요. 밤기온은 여전히 영하 십 몇도로 내려가구요. 게다가 추워지면서 얼음비와 눈이 쏟아져서 거리는 마비된 상태라 차들도 거의 안 다니죠. 이런 지속적인 강추위는 처음 인 것 같습니다. 미국 북부에 살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거든요. 밖을 내다보노라면, 지구 멸망의 날에 잘 등장하는 영화의 한 장면과 흡사하기도 해요.
예전엔 춥고 눈오고 차도 못 다닐지경이고 그러면 나비 옆에 끼고 커피 마시면서 밖을 내다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날씨가 추워도 너무 춥고, 그러다보니 제게 밥먹으러 오는 길냥이들 걱정..그리고 굶어죽게 생긴 검은 개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게다가 우리 보미는 이 추위에 계속 밖으로 나가 길건너 집으로 가는거예요. 그 집이 비었는지 차도 안 보이고 깜깜한 걸로 보아, 이 녀석이 그 집 지하실로 들어가도 추울텐데 말이죠.
목요일 추워지기 시작하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앞에서 올린 다른 커다란 누런 개, 품종이 뭔지 모르겠어요. 여긴 저런 크기와 색깔의 개들이 꽤 눈에 띄여요. 저 녀석이 우리집에서 고양이 사료를 먹고 돌아가기에 차로 뒤 따라갔죠. 이 녀석 다른 집에 들려 문앞에 놓여있는 밥그릇 한번 또 훑어주고,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거예요. 그러더니 어느 집 앞에 앉아요. 아주 편안한 자세로 문도 한번 쳐다보고 하는 걸로 보아 거기가 집 인거 같았어요.
왼쪽 기둥에 앉아있는 누런 개 보이죠. 내려서 이 집 개냐고 묻기엔 좀 꺼려져서 차 안에서 여기저기 살피고 출발하려는데 저쪽에서 어떤 남자가 걸어오기에 물었어요. 저 개가 저 집 개냐고. 맞다고 하면서, 인디언 여자가 혼자 사는데 저렇게 개를 방치한다네요. 이 놈이 활동반경이 꽤 넓어요. 우리집에서 약 4-500m 정도 떨어진 곳이거든요. 동네 아이를 문 적도 있다고 하면서, 신고를 해서 잡아가면 또 데려오고 그런다네요. 마른 검은개도 물어보니, 자기도 봤다고 하면서 눈에 띄이면 뭘 준다고 해요. 집 없는 개가 틀림없고, 새끼는 6개월전에 낳았다고 하네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긴 이야기는 못했죠.
이 날 밤 검정 개가 먹이를 얻어먹고 돌아갔어요. 돼지목뼈가 비싸지 않아서 이 녀석 눈에 띄일때 주려고 좀 사놨거든요. 여기 살도 꽤 많이 붙고 그래서 이 놈이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저 정도로 심하게 마른 개들은 먹이를 단계별로 주던데 전 그럴수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줘요. 어쩌면 건강에는 썩 안 좋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은 음식을 갑자기 먹게 되는거라서요.
그런데 이녀석 성격이 순한 거 같아요. 다른 길냥이가 먹이를 먹으러 왔는데, 캔을 따니 이 길냥이가 계속 절 따라다니면서 먹겠다고 하는거예요. 그릇 두 곳에 주는데도 한 군데서 먹지 않고 계속 절 따라 왔다갔다 하니 이 검은 개가 길냥이를 피해서 먹어요. 보통 길냥이들이 저 정도 큰개는 무서워하거든요. 그런데 이 새로 나타난 길냥이는 겁도 없어요. 류키미아 걸렸다는 그 노란고양이와 똑 같이 생겼는데 같은 형제일지 모르겠어요.
옆집 고양이와 마루는 너무 사이가 좋아요. 옆집냥이가 이제 많이 커서 못 올라가던 장농도 잘 올라가죠. 마루와 저렇게 같이 잘 자곤해요.
날이 무섭게 추우니 참새들이 고양이 사료를 먹으러와요. 고양이 사료를 먹는 새가 있는데, 그건 검은 색 까마귀와 비슷한 새 거든요.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다른 예쁜 새도 날아들어요. 나비 혼자 있을땐, 일부러 뒷마당에 새 모이를 줬어요. 제가 일하러 나가면 밖을 쳐다보고 지루하지 않게 새들 좀 날아오라구요. 그런데, 보미 새끼들 일곱마리 키우면서 부터 너무 힘들어 밖에나가 새 밥 까지는 못주겠어서 포기했죠. 그리고 나비도 충분히 정신 쏟을데가 많았구요.
이 때 주던 새 모이가 많이 남아서, 줬더니 마루와 나비가 내다보고 신이 났어요.
나비가 옆집 새끼냥이와 많이 친해져서 저렇게 같이 새 구경도 해요. 예전에 보미새끼들을 키울 때, 검은 새끼냥이 하나가 그렇게 나비를 쫒아다녔거든요. 나비는 싫다고 하는데도요. 이제 이 옆집 새끼냥이가 나비를 그렇게 쫒아다니네요. 장난도 치고 그러는데 나비는 싫다고 도망다니느라 바쁘죠.
나비 머리 오른쪽으로 보이는게 참새들이예요.
마루 이녀석은 앉아있는 나비에게 그루밍을 열심히 해 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끝은 결국 이렇게 되죠. 나비가 당하는 거 같은데 마루가 저렇게 시비를 걸지만 늘 져요. 마루는 하는짓이 장난끼 많은 청소년과 흡사해요.
밖을 좀 잘 보이게 해주려고 의자뒤에 작은 테이블을 놨더니 마루는 또 그게 색다르게 좋은지 여길 안 떠나네요. 낮 잠도 여기서 잡니다.
이 두녀석은 정말 잘 지내요. 옆집 고양이 정말 많이 컸죠. 몸을 길게 늘이고 있을 때 보면 많이 큰게 느껴져요.
떼어놓기 아쉽긴 한데, 제가 체력이 안되니 있는 고양이들이나 잘 돌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고양이 셋도 제겐 너무 벅차서요.
나비는 마루가 늘 앉아있는 저 박스가 탐이 났었나봐요. 오다가다 저렇게 자기도 들어가 앉아있어요.
그리고 목요일 이후 이틀 간 안 보이던 검정개가 오늘 제 눈에 띄였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요. 저 만큼 돌아가다 제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 오기에 돼지목뼈랑 캔을 줬어요. pedigree 사료를 사놨는데 이건 오히려 좀 먹는 듯 해요. 싼 사료가 더 입맛에 맞나봐요. 처음 산 건 전혀 입에도 안 댔거든요. 그러다 이 장면을 본 건너편 집 아이가 궁금해서 다가오니 그 아이에게 으르렁 거려요.
길냥이도 그렇고 통계상 남자에게 학대당한 동물이 많아서 여자보다 남자를 피한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듯 해요. 우리 나비도 남자만 보면 피했거든요.
나중에 닭고기 말린 걸 줬는데도 이 녀석이 안피하고 가까이와서 받아먹어요. 입을 살짝 만져봤는데, 유기견 구조자 Hager 처럼 천천히 다가간 다음 잡아야겠어요. 친해지지 않은 다음 잡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저기 막 만질 수 있을만큼 될때 목걸이를 채우려고 해요. 저렇게 큰 개는 키워본적도 없거든요.
갈비뼈가 정말 앙상하죠. 이틀간 뭘 아무것도 못먹었는지 배는 더 들어갔어요.
그리고 새 주인을 찾아간 류키미아 노란고양이는 잘 있기는 한데, 새 장소에 남자 주인이라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