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에 연결해서 씁니다.
나비는 안 그런데 보미와 마루는 종이를 잘 입으로 찢어요. 종이가 깔린 저 상자를 마루가 너무 좋아하죠. 심심하면 들어가 앉아있는다거나 또 낮엔 잠도 저기서 잘 잡니다. 어떨때 보면 꼭 닭이 알을 품는거 같기도 하고 새가 둥지에 앉아있는거 같기도 하죠.
두달 전 쯤 옆집에서 새끼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어요.
벵갈과 삼색고양이가 섞였는데 피골이 상접한 새끼고양이였죠. 약 3-4개월 되어보였구요. 이 집 딸 4살짜리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누가 줘서 데려다 키운다고 하는데 밖에 그냥 방치를 했어요. 한 번 예방주사와 벌레등등 다 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도 그냥 그대로 두더라구요. 밥도 길냥이에게 제가 건사료와 캔이 주인이 주는것보다 맛있으니 이걸 먹으러 날마다 왔어요.
귀에 벌레가 많아 오다가다 면봉으로 닦아주면 검은 진드기 배설물이 계속 나왔죠. 이렇게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고양이는 처음봤죠. 그러다 10일 전 쯤, 귀를 청소해주는데 피가 나오는거예요. 그런데 전 날부터 이녀석이 귀를 발로 많이 긁고 머리를 자주 흔들었었거든요.
제가 돌봐주는 길냥이들 보다 상태가 안 좋았지만 주인이 있으니 제가 맘대로 할 수 도 없었죠. 그러다 이 날 귀에서 피가 나오는 걸 보고 화가나서 옆집에가서 여자에게 이야길 다시 했죠. 보통 제가 이렇게 용감하지 않은데 저 날은 속에서 뭐가 확 올라오는거예요. 지금은 사라진 길냥이 레오가 저랬었거든요. 양쪽 귀 밑이 멀쩡할 날이 없었어요. 그게 전 다른 고양이와 싸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귓속에 진드기들이 가득차서 가려워 발로 계속 긁다보니 양 귀밑이 늘 살이 드러난거라고 그랬거든요..피도 흐르고 여름이라 파리 모기가 꼬였어요. 거의 3-4개월 제가 이 놈을 잡을 수 있기 전 까지 늘 그렇게 살았었죠.
다음날도 그냥 방치하기에 다다음날 그냥 제가 병원에 데려갔어요. 다른 이웃과 수의사와 상의를 했는데 몇 주 후 그냥 이 녀석을 다른 곳에 입양보내기로 했죠. 주인은 동물 학대는 아니고 방치기 때문에 뭐 뚜렸한 처벌 법이 없다네요.
그 후 제 집에서 살고있는데 오늘로 10일이 넘어가도 옆집 여잔 찾지도 않네요. 제가 데리고 있는 걸 아는걸까요.
제가 아이들도 어리고 그러니 보호소에 데려다 주는게 어떻겠냐..또 거짓말로 제 친구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이렇게 말해도 자기가 키울거라고 그랬거든요. 이 녀석 귀에선 아직까지도 진드기 배설물이 나옵니다..이 여자가 데려오지 않았으면 사실 처음 봤을 때, 며칠내에 죽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라있었거든요. 어쩌면 옆집 여자라도 데려온게 다행이었는지도 모르죠.
다행이 류키미아나 FIV 음성이구요. 이 동네에 저 두가지 병을 하나라도 가진 길고양이들이 많아서 옮을 확률이 너무 크거든요. 보니까 미국엔 약 30%가 류키미아 양성 고양이가 있다고 하고, 통계를 보니 한국은 많이 낮아요. 3% 던가 그렇더라구요.
의사말로 6개월 쯤 된거 같다고 해요, 지금은 살도 찌고 정상이예요.
무엇보다 마루가 이녀석과 너무 잘 놉니다. 그루밍도 해주고 노는거 보면 정말 정신 없어요. 나비는 다 커서 그렇게 안 놀아주니 격렬하게 놀 상대가 없다가 아주 신났습니다.
이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해 보미 새끼 들 키웠던 생각이 나곤하죠. 하는 짓이 그 때 그 고양이 들과 똑 같아요. 마루는 이제 커튼을 탄 다 거나 그런걸 안 하는데 이녀석은 그럽니다.
나비가 정말 착해졌죠. 처음에 하악거리긴 했는데 지금은 덜 그러고 아래 사진처럼 나란히 앉아서 그루밍도 하고 그러죠.
그루밍을 열심히 하더니 픽 쓰러져 자네요. 너무 웃겼어요. 천천히 자리 잡고 잠드는게 아니라 갑자리 저렇게 쓰러지더라구요.
첫 날 제 집에 들어와선 밖에서 불안하게 자던 습성이 남았었는지 깊게 못자고 자꾸 깼었거든요. 작은소리에도 놀라서 잘 일어났죠..그런데 이젠 마음 푹 놓고 잘 자요. 밤에 잘 때 꼭 제 옆에 붙어서 자죠. 봐서 조만간 다른도시 동물보호소에 뎌려다 줄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밖에서 소리가 나니 졸려죽겠는데 눈을 뜬 모습이예요..벵갈고양이..특히 옆구리쪽에 둥근 무늬가 있는 종이 털이 아주 부드러운거 같아요. 에이미 벵갈고양이 하나가 그랬는데 털이 그렇게 부드러운 고양이는 첨봤거든요..그런데 이 녀석 옆구리 무늬가 벵갈 고양이 무늬인데, 털이 정말 부드럽죠. 마루나 나비도 부드럽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 근처도 못따라가죠..
소리가 나니 나비도 그루밍하다 말고 눈이 초롱초롱해 집니다. 나비는 살도 쪄서 그렇고 어떨땐 검은 새끼 곰 같기도 하고 살찐 수달 같기도 해요. 얼굴만 빼고 보면..
생각은 이 녀석을 주인몰래 어디 데려다 줘야지 했으면서도 겁이 좀 났었거든요..그런데 오늘 우리집에서 세 블럭쯤 떨어진 곳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을 만났어요. 어떻게 어떻게 해서 알고 보니 이 할머니가 이 동네 고양이를 15마리 정도 집 안과 밖에서 돌보고 계시더라구요. 혼자 사시는 데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없으셨고 넓은 2층집이었는데 제가 갔을때 윗층에 두마리 아랫층에 두마리 그리고 밖에도 몇마리가 있었죠. 할머니에게 온 고양이들은 검사를 다 하고 중성화를 시켜서 데리고 있는다고 하세요. 할머니도 밥 주는것도 필요하지만 중성화가 중요한 일이라고 아시고 계시구요. 알고보니 눈이 사팔인 짧은 털 검은고양이는 여기서도 밥을 얻어먹고 있었어요. 할머니가 그런일이 이전엔 전혀 없었는데 최근 고양이 두마리가 없어진지 5일 정도 된다고 하시면서 걱정을 하세요.
그러다 제가 옆집 고양이 이야기를 했고 할머니가 자기가 데리고 있어도 된다고 하세요..열흘이 넘도록 찾지 않는 사람에겐 그냥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하시면서요..
문제는 제게 밥 먹으러 오는 노란 고양이가 얼마전 옆집 지니네 고양이에게 물려 귀 밑에 크게 상처가 났거든요. 지난주 금요일 밤이라 월요일에 병원에 데려갔는데 이 놈이 류키미아 양성이네요..FIV 보다 더 힘든 병이 류키미아라고 생각하거든요. FIV는 서로 싸우고 물려 피를 봐야 옮겨지지만 류키미아는 물이나 음식 이런걸 나눠먹어도 걸리니까요. 정말 어떻게 운이 좋아 류키미아에 걸린 길냥이 두마리를 아틀란타로 보냈지만, 지금은 정말 방법이 없는데 말이죠..
상처 부위에선 아직도 피가 나오지만 아물어 가는 단계인지 아파하지는 않구요.
이 놈이 생각보다 사람을 너무 잘 따라요. 사실 밥 줄 때마다 크게 울어대는 목소리가 좀 특이해서 무서웠는데 이렇게 얌전하고 사람손을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제가 오다가다 만져주긴 했지만, 까미에게 한번 물린 후엔 길냥이가 절 좋아하고 따라도 선뜻 잘 못만졌거든요. 최근 한달사이 부쩍 제게 몸을 비비고, 상처입은 날은 이상하리 만큼 제 집 문 앞에 앉아서 몇시간이고 꼼짝을 안했어요. 보통은 밥먹고 떠났었거든요. 속으로 저 녀석이 아프니 날 좀 어떻게 해 달라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죠.
알고보니 이웃할머니가 가시는 동물병원이 제가 가는 곳과 같았고, 또 이 수의사가 대학생일때 이 할머니 옆집에 살았어서 서로 잘 아는 사이었어요. 오늘 마루와 옆집고양이 주사맞는 날이라 가는데 할머니도 따라오셔서 이 노란고양이도 보셨죠.
할머니가 보시더니 한시간 쯤 떨어진 도시 수의과 대학 학장을 잘 안다고 하시면서 오늘밤 전화를 해 본다고 하시네요. 어떻게 맡아 키울 사람이 있을까 여기저기 알아보신대요.
할머니가 적극적으로 알아보신다니 마음이 좀 놓이지만, 저 두가지 병중 하나를 가진 고양이는 입양 될 확률이 1%로 되지 않는게 현실이라 마음이 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