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부르크하르트 함께 읽기 첫 날

| 조회수 : 97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11-02 12:02:50

금요일 리스트에 처음 들어갔던 책 제목은 치즈와 구더기였습니다. 치즈와 구더기를 통해 중세와 다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우연히 구한 같은 저자의 실과 흔적이 너무 어려워서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아니 이렇게 독해가 되지 않는 책이 있다니 마음이 얼어붙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 책을 읽는 당시 주변이 시끄럽고 몸이 피곤해서였을까? 그래서 다시 정신이 맑은 시간 읽어보았지만 역시나

 

도대체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일단은 책장을 덮었지요.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치즈와 구더기는 패스, 그렇다면 르네상스를 여는 책으로 무엇이 좋을까 궁리하다가 부르크하르트를 읽어보자고

 

권했습니다. 그리고 멤버들의 동의를 얻어서 읽기로 한 책, 한길사에서 출간된 브루크하르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권, 폴 존슨의 르네상스, 조중걸의 서양 미술사 철학으로 읽다, 그리고 임영방의 르네상스 미술에 관한 책까지  다 늘어놓고 금요일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정말 하루 종일 책을 읽은 기억할 만한 날이었지요.

 

그 긴 시간,화요일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보고 나서 구한 음반이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피곤한 눈을

 

쉴 때 소리가 넘쳐 흘러서 마음을 적시던 순간의 아름다움이란. 살아있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느끼는 순간 순간들

 

오래 전 구해서 읽다가 어렵다고 덮어둔 책이 갑자기 재미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야말로 책읽기에서 보너스가

 

아닌가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 사서 읽다가 다 못 읽었다는 표시는 1/3 이후에는 줄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 줄 그은 흔적이 없다면 그것은 읽지 않았다는 표시라고

 

알 정도로 책에 줄을 그으면서 가끔은 옆에다 감상을 적거나 의문부호를 하거나, 반대의견을 적거나 해서 책이

 

표시가 나거든요. 그런데 다시 보면서 그동안의 세월이 그냥 간 것이 아니네 하고 즐거워하던 중 책 읽기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아서 발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카톡에 올라오네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참석이 어렵다는 문자도 오고요. 아니 혹시 책읽기가 어려워서, 아니면 지루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책을 골라야

 

했을까? 그러다가 이왕 정한 책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즐겁게 안내할 수 있을까 갖고 있는 보조자료들을 뒤적이게

 

되었지요.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의 결정이 설 때까지 차례를 생각해보고 다시 뒤집어서 생각해보고 이런

 

시간이 재미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렇게 몰두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책읽기를 한 날의 기분좋은 피로감을 느끼면서 수업을 하러 갔습니다.

 

목요일 수업중에 이 시간 소개하면서 한 번 참석해볼건가 권했던 백현숙씨가 정말로 왔더군요. 초대에 바로

 

손을 잡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거기다가 소개한 전시회에도 다녀왔다고요. 마침 그녀가 산 음반이

 

제가 산 음반과 같은 작곡가 다른 곡이라고 해서 그러면 다 듣고 서로 돌려서 들어보자는 이야기도 했고요.

 

그 날 음반을 여러 장 사서 기쁜 마음에 제가 들을 수 있는 만큼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듣도록 세 명에게

 

한 장씩 빌려주었는데 그 중 한 명인 영미씨가 뜯지도 않고 그냥 들고 왔습니다 .차마 못 뜯었다고요. 그래서 든

 

생각, 사람들은 참 다르구나, 먹는 것도 아닌데 왜 ? 이것이 제 첫 반응이었답니다. 그래서 이미 들은 다른 음반을

 

빌려주고 지금 집에서 그 음반을 듣고 있는 중이네요.

 

제일 먼저 도착한 최숙자씨가 할로윈날 남편에게 선물받았다는 초콜렛을 통으로 들고 와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고, 역시 먹는 것 앞에서는 자제가 잘 되지 않는 저는 맛있는 초콜렛에 계속 손이 가서 나중에

 

돌아와 몸무게를 재보게 되는 순간, 후회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 모여서 시작한 수업시간, 처음에는 어렵다는 말이 무성했지만 보조자료를 챙겨서 읽으면서 서로 보충을 하고

 

드디어 첫 발제자, 재희씨가 아주 상세하게 첫 세 장을 설명하고 그 안에서 단테의 신곡을 읽을 때 나오던 사람들의

 

이야기, 화가들의 그림속에 등장한 책속의 인물들을 찾아보다보니 원래 하려던 분량은 거의 손도 못 대고

 

밤 10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세 번에 걸쳐서 읽는 것으로 하자고 결정하고 발제에 필요한 책이

 

무엇이 있는가 묻는 신영씨, 주애씨에게 책을 권해주고, 저도 치즈와 구더기를 빌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두 주간의 유예기간이 생긴 셈이니 그 사이에 이 시기에 관련해서 조금 더 읽고 싶은 것들을 보충해서

 

읽을 수 있겠거니 싶으니 갑자기 횡재한 기분이 드네요.

 

부르크하르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썼지만 역시 정치상황을 이야길하려다 보면 스페인, 프랑스

 

신성로마제국, 교황령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게 되지요. 처음 읽는 사람들에겐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구나, 거기다가 크고 작은 군주국 이름들, 그 시기를 살다간 용병대장 이름들까지 이름에 눌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름에 다 반응을 하다가는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어려운 법

 

누구에 주목하면 좋을까 가지치기를 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났으니 아무래도 두 번째 읽는 날은 조금은

 

더 편하게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을까 싶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책을 읽다가 여기 저기서 부르크하르트가 튀어나와서 아니 어디 숨어있다가 나오는 거야

 

이 이름은 이렇게 느낄 정도로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던 중에도 새벽에서

 

황혼까지를 읽던 중에도 이 이름이 불쑥 나오는 겁니다. 그럴 때의 즐거움이라니..

 

이렇게 해서 한동안 뜸하던 르네상스 시기를 연 화가들, 르네상스의 절정을 이룬 화가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도 하고, 그 곳을 여행하면서 보던 그림들을 기억하게 되기도 하고요.

 

앞으로 한 달 르네상스속으로 순간 이동하는 경험을 하는 날들이 지속될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합니다. 벌써 반이나

 

나갔으니 다음 시간도 역시 패스라고 생각할 분들을 위해서 좋은 소식, 실제로는 1부 3장까지만 진도 나갔으므로

 

편한 마음으로 참석하시길..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리본티망
    '13.11.2 2:00 PM

    이 그림들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느낄수 있네요.
    캐롤을 들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7973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캠퍼스 영상 페스티벌 도전하기 핑크자몽 2013.11.07 692 0
17972 딸은 정말 아빠를 닮는 건가 봐요 10 fyf 2013.11.07 2,776 0
17971 파문 속의 가을 ~~~~~~~~~~~~~~~~~~ 2 도도/道導 2013.11.07 992 0
17970 제주의 해국 8 제주안나돌리 2013.11.07 1,354 1
17969 가을 단풍구경하세요. 3 예쁜순이 2013.11.06 1,874 1
17968 뭉치사진 총망라~~~ 16 뭉치엄니 2013.11.06 2,504 2
17967 내겐 너무 예쁜 달이 17 믿음 2013.11.06 3,041 6
17966 바람부는 가을 ~~~~~~~~~~~~~~~~~~~~ 2 도도/道導 2013.11.06 1,421 1
17965 길고양이 우유근황입니다. 8 치로 2013.11.05 2,799 1
17964 공동육아 느티나무어린이집이에요..^^ 2 후니맘 2013.11.05 1,377 0
17963 제주오시는 모든님들 서귀포 천지연으로 모십니다.^^푸짐한 상품도.. 7 은파각시 2013.11.05 1,762 0
17962 마르틴 하이데거의 명상수필 ― ‘들길Der Feldweg’ 전문.. 바람처럼 2013.11.04 1,960 2
17961 (길고양이)우유를 구조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어요. ㅠㅠ 25 치로 2013.11.04 3,244 0
17960 사진전 응모해 보세요.. 낙엽 2013.11.04 756 0
17959 수채화 같은 풍경 ~~~~~~~~~~~~~~~~~ 4 도도/道導 2013.11.03 1,536 1
17958 (해운대) 영화의 광장. 땡아저씨 2013.11.03 1,020 1
17957 대전 미루사랑님이 구조한 길고양이 아롱이입니다. 11 mono° 2013.11.03 2,030 3
17956 부르크하르트 함께 읽기 첫 날 1 intotheself 2013.11.02 971 0
17955 국정원 사건을 다룬 홈페이지가 개설되었네요. 강추합니다. 마.딛.구.나 2013.11.02 799 5
17954 우리 로빈이 털부숭이시절과 깎고난후 9 수수꽃다리 2013.11.01 2,603 0
17953 [결혼준비정보] 함에 어떤 것들이 들어가야 할까요? 핑크자몽 2013.11.01 2,238 0
17952 가을 북한산 6 wrtour 2013.11.01 1,485 1
17951 나비 어린 시절 8 gevalia 2013.11.01 1,870 2
17950 가을 라이딩..... 된장골 2013.11.01 1,014 0
17949 영상 제작 잘하는 분들은 캠퍼스영상페스티벌 참가해보세요 핑크자몽 2013.11.01 55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