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이후 갑자기 고양이들을 집안에서 돌보게 된 이후 정리다운 정리를 못했어서, 피오나를 데려다 준 다음 주 부터 청소겸 정리를 하다 2주간 좀 아팠습니다. 육체적 피로와 심리적으로 여러 복잡한 것들이 밀려온게 아닌가 싶어요.
피오나가 떠난지 벌써 이 달 말이면 두달이 되어가네요. 사진은 받아보지 못했지만 아주 잘 지낸다고 합니다. 피오나까지 류키미아 고양이가 네마리 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마리는 안락사 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먼저 도착한 키사, 피오나 그리고 이 집 아들이 구해왔다는 고양이 그렇게 세마리가 있어요.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 보면..
마지막 날 새벽 4시에 잠이든 바람에 늦게 일어났습니다. 11시 넘어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레이라는 교수에게 고맙다고 짧은 답장을 보냈어요.
새 주인을 만나보지 못하지만, 고맙다는 뜻으로 선물을 미리 준비해갔죠. 에이미 친구도 마찬가지고..한국에 갈때마다 마음에 드는 걸 사오는데, 아껴두던 걸 꺼내갔습니다. 카드도 간단한 인삿말을 적으려고 가져왔는데 내용을 쓰지않아 근처 베이글 빵집에 앉아 쓰려고 들어갔죠. 그러다 무슨 생각에선지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틀란타는 제가 처음 밟은 미국땅이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고, 3년 전 까만 길잃은 고양이 나비를 시작으로 고양이들이 제 인생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다 길냥이 보미가 새끼 일곱마리를 작년 봄 뒷마당에 물어 온 이야기..그리고 그곳에 먼저간 키사가 어떻게 우리집에 오기 시작했으며 1달된 피오나가 추운 겨울 뒷마당에서 처음 나타났던 날..등 등 ..그리고 피오나는 무슨 장난감을 좋아하고, 어떤 특징이 있으며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등 등 자세히 적었어요. 정말 고맙다는 말을 쓰고나니 여섯장이나 됐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손으로 글을 그렇게 오래쓰니 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 했어요.
부지런히 챙겨서 피오나를 보러갔어요. 에이미친구 젠은 정말 좋은 사람인 듯 보였어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친절하고 착한사람인지 알겠더군요. 피오나를 보러 병원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정말 시설이 너무 좋더라구요. 이건 사람이 다니는 병원 이상으로 규모도 크고 시설이 좋았습니다. 피오나는 절 보자마자 당연히 알아봤구요. 첫 날은 불안해 하고 온몸을 떨기까지 하더니 그 새 익숙한 듯 보였어요.
첫 날 있었던 진료실로 데리고 나와 피오나가 좋아하는 깃털로 한참을 놀아줬어요. 오다가다 눈물이 맺히긴 했지만 이 녀석이 좋아하는 얼굴비비기도 해주고 몇번을 꼭 안아줬습니다. 제가 데리고 있을때, 방문열고 들어가면 이 녀석도 너무 좋아 늘 머리를 제얼굴에 대고 정신없이 비비고 콧등을 제 뼘에 가져다 대곤 했거든요.
피오나가 많이 편안해 졌다 싶을때 건네주고 병원을 나왔어요. 피오나에게 잘 있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눈물이 맺히지만 저날 병원을 뒤로하고 떠날땐 왜 그랬는지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그냥 마음이 평온해 졌는데, 언젠가 느꼈던 그런 평온함인거예요..그래서 그게 언제였나..이런 느낌을 한번 가져 본 적이 있었는데 언제 였지..하고 생각해보니..2년전 지금 즈음 밥먹으러 오던 FIV에 걸려 피골이 상접했던 노랑 길고양이를 안락사 시키고 화장을 한 후 재를 집으로 들고 들어올때 바로 그랬었죠. 저 당시 너무 마음을 잡을수가 없었고 정말 많이울었죠. 도저히 그 상처를 극복할 길이 없어 보였는데, 그리고 재를 집으로 들고 들어오면 통곡이라도 할 듯 싶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해 지는거예요. 참 이상한 일이죠..왜 저 때와 피오나를 남겨두고 돌아올 때 같은 느낌을 가졌는지 알수가없어요.
돌아오는 길, 전날 들린 한국마켓을 다시갔어요. 몇가지 살것도 있고해서요..전 등푸른 생선을 좋아하는데 제가 사는 곳은 좋아보이지 않는 연어 그리고 틸라피아가 다 거든요. 게을러 잘 해먹지 않지만 그래도 오다가다 한국식품점이 눈에 띄이면 왠지 뭐라도 사 놔야 할 듯 싶어 가봅니다.
떠나려니 이미 밖은 어두워져 사실 하루 더 자고 아침일찍 떠나는게 나았지만, 그냥 그곳을 떠나고 싶어 한참을 가는데..내비게이터가 갈때와는 다른 길로 안내하는거예요. 옛날 지도보고 다닐땐 오히려 어디쯤 가고 있는지 등 등 더 잘 주위를 살필수 있었는데 내비만 따라가다보면 또 불편한 점이 좀 있어요.
올때는 고속도로 주변에 숙소가 많이 보였는데 가는 길은 숙소가 아주 드문드문 있었죠. 새벽 1시가 넘었기에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가 보니 벌판에 숙소가 딱 하나 있긴한데 좀 안 좋아보여, 좀 더 가보려고 하는데,,숙소옆에 하나있는 맥도날드 가게 옆에 바짝마른 고양이 하나가 웅덩이에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마시는거예요.
고양이 캔은 차안에 하나도 없고 그냥 갈까..하다가 집 고양이들 주려고 산 황태포를 어묵 몇개꺼내 물과 함께 놔 줬어요. 제가 다가가니 도망가다 차 안에 들어가 멀리서 지켜보니까 허겁지겁먹어요. 한끼를 더 먹고 아니고 크게 그 고양이에게 달라질게 없을텐데..그런 생각을 하고 운전을 하는데..새벽 3시는 넘어가고..좀 번화한 마을은 30분 정도 더 운전을 해야하는데 미시시피주를 바로 넘어가니 방문객 안내소가 있는 큰 휴게소가 있기에 일단 그곳에 차를 세웠죠. 보통 깊은 밤엔 휴게소에는 들리지 않거든요. 상점이 있는게 아니라 화장실과 자동판매기..이렇게만 있어서 사실 무섭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24시간 안전요원이 있기에, 문을 잠그고 잠시 누워있다 가기로 했죠.
여행내내 언니에게 짧게 짧게 보고를 하면서 다녔는데, 사진을 보내 주면서 이곳에서 잠시 누웠다 간다고 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보니 이멜이 여러개 와 있어요..어떻게 된 건지 걱정됐겠죠.
피곤했는지 차에서 자면 길게 못자는데 눈뜨니 8시가 가까워와요.
집 도착 2시간 전..해가 또 지고 있어요..피오나는 잘 있는지..갈 때 보였던 도로 표지나 건물이 보이면, 며칠 전 이길을 지나갈 땐 땐 피오나가 옆에 있었는데..또, 내가 이길을 다시 올 일이 있을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어요.
집에 도착하니 밤 9시였는데, 길냥이 까미가 밥을 달라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 녀석은 11월이면 제게 밥먹으러 온지 1년이 되네요. 문을 여니 나비가 반갑다고 누워요..고양이들은 아무래도 개와 같이 격렬하게 반기거나 그런 건 없는 듯 해요. 반가워하는 건 알겠는데 좀 미지근하죠.
다음 날 피오나가 있던 방 청소를 하려고 이것저것 옮기고 있는데, 나비는 안 들어오고 들여다보고만 있고 마루는 신나서 들어와 이것저것 냄새맡고 신났어요. 사실 류키미아을 앓다가 죽은 고양이가 있으면 모든 걸 다 소독하라고 되어있는데, 피오나가 떠난지 일주일이고 또 거의 정상에 가까울 만큼 바이러스 활동이 낮았고..류키미아는 고양이 몸밖에서 나오면 1분도 안돼 죽는다고 해요. 습기가 있을만한 건 하나도 없어서 대충 치우고 마루를 들여보냈죠.
평소에 두껑없는 화장실을 피오나에게 사용하게 했는데 여행올때 필요할것 같아 뚜껑있는 화장실을 샀어요. 그리고 일주일 사용하게 했죠..혹시 여행 때 낫선거라 사용안할까봐요. 근데 정작 여행 때 가지고 가려니 이게 부피도 크고 여러모로 불편해서 뚜껑 없는 작은 화장실을 하나 들고갔죠..
박스 비슷한 것만 보면 들어가 앉기 좋아하는 마루가 어느틈에 들어가 있어요.
마루는 들어와서 계속 피오나를 찾아요. 늘 있었으니 어느 구석즈음에서 나올거라고 생각했는지.
몇시간 후, 마루가 안보여 어디갔나 보니 이 방에 들어와서 자고 있어요. 어지간히 이 방이 늘 궁금하고 들어오고 싶었나봐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도 모르고 정신없이 자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