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밭 벌초작업을 오늘에사 끝냈다.
며칠째 찔끔찔끔해오던 일인데 이웃 사람들이
나무심고 풀도 안벤다고 눈총을 자꾸 주는 바람에
오늘은 아침부터 작정하고 달겨들었던 것이다.
<어이~유주사~~감나무밭에 풀 언제 베나?>
어제만 세번 들었던 말이다.
물론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은 아니다.
(쯧쯧쯧...농사라는게 나무만 심어놓으면 되는 줄알고...
이 사람아~실없이 웃음만 흘리며 다니지말고
감나무밭에 풀이나 좀 베지 그래~~)
감나무보다 더 무성한 잡초밭을 보다못해 얼른 풀을 베라고
재촉하는 말인 것이다.
일초에 수십번인지 수백번인지 모르겠지만
쇠로된 칼날이 덜덜떨며 고속회전하는
예초기가 나는 무섭다.
안전모를 쓰고 조심해서 한다고는 하지만 하다보면
예초기날이 돌을 날려 팔다리에 피멍이 들기도하고
땅벌을 건드리는 바람에 벌떼가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사용할 때마다 겁이나고 긴장이 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때가되면 예초기메고 돌격앞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풀을 베는데 곳곳에 벌써 씨를 퍼트리는 넘들이 있다.
내가 예초기메고 돌격앞으로 하면 할수록
잡초씨앗만 더 퍼트려주는 꼴이 되어 한심하다.
(안뇽~ 내년에 또 보아~~)
이 넘들은 굳이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바람만 한번 불면
감나무밭을 솜이불로 완전 덮어버릴 기세다.
(그러니까 진즉 나를 벨것이제~ 이제와서 뭘 어쩌시겠다고...ㅋㅋ)
해마다 이맘 때 감나무 밭에 풀을 칠때면
헛골에 숨어있는 고라니를 만나곤한다.
이웃 밭에비해 우리집 밭이 풀이 압도적으로 무성하여
서식지로 여느 깊은 산속 못지 않다고 판단하는건지
풀을 베다보면 골에 숨죽인채 가만 숨어있는 고라니를 만나게 되는데,
이 넘들은 예초기날이 코앞에 올 때까지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갑자기 풀쩍 뛰어 올라
나를 놀라게 하곤 한다.
오늘도 나는 풀을 베면서 이 넘들때문에 놀라게 될까봐 조심도 하고 긴장도 했는데
뜻밖에 아기고라니를 만났다.
어미는 줄행랑을 놓았는지
아니면 어디 숨어서 보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아기고라니 두마리가 배수로 구석으로 몸을 감추고있다.
야~숨지마~ 다 들켯어~~
이리 나와서 얼굴이나 좀 보자~~
얼굴을 보니 세상을 본지 사나흘 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오누이다.
밭에 고라니똥이 항상 많이 있어 고라니가 살고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기고라니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걸음마를 시켜보니 아직 떨어지지 않은 탯줄이 보이는데
다리에 제법 힘이 붙었는지 불안해 보이지만 후덜거리며 걷는다.
(어때요~아쩌씨~나 잘 걸어요?
근데 엄마가 여기는 먹을거도 많고 밭주인이 풀도 안베고 안전하다했는데
어떠케 된 거에요?)
엄마고라니가 혼자 줄행랑은 쳤지만 새끼때문에 애가 탈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념촬영만 하고 서둘러 자리를 피해주었다.
엄마는 퐁퐁뛰어 잽싸게 달아났지만
아기는 자기방어기술이 있어 굳이 달아나지 않아도 된다.
북한의 뚱뚱한 지도자처럼 핵으로 무장할 필요도 없다.
아기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마법을 걸면
해치기는 커녕 엄마를 다시 만나 잘 있는지 걱정해줄 정도로,
나쁜사람도 착한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술이 있으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