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일입니다, 언제 어디서 구하게 되었는지 왜 그 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지 이제는 까마득히
다 잊어버렸지만 정보의 역사란 책을 구해서 읽게 된 적이 있었지요.
방대한 지식에 멀미가 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화를 내면서 읽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처음으로 지식은 편집이다, 편집공학이란 말을 들었고 그 다음에는 일본인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워했던 시절이라 저자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런 책이 준 자극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전부
잊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아들 병문안다녀오던 길에 지리를 몰라 일부러 주소를 물어서 찾아간 성대앞 알라딘 중고책방에서
다시 한 번 이 저자의 책과 만났지요.
그 날은 로마사에 관한 책을 주로 찾아보던 시간이라 자칫 지나칠 뻔한 책,그런데 묘하게 끌리는 겁니다.
그래서 지나가다 다시 한 번 그 곳에 서서 책을 뽑아보니 바로 정보의 역사를 쓴 바로 그 저자더라고요.
책을 구해놓고도 요즘 이상하게 시간을 내기 어려워 책장에 둔 채였지요. 그런데 화요일 수업의 새로 시작한
교재가 어렵다, 일본문화사도 만만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말에 어떻게 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책읽기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궁리하기 시작했지요. 월요일 밤, 혹시나 해서 이 책을 들추어보다가
아하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왜냐구요?
그동안 일본문화사 읽는 덕분에 이 책의 상당한 부분이 저절로 이해가 되는 겁니다.
화요일 아침, 평소 읽던 교재를 쉬기로 하고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읽는 시간에는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 관한
소개글, 그리고 저자가 스승응로 삼고 있는 레비 스트로스에 관한 소개글을 함께 읽고 두 번째 시간에는 바로
이 책을 일부 카피해서 함께 읽었지요.
그랬더니 오후에 바로 지혜나무님이 이 책을 빌려주었습니다. 같은 저자의 최근에 번역된 책이라고 하네요.
사실 이번 금요일 로마사 수업이 있어서 지금 이 책에 손을 대면 곤란해 이성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조금만
맛보는 것은 뭐 어때? 제 마음속의 소리는 그렇게 꼬드기더라고요. 물론 마음속의 소리가 이기고
저녁, 밤에 이어서 결국 집에 들고 들어와서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다 읽고 말았습니다.
책을 바로 돌려주지 못하는 이유는 메모할 거리가 많아서인데요, 아이들에게도 사서 보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