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로마사 읽기 수업을 마치고 평소라면 그 날 밤 바로 정리를 했겠지만 일이 많았습니다.
우선 그 날 밤 학회때문에 서울에 올라온 선배를 만날 일이 있었지요. 직업은 의사이지만 언어에 유별난 관심이
많은 선배라서 마침 들고 온 라틴어 본문에서 간단하게 읽는 법을 몇 자 배우고 나니 의문이 풀리는 것들이 생겨서
조금 더 시간이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대학 일학년때 처음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오랜 동안
알고 지내는 선배인데 해가 갈수록 놀랄 일이 많아서 제 마음속에서 하나의 이정표 구실을 하는 부분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요.
그 날 밤 들어와서 바로 글을 쓰기엔, 술에 약한 제겐 500cc의 맥주로 인한 취기가 ,하루 종일 로마사 읽고 정리하느라
그리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듣느라 , 밤에 선배랑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쓴 에너지로 인해서
글쓰기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잠을 자는 것이 해법이었겠는데 그것이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요. 여기다,이 시간이다 하고 그칠 중 아는 것이 정말 현명한 것이련만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결국 토요일 하루 종일 약간은 멍한 상태에서 11시부터 시작된 하루 일과를
다 소화하고 나니 나중에는 토요일 밤 시간 수업이후의 즐거운 대화에도 낄 수 없어서 그냥 집에 돌아왔습니다.
한참 누워서 쉬고 나니 슬그머니 기운이 솟아나네요. 그래서 동영상 검색을 하다가 만난 옥타비아누스가 원로원에서
연설하는 장면 (물론 영어라서 실감은 떨어지지요. 로마인이 영어로 연설하는 장면이라니, 베토벤 영화에서 베토벤이
영어로 말하는 것도 실감이 덜해서 뭔가 몰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독일어로 말하는 베토벤,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막 신세를 지더라도 그 나라 언어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순진한 것일까요? ) successful failure라는 제목으로
다룬 폼페이우스에 대한 것등 로마에 대한 너무나 다양한 동영상이 있어서 고르기가 어려울 지경이더라고요.
그래도 일요일에는 행복한 왕자에서 3번째로 하는 강연을 비롯해서 오늘 밤 아이들과 읽어야 할 피히테, 쉴레겔
헤겔, 그리고 쇼펜하우어 포이어바흐 이렇게 다양한 철학사의 인물에 대한 준비도 있다보니 여기서 멈춤자
마음속의 결심이 빨리 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일요일 아침 그래도 말짱한 몸으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있습니다.
로마사 읽기 첫 수업을 위해서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고른 책이 왕정시기부터 공화정기 까지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책이라서 고민을 했지요. 다른 책을 또 구해서 읽자고 하기도 어렵고 그 부분을 소홀히 하고
넘어가기도 어렵고. 그렇다면 수업 시작하기 전에 간단이 요약해서 기원전 753년에서 안토니누스 시대가 오기 전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과 오랫만에 읽는 로마사의 내용을 재충전하는 의미에서
조금 더 디테일이 살아있는 책을 구해서 내 자신을 위해서도 읽자고 하는 마음이 모여서 한동안 그리스속에서
살던 생활을 확 바꾸어 거의 로마사속으로 들어가서 살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지만 공공이란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일까 늘 의문을 갖고 있는 제겐 로마사가 던져주는
의문이 여럿 있지요. 그런 의문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가면서 이번 로마사 여행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지난 번에 읽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로 고생을 많이 한 탓일까요? 이번 로마사 모임의 첫 시간은 뭔가 멤버들의
참여가 더 적극적이고 ,덜 낯선 것들과 만나는 그런 기분이 든 것은 제 마음의 투사일까요?
그리스를 지나면서 아리스토파네스를 제대로 함께 읽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로마인의 힘과 생각에
대한 글을 골라 읽으면서 역시 문학작품을 제대로 포함해서 읽는 것이 필요하고 그 시기마다 건축. 미술등을
함께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요. 학기가 정해진 대학원생들도 아니고
이왕이면 한 시기의 전체적인 그림을 알아보기 위해서 역사속에 등장하지 않는 그러나 어엿하게 그 시대의
물질적인 토대를 담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골라서 읽고, 소설가가 형상화한 한 시대속의 인물들의 삶의 속살도
들여다보고 그렇게 천천히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궁리하게 되네요.
투라야누스의 다키아 원정기를 기둥에 새긴 것입니다. 이 기둥을 볼때마다 아쉬워 하는 것 한가지
로마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이 기둥을 표현한 책 한 권이 있었지요. 사진을 보여주고 내용을 영어로 설명한
책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내가 다키아 원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결국 놓고 나왔답니다. 그런데 그 뒤 이상하게 로마사를 읽을 일이 자꾸 생기면서 아쉬운 느낌이 새록새록
그러니 여행가서 돈이 좀 모자라고 과연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책도 마음이 끌리면 구하는 쪽으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있는 부분은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에 관한 것, 인간 키케로, 크랏수스란 인물, 카이사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아우구스투스의 정치력은 어떻게 단련되었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란 인물에게 미친 스토아
철학자들의 영향과 그것을 소화한 인간으로서의 아우엘리우스와 황제의 역할을 하던 그 사람사이의 분열
하드리아누스, 그리고 이렇게 쓰다보니 한이 없네요. 물론 그 시기를 살다 간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작업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야겠지요?
그 시간 함께 했던 멤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서 이 글이 그 시간의 느낌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슨 이야기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