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도시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준 쟈스민은 그 다음 주 바로 새 주인을 만나떠났다고 합니다. 이곳 병원에 있을때 의사말이 똥에 털이 아주많이 섞여나오더란 말을 듣고도 그루밍해 줄 새도 없이 바로 보호소로 가게 돼서, 전화를 하고 아직 그곳에 있다면 주말에 가서 털이라도 손질 해 줄 생각이었는데 새 주인을 만났다고 하네요. 다행이죠. 애교가 많은 길냥이라 잘 지낼거라 생각해요.
피오나는 저번에 추가로 검사한 결과가 역시 양성이예요. 다음달에 에이미가 아틀란타로 데려다 줄 예정이죠. 소식듣고 이 녀석이 불쌍해서 또 눈물이 찔끔 나왔는데, 어떻게 보면 아틀란타로 가는게 좋지않은 새 주인을 만나는 것 보다 나은 일이기도 해요. 면역성이 떨어져 이병 저병 결국 걸릴테지만, 무엇보다 인정많고 돈 많은 그곳 주인이 평생 돌봐줄테니까요. 가면 또 오래된 친구 키사도 만날테구요.
피오나는 정말 많이 컸어요. 몸은 두배 정도 길어졌고, 털에는 윤기가 반지르르하고 그 또래 고양이들이 그렇긴 하지만 정말 정신없이 놉니다.
이 녀석은 정말 사진찍기 어렵네요.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요. 후레쉬를 터트리면 차가운 느낌이나서 잘 사용안하는데, 워낙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썼어요.
먹는 것도 많이 먹는데 워낙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놀다보니 날씬한 듯 해요. 하긴 요정도 나이때 고양이들이 모두 날씬하긴 하지만요. 마루는 근데 어렸을때도 날렵하지 못하고 먹는걸 좋아하고 그랬죠. 형제들이 먹다 남긴 먹이는 혼자 끝까지 비운게 마루였어요.
피오나가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뭘 던지면 물고오는 건데요. 마치 개와 흡사하죠. 제가 깃털을 저 위로 던지면 쏜살같이 물어봐서 제 옆에 떨어뜨려요.
처음 이걸 할 땐 자고 일어나니 오른쪽 어깨가 아픈 듯 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이걸 수십차례 해서 그렇더라구요. 피오나가 그런데 생각보다 무척 영리해요. 좀 잘 못 던져서 다른 곳에 떨어져도 꼭 찾아냅니다. 아주 작은 공을 던지다 다른 공 바구니에 떨어졌는데 그 많은 공 들 중에 제가 방금 전 던진 공을 찾아서 물고와요. 이게 어쩌다 한번이면 우연이겠거니 그러는데, 몇 달 같이 놀아보니 다른 고양이들 보다 영리한거 같아요. 보통 찾다 없으면 돌아서서 오는데 이녀석은 꼭 찾아냅니다. 가지고 놀던 깃털이 많이 망가지면 던지고 물고 오는 용으로 쓰이거든요. 어떤땐 입에 저렇게 물고와서 안 내려놓고 제가 또 다른 걸 던지면 한 입에 두개를 물고 돌아오죠.
방에 키친타올을 가져다 두면 아주신나서 그 위에서 장난감으로 놀아요. 첨엔 치우다가 그냥 실컷 놀라고 그냥 뒀어요. 이 구석이 제가 없는동안 신나게 노는 놀이터죠. 그러다 창밖으로 바깥구경도 하고 그래요.
장난감으로 한 10-15분 정신없이 놀아주면 그제서야 좀 힘이 빠지고 힘든지 얌전해져요. 아니면 화장실 청소하는 동안 어깨에 올라가서 제 머리를 뜯거나 발을 물거나 절 가만두지 않아요.
피오나에게 복잡하지 않은 캣타워를 하나 사줬는데 저희집 천장이 너무 높아서 설치를 못했어요. 대신 기존에 있던 보미 새끼들에게 사준 하늘색 캣타워를 늘려줬죠. 남은 캣타워 기둥이 바닥에 널려있네요. 일 분도 채 못 쉬고 또 일어나 장난감을 노려봅니다.
노느라고 먹지도 않아서 먹으라고 손으로 그릇을 탁탁 치면 그제서야 와서 먹어요.
마루는 피오나와 놀고 나오면 자기도 놀아달라고 졸라요.
그냥 힘이들어서 제 자리에 와서 앉으면 나비한테 배웠는지 와서 이쁜목소리로 양양대면서 절 끊임없이 건드립니다. 오늘도 배가 고파서 먹고 놀아준다고 해도 막무가내예요. 어쩔수없이 깃털로 좀 놀아주고나서 아침을 먹었네요.
이 녀석은 저와 놀때 앞장서서 장농위로 올라가요. 그리로 던지라 이거죠. 제가 사는 집 가구 배치는 고양이들과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 이 녀석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배치를 하게됐어요.
마루는 웃긴게 저 위에서 깃털을 잡으면 그걸 물고 뛰어내리기 전 창문밖을 응시해요..마치 야생에서 사자가 먹이를 사냥하고 주위를 살피는 것 처럼요. 그리고 뛰어내려서 또 한번 창밖을 쳐바봐 줍니다..아무것도 없는 데 말이죠. 보고있노라면 너무 웃깁니다. 고양이에게 야생동물의 흔적이 오다가다 보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요.
아래는 마루가 좋아하는 캣타워 자리예요. 아침 먹고나면 저 위로 올라가서 늘어집니다.
나비는 어떻게 보면 보미보다도 덜 먹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살이찌네요. 그것도 가슴쪽부터 배까지 불러요. 보통 배가 부르면 모르는데 가슴쪽 부터 부은것 같아 이번주 병원에 데려가 볼 까 해요. 남들은 살이쪄서 그렇다는데 다른 병이 있나 걱정이 되서요.
보미가 어느날 침대에서 피곤한지 늘어져자고 있네요. 보통은 제가 다가가면 눈을 번쩍뜨거든요. 봄이라 그런가봅니다.
사진찍는 인기척에 졸린눈을 뜨고 봅니다.
다른 두마리는 발톱을 깍아주는데 보미는 날카로운채로 그냥 둬요. 낮에는 밖에서 생활을 하니 혹시 모를 싸움을 대비해서요. 보미가 길냥이로 태어나 약 일년을 거리에서 보내서 집에 적응하는 걸 걱정했는데, 꼭 저녁엔 집에 돌아오고 또 낮에도 보면 자주 집에 들어옵니다. 이젠 이곳이 자기 집이라는 걸 아는듯해요. 제가 집에 없을 땐 집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거나, 차를 주차하자마자 멀리서 절보고 쏜살같이 달려오죠. 이 녀석을 내 보낼때 마다, 차 조심하고 다른고양이와 싸우지 말라고 말해주죠.
방에도 사료와 물그릇을 같이 뒀었는데, 사료그릇을 한군데만 놓기로 하고 물그릇은 그대로 뒀어요. 물은 많이 마시면 좋다고 해서요. 나비가 밥그릇이 없으니 기가막히다는 듯 쳐다보고 있네요. 왜 그런지 고양이들이 바깥을 내다보면서 심심하면 사료를 먹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