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주간은 메소포타미아속에서 보낸 한 달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일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무엇을 주로 하는가로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이지요. 1월의 3주간 일정이 끝나자 다시 그리스속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고 2월 첫 주 일리아스 읽기에서 시작하는 3개월간은 아무래도 그리스, 그것도 고대 그리스와 더불어
한동안 동앵하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한국사 특강이 근대사까지 일단 끝나서 조금 여유가 생긴 오전, 집중적으로 시간을 내서 일리아스를 읽었지요.
드디어 오늘 한 번을 다 마무리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 버거운 시간이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로 가슴 벅차거나 기쁜 감정을 느끼는 시간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물론 한 번 읽었다고 해서 그 작품과 결별하거나 이제 다 알았다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늘 인용속에서 아니면
이야기식으로 짤막하게 요약된 산문으로 읽다가 시의 형태를 그대로 번역한 긴 호흡의 글을 읽자니 처음부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나, 유혹하는 목소리도 여러 차례 있었지요.
아마 혼자서 고전읽기를 목표로 잡았더라면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유혹적인 글읽기에 손이 갔을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여럿이서 함께 하기로 한 일이라 일종의 자기규제가 생긴다는 것,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그 책을 손에 들게 되었고 한 차례 읽고 나니 보조자료도 챙겨서 읽게 되네요.
일리아스를 다 읽고 나서 고른 그림이 왜 고흐냐고요?
물론 전혀 관련이 없지만 파워 포인트 한 번 완성하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미술사, 그 중에서도 종아하는 화가를
한 명씩 잡아서 설명하는 것을 해볼까 하는 유혹이 생겨서요. 더구나 지난 번 아이들과 함께 간 전시에서 본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고 함께 본 사람들과 즐거운 after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요.
헥토르의 장례식을 끝으로 책장을 덮고 나니 바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음악을 틀어놓고 조금 쉬고 있는 중이지요.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책속의 존재, 오래 전에 생을 마감한 사람들, 그들의 기억과 더불어 함께 하는 것, 그리고 혹은 앞으로 존재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묘한 생각을 하게 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