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토요일 신문을 읽는 평소에는 별로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금요일,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 밤에는 전주에서 올라온 친구와 함께 집에 와서 이야기보따리 늘어놓다 보니
새벽 4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서 잠을 잤지요. 토요일 아침 국립 박물관의 유리 전, 그리고 한남동 블루 스퀘어의
헬로 마다가스카르전에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한 상태이고 돌아오면 바로 수업을해야 해서 사실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이고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해야 할 이야기는 또 따로 있으니까요.
4시간 자는 일이 드물지 않아도 역시 새벽 3시를 넘기고 나면 그 다음 날 일정에 차질이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시간, 수업끝나고 달래랑 둘이서 리코더로 곡 하나 맞추어보고 행복한
영화극장이 열렸습니다. 줄루족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다큐로 조금 본 다음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요
갑자기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더니 영화보는내내 웃다가 울다가 묘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중
몸이 먼저인가 마음이 먼저인가 과연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렘브란트가 그린 호메로스 흉상을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 그림을 찾다가 신화를 다룬 렘브란트에 주목해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유리전시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각자가 서로 호기심을 갖고 가끔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보기 좋은 전시였습니다.
전시측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동영상 코너를 조금 더 생동감있게 진행한다면 전시를 전체적으로 더 잘 살리는
기획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유리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는 보람이가 다니는 회사가 유리를 만드는 회사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습니다.
유리를 만들어? 어떤 유리를?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리의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유리에 관한 책이 눈에 보이면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된 것도 아마 딸의 취직 이후라고 할 수 있으니 참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번 전시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메소포타미아시대부터
이슬람기 까지의 유리로 만든 물건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답니다.
마다가스카르전은 방학동안 아이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유리전과 묶어서 함께 간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사진이 좋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고요, 미디어가 우리 삶에 얼나마 깊숙히 들어와 있는지를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게 꾸며놓은 방에서 오랫만에 북을 치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찾은 기분이 든 날이기도 했습니다.
밤에 세 얼간이까지 보고 들어오니 정신은 맑지만 무리하면 곤란하다 싶어서 거의 바로 잠이 들었지요.
숙면을 한 덕분인지 걱정하던 것보다는 몸상태가 좋네요. 오늘은 도서관에서 특강이 있어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르게
집을 나서야 해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등을 분류해서 하루를 시작했지요.
토요일 판 신문는 다른 날보다 읽고 싶은 기사가 많아서 꼼꼼히 본 다음, 기억하고 싶은 책 목록을 정리해두고 나서
렘브란트 그림을 보는 중이랍니다.
일리아스를 읽는 중이라서 역시 연상은 호메로스로 이어지고, 그러다보니 렘브란트를 찾아서 보게 되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작업이 즐겁습니다.
언젠가 이번 예술의 전당 반 고흐전처럼 렘브란트 그림을 한국에서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최근에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전집을 한 권 구했습니다. 아마 예전이라면 망서리면서 눈으로만 바라보고 말
그런 책인데 고전읽기를 시작하고 나니 이왕이면 제대로 읽어보자 싶어서요. 일리아스 읽다가 테베를 공략한
일곱 장수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와서 신경이 쓰이던 차에 오늘 아침 아이스퀼로스의 작품 목록을 넘기다 보니
그 곳에 바로 테베의 일곱 장수에 관한 희곡이 한 편 있는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맛보기로 읽기 시작했는데요
아하 이것이 오이디푸스에 이어지는 것이로구나 바짝 흥미가 생기네요.
그러니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것의 끝을 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고 엉뚱한 길로의 헤매는 과정을
포함하는 일이고 그래서 더욱 더 미지속으로 들어가는 작업이 아닐까요?
헬로 마다가스카르전에서 문희씨랑 둘이서 한동안 새로운 형태의 독서교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구상을 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혼자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일단
말로 꺼내놓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생각을 다듬기 시작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발전을 하게 되겠지요?
렘브란트를 보면서 인터내셔널 라디오에서 스페인어 방송을 찾아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거의 못 알아듣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마다 외우고 있는 표현이 늘다보니 조금씩 알아듣는 말들이 생깁니다.
어제 밤에는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읽다가 나온 스페인어가 여럿 있어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중에서 스페인어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끼리 의미를 아는 일에 신기해서 동시에 환성을 터뜨리기도 했네요.
지금 벌여놓고 공부하는 외국어중에서 말을 해보고 싶은 언어는 제겐 스페인어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과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주가 되고 있지요.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과 스페인어를 말 할 수 있게 되는 날,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스페인말과 친해지도록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