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스에 몰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2014년 봄에 그리스 여행을 하겠다고 오래 전부터 계획을 짜고 여럿이서 한 달에 정해놓고
적금을 넣기도 하는 상태라서요 그리스 읽기가 조금 더 탄력이 붙는 경험이었지요. 그렇게 읽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해야 할 일, 읽어야 할 책이 기다리고 있다보니 그리스는 뒤로 슬그머니 밀리게 되었는데
행복한 고전읽기 시리즈의 2월에서 4월까지의 책이 전부 그리스에 관한 것이다보니 다시 그리스, 우선은
호메로스의 세계로 되돌아온 기분이네요.
숲 출판사에서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으로 나온 일리아스, 책을 보는 순간 이렇게 두꺼운 책이라니
벌써 마음이 멀어질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더구나 출전한 배의 목록편에서 이름이 너무나 생소한 지명과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다보면 정이 떨어져서 과연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읽을 수 있을까 마음속의 갈등을
겪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겠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 쉽게 일리아스에 다가갈 기회가 될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저는 이 책으로 처음 이 저자와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너무 여러 작품을 다루다 보니 맛만 보고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한 권에 일리아스, 다른 한 권에 오뒷세이아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각 서사시의
권마다 자세한 인용과 자신의 해석,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소개해가면서 고전에 발 들여놓기 쉽게 사다리 역할을
하는 책을 읽다보니 역시 이런 방법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물론 저자의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고전을 직접 읽는 것이겠지요?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은 원본번역을 먼저 읽고 혼자서 진입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장은 참고서적을 먼저 읽는 식으로 일리아스의 한복판으로 들어가서 거의 반절 가량을 읽었습니다.
2월 첫 주 모임에 참석할 사람들, 아니면 혼자서 집에서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왕이면 이시간을 즐겁게
책속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은 생각에 일단 책읽기를 멈추고 소개글을 쓰고 있자니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제게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선생님 공부 좀 그만하고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사세요 !
이것이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해도 아직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왜 공부는 그렇게
피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는 것일까요?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날, 아마 이상하게 여겨지던 그 선생님의
재미란 바로 이런 맛이었을까 고개 끄덕일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