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야 할 형편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예전과는 달리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어서 이왕이면 그 전에 못 보고 들었던 것들과 만나려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래서 일행과 떨어져서 각자 보고 아래에서 다섯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서로 얼굴을 보게 되긴 했지만요.
사실 이 곳을 제대로 보려면 글씨를 읽고 각 각의 코너에서 동영상을 통하거나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것들과
제대로 만나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일단 사진에 담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래 전 본 사극에서 만난 오네, 그녀의 이름이 보여서 한 장 찍었지요. 히데요시의 첫 아내인 그녀,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그녀. 히데요시가 늙은 나이에 생긴 아들에게 푹 빠져 있을 때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았을까
생각을 하게 되네요. 역사속의 인물이라고 해도 그 시절을 살 당시의 고통이나 희망, 절망, 소생하는 기운
이런 것들을 다 경험하고 살았을 테니까요.
오사카 성을 둘러싼 전투에서 양 쪽 진영을 소개하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인들에겐 중세의 중요한
전투라서 어릴 때부터 여러가지 형태로 읽고 배운 것이겠지요? 여럿이 모여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한쪽 구석에서는 동영상으로 역사속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각 진영을 상징하는 깃발을 담아서 보여주고 있네요.
지난 번 도쿄의 에도 박물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미니어처로 이런 실감나는 장면을 보여주려면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훈련을 거치고 어떤 실력이 있어서 가능한 것일까 제가 모르는 직업의 다양한 세계가 궁금하고
실제로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이번에도 또 떠오르더라고요.
층마다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도중에서 만난 상효가 말을 합니다. 여기 카메라 금지라고요. 그렇구나 신나게 다니면서
카메라에 담느라 금지 표시를 못 본 겁니다. 아차 싶어서 그 아래로는 그냥 눈으로 보고 다니다 카메라 금지 표시가
없는 곳에 내려와서 성의 쌓는 방식이라든지 그들이 소개하고 싶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얼마나 열중했으면 그렇게 여기 저기 써 있었을 금지표시를 못 보았나 하고요.
이 그림안을 자세히 보면 서양 선교사들의 복장이 보입니다. 변화하는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사람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기저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다섯시 조금 못 되어 먼저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밖을 조금 더 카메라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제게 숙제는 큰 건축물을 어떻게 한 프레임안에 제대로 담을 수 있나 하는점입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관심을 갖게 만드는 부분만이라도 담아서 보자는 것
오사카, 나오시마, 어느 곳이나 꽃이 아직 많이 피어 있더라고요. 호텔까지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아도
이런 광경을 놓칠 수 있나 싶어서 다들 조금은 더 머물기로 합의를 보았지요.
천수각에서 거리가 확보되자 오히려 하나로 담는 것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 순간 이것은 인생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싶어서 놀랐습니다. 거리,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에 대해서도 이런 거리 확보가
가끔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조금 더 거리가 확보되자 주변도 프레임안에 들어가고 그 앞을 걸어나오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타코야끼가 유혹하네요. 그렇지만 일단 친구들과 상의를 마치고, 개인 행동을 하면 서점을 가보기도 하고,
다른 오사카의 밤을 볼 수야 있겠지만 첫날이니 그냥 음식점에 함께 가자고 했지요. 그러니 맛있는 저녁 식사를
위해서 이 곳은 패스!!
천수각안에서보다 오히려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게 만드는 광경이더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떠날 수 없어서 또 한 컷 또 한 컷 묘한 경험을 한 날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깨달은 것은 저녁 무렵 자연
채광이 사라지고 인공 빛이 난무하면 그 다음부터는 카메라를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르는구나, 이것을 해결하면
조금 더 다양한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련만 이런 것은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나 숙제를 품게 된 날이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