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필요가 발명을 낳는다는 말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네요. (발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표현이지만
아니 오히려 필요가 생각을 움직여서 결과를 낳는다고 하는 말이 더 적합하려나요? )
컴퓨터와 카메라를 연결하는 선이 없어져서 사진을 볼 수 없으니 여행기는 다음 주에나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아침에 서비스센터에 걸어보니 휴뮤라고 합니다. 휴무라, 그렇다면 수요일이나
되어야 전화연결이 되고, 집까지 연결선이 오려면 또 시간이 걸리고, 참 곤란하구나 고민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동시에 산 사람이 있었지. 마침 그 분이 학부형이기도 해서 오늘 수업하러 오는
아이에게 연락을 했지요.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선을 이틀만 쓴다고 말씀드리고 꼭 챙겨오라고요
막상 수업하러 온 아이는 깜빡 잊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일 아침 약속이 있어서 일찍 나가야 한다는 아이, 9시쯤 그랜드 백화점 근처로 오면 가지고 나오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이른 시간에는 움직일 자신이 없습니다.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수업이 다 끝나고 가겠다고 했지요.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부지런하지 않은 저로서는
아주 드문 자발성이라고 할까요?
마침 아이들을 데리러 온 미경씨에게 사정을 말하고 그 쪽까지 태워다 줄 수 있냐고 하니 선만 받는 것이라면
기다렸다가 집까지 다시 데려다 준다고 선뜻 말을 하네요. 아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막상 선을 받았어도 지난 번 연결은 지혜나무님이 후루룩 해주어서 오랫만이라 어떻게 폴더를 만들고 사진을
받아야 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설마 잘못되어 다 사라지랴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면서
드디어 폴더를 만들고 그림을 받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얼마나 기쁜지요!!
무슨 그런 간단한 일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일이 어려운 사람에겐 그런 한 고비
한 고비 넘기는 일이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기분이란것 아실런지요?
첫 날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숙소까지 찾아가서 짐을 푼 다음, 바로 점심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마침 그 날이
천황의 생일이라고 해서 쉬는 곳이 많더군요. 천황의 생일이라고 쉰다니 이상하긴 하지만 남의 나라 풍습이니
이러쿵 저러쿵 토를 달 일은 아니겠지요?
월요일에 천황의 생일이라면 아무래도 산토리 미술관을 가는 일은 어렵겠다 판단이 섰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길거리에서 만난 풍광이라도 담아보자 싶어서 앞에서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주시하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잘 보고 다녔습니다.
함께 온 친구가 한 명이라면 신경을 써야겠지만 친한 두 친구가 함께 있으니 그것도 다행이고 중3이라고 해도
스스로 알아서 다닐 만한 필이가 마침 고3 형과 짝이 되었으니 그것도 안심이고, 그렇다면 되는대로 움직여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새롭게 들어오는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사람이 너무 많이 기다리는 것은 맛은 좋을지 모르지만 여행객에는 시간이 모자라는 관계로 선택이 쉽지 않지요
소바집으로 결정이 되어 들어가려고 보니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지난 가을 박물관에서 글씨에 관심을
갖게 된 이래로 간판에서 보이는 멋진 글씨에도 발길이 멈추게 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 집은 상당히 평판이 좋은 집인지 한참을 기다려서 드디어 차례가 왔습니다. 주문을 일단 하고 나서는 카메라를
들고 음식점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다녔지요.
생활속의 디자인 감각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공간에 대한 감각, 공간을 보고 좋다고 느끼는 것
이런 것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그렇게 꾸미거나 변화를 주는 일에는 젬병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사진을 찍으면서 고민을 합니다. 점심 먹고 6시까지 자유시간, 그 다음에 첫 날이라고 서원지기님의 후배가
하는 음식점에서 한 턱을 내시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시간까지 들어와야 하고 나머지 시간을 다 저녁먹는 시간으로
할애를 하면 여행에서의 하루가 너무 잘려버리는 것 아닌가,저녁을 포기하고, 그냥 다른 곳에 간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여행첫날인데 서로 인사도 하고 어울리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고민이 되네요.
여행을 스스로 조직해서 다니거나 혼자 다니던 버릇이 붙어서 그룹 여행이 주는 편한 것과 불편한 것이 충돌하는
지점이 첫 날에 발생하니 당황한 것이지요. 밥을 먹고 나서 친구들과 좀 더 상의해보기로 하고, 일단 음식점 안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사진기를 의식하는 순간, 사람들의 표정은 아무래도 어색하지요.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한 컷 담았습니다.
이 곳이 어디인가 했더니 화장실 앞을 이렇게 운치있게 꾸몄더군요. 안에 들어갔을 때도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우키요에의 그림을 이용해서 이런 공간을 마련한 것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더라고요.
모두 배가 고픈 상태이기도 했지만 음식도 맛이 있어서 배불리 먹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해서 가기로 했지요.
서점에 가고 싶기도 하지만 일본어 책을 살 일이 없는 친구들, 오사카는 처음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함께 다른
곳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고민하다가 지도를 보니 오사카 성이 가까이에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돌다리도
두드려야 할 형편이라서 물어보려고 카운터에 가니 계산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기에 기다리면서 일층을 구경했지요.
잘 모르면 다른 사람을 불러서 또 물어보고 그 사람이 잘 모르면 다른 사람을 또 부르고 이런 식으로 드디어
오사카 성에 가는 방법을 표시를 해줍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와보니 날씨가 어째 심상치 않은 느낌이네요.
지하철 역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 카메라로 찍기엔 아주 안성맞춤인 장소
그런데 이 곳에서 머뭇거릴 시간여유는 별로 없습니다.
쇼핑몰을 지나야 지하철역이 나오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장식도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더라고요.
드디어 지하철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선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하더라고요. 이 때 그나마
통하게 된 일본어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문제는 말은 알아들어도 방향감각이 거의 없는 제겐 그것이
또 곤란한 점이었지요. 그래도 다섯명이 일행이 되어 움직였기 때문에 그 중에 누구라도 해결사가 나오겠거니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목적지를 찾았다는 기쁨에 지하철 표지판을 기념으로 한 장 찍었지요. 오사카 비지니스 파크 역에서 내리면
가까이에 오사카 성이 있다는군요.
좀 더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이라면 이런 전시에도 눈길을 줄 수 있으련만 안타까운 마음에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오사카 성에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지하철 역에 멋진 작품이 있었습니다. 벽에 붙은 유리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모습이 그 안에 비치는 것을 볼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옆에서 조금 더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