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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 작은 나들이

| 조회수 : 1,408 | 추천수 : 12
작성일 : 2011-07-26 11:36:41


  
7월 첫 주가 시작되기 직전 바이올린 선생님으로부터의 전화, 다음 주부터 레슨을 못하게 되었어요.

전화로 불쑥 말해서 죄송한데요, 제가 될지 말지 몰라서 말을 못 했는데 오케스트라에 원서 넣어둔 것이

합격했다고 연락이 와서요. 순간 축하할 일이긴 한데 어찌 해야 하나 난감하더라고요.

정을 붙이고 스즈키 1권을 막 끝내고 2권 연습을 혼자서 이 곡 저 곡 하던 중이라서 7월부터는 2권의 곡을

마음 먹고 연습해야지 꿈에 부풀어 있었거든요.



마침 그 때가 철학 특강이 있던 때이기도 해서, 그렇다면 특강 준비 겸 그동안 미루고 있던 프로이트와 라캉을

읽으면서 천천히 오랫동안 함께 할 선생님을 찾아보자 싶어서 여기 저기 연락을 하고 지난 주 월요일에야

드디어 앞으로 함께 할 선생님을 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줄을 맞추는 일을 할 수 없고, 소리는 엉망이 되고 급하게 레슨 받을 일이 없으니

연습은 뒷전이고, 스트레스가 막 쌓이는 겁니다. 아 어른이라고 해도 이렇게 레슨이 없으면 스스로 하는 일이

어렵구나,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는 너무 과하게 기대하고 못하면 윽박지르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갑자기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기도 했지요.



레슨이 수요일로 정해진 덕분에 화요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미루고 있던 영어 책 본격적으로 함께 읽을 멤버를 찾았더니 의외로 여러 사람이 관심을

보이네요. 1,3 주 화요일 (9월부터 ) 정독 도서관 근처에서 오후에 3시간 정도 모여서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보자는 제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작업녀라는

별명은 공연히 붙은 것이 아닌가 혼자 속으로 웃고 말았지요. 아니 이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지속적으로 글을

읽고 싶어도 혼자서 꾸준히 하기 어렵다는 증거이겠지요?



방학이라고 한없이 늦게 일어나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고 아침을 챙겨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우선 토 프레소에 가서 뜨거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어제 읽다가 만 서양 문화사 깊이 읽기를 펼쳤습니다.

그 책안에 여러 꼭지의 글이 있는데 한 꼭지 한 꼭지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서 마치 새로운 차에

올라타고 다른 세계로 가는 기분이 드는 책이라고 할까요?

르네상스를 연 책 사냥꾼 포지오의 두 통의 편지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오늘은

서양사 책에서는 주로 거시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때문에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글들이 제겐 더 단비를 맞은 기분이 되네요. 르네상스

잊을만 하면 다시 등장해서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읽어주라고 보채는 것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오늘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선 것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고 행복한 왕자가

문을 열기 전 조용한 시간에 바이올린 연습을 하기 위한 것이라서 한 꼭지 읽고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연습을 게을리 한 것이 표가 나더라고요. 익숙하게 연습하던 것들도 다시 버벅대는 느낌이고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곳도 많고요. 내일 처음 레슨인데 아무튼 최선을 다해서 연습을 하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야 할 것 같아서 일요일부터 다시 손을 풀고 있는 중인데 공백이란 참 묘하구나

어떻게 그렇게 그 빈 시간을 몸은 기억하는지, 놀랍기도 하고요.

달라진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내가 지금 꼭 이런 일을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유혹하는 목소리에 대처하는 힘이 조금은 더 강해졌다는 것, 그런 힘을 느낀 것만으로도 오늘 아침의

작은 나들이는 기분 좋게 끝났다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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