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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 전시-결정적 순간

| 조회수 : 1,298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8-16 00:21:43

 

 

 

한 사람의 특징을 나타내주는 말들이 있습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경우 결정적 순간으로 번역되는 이 말이

 

그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바로 그 말을 한 사람 혹은 그런 장면을 찍은 사진작가라고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광화문 앞을 지나던 어느 날 우연히 본 포스터에서 여러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의 작품만을 선보이는

 

전시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상당히 긴 기간동안 전시를 하는구나 시간을 내서 꼭 와야지 마음 먹었지만 더워서 도저히

 

전시장에 가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여름이라서 이것도 저것도 그냥 다 보내고 말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그래도 어제 로마전을 가면서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그 곳에서 재미있는 전시를 보고 나니 수요일 오전 시간내서 브레송을

 

만나러 갈 기력이 생겼습니다.

 

어제 낮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러 온 보람이, 함께 아침에 가려고 작정을 했지만 친구들과 노느라 거의 새벽이 다 되어서 들어온

 

아이가 언제 일어날 지 기약할 수 없어서 그냥 혼자서 길을 나섰지요.  멀쩡하던 날씨가 광화문에 도착하는 순간 폭우로 변해버리네요.

 

그래도 일단 도착한 것이고 실내에서 보는 전시라서 그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우산이 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아마 이렇게 다양한 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을까 싶어서 혼자서 찬찬히 작품을 구경하고, 다시

 

돌아가서 보거나 비교해서 보기도 하고, 다른 때와는 달리 설명까지 꼼꼼하게 챙겨읽느라 상당히 시간이 흘렀습니다.

 

해독이 어렵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글씨를 읽어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 어라, 휙 지나가는 꼬마 얼굴이 익숙해서 보니

 

의행이가 전시장 안에 있었습니다.가족이 다 왔지만 지루해서 혼자서 막 돌아다니고 있던 모양이더군요. 어제 로마전에 갔을 때는

 

너무나 즐거워하면서 다니던 아이라서 전시란 전시장에 온 사람의 나이, 관심사, 이런 것들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가

 

이틀에 걸쳐서 선명하게 대조되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 자리에서 헤어지고 나서 엄마를 찾으러 간 모양이네요.최 숙자씨가 곁에

 

와서 이렇게 비가 오는 바람에 선생님은 못 오실 줄 알았다고 하길래 웃었습니다.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만나서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하고, 저는 마저 전시장을 둘러보았지요. 오늘 유난히 마음에 남는 사진은

 

자코메티, 그리고 조지 브라크, 마티스였습니다.

 

사진은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나 브레송 재단에 들어가서 검색한 사진으로 대신하는 바람에

 

바로 이 사진이 마음에 남는다고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군요.

 

중국, 인도, 이란, 이런 지역들을 다니면서 그가 카메라로 포착한 것들도 잊기 어려울 것 같아요.

 

 

박물관에서 뎃생하고 있는 브레송인데요 전시장에는 그의 뎃생 작품도 걸려 있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를 찍은 다른 사람들, 어린 시절부터의 한 인간의 삶, 그리고 우정어린 시선으로 동영상을 만든 사람, 이렇게 여러가지가 중첩되어

 

단순한 전시라기보다는 한 인간과 만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르트르를 비롯한 문인, 피카소를 비롯한 화가, 조각가, 영화감독, 작곡가, 과학자, 무심코 담벼락을 지나는 소녀,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는 벽을 배경으로 그림자로 남은 인물, 그림자와 대조되어 움직임을 보이는 소년, 유급휴가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다양한 인간과

 

풍경이 담긴 사진속에서 무엇을 주장하지 않아도 인간 삶의 관찰자, 그것도 애정어린 관찰자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진작가와

 

마치 그 자리에서 만나는 기분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의행이 가족이 남아서 전시를 더 보는 중에 저는 교보문고에 가서 보람이가 원하는 두 권의 책과 제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구하지 못한 책을 택배로 보내고, 다시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지요. 점심과 커피 타임까지 시간이 길어져서 그 가족은

 

대림미술관으로 저는 일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림미술관에 친구랑 간 보람이에게 연락해보니 어린 아이들이 있어도 좋은 관람이

 

될 것 같다고, 의자에 직접 앉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대림미술관 전시 소개를 해놓고도 혹시나 싶어서 걱정이 되었는데

 

일단 부담은 덜고,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한숨 자고 나니 역시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yummy
    '12.8.16 7:54 AM

    오랫만에 브레송의 사진을 보네요.
    참 따뜻하죠. 반가운 사진 감사합니다.

  • intotheself
    '12.8.18 2:46 AM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전시 가보라고 강추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마치 제가 홍보요원이 된 것처럼 열심히

    이렇게 마음을 움직여서 소개하고 싶은 전시를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제게도

  • 2. 열무김치
    '12.8.16 8:17 AM

    제가 살던 곳에서 10분 거리에 작은 전시관이 있었어요, 소소한 것을 전시하면서 수요일은 6시반 무료입장..
    이런 것을 해서 가야 아빠랑 수요일 저녁 시간 잘 가던 곳이었는데요,
    그 곳 전시장 꼭대기 빈 공간에 아무도 잘 안 보는 곳,
    유리 상자 안에 브레송의 낡고 손때 묻은 오래 된 카메라가 한 대 있었어요.

    기계로 무엇,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 중 카메라가 최고가 아닌가 싶어요.

  • intotheself
    '12.8.18 2:47 AM

    그가 평생 아꼈다던 카메라 두 대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만져보고 싶어지는 그런 카메라였는데요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같은 카메라라도 누가 만지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비밀에 대해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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