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소속되어 있었던
대학산악회에서 올 여름 G2봉을 다녀왔습니다.
좋을 결과를 가지고 귀국한 것은
아니지만 무사한 산행에 사람들 얼굴을 술자리에서 보니 그래도 좋습니다.
원정의 경험이 많은 산악회의 경우
여름에 사고가 종종 있지요.
갑자기 옛날 제가 재학생으로 있던때의 사건이 떠올라
옛날에 썼던 글을 올려봅니다.
(G2 사진은 다른데 공개되어 있는 것을 퍼온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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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육칠년전의 일이였던 것 같다.
나는 대학산악부의 대장을 맡고 있었는데
왜 그리 고민이 많았는지 모를 지경이였다.
지금와서 정리를 해보자면 주로 대학산악부의
회원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전문성의 부족이 큰 테마였다.
회원문제는 만성이 되어서 기수만 안 끊기게 하면 되지 하는 수준이 되었고
전문성은 8000이상의 고산원정과 해외거벽등반 믹스클라이밍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나 그러듯이 리더는 지금이 과도기라 생각하고 노심초사하기 마련이다.
대학산악부는 대장이 있지만 재학생 최고참과 더불어
사실장 two-top체계이다.
하지만 선배는 어떠한 경우라도 선배라서 대장이라도
컨트롤하기 힘든 경우는 많은게 사실이다.
침침한 자취방보다는 동아리방에서 숙식을 거의 해결하는
우리들은 내 바로위의 선배로 부터 옥상으로 집합을 받았다.
대학산악회는 지금은 알수 없지만(^^;)
그때까지도 줄빠따라는 것이 살아있는 곳이였다.
군대까지 제대한 사람들끼리 원 난리람..
대장인 나를 필두로 아래 2-3명의 졸개들이 옥상에 죽 늘어섰다.
그 선배 던진 말..
"산악부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한 답
"정입니다."
다시 그 선배
"다시 묻겠다. 산악부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이냐?"
"정입니다."
몽둥이를 치우고 후배들은 동아리방으로 내려보낸 후에
내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수였어
너의 애기를 듣고 나니 내가 잘 못 생각한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선배가 저지른 실수을 추궁하며
산악부에서 관심을 끄고 취업준비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배는 그 일 이후
취업을 하지 않고 그해 여름에 해외로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돌상자하나가 뼛가루가 채위져 다시 동아리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20박이상의 하계훈련계획을 세위놨으나 훈련을 가지 못하고
유해가 도착할때까지 2주이상 장례를 치뤘다.
보통 3일이면 끝나는게 장례이지만 해외원정에서 죽은 경우
장례가 원정대 돌아올때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내게 그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상주의 검은 양복을
입혀줬다.
장기간의 장례는 고인에 대한 애도를 넘어서서
정신적인 충격과 쉬지 않는 과음으로 거의 폐인을 만든다.
그해 소나기 많던 여름
국화꽃이 동아리방 복도에서 썩어가던 여름.
덥기도 무지 더웠던 여름
난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올 여름도 그때처럼 덥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기수도 틀린 대답은 아니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산악회 조직을 이루는 체계은 형과 아우가 되는 서열이면
결속력은 만드는 건 대원간의 정이라 생각한다.
그건 뼈와 살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도 서로 힘들어지는 게 아니였나 생각한다.
그 선배와 목숨을 걸고 처음 해냈던
1박2일의 설악산 동계천화대 릿지
눈알을 찌르는 영하 40도의 매운 바람
손이 쩍쩍 달라 붙는 칼날 바위능선
갑자기 그 천화대가 그립다.
그 선배도 보고 싶다.
그 선배가 살아있었다면
산에 살고 산에 죽는다던
그 시절의 나도 아직 살아있을수 있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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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희말라야 가셔브름 2
여진이 아빠 |
조회수 : 2,059 |
추천수 : 127
작성일 : 2005-08-14 09: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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